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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대승에도 웃을 수 없다. 여명이 밝아오는 수면 위로 흐르는 것은 승리의 전율 대신 셀 수 없이 많은 희생을 반추하는 짙은 비애다. 이 탄식의 무게는 단지 그날 밤 기록된 죽음에 대한 애도가 아니다. 그간 이순신(김윤석)과 나란히 싸웠던 동료 장수들,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병사들과 백성들의 몫을 합한 7년간의 비극의 총량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김윤석은 ‘7년’이라는 단어를 유독 자주 입에 올렸다. 그의 시선은 노량 바다의 풍경을 넘어 왜란 전체의 풍파를 고스란히 받아낸 한 인간의 기구한 운명을 향해 있었다. “성웅의 이미지 이면의 이순신은 너무나 불행한 인간이다. 그렇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모함과 치욕에 시달리다 가족도 잃고 결국 전장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잃지 않나.” 김윤석은 위대한 장군의 최후 대신 그저 “7년간의 전쟁을 겪고 살다 간 50대 군인의 죽음”을 그리고자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난전의 잔향이 온전히 가라앉은 뒤에야 이순신의 최후를 비춘다.
[인터뷰] 7년의 바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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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과 <노량: 죽음의 바다> 촬영을 마치고 여수시 돌산에 아예 집을 구했다. 이순신 장군이 관할한 5관 5포 중 하나였던 방답진(조선 시대 왜구 방어의 최일선 수군진이었다.-편집자)이 자리했던 곳으로 과거 거북선도 이곳에 있었다. 삶의 터전까지 이순신과 근접해 있었던 김한민 감독과 함께 일을 하거나 주변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가 지난 10년간 이순신과 그의 해전을 영화화하는 일에 미쳐 있는 것처럼 몰두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가 가닿고자 했던 지점은 내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난중일기>를 자주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잡았던 상 자체는 <명량>을 시작하기 전이나 <노량: 죽음의 바다>를 마친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내고자 하는 이순신의 신념은 궁극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을 담은 ‘이순신 3부작’의 피
[인터뷰] “노량해전은 100분짜리 오케스트라였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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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김윤석)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장군이 아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가야만 하는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전국시대 일본을 통일하고 명나라를 정복할 야욕을 품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몸이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는구나. 천하의 꿈이여. 꿈속의 꿈이로다.” 7년간 지속됐던 임진왜란의 마지막 남은 명분이 사라지면서 그는 철병 명령을 내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대립각을 세우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세력이 커지면서 본국에서도 굳이 실패로 판정난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었다. 한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과 인도였다. 그는 임진왜란 초기 이른바 정명가도, 명을 정벌하기 위해 조선이 길을 빌려 달라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그 과정에 있는 조선이 무너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명나라에서 파견된 군사들이 있었다. 명량해전 이후 임진왜란에 참전한 진린(정재영)은 조명연합군이 서로 갈등을 겪지 않겠냐
[특집] ‘전쟁’과 맞붙다, ‘이순신 3부작’ 최종장 <노량: 죽음의 바다>이 역사영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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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명량>, 2022년 <한산: 용의 출현> 그리고 2023년 <노량 : 죽음의 바다>로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이 마무리됐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 세 배우가 달리 연기하는 용장(勇將), 지장(智將) 그리고 현장(賢將)으로서의 이순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여정이었는지 따라가고자 하는 영화다.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먼저 짚은 뒤 10년 넘게 이순신 장군의 신념을 영화화하는 데 김한민 감독과 이번 작품에 대한 긴 대화를 나눴다. 이순신 역의 김윤석,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역의 정재영,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의 허준호와의 인터뷰는 영화를 이해하는 데 보다 풍부한 텍스트를 제공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의 대규모 전투 신을 지탱하는 근거였던 지략가 이순신의 전술이 품은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특집] 최후의 전장에 서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여정 <노량: 죽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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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방송을 지향하는 게임 크리에이터 도티(나희선). 과거의 영광은 옛말일 뿐 시청자 한명을 근근이 유지하는 현실에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크리에이터 킬박(차재원)의 도발에 응한 그는 은퇴를 건 승부를 펼친다. 승리를 눈앞에 둔 순간 갑자기 모든 플레이어의 의식이 게임 속에 갇히고 만다. 동료와 시청자를 구하기 위해 영원의 탑을 오르는 도티는 어린 시절 친구와의 소중한 기억을 마주한다.
우정과 연대의 전형적인 가치보다 도드라지는 주제는 인터넷 방송인 도티의 삶과 철학이다. <도티와 영원의 탑> 속 인터넷 방송 문화는 어색할 정도로 깨끗하다. 건전성을 무기로 꾸준히 어린 시청자층에 사랑받아온 도티이기에 그려볼 수 있는 이상향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현란하게 오가는 연출 또한 게임 속 페르소나와 현실의 인물이 중첩된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을 매력적으로 묘사한다. 다만 인터넷과 가상현실이 일상의 터전이 된 세대의 존재 방식을 그저 낙관하는 시선
[리뷰] ‘도티와 영원의 탑’, 알파 세대 맟춤형 유망직종 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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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투정을 부리고 아직도 엄마와 함께 자기를 원하는 8살 코코(소피아 오테로)는 바스크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휴가를 떠난다. 엄마(파트리시아 로페스 아르나이스)는 조소 작업에 한창이고, 코코는 형제와 함께 성별과 이름을 기재해야 하는 수영장에 가기가 싫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런 코코를 두고 자주 다투고 부모는 각방을 쓴 지 오래다. 일주일간의 휴가에서 코코가 유일하게 마음을 뉠 곳은 이모할머니의 양봉장이다. 벌들과 자연, 이모할머니는 코코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힘껏 끌어안기 때문이다.
에스티발리스 우레솔라 솔라구렌의 장편 데뷔작 <2만 종의 벌>은 한 아이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끝내 자아를 찾는 과정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포착한다. 영화는 아이가 세상과 겪는 불화를 전시하지 않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자연이란 대안적 공간을 마련한다. 그 속에서 아이는 조각하는 엄마, 양봉하는 이모할머니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축조하기 위해 이름을 찾는 여정을 떠난
[리뷰] ‘2만 종의 벌’, 벌이 집을 만들 듯, 아이는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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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20개의 곡을 선별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의 마지막이 될 공연을 기록했다. 2022년 9월8일부터 15일까지 8일간 평소 그가 애정하는 무대였던 일본 NHK 509 스튜디오에서 오직 피아노와 독대하며 촬영한 결과물이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202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뒤로는 일절 공연을 중단했지만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작업을 위해 하루에 3곡씩, 곡마다 2~3번의 테이크에 걸쳐 20곡을 완주했다. 음악감독 데뷔작인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필두로 <마지막 황제> <토니 타키타니> <바벨>의 O.S.T를 선보이며, 그를 세계 시장에 소개한 테크노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음악부터 투병 생활 중에 일기처럼 써내려간 음악들에 날짜를 제목으로 붙인 마지막 앨범 《12》까지의 곡들이 폭넓게 선정됐다. 원형의 빛이 무대를 따라 둥글게
[리뷰]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선율 사이에 육체를 새기는 마지막 진실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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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미국 텍사스주에 도착한다. 이들은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본선 진출자들로, 나이와 국적은 물론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예술은 스포츠와 다르다. 원칙적으로 예술에 줄 세우기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경연이 시작된 이상 탈락자와 순위가 발생하는 일 역시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예술에 점수를 매기는 콩쿠르의 본질적인 모순은 음악을 대하는 예술가들의 태도를 통해 점차 해소된다.
<크레센도>는 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 본선부터 결승까지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경연 결과가 잘 알려진 까닭에 영화는 온전히 참가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집중할 수 있다. 세계 정치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한 많은 협회가 러시아 선수의 참가 자격을 박탈했다. 예술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지만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젊은 아티스트의 ‘소리’를 빼
[리뷰] ‘크레센도’, 증오와 경쟁으로 얼룩진 시대에 예술의 역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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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초등학교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슈)의 반에서 현금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터키계 학생인 알리(칸 로덴보스텔)가 의심을 받는다. 다른 아이들도 체육 수업 중 갑자기 사라지거나 몰래 담배를 피우려 하는 등 카를라의 신경을 긁는 행동을 계속한다. 한편 교사들만 드나드는 ‘티처스 라운지’에서도 지갑 속 돈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카를라는 이번에는 범인이 분명하게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 명백해 보이는 증거가 카를라의 노트북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인이 순순히 인정할 것이라던 카를라의 예측은 빗나가고 교사,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반기를 들며 그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티처스 라운지>는 독일의 다문화주의와 사회갈등의 인과를 뒤섞어 생각하는 반이민세력의 혼동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영화다. 그리고 갈등의 진짜 원인을 찾아 단조 음악이 세차게 내리치는 학교라는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곳엔 아동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면서도 권한을 앞세워 아이
[리뷰] ‘티처스 라운지’, 도벽 충만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심리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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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의 왕, 아쿠아맨이 돌아왔다. 왕좌를 거부하던 전편에서의 모습과 달리 아서(제이슨 모모아)는 어느새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정무를 수행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메라(앰버 허드)와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낮에는 지상에서 메라와 같이 육아를 하고 밤에는 다시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업무를 보며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편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아쿠아맨에게 아버지 죽음의 원한을 갚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슈트를 보완하기 위해 아틀란티스 유물을 찾아 헤매던 중 남극의 한 유적에서 우연히 고대 유물인 ‘블랙 트라이던트’를 발견한다. 블랙 트라이던트가 작동하면서 블랙 만타에겐 막강한 힘이 주어졌으나, 블랙 트라이던트의 원료인 오리할콘이 남용되면서 지구에 이상 기후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육지와 바다 모두 혼란스러워진 상황. 혼자 힘으로 블랙 만타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아쿠아맨은 이부동생 옴(패드릭 윌슨)을 탈옥시켜 함께 맞설
[리뷰]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수중을 벗어난 모험, 교과서로 회귀하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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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긴 항목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세대를 가르는 것이다. 아이폰 1세대(디지털 디바이스), 싸이월드 세대(SNS), 4세대 걸그룹 뉴진스(아이돌) 등등. 그중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대원미디어는 한국 관객으로부터 일명 ‘지브리 세대’를 이끌어냈다. 지브리 세대는 전 연령대의 생애 주기를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과 함께한 세대를 가리킨다. 다정한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유년기를 보내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의 경쾌함으로 청소년기를 보낸 뒤, <마루 밑 아리에티> <코쿠리코 언덕에서> <추억의 마니> 등 잔잔한 감성 곡선과 함께 청년기를 보낸 세대. 대원미디어는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수입을 통해 공통된 문화적 교집합으로 쉽게 뭉치는 관객을 가로질러 하나의 세대를 형성했다. 애니메이션 작품이 곧 그 세대이자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 앞엔 늘 대원미디어가 자리하
[인터뷰] “작품으로만 인정받고자 하는 지브리의 철학을 존중한다”, 정동훈 대원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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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 독서 교실에 윷놀이 꾸러미를 가지고 왔다. 어린이들은 독서 교실에 놀거리를 잘 가지고 온다. 공깃돌부터 트럼프 카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윷놀이는 정말 뜻밖이었다. 게다가 봄이가 가져온 윷은 척 봐도 아주 좋은 나무로 만든 ‘작품’이었다. 놀이 방법을 적은 책자도 함께 들어 있었는데, 영어로만 쓰여 있었다. ‘백도’(표준어다)도 ‘BACK DO’라고 표시되어 있어 색다르게 느껴졌다. 봄이는 어머니가 회사 일로 어찌어찌 갖게 된 걸 자기한테 주셨다고 했다. 짐작하건대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는 고급 기념품인 것 같았다.
“윷놀이는 전통 놀이야. 알고 있지?” 봄이는 “그걸 누가 몰라요?”라며 나에게 핀잔을 주더니 “근데 전 몰랐어요” 하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학교에서 배우긴 했는데 이해가 잘 안 가더라고 했다. 독서수업을 먼저 하고 시간이 되면 윷놀이를 하자고 했지만 봄이는 완강했다. “선생님이랑 하고 싶어서 일부러 가져온 건데, 그냥 먼저 하면 안돼요?” 많은 한국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윷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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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업영화라도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취하는 영화는 과거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형식적 고민 없이 성립되기 어렵다. 대다수의 상업영화에서 그러한 형식은 주로 이야기의 시점을 표명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역사가 소시민의 일상을 통해 비치는지, 의사 결정권을 가진 자들의 권력 다툼으로 묘사되는지, 혹은 시민과 공권력의 부딪힘을 통해 촉발되는 이야기인지에 따라 영화가 수행하는 재현에 대한 충실도가 달라진다. 물론 여기 언급한 사례들이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영화가 구할 수 있는 시점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역사와 픽션을 접속시키는 데 필요한 형식적 절차에 대한 고민을 서사적 시점의 문제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고, 영화의 초반부에 결정된 시점은 관객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다.
이태신과 전두광
<서울의 봄>은 명백히 두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즉, 정권을 둘러싼 군대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과 파열을 충실히 중계하는 영화다. 영화
[비평] 사유하지 않는 시대의 징후 - <서울의 봄>이 요청하는 관습적 보기를 의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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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큰따옴표 안에 있는 말은 모두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대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글을 마감하고 있는 12월19일, 오늘자 일간지를 펼친다. 북한은 고체연료 ICBM을 또 쐈다. 한미 핵작전 훈련 예고와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입항에 따른 리액션 성격이다. 남북간 힘겨루기는 냉전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태세로까지 치닫고 있다. 강대강 구도는 일단 시작되면 어느 한쪽에서 그만두고 싶어도 멈추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진짜 위기는 “이 모든 걸 조종하는 자가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많은 경우 재난은 집단의 산물이다. 통제 없는 강대강 구도는 미시 세계에서도 펼쳐진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종류도 다양한 인플루엔자 유행에 이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창궐했다. 코로나19 이후 항생제 투약 급증에 따라 슈퍼박테리아가 내성을 키운 탓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항생제는 “옳은 일이니까” 처방했겠지만 “결국 우리
[비평] 재난사회와 그 적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