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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콘수엘로 드 생텍쥐페리 지음 / 윤진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어린 왕자> <전시 조종사>를 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아내 콘수엘로와 15년간 주고받은 168통의 편지를 책으로 묶었다. 장정이 아름다운 이 책의 목차는 1930년부터 1944년에 이르는 동안 ‘남아메리카, 프랑스, 북아프리카’, ‘뉴욕’, ‘북아프리카, 사르데냐’로 나뉘어 있다. 전시 조종사로 살았던 생텍쥐페리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콘수엘로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동시에 비행사이자 작가의 아내였고, 남편이 속한 세상에서 자주 외면받는, 바람기 있는 남편 때문에 쉼 없이 고통받던 여자였다. 이 책에서는 세상에 대해 절망하던 전쟁 중의 생텍쥐페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어린 왕자>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그 글이 콘수엘로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쓰인 이 문서의 묶음. “옛날 옛적에 한
씨네21 추천도서 -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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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지음 / 창비 펴냄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책기둥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생의 목격자 양천도서관이 일러준다. 너무 멀리 가지 말 것. 헛수고와 헛걸음으로 우연 앞에 나를 풀어둘 것.” 에세이, 인터뷰, 르포르타주 등 다양한 논픽션 글쓰기를 해온 은유 작가가 자신을 만들어온 책읽기 앞으로 돌아가 글을 적었다.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읽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을 지탱해온 책들부터, 오늘날의 개인과 사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책들까지 빼곡한 책 편지 묶음이다. 책에 기대 삶을 목격한 고통과 기쁨을 때로 소박하게 때로 격렬하게 풀어내는 일은 은유 작가의 매력일 텐데 이 책 역시 그렇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서 내적 분투의 기록인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의 문제의식에 여전히 붙들려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상념을 첫글에서 만난다. 그 한복판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뒤 아버지가 홀로 지내시는 집의 풍경이 있다.
책뿐 아니라 영화도 중요한 순간들에 생각
씨네21 추천도서 - <해방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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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은유 지음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콘수엘로 드 생텍쥐페리 지음
<루친데> - 프리드리히 슐레겔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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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화이트 칼라>
지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주 보는 드라마다. 각 캐릭터의 사정과 상황이 현실적이면서 희망적이고, 주인공이 생각하는 방식이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 더 공감된다. 작품의 색깔이나 분위기도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질리지 않는다.
<그 해 우리는>
카리나 편하게 볼 수 있던 드라마. 로맨스가 귀여웠다.
<최강야구>
윈터 요즘 가장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야구에 한창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응원했던 선수들이 은퇴 후 다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치르고 있다. 매회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고 있다.
<노팅 힐>
닝닝 최애 영화! 최근에도 봤고, 볼 때마다 재밌고 낭만적이다.
<안나>
카리나 작품의 복선이 흥미롭고, 주인공
[LIST] 에스파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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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크론 지음 /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영화 <다이하드>에서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깨진 유리 위를 맨발로 뛰고 기관총을 피하며 50층짜리 건물의 엘리베이터 통로로 뛰어든다. 이 모든 행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영화 첫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별거 중인 아내 홀리를 되찾는 것이다. 존 맥클레인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녀가 존을 떠난 이유를 직면하게 하는 동시에 극복하게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일어난 일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일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에 있다. 흔한, 혹은 뻔한 액션영화처럼 보이는 <다이하드>에도 매력적인 이야기만이 갖는 필살기가 숨어 있다. <멋진 인생>에도 <현기증>에도 마찬가지다. <다이하드>는 잘 만들어진 복선의 사례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성공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다루는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는 12개의 챕터를 통해 어떻게 도입부를 쓰는
[리뷰]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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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부산의 한 세트장에서 촬영된 영화 <더 킹>.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검찰 세력의 협잡질, 카르텔화, 무속, 조폭 그리고 정치까지, 법을 권력으로 알고 그 위에서 국민을 내려다보려는 영화 속 검찰의 모습이 작금의 현실과 닮았다. 재개봉을 한다면 불황인 현재의 영화계에 1천만 관객을 안겨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ARCHIVE] 정치 검찰의 시대, 현실과 닮은 영화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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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왓챠 | 7부작 / 연출 김경연 / 출연 김태영, 임현수, 고도하, 박도규, 문시온, 이태형 / 공개 2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쌉쌀 고소한 기네스처럼 사랑의 고초로 청춘은 살아간다
매사에 시니컬한 정승네트워크의 이미나 대리(김태영)의 프사는 자주 바뀐다. 그녀의 프로필은 치열한 삶의 흔적이자 뜨거웠던 사랑의 흉터다. 미나는 대학 새내기 시절 군에 간 첫사랑 연우(임현수)를 하염없이 기다렸고, 자의식 과잉의 영화학도 세준(고도하)을 만나 그에게 맞추려 노력했다. 취준생 시절 스터디장 재홍(박도규)과 저가 맥주를 마시며 신세를 한탄했고, 욜로를 외치는 연하남 하준(이태형)과 대기업 출신 수혁(문시온)과 짧은 인연을 이어갔다.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풍자하며 인기를 끈 웹드라마 <좋좋소>에서 특유의 냉소적인 성격으로 사랑받은 이미나 대리의 삶을 다룬 스핀오프 드라
[OTT 추천작]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내 친구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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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8부작 / 연출 뎁스 패터슨 / 출연 파블로 슈라이버, 나타샤 매컬혼, 하예린, 보킴 우드바인 / 공개 2월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치프의 얼굴을 내보인 대가를 치러야 할 운명의 시즌
인류를 위해 코버넌트의 적진에 침투하여 유물을 구하는 데 성공한 마스터 치프(파블로 슈라이버)는 크게 다쳐 복귀한다. 실버팀은 회복 이후에도 주민들의 대피를 돕는 대민 작전에만 투입된다. 생크추어리 행성의 대피 작전 중 마스터 치프는 미복귀 병사들을 구하려 대열에서 이탈한다. 안개 속에서 코버넌트의 습격을 받지만 왜인지 그들은 치프를 살려준다. 본부로 복귀한 치프는 핼시 박사(나타샤 매컬혼)의 후임으로 부임한 애커슨 대령(조셉 모건)에게 코버넌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애커슨 대령은 그가 감정 조절기를 제거한 뒤 환영을 보고 있다고 일축하며 실버팀을 전투에서 배제한다.
전설적인 엑스박스 게임인 <헤일로>를 각색한 시리즈 <헤일로>
[OTT 리뷰] ‘헤일로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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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배우 그레이시(줄리앤 무어)는 13살 소년 조와의 불륜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레이시는 조(찰스 멜턴)와 결혼해 세 아이를 두며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영위 중이다. 이들의 가정에 후배 배우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방문한다. 엘리자베스의 차기작이 그레이시와 조의 스캔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의 주위를 맴돌며 그의 가정을 예리하게 파고들고, 안정적인 관계를 수호해왔던 그레이시와 조의 관계는 엘리자베스의 날 선 질문을 받으며 점점 균열이 인다. <메이 디셈버>는 <벨벳 골드마인> <캐롤> 등을 만들며 동시대 미국 예술영화의 중요한 이름이 된 토드 헤인스의 10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제를 돌며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완전히 사로잡는 매혹적인 드라마”(<타임>)라는 호평을 받았다. <세이프>부터 다섯 차례 토드 헤
[Coming soon] ‘메이 디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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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에선 액션 스타 리틱 로샨과 디피카 파두콘, 아닐 카푸르의 신작 <파이터>가 흥행 중이다. <탑건>을 연상시키는 인도영화 <파이터>는 2019년 일어난 실화를 모티브 삼았다. 인도와 파키스탄간 분쟁이 배경인 애국주의 액션영화로 적과의 대치 상황 속에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내용을 담는다. 흥행의 바로미터인 개봉 첫주 누적 관객수는 다소 부진해 기대를 밑돌았지만 둘째 주에 급격히 반등하며 관객 사이에 안착하고 있다. 초반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흥미롭다. 대다수가 비행을 경험해본 적 없는 인도 사람들에게 여객기 활극은 다소 생소한 소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그렇다. 물론 여객기를 경험해보았다고 ‘매버릭의 중력가속도’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파이터>가 선택한 프로모션 방식과 관객에게 소재를 안내하는 방식이 인도 영공 너머까지 유효할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반전의 흥행작
[델리] 연초에 돋보이는 발리우드 지역영화 두편 '파이터' '하누만', 중력가속도를 능가한 원숭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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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이어졌던 설 연휴 극장가에 예상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설 전에 개봉한 영화 2편(<시민덕희> <웡카>), 설 연휴를 겨냥한 한국영화 3편(<데드맨> <도그데이즈> <소풍>)과 외화 1편(<아가일>)까지 총 6편으로 꾸려졌던 연휴 대진표에 갑작스레 <건국전쟁>이 참전한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은 나흘간 23만6천명을 불러모으며 연휴간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일반 영화들에 비해 두배 높은 좌석 판매율을 보였다. 상영관을 적게 시작한 소규모 영화가 연휴 동안 긍정적인 입소문을 바탕으로 흥행에 탄력을 받은 것” 같다며 <건국전쟁>의 스코어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2월9~12일 나흘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는 1월31일에 개봉해 연휴 전날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한 <웡카>가 차지
이변의 설 연휴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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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과장을 보태) 잡지 제작 에너지의 삼 할은 실수를 바로 잡는 작업에 투입된다. 몇번을 체크해도 안 보이던 오타는 어디 숨어 있었던 건지 인쇄만 들어가면 잃어버렸던 동전마냥 데굴데굴 잘도 나온다. 오타로 인한 좌절감은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고 간혹 이름이나 제목이라도 틀리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땅이 꺼지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에게 혼쭐이 났지만 마지막엔 꼭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던 게 생각난다. 그렇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그 말이 당사자 입에서 나오면 곤란하다. 그건 염치의 문제다. 부끄러움이 없어지면 둔해지고, 둔해지면 습관이 된다. 주변에서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말에 더 창피하고 무겁게 느껴질 때까진 아직 괜찮은 거다. 스스로 괜찮다고 합리화하기 시작한 순간이야말로 진정 위험신호를 울려야 할 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화제다. 2월1일 개봉한 이 비밀스런 영화는 설 연휴 크고 작은 영
[송경원 편집장] <건국전쟁>, 믿음과 염치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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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에 태어나 1970년에 첫 장편 데뷔작 <잃어버린 면사포>를 만들고 2002년에 60번째 영화 <아리랑>을 완성한 이후까지 한국영화사에 새겨진 이두용의 시간은 너무도 길고 깊다. 그 일부의 순간이라도 붙잡아보고자 이두용 감독의 활동이 담긴 몇개의 사진을 정리했다. 그는 언제나 ‘현업 영화감독’임을 자부했던 현재형의 창작자였다.
<씨네21> 875호 ‘박력과 쾌감, 이두용 감독전’
2012년 이두용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이두용 특별전을 앞두고 <씨네21>과 만났다. 이두용 감독의 왼편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는 마치 <최후의 증인>에서 만끽했던 흑백의 콘트라스트를 보는 듯하다. 앞서 그는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서 본인을 “한물간 감독 이두용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시대별로 그 시대를 풍미하는 감독들은 따로 있다. 젊은 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영화도 분명히 있다”라고 시대의 흐름을 겸허히 언급한 바
[특집] 영화에 대한 깨우침은 언제나 “바로 지금”, 사진으로 보는 이두용의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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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그의 전성시대를 함께 지냈던 동료들, 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후세대 감독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두용 감독의 시대를 겪지 못한 영화평론가, 연구자 세대의 생각을 살피는 일이다. 과연 그들은 이두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론은 없었다. 그들의 발상은 특별한 구심점 없이 산발적이었다. 박찬욱, 류승완 등의 후배 감독들처럼 이두용을 마냥 칭송하진 않았다. 한편으론 <최후의 증인>이 걸작이란 사실이나 이두용을 향한 연구 가치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이에 동시대 평론가, 연구자의 머리에 떠도는 이두용의 파편과 미해결의 질문들을 모아봤다. 결론을 정립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다만 영화의 미지를 파헤치는 일에 욕심이 있는 이라면 <최후의 증인>을 한국영화 100선 수준이 아니라 <하녀> <서편제> 정도의 걸작 반열에 올려야 한다는 당위, 이두용의 숨겨진 걸작에 광을 내 자랑하고 싶은
[특집] 정론은 없다, 2024년에 바라본 이두용 평론가, 연구자들에게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