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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연의 시작을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의 고유림으로 알고 있다면 오산이다. 그는 2016년 우주소녀의 보나로 데뷔한 바로 그다음해에 드라마 <최고의 한방>으로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오! 삼광빌라> <조선변호사> 등 넘치는 승부욕과 성실함으로 자기 자신과 싸워가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갔고 연약해 보여도 대단히 심지가 굳은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이윽고 배우 데뷔 8년차에 드디어 작품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까지 쟁취해냈다.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김지연은 백연여고 2학년5반에 전학 온 고2 성수지 역을 맡았다. 반에서 수지는 투표로 왕따를 뽑는 ‘피라미드 게임’에서 최하위 F등급을 받아 폭력에 시달린다. 왕따 탈출뿐만 아니라 게임의 주동자를 찾아내 이 기괴한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피라미드 게임>의 성수지는 단순한 복수의 화신도 영웅도 아니다. 성수지의 복잡다단한 면모는 앞으로
[인터뷰] 나를 새롭게 발견한 시기에 들어서다, <피라미드 게임>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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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한표도 얻지 못하면 합법적 왕따가 된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25명의 백연여고 2학년5반 아이들은 왜, 무엇을 위해 이 폭력적인 게임에 순응하는 것일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달꼬냑 작가의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신예 최수이 작가가 각본을 쓰고 <성스러운 아이돌>의 박소연 감독이 연출한 학원 스릴러물이다. 전학생 성수지(김지연)는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A부터 F등급까지 아이들의 서열이 매겨지고, 표수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위치가 매번 뒤바뀌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임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지가 택한 방법은 만년 F등급 명자은(류다인)의 손을 잡는 것. 반란을 위한 이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건의 키를 쥔 배우 김지연, 류다인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피라미드 게임>은 총 10화 중 4화가 2월29일 첫 공개되며 이후 매주 목요일 2편씩
[커버] 소녀들의 전쟁, <피라미드 게임> 김지연, 류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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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주부터 극장가에 훈풍을 불러온 영화 <파묘>의 주연 이도현 배우. 내로라하는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스위트홈> 시즌1 인터뷰 때 <씨네21>과 만난 이도현 배우는 영화 작업에 대한 기대와 동경의 마음을 슬쩍 내비쳤다. GV에서 관객과 만나는 순간이 기다려진다고 했던 그의 고백이 무색하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절정의 순간을 (군 입대로 인해) 현재 입간판으로 소화 중이다. 2025년 이후 더 멋진 연기로 돌아와 관객들과 실컷 만날 수 있길!
[ARCHIVE] 배우 이도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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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의 집>
넷플릭스 | 8부작 / 연출 데이브 보일 / 출연 가쿠 겐토, 에구치 요스케, 기무라 다에, 요시오카 리호 / 공개 2월1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20년 전 연출과 20년 된 재패니즈 판타지가 만났을 때
고기를 먹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도 금지다. 한때 존경받는 닌자 가문이었던 타와라 가족의 차남 하루(가쿠 겐토)는 여전히 닌자관리국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규칙을 어긴다. 자판기 관리 일을 끝낸 밤마다 소고기덮밥을 먹으면서 단골손님인 카렌(요시오카 리호)을 향한 관심을 키워가던 어느 날, 유람선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배후에 숨은 비밀이 유서 깊은 닌자 가족을 습격해온다. <닌자의 집>은 일본의 역사·문화적 유산인 시노비를 현대 배경으로 옮겨온 언더커버 드라마다. 극 중 대사처럼 시노비를 “닌자라고 하는 건 바보나 하는 소리”지만, 북미 대중문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동양 레퍼런스인 ‘닌자’가 제목에 사용되
[OTT 추천작] ‘닌자의 집’ ‘스타워즈: 배드 배치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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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영화 / 감독 김희진 / 출연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서현우 / 공개 3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이국에서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는 비가
로기완(송중기)은 중국을 떠나온 탈북자다. 그는 어머니(김성령)를 안타까운 사고로 떠나보낸 후, 삼촌(서현우)의 도움으로 벨기에에 도착해 난민인정을 신청한다. 하지만 기완은 2월에 있을 난민 심사 전까지 잘 곳도 일할 곳도 없는 브뤼셀에서 혹독한 날씨와 인종차별을 견뎌야 한다. 어느 날 기완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벨기에 국적의 한국인 마리(최성은)를 만난다. 마리는 한때 촉망받는 사격선수였지만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방황 중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남자와 돌아갈 수 없는 여자는 점차 가까워진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가 원작이지만 <로기완>은 소설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듯한 인상이다. 소설 속 로기완은 1인칭 서술자인 방송작가 ‘나’에 의해 그려지던 객체였다.
[OTT 리뷰] '로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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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의 실력 있는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정직 명령이 떨어진다. 대기업 ‘만전’의 비리 의혹을 취재해 쓴 그의 기사가 오보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에게 한 익명의 제보자가 연락을 취해온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본인을 댓글을 통해 온라인 여론을 조장하는 댓글부대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하며 그는 합당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거짓도 진실로, 진실도 거짓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들의 말을 어디까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영화 <범죄도시2> 등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손석구가 기자 임상진을, 김성철이 명석하게 여론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 ‘찡뻤킹’을 연기한다. 임상진에게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린 익명의 제보자이자 후킹한 스토리를 짜는 작가 ‘찻탓캇’은 김동휘가
[coming soon] 댓글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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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벼랑위의 포뇨>
사람이 된 포뇨가 작은 물고기 위로 달려가면서 소스케를 바라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소스케를 위해 사람이 된 포뇨의 용기와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 포뇨 너무 귀여워!
영화 <나 홀로 집에>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온 영화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케빈, 어쩜 그렇게 똑똑할 수가! 도둑들이 케빈에게 소탕될 때 정말 쾌감이 느껴졌다. 나중에 케빈같이 똑똑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엄마 따라 같이 보는 드라마. 전 회차를 다 보진 못했지만 수민(송하윤)이 친구 남편(이이경)과 결혼하는 에피소드까지 봤다. 웹툰은 전 회차 다 봤다. (웃음) 한달음에 후루룩 읽게 되는 힘이 있다.
뉴진스 'E
[LIST] 박나은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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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를 주제로 한 한국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1편을 개봉한 2002년, 국내 영화 흥행 1위라는 성적을 거둬들인다. 이를 계기로 조폭 코미디 영화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21년이 지난 2023년,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개봉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족 코미디 영화가 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MTV>에서 상영된 시트콤을 영화화한 <이 솔리티 이디오티>는 2011년 1편을 개봉해 그해 이탈리아영화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그 로부터 12년이 지나 제작된 세 번째 작품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즈>는 시트콤 제작 단계부터 참여한 파브리지오 비조, 프란체스코 만델리, 페루초 마르티니의 주도하에 최근 이탈리아 관객을 만났다.
‘평범한 바보들’이라는 뜻의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즈>는 5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평범하지만 공감 가득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로마] 로마에 불어오는 가족 서사의 바람,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즈>, 평범하고 이상한 가족의 초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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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7일째에 310만 관객을 달성한 <파묘>의 흥행 가도에 따라 극장가 배급 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영화 소비 트렌드는 “재미가 검증된 작품을 선호”하는 새로운 관객 성향에 의해 “개봉 2주차 이후 관객 확대”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파묘>는 개봉 4일째이자 1주차 주말이었던 2월25일 하루에만 82만 관객을 모으며 이례적인 흥행 추이를 보여줬다. 이현정 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은 <파묘>의 흥행 요인 중 하나로 배급 전략을 꼽았다. “많은 분이 왜 설 연휴에 개봉하지 않았는지 물었고 지금이 전통적인 비수기는 맞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개별 영화에 맞춰 좋은 날짜를 고르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파묘>는 2월22일 개봉을 선택하며 2월15일부터 열렸던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생긴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
<파묘> 300만 돌파, 흥행 요인은?, 작품별 타깃층 및 입소문 고려한 배급 전략 유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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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은 영화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자를 넘지 못하는 한줄 평에서 굳이 미덕을 찾자면 명확한 입장과 직관적인 반응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요즘은 이마저 더 빠르게 확산시킬 통로가 널렸으니, 검증된 레거시 미디어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차별화 요소로 꼽을 수 있겠다. 물론 그 와중에도 빼어난 통찰력으로 시인처럼 한줄에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을 뽑아내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별점은 본질적으로는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을 수치화하는 모순된 작업이다.
별점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다. 데이터는 축적을 통해 위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럽게 별점의 무게는 영화 한편을 관통하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개별 평자의 축적된 감식안 쪽에 쏠린다. 일관성 있게 꾸준히 별점을 쌓아가는 평자의 별점이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론 이런 흐름이 역전되어 개별 영화에 대한 평이 아니라 그걸 잘 판별하는 평자에 대한 평가로 소비되기도 한다. <파묘>의 안과 밖을
[송경원 편집장] (<파묘> 곁에서) 별점을 파헤치다 마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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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근의 사무실에는 자신이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여해 염을 도맡은 모습이 크게 인쇄돼 걸려 있다. 그가 대외적으로 얼마나 인정받는 장의사인지 확인되는 동시에 “스스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물임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영근은 무당 화림(김고은)의 소개로 같이 이장을 진행하게 된다. 상덕이 살핀 땅 위로 화림의 굿판이 한바탕 지나가면 영근이 슬슬 자리를 정리하며 묘한 기운의 관을 차에 싣는다. 영근으로 분한 배우 유해진은 “마치 이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 하다 그 기괴하고 독특한 형태에 놀라게 만드는 심해어” 같았다며 <파묘>에 대한 인상을 생생히 전했다.
-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 사실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거나 그에 관심이 많진 않았다.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작품들을 많이 해왔고 그런 묘사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선호해온
[기획] <파묘> 배우 유해진, 베테랑, 베테랑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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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스코어가 이렇게까지 많이 든 게 처음이다. 정말 비현실적이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이튿날 200만 돌파. 데뷔작 <은교>(2012) 이후 어느덧 출연한 영화가 10편이 넘은 데뷔 11년차 배우 김고은은 지난 며칠간 <파묘>가 보여준 이례적 흥행 기세에 놀라워하며 운을 뗐다. 또래 젊은 배우 중 가장 돋보이는 표현력을 가진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알아주는 젊은 무당 화림으로 분했다. 극 중 온몸으로 신을 받들던 그에게서는 코끝을 귀엽게 찡그리던 소녀(<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도, 가난한 집의 첫째 딸(<작은 아씨들>)도, 독립군의 정보원(<영웅>)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그를 직접 만나 <파묘>와 화림, 그리고 요즘 김고은을 요모조모 파헤쳐보았다.
* 인터뷰에 <파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흥행 가운데 화림과 봉길(이도현)의 관계에 관한 관심이 특히 뜨겁다. 둘이
[기획] <파묘> 배우 김고은, '신을 받들게 된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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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20여년 전부터 연기란 신내림처럼 자기의 몸 전체에 영혼을 집어넣는 과정이라고 설파해왔다. 최민식에 따르면 연기는 “촬영 전까지 인물의 내외면을 분석해 감독과 충분한 상의를 거친 후” 크랭크인을 하는 순간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게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돼 ‘굿 한판’을 벌이는 일”이다. 그런 그가 굿과 풍수의 신명으로 가득한 오컬트 영화 <파묘>로 돌아왔다. 그가 분한 베테랑 풍수사 김상덕은 돈을 많이 준다는 소식에 파묘에 돌입하는 속물이지만, 묏자리에 얽힌 저주를 파악한 순간 물러서지 않고 악귀를 제거하는 작업에 뛰어든다. 상덕의 호는 호랑이의 눈, ‘호안’(虎眼)이다. 그 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최민식 또한 김상덕의 시선에 유의하며 풍수사의 영혼을 입어갔다.
*인터뷰에 <파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영화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굿의 종류나 풍수 용어가 다수 등장한다. 풍수사 상덕이 전문성을 보이는 여러 개념들을 어떻게 체화
[기획] <파묘> 배우 최민식, 땅 파먹고 산 사람의 깊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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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쌓은 장재현이란 브랜드는 <파묘>의 초기 흥행을 견인했다. <파묘>는 다시 한번 평단과 대중에 장재현의 이름을 각인하고 있다. 하지만 각인이란 양날의 검이다. <파묘>의 오컬트 요소는 “장재현 감독답다”라는 너른 호응을 부를 수도 있지만, 전작의 연장선에서만 해석될 위험성도 있다. 그렇기에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려는 태도”로 만들었고 결과물로 증명했다. <파묘>가 보여준 직진의 서사와 ‘험한 것’의 돌출적인 등장, 풍수사와 같은 새로운 직군의 존재감은 취향의 호오를 떠나 장재현식 세계관의 새 영역을 열었다. 한 감독이 주조한 고집과 변주의 삽질에서 <파묘>가 불쑥 드러났다.
* 인터뷰에 <파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파묘>의 첫 부분은 화림(김고은)과 상덕(최민식)의 내레이션이다. 무당이란 직업이
[기획] <파묘> 장재현 감독,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