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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강풀 작가의 연재로 시작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집필작 <조명가게>가 드디어 공개됐다. 어둡고 비밀스러운 골목길의 끝, 원영(주지훈)의 조명가게만이 유일하게 빛을 내뿜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이곳으로 드물게 손님이 찾아오지만 그중에는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운 존재가 뒤섞여 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묘하고 낯선 행색에 극은 공포스럽고 긴장감 높은 장르적 해상도를 높인다. <무빙>에서 정원고등학교 최일환 선생님으로 분투했던 배우 김희원이 첫 시리즈 연출자로서 <조명가게>를 이끌었다. 강풀 작가의 온화한 휴머니즘 스토리와 김희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새로운 공식으로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 조명가게 주인장 원영 역의 주지훈, 중환자병동 간호사 영지 역의 박보영, 떠돌아다니는 미스터리한 여자 지영 역의 김설현, 퇴근길마다 지영을 마
[커버] 당신도 어둠 속에서 빛을 찾나요?, <조명가게>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엄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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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듀이카에 진학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윤정은 전직 군인으로 장교로 7년 근무 후 대위로 전역하고 입학했다. 영화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지만 석사까지 공부해 기반을 다진 다음에 영화 현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곳에 진학하는 것이 대학원 진학이나 편입에 제대로 도움을 줄 듯했다. 커리큘럼도 연출이나 제작, 연기까지 배울 기회를 주어서 학생이 기본기를 다지기에 괜찮아 보였다.
정승원 다른 4년제 영화과 대학교를 자퇴하고 심적으로 방황하던 차에 입학했다. 듀이카라면 내 진로를 조금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 전공 생활을 하면서 어떤 기대가 충족되었고, 어떤 점이 새로웠는가.
윤정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학우와 교수는 물론 영화 스태프를 많이 만날 기회를 얻었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늘었고, 포트폴리오를 성실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가 훨씬 든든하다.
[인터뷰] ‘내가 한 차례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윤정은, 정승원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 24학번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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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은 커리큘럼이 실습 중심으로 짜여 있다. 5학기 안에 연출과 제작, 음향 등을 고루 배울 수 있다. 자랑할 만한 과목을 하나 소개해준다면.
워크숍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는 모든 학생이 연출, 제작, 편집, 촬영, 시나리오, 기획, 미술, 연기 등을 한번씩 경험하도록 지도한다. 커리큘럼대로라면 학생들은 재학 중 3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 실기 60%, 면접 40%를 합산해 학생을 선발한다. 실기 전형에서 감상문 쓰기와 자유연기를 본다고 했는데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심사하나.
영화영상제작 트랙의 경우 감상문에 녹아든 영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중점에 둔다. 연기 트랙의 경우에는 기본기를 중점에 두지만 기본기가 없을 경우 표현하는 데에 자신이 있는지를 본다. 학생에게 열정이 보인다면 웬만하면 다 포용하려고 하고 있다.
- 학생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제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알려주려고 한다. 국
[인터뷰] ‘꼼꼼한 지도로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김재영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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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DUICA(듀이카)는 내년에 설립 50주년을 맞이한다. 듀이카는 동국대학교 핵심역량교육원(Dongguk University Institute for Core Ability)의 약칭으로, 2021년에 새로운 시대의 핵심 인재들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기관을 목표로 지은 이름이다. 듀이카는 현재 영화학, 경영학, 컴퓨터공학, 멀티미디어학, 행정학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9개의 전공과 17개의 세부 트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전공에서 고교 내신과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100%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4년제 학사과정보다 빠르게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듀이카 영화학 전공은 영화영상제작과 연기라는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 졸업 후 어떤 촬영 현장에 가더라도 학생이 자신의 역량과 개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다. 5학기제로 운영되는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에서는 연출은 물론 연기, 기획, 편집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가르친다. 실습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 학생 하나하나를 섬세히 살피며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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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이버대학교 자유전공은 마이크로디그리대학 내의 유일한 전공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단과대학과 함께 전공을 소개해준다면.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라는 건 소학위 과정이다. 파트별로 지정된 최소 학점을 이수하면 작은 학위를 딸 수 있다. 예컨대 AI융합대학 추천 과정에서 3학점짜리 수업을 3개 듣고 최소 학점인 9학점을 맞추면 학위가 나온다. 자유전공은 기초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한 학과라고 정의하고 싶다. 지금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시작할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그래서 입학하면 2학년 1학기까지 공학, 디자인, 문화예술, 사회복지 등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게 한다. 이후 가장 흥미를 느낀 학문을 선택해서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준다고 알고 있다.
인생의 전체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CU 진로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뷰] ‘인생의 방향을 설계하는 교육’, 김윤정 서울사이버대학교 자유전공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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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이버대학교 요가명상학과는 요가와 명상을 학문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호기심을 느낄 학과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요가와 명상 하면 신체적인 요소를 쉽게 떠올리지만 두 분야 모두 글로 읽고 펜으로 써야 하는 두터운 학문이다. 그만큼 커리큘럼에 다양한 이론 강좌를 포함했다. 요가와 명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에 이르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과목들이다. 예컨대 ‘아유르베다’ 수업은 인도 전통의학의 기본 이론과 실천법, 웰니스를 실천할 수 있는 기초 지식까지 제공한다. 요즘 자주 쓰이는 마음챙김도 오랫동안 계승되어온 학문이다. 마음챙김명상입문, 마음챙김치유법통론 등의 강좌를 통해 전통적인 체계를 익힐 수 있다. 이론적 지식을 쌓으면서 요가와 명상을 한다면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 신설 학과인 만큼 교수진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석좌교수님들을 학과에 초빙했다. 요가 분야에서는 이거
[인터뷰] ‘각 분야의 권위 있는 교수진 꾸렸다’, 이민영 서울사이버대학교 요가명상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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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이버대학교의 시작인 서울사이버대학교는 2001년 개교 이래 온라인 평생교육의 확장을 선도해왔다. 교육부가 2007년부터 진행 중인 사이버대학교 공식 평가에서 모두 최우수·A등급을 획득하였으며, 사이버대학교 최초로 정부의 원격대학 교육혁신 지원사업에 2회 연속 선정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2주기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은 다년간 축적한 원격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소외계층 원격교육 활성화 모델을 개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최신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런 노력으로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사이버대학교 중 최근 5년 연속 가장 많은 신입생이 입학했다(2020~2024 대학알리미).
서울사이버대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버나디노(CSUSB)와 온라인 복수학위 협약을 체결하면서 최초의 기록을 다시금 세웠다. 이 협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라인 복수학위 취득 프로그램으로 서울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대학에서 2년, CSUSB에서 2
[서울사이버대학교 자유전공, 요가명상학과] AI기술을 앞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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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낯섦’이다. 낯선 이, 초행길, 그리고 그 속에서 낯선 모습의 나. 무엇이든 쉽게 예측할 수 없고, 계속해서 퍼즐을 맞춰가는 길이 지겹지가 않다. 또 어떨 때는 모르기 때문에 더욱 용기가 생긴다. 이는 자아가 흐릿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행자의 신분으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리고 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나’는 꼭 ‘나’일 필요가 없어진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더 추구하는 이유는, 뭐든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라든지, 모르는 사람과 몇 시간이건 수다를 떠는 일들이 있다. 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남은 생에서도 마주치지 않을 사람들)을 넋 놓고 바라보는 일을 할 때면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빨리 흘러간다. 그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내 멋대로 만든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높은 하이힐을 신고 뛰다가 지하철을 놓쳐버렸다.
[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영원한 그림자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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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8일 <26년> 현장.
바야흐로 각자도생, 사적 복수의 시대다. 미디어를 보면 후련한 복수와 징벌로 넘쳐난다. 왜? 현실은 불의로 가득하니까. 지난 2년6개월 동안 우리는 누가 핸들을 쥐느냐에 따라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불의는 계속 곪아 끝내 치유되지 못한다. 현재진행형의 상처 앞에서 영화는 상상력을 발휘해 연고를 바른다. 강풀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26년>은 아물어 흉터가 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역사의 상처 앞에 사적제재를 단행했다. 후련하지만 씁쓸하다. 이제 사적 복수의 상상력을 스크린에선 그만 보고 싶다. 시민이 억울함에 무기를 들지 않도록, 공적인 정의가 바로 설 시기다.
[archive] 용산에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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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유명 남자배우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당연한 말을 하고 박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그 당연한 말을 토크쇼나 유튜브 채널이 아닌 영화인들의 축제 자리에서 비장하게 내뱉기까지 자신의 아이임에도 책임지지 않았던 무대 뒤 수많은 남성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어차피 결혼으로 묶인 남녀 중 자녀양육에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방해가 되는 쪽이 남편이라면 남편이 아니면서 자녀에게 책임을 지는 아버지가 차라리 낫다는 논리도 같은 현실을 전제로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현실을 살고 있는 걸까. 직접 출산과 양육을 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에 대해 이미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들보다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만 했을 뿐인 남성이 ‘비혼출산’의 선구자가 되고 있는 현실에 나는 오늘도 어리둥절하다.
이 어리둥절함이 낯설지 않아 기억을 더듬다가 <그 남자에겐 1,000명의 자식이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고 말았다. 다큐멘터리에는 아이를 낳고 키
[임소연의 클로징] 그 남자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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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경희대학교 프랑스어학과 교수
때로 우리는 영화의 공간에서 춤을 발견한다. 우선 뮤지컬영화처럼 고양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춤을 빌리는 영화가 있다. 뮤지컬영화 속 배우의 신체는 ‘표현’하는 신체다. 이들은 전개되는 이야기의 몇몇 순간 일상적 몸짓을 멈추고, 솔로이든 그룹이든 리듬에 맞춰 ‘안무된’ 몸짓을 연기한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혹은 양식화된 결투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뮤지컬영화 속 춤이란 사건과 심정을 표현하는 노래와 짝을 이루어 등장하는 무엇이다. 반면 노래를 빌리지 않고 춤, 곧 몸의 언어를 통해 직접 사건의 추이와 심정을 표현하는 춤의 영화도 있다. 스페인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이 만든 <피의 결혼식> <카르멘> <마법사를 사랑하라>와 같은 플라멩코 3부작 같은 영화를 예로 들 수 있다. 뮤지컬영화나 춤영화처럼 춤을 빌리고 인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영화는 춤과 관계를 맺는다. 많은 장르영화가 극단, 무용단, 공연,
[이나라의 누구의 예술도 아닌 영화]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영화와 춤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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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Resume: 이전 플레이 지점에서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8년 전, 모아나와 마우이가 작별할 때 “빠이~ 안녕~” 대신 “또 만나”라고 인사를 건넨 건 이들의 여정이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흘렸다. 기실 그대로 영영 작별하고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모아나와 마우이의 합이 꽤 근사했다. 낭만적인 사랑이 빠진 자리에는 끈끈한 전우애가 들어섰다. 속편은 전작의 인기에 기반하는 만큼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엇을 유지했고, 무엇을 바꾸었고, 무엇을 발전시켰는지…. 대응하는 각도를 조금 바꾸면 새로운 감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모아나2>를 통해 오히려 전작 <모아나>에서 놓쳤던 점을 조명할 수 있지 않을까?
<모아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어필했다. 린마누엘 미란다의 존재감이 컸다(그래서 <모아나2>에서 그의 이름이 빠졌을 때 맥 빠져 하는 반응도 나왔다). 뮤지컬 넘버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는지, “노
[비평] 레디 플레이어 모아나: 게임 시네마틱을 닮아가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모아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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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모녀 관계인 박수남 감독과 박마의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모녀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두 사람의 협업 자체에 의문을 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랫동안 재일조선인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박수남 감독은 황반부 변성증을 앓아 시력을 거의 잃게 된 데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무렵에는 뇌경색까지 겹쳐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박수남의 신체 곤경은 잠재된 필름을 되살려야 하는 충분하고도 절박한 이유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박수남의 여정을 함께하며 활동을 도와온 박마의의 역할이 강화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느껴진다.
오랫동안 방치된 필름을 꺼내 확인하면서 박마의가 질문하면 박수남이 이에 답하거나 박수남이 먼저 소리로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차리는 방식으로, 두 사람은 촬영본을 일일이 확인하며 작업한다. 다만 협업이 강렬한 불화로 시작된다는 점은 예사로 넘겨지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가족 이야기를 담을 때, 갈등을 전면화하는
[비평] 기억의 육화, 육체의 산화, <되살아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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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쉬워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밉다’, ‘아프다’, ‘서럽다’ 같은 관습적인 비애의 표현들이 그렇다. “네가 미워.” 네 음절 뒤엔 분명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당혹감을 누르고 안을 파고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은 동시에 너무나 완전하게 들린다. 파고들 층도 겹도 없을 것 같은 혼자 내린 결론처럼. “내가 밉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파고들지 못한 진의의 자리엔 다분히 의도적인 오해들이 쌓인다. 마침내 말은 품은 뜻을 다 전하지 못한 채 너와 내가 공정하게 상처를 주고받아야 마땅한 시소게임의 받침대로 전락하고 만다.
4년 전 화사의 <마리아>를 들었을 때 나는 곧장 그 곡을 내 시소의 받침으로 삼았다. 디바가 세상에 받은 설움과 상처를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하는 노래가 또 있었나. 나는 그 분명한 말들이 모여 만들 맥락을 가늠하기도 전에 시소의 반대편에 화사를 앉혔다. 그러고는 온몸의 무게를 자리에 실어 앉으며 신경질적으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서러워도 어쩌겠어, <마리아> (화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