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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촬영이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 계획 밖의 상황들이 때로는 감흥 넘치는 우연의 순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섯명의 촬영감독에게 각자의 현장에서 겪었던 그 감흥의 순간을 물었다.
<청설> 강민우 촬영감독
“영화의 시나리오상 수영장에서 촬영된 장면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배우가 물속에 옷을 입고 들어가는 장면도 찍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카메라가 배우와 함께 고스란히 그 장면 안에 머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직접 아크릴로 큰 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 카메라를 넣은 후, 부력으로 물 위에 둥둥 뜬 박스를 손으로 들고 찍었다. 배우들과 같이 걷고 수영하면서. 테스트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과 수영장에서 같이 논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찍었는데 잘 담긴 것 같다. 사전에 동선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찍은 장면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도 있었지만, 카메라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를 원했는데 잘 구현됐다.”
예상외의 한컷 - 촬영감독들이 뽑은 계획 밖의 좋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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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촬영의 길로 들어선 이형빈 촬영감독은 어느새 경력 20년차의 촬영감독이 됐다. 열악한 2000년대 초반의 독립영화계부터,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그의 역량은 올해 좋은 성적을 낸 <시민덕희>란 결과물로 종합됐다. 많은 대화와 전화 장면 등 정적인 화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한시도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이형빈 촬영감독의 갖가지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 2시간가량의 영화는 끊이지 않는 동적인 리듬으로 완성됐다.
- 영화 촬영에 입문한 과정은.
원래는 영화 전공과 무관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관심이 있어 친구와 맨날 비디오만 엄청나게 빌려서 보다가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지원했다. 그런데 낙방했다. 바로 군대로 갔다. (웃음) 군대에 가서도 <씨네21>을 구독하면서 영화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고, 전역 후에 부모님 몰래 복학을 하지 않고 등록금을 챙겨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찾
[인터뷰] ‘관객이 지루할 틈 없이’, <시민덕희> 이형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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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촬영상의 주인은 <세기말의 사랑>의 박 로드리고 세희 촬영감독이다. 그는 다큐멘터리와 미디어아트의 영역까지 종횡무진하는 팔방미인이자 길 위에서 끝없는 배움을 찾는 여행자이며 심지어 여행 산문 두권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더 값진 경험을 위한 여행의 기술을 슬그머니 묻자 그는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구분 짓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질적인 영상 장르의 문법도, 여행자와 촬영감독의 삶도 그는 구획이 아닌 통섭의 관계로 인식한다. 세계를 갈라놓는 것만 같던 <세기말의 사랑>의 흑백과 컬러, 그 경계를 자신으로서 유유히 횡단하던 영미(이유영)의 모습처럼.
- <세기말의 사랑>으로 제44회 영평상 촬영상을 받았다.
평소 주변 영화인들에게 아쉬운 결과에 너무 슬퍼하지도, 그렇다고 수상에 너무 크게 기뻐하지도 말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 상을 받았을 때 침착하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웃음
[인터뷰] ‘총천연색이 난무하도록’, <세기말의 사랑> 박 로드리고 세희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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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을 본 관객 누구나 품는 질문은 ‘이걸 어떻게 찍었을까?’일 것이다. 인파가 붐비는 낮의 종로 일대, 남자(하성국)와 여자(이명하)의 긴 산책을 찍은 1부 ‘달팽이’, 야밤의 광화문 근처를 걷는 남녀가 등장하는 2부 ‘서울극장’, 좁은 차 내부와 술집 그리고 다시 광화문 인근의 모습을 담은 3부 ‘소우’까지 일전의 독립영화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서울의 이미지와 아스라한 질감이 <미망>을 채우기 때문이다. 이는 김진형 촬영감독의 역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주로 독립영화 위주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학부를 이수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에서 촬영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몇편의 경력을 쌓았다. 사수였던 이진근 촬영감독님을 따라다니다가 <아워 미드나잇> <말아>와 같이 소수의 크루로 함께한 작품을 맡게 됐었고, <미망> 역시 동문인 김태양 감독님과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분위기로 진행하
[인터뷰] ‘공간의 정서, 화면의 위계’, <미망> 김진형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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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언제나 영화의 눈이었다. 인물을 바라보고, 세계를 조망하며, 정서를 포착하는 통로는 줄곧 시각의 영역이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는 영화의 코가 되고 손이 되어, 향을 느끼고 열감을 전달한다.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는 유려한 빛만큼이나 인물들의 정서가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영화의 눈을 자처한 김지룡 촬영감독의 카메라에는 네 여성이 머물던 시공간의 온도와 질감이 담겨 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의 눈이 무엇을 바라보았는지 묻는 질문에 김지룡 촬영감독은 풍경마다 깃든 어떤 냄새를 감지했다고 답했다. 창틈으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볕에도 향이 있다고 말하던 김지룡 촬영감독이 이미지를 감각하는 법이 실로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 촬영감독의 길로 들어선 배경은.
어릴 적부터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미대 진학을 희망했다. 부모님과 적당히 타협해 공업디자인과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이후에는 영상디자인과로 진학했다. 당시 교수님들이 광고계 종사자셔서
[인터뷰] ‘우리가 눈으로 밤을 마주하듯’, <딸에 대하여> 김지룡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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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은 보는 영화다. 부연하자면 잘 들여다봐야 하는 영화다. 인물들은 수어로, 표정으로, 마음으로 소통한다. 겉보기엔 연약해 보일지언정 단단한 잠재력과 내면을 지닌 청춘들에게서 발견되는 미세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가 <청설>이다.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 칭하는 강민우 촬영감독은 영화의 장면들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지켜본 목격자이자 이를 카메라에 담아 스크린에 펼쳐놓은 전달자이다.
- <청설> 개봉 후 근황은 어떤가.
넷플릭스 시리즈 <사마귀> 촬영차 평택에 와 있다. 원래 야외촬영을 할 예정이었는데 폭설 때문에 취소될 것 같다.
- <판소리 복서>(2019), <앵커>(2022), <킬링 로맨스>(2023)와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2022)를 촬영했다. 예전에는 직접 연출을 하기도 했는데, 본격적으로 촬영감독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
영화 동호회에서 영
[인터뷰] ‘청춘의 유한함을 바라본다는’, <청설> 강민우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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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미지는 영화의 세계관을 다른 감각으로 전달한다.”(김지룡 촬영감독) 영화 매체의 여러 격변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영화가 카메라로 찍는 영상이란 점이다. 현실의 조각을 잘라낸 이미지, 그 한톨의 이미지들이 모여 영화란 세계를 만든다. <씨네21>이 이 세계의 중요한 구축자인 다섯명의 촬영감독을 만났다. 그간 독립영화와 상업영화계를 아우르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줬고, 특히 올해 탁월한 결과물을 통해 역량을 증명했으나 아직 <씨네21>이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촬영감독들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청설>의 강민우 촬영감독, <딸에 대하여>의 김지룡 촬영감독, <미망>의 김진형 촬영감독, <세기말의 사랑>의 박 로드리고 세희 촬영감독, <시민덕희>의 이형빈 촬영감독이 그들이다. 각자의 촬영 철학을 지니고 현장에 나가 카메라를 드는 그들의 목소리는 초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상처럼 또렷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특집] 주목해야 할 다섯명의 촬영감독, <청설> 강민우, <딸에 대하여> 김지룡, <미망> 김진형, <세기말의 사랑> 박 로드리고 세희, <시민 덕희> 이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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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인 원정빌라의 주민들은 재개발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인 주현(이현우)은 주민들과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만들며 적극적으로 이 일에 동참한다. 주현을 괴롭히는 이웃 신혜(문정희)가 사이비 이단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며 둘의 갈등은 더 악화된다. <원정빌라>는 사이비종교에 포섭된 빌라 주민들과 맞서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영화다. 영화는 화재 현장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은 도망치려 하고 신혜는 이들 뒤에서 칼을 들고 있다. 이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영화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신혜 역을 맡은 문정희의 연기다. 문정희는 전과는 다른 눈빛과 분위기를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 초청되었고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리뷰] 돈에 눈이 멀고 마음이 흔들릴 때 제일 먼저 찾아오는 것, <원정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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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조차 힘든 공기질, 와르르 무너진 경제 기반, 집 천장에 얹혀살며 생명만 근근이 유지하는 청년들. 완전한 디스토피아의 무대인 어느 도시에 청년 신동(김대건)이 지내고 있다. 여기서 큰 욕심 없이 일상을 살아가던 그에게 집에서 곧 나가 달라는 집주인의 비보가 날아온다. 이에 신동은 집 화장실에 세입자를 들이는 ‘월월세’ 전략을 펼쳐 대응한다. 그런데 월월세로 들어온 신혼부부가 무언가 기묘하다. 자꾸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 방 안에서 사라지는 물건들…. 신동은 날이 갈수록 모종의 공포감에 빠져든다. 다분히 서울의 근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대도시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호러 장르의 문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흑백 화면에 양식적인 촬영 구도, 과잉된 캐릭터들로 작위적인 공포감과 희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신동이 겪는 주거난과 기후 오염, 청년 실업의 비극이 우리의 현실과 직결된다는 불안감이 관객의 마음을 깊이 습격한다.
[리뷰] 디스토피아는 지금 서울의 다른 말,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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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앉아 있거나 사색하는 사람들로 각인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20세기 미국 도심 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평을 받으며 오늘날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호퍼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담아낸 영화 <에드워드 호퍼>는 어린 시절 남달랐던 가정환경부터 삽화가로 시작해 화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아내이자 조력자인 조세핀 니비슨과의 복잡한 관계를 아우르며 화가 호퍼, 인간 호퍼를 탐구한다. 호퍼의 화풍에서 느껴지는 절제미와 단순미를 닮은 담백한 연출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로, 영화 <위플래쉬>의 주역 J. K. 시먼스가 극 중 에드워드 호퍼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퍼 개인전을 방문했던 관객에겐 더 큰 감흥을, 놓쳤던 관객에겐 새로운 기쁨을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푸른 저녁>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철길 옆의 집> 등 호퍼의 그림 80점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
[리뷰] 빛과 어둠, 소외와 소통, 궤적을 좇다, <에드워드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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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미니와 베르니니. 완벽을 위한 도전>은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예술을 대표하는 두 건축가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프란체스코 보로미니와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삶과 예술 세계를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동시대를 살았던 두 천재 예술가의 복잡한 관계와 굴곡진 생애를 드라마타이즈한다. 배경, 환경, 성격, 스타일 등 많은 면에서 달랐으나 치열한 예술혼과 천재성은 비견할 만했던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감정이 연극풍 재연 장면을 통해 그려진다. 당대 문화, 예술, 역사 등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세세한 설명도 더해져 있다. 무엇보다 두 예술가의 경이로운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바로크건축 기행을 하는 듯한 영상미가 몰입감을 한층 높인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의 조반니 트로일로 감독의 작품이다.
[리뷰] 한 시대, 두 세계의 아름다움을 맛보다,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완벽을 위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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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공연 기획자로 명성이 높은 음악 프로듀서 존 브라우어가 다시금 큰일을 계획 중이다. 토론토에서 성대한 로큰롤 축제를 열기로 한 것. 뛰어난 협상가인 그는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도어스, 보 디들리 그리고 존 레넌과 오노 요코까지 한 무대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 <리바이벌 69’>는 1969년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 페스티벌의 시작부터 끝까지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토론토 문화계에 상징적인 사건으로까지 기록된 록 축제가 얼마나 많은 관계자의 공력과 약간의 운이 합쳐져 성사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인물들의 육성과 스타들의 공연 영상을 풍부하게 사용해 생생함이 흐르며 지루할 수 있는 섭외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해 재미를 극대화했다. 후반부에 비중 있게 다뤄지는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합동공연 비화가 궤도에서 이탈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흥미진진한 전개가 결말의 재미를 책임진다.
[리뷰] 음악을 집어삼킨 쏠쏠한 사연들, <리바이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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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순간, 변화는 시작됐다.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는 BTS의 리더 RM이 두 번째 솔로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을 제작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극 중 RM은 현재까지 자신이 이룬 것에 안주하기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틀 밖으로 나오길 시도한다.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앨범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RM은 고민과 불안을 주저 없이 내보인다. 매체를 통해 접해 온 것과는 또 다른 일면의 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RM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하고 싶던 이야기를 발견해간다.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가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제작기이자 RM 스스로에 대한 탐구기로 변모하는 대목이다. 다큐멘터리엔 함께 앨범을 작업한 동료 아티스들의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이들의 말은 RM의 과거를 가늠하는 동시에 그의 다음 여정을 궁금하게
[리뷰] 아티스트의 전환점을 목도한 순간,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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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점호마다 따뜻하게 재소자를 맞이하는 교도관 에바(시세 바베트 크누센)는 삭막한 교도소에서도 상냥함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던 에바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온다. 그녀의 교도소에 아들을 죽인 살인자 미켈(세바스티안 불)이 이감된 것이다. 에바는 미켈과 얽힌 관계를 숨긴 채 그가 수감된 중앙동으로 자진하여 근무지를 옮긴다. <더 길티>로 한정된 공간에서 탁월한 서스펜스를 직조했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 이어 밀실의 딜레마가 반복된다. 다만 여기서의 밀실은 감옥이 아닌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 동거를 택한 주인공의 심리적 고립 상태다. 교도관의 직업윤리와 모성애의 애통함이 뒤엉킨 에바의 내적갈등은 건조한 교도소의 외벽과 좁은 화면비 안에서 자신을 가두는 감옥처럼 그려진다. 구원과 속죄, 복수와 존엄을 둘러싼 고뇌가 깃든 시세 바베트 크누센의 옆얼굴이 오래도록 기억될 영화다.
[리뷰] 복수와 구원 사이를 오간 자발적 투옥의 얼굴, <아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