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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직선으로 내리쬐는 작은 시골 마을. 함구증 증세를 보이는 초등학생 오노다 아키는 다른 친구들과 쉬이 섞이지 못한다. 어느 날 같은 반 소부에 료, 이노하라 유타와 장난스레 뒤섞이다가 고슴도치 같기도, 강아지 같기도 한 후레루를 마주한다. 후레루는 예부터 섬마을에 전해내려온 전설의 동물. 후레루만 있으면 사람들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전할 수 있다. 텔레파시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세 친구는 허물없이 빠르게 가까워졌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의 단층이 탄탄해졌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각기 다른 관심사와 취향이 생겨도 세 친구는 여전히 하나다.
그리고 이제 스무살. 섬마을을 떠나 도쿄에 상경한 이들은 기울어져가는 주택을 개조하여 함께 살아간다. 월셋집은 대도시를 부유하는 젊은이를 불안하게 하지만 내가 너고 네가 나 같은 단짝들은 동고동락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그리고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귀여운 후레루. 신비로운 의사소통 능력을 지닌
[리뷰] 인생에 불순물이 좀 섞여줘야 면역력도 커지는 법이지, <후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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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호랑이>는 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가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다. <한국일보> 기자였던 그는 언론사를 나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지상파 방송국 미니시리즈와 주말연속극 등을 만들어왔다. 드라마를 고집하던 그가 비로소 영화를 구상한 때는 2014년 4월. “그해 우리 아들도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아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자기 친구들이 죽었다고 여기더라.” 쪽빛 손수건을 움켜쥔 윤순환 대표가 읊조렸다. “지금도 진상이 완벽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 한명의 어른으로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이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청계광장 집회에서 눈물을 쏟으며 한 생각이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김탁환 작가가 쓴 소설 <거짓말이다>의 “압도적인 도입부”에 반해 판권을 사고, 각색을 거쳐 영화로 완성하기까지 걸
[인터뷰] 슬픔을 뛰어넘는 힘, <바다호랑이> 제작한 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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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검은 세트. 수십명의 배우가 일상복 차림으로 모여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한편의 영화를 작업하리라는 안내 직후 감독이 한 남자를 소개한다. “여기 우리 주인공 역할을 맡을 배우가 계시네요.” 등을 보이고 있던 이지훈이 카메라를 향해 돌아선다. 그가 <바다호랑이>의 나경수로 불리는 첫 순간이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나경수, 즉 세월호 실종자들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 고 김관홍을 모델로 한 인물에게 접속한다. 2014년 4월 이후 각인된 국민 공통의 트라우마를 가진 채로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환상 속 미래를 오가며 타인이 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끊임없이 상상하는 것. ‘내가 그였다면… 내가 그였다면….’ 배우 이지훈은 자신을 투명하게 만든 뒤 그날의 바다를 비춤으로써 영화 <롤러코스터> 속 코믹한 단발머리 안과 의사로 자신을 회자하는 관객의 기억마저 덮었다.
- 정윤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전달했다고.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건데, 실은 감독
[인터뷰] 갈증, 바다를 만나다, <바다호랑이> 배우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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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호랑이>에는 여백이 많다. 포스터에는 바다가 있지만 화면에는 물 한 방울 없다. 운전하는 배우의 손에는 핸들이 없다. 차체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물질적 제약에서 비롯된 창조적 몸짓들이다. 영화가 기댄 실화, 그를 바탕으로 쓰인 원작을 감안했을 때 ‘없음’을 끌어안는 동작은 그 자체로 윤리적 선택이 된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라남도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희생자 시신을 수습한 고 김관홍 잠수사를 기억하는 작품이다. 원작은 팟캐스트 제작진으로서 김관홍 잠수사를 처음 만난 김탁환 작가가 쓴 소설 <거짓말이다>. 그 제목은 생전 김관홍 잠수사가 자주 되뇌던 말이라고 한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이들이 그를 괴롭게 했기 때문에.
영화는 그 가시 같은 탄식을 뒤로하고 김탁환 작가가 김관홍 잠수사에게 붙였던 별명을 소환했다. 바다를 일터로 삼은 한 가족의 아버지는 호랑이처럼 묵직한 걸음
[기획] 눈물이 차오를 때마다 바다에 물었다 - <바다호랑이>의 배우 이지훈, 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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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합창부장 양원대(최우성)는 만만한 노세훈(윤현수)에게 후보를 제안했다가 뒤통수를 맞는다. 등록 직전 곽상현(이정식)의 캠프에 합류한 세훈의 배신을 뒤로한 채 원대는 학교의 마당발인 박지훈(이봉준), 영진고의 첫사랑 하유경(김지우)과 손을 잡는다. 정치드라마의 생명은 두 후보간의 팽팽한 호각지세에 있다. 넘치는 부와 파격적인 캠페인으로 무장한 상현의 캠프에 맞서는 양원대 캠프의 전략은 정공법이다. 우직함과 두터운 신망을 등에 업고 익숙함을 무기로 내세운 양원대 캠프는 선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인다. <러닝메이트> 속 불꽃 튀는 라이벌 구도는 인터뷰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맞은편에서 상현의 캠프가 박장대소를 하자 양원대 캠프의 세 배우는 이에 질세라 더 크게 웃음꽃을 피웠다.
- 선거캠프 특유의 팀워크가 돋보인 촬영 현장이다. <러닝메이트>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소개해달라. 시나리오를 읽고 마주한 인물은 어떤 인상이었나.
[인터뷰] 자연스러운 리더십의 팀, 배우 최우성 이봉준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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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훈(윤현수)의 갈등 끝에 최종 러닝메이트 멤버를 완성한 곽상현(이정식) 캠프는 상대 후보가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장점을 화려하게 펼쳐낸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곳저곳에서 쏟아지는 환호와 인사, 고급 초콜릿과 값비싼 선거복 유세, 휘황찬란한 생일 파티에서의 깜짝 홍보까지. 좌중을 압도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상현은 부지런히 영토를 확장한다. 게다가 학생들의 관심(혹은 망신살)을 한몸에 받는 노세훈과 모든 상황을 재빠르게 포착하고 판단하는 전교 1등 윤정희(홍화연)까지 합류하면서 곽상현 캠프는 순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앞으로 빠르게 나아간다. 어떤 것도 곽상현 사단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던 그때, 보이스피싱 사건을 막은 상대 후보 양원대(최우성)가 용감한 시민상을 받으면서 모든 민심은 한쪽으로 급격히 몰리기 시작한다. 10대 청소년 특유의 순수한 진심, 질투와 폭주,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야욕을 재료 삼은 곽상현 캠프는 기우뚱거리는 삼인사각 달리기 속에서 마지막 결승선까지
[인터뷰] 친구와 함께 주도적으로 끈끈하게, 배우 윤현수 이정식 홍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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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영진고등학교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실시된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건 바로 합창부장과 전교부회장을 겸하며 행정 경력을 쌓은 양원대(최우성). 그의 독보적 질주에 제동을 건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물, 지역구 핵인싸이자 걸어다니는 인간 부티크 곽상현(이정식)이다. 그리고 불꽃 튀는 양원대와 곽상현 사이, 노세훈(윤현수)이 있다. 불의의 사건으로 망신살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던 그는 양대산맥 사이에서 누구의 러닝메이트가 될지, 그간 해본 적 없는 우아하고 고고한 고민을 시작한다. 학내에서 나뉜 첨예한 정치 싸움은 전략적이고 극렬하게, 유쾌하고 생기발랄하게 이어진다. 이제는 두 캠프의 뜨거운 경쟁만이 남았다. 부회장 후보 노세훈, 윤정희(홍화연)를 날개에 단 곽상현 캠프, 부회장 후보 박지훈(이봉준), 하유경(김지우)과 함께 선봉에 선 양원대 캠프. 과연 누가 학교 전체를 통솔할 권력을 지닐 것인가. 시선을 쉽게 멈출 수 없는 경합이 여기 시작된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커버] “여러분은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러닝메이트> 두 캠프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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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첫사랑. 동서고금과 예술 장르를 막론하고 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주제 다. 21세기에 이 주제를 영화로 발전, 변주한 나라로는 대만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대만의 청춘영화는 학원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장난스런 키스>와 <나의 소녀시대> 모두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학원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젠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청설> 그리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물론 지난 몇년간 한국영화로 리메이크되어 관객을 만났다. 매해 새롭게 소개되는 대만의 청춘영화들은 현재 다양한 장르 변주를 꾀하며 관객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영화 <유병재회희환니>는 그 만듦새와 완성도로 인해 대만 로맨스영화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천방지축 고등학생인 예지지에(첨회운)는 퇴학을 피하려 온
[베이징] 대만 청춘영화의 전성시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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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지음 허블 펴냄
한국과학문학상과 젊은작가상. 한때 이상문학 상을 둘러싼 화제성이 옮겨간 앤솔러지 맛집이 다. 이중에서 한국과학문학상은 SF라는 특정 장르를 다루는 신인문학상의 성격이 강한데, 2회인 2017년에 김초엽 작가가 <관내분실>(중단편부문 대상)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중단편부문 가작)을, 2년 뒤 천선란 작가가 <천 개의 파랑>(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 즈음해서 나온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는 이제 10년이 된 한국과학문학상의 대표작가 앤솔러지다.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의 소설이 실렸다. 김초엽 작가의 <비구름을 따라서>는 룸메이트였던 이연의 추도장을 보민이 받으면서 시작한다. 문제는 그 추도장을 보낸 사람이 망자인 이연 본인인 데다가, 버려도 계속 초대장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현
[culture book]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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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창작 판소리 <눈, 눈, 눈> <노인과 바다> <이방인의 노래> 등 작창 및 집필
<사랑은 낙엽을 타고>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군더더기를 애써 더하지 않아도 멋을 부릴 줄 아는 사람 같다. 이야기의 구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수렴해내는 스토리텔러를 만났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이곳은 한마디로 천상계다. 최근 태즈메이니아 크래들 마운틴 속 산장에서 3박4일을 보냈다. 전파조차 터지지 않는 산골짜기에 태초의 지구에서부터 자랐을 것 같은 큰 나무가 서 있다. 지구의 경이 앞에 나는 먼지보다 미약한 존재였다.
오후 10시
나에게 가장 편안함을 선사하는 시각이다. 이때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안정을 취한다. <귀멸의 칼날>을 좋아하고 <헌터X헌터>의 키메라 앤트 편을 보며 울었다. <나츠메 우인장> 도 재밌게 보는 중이다.
알배기 배추
어떤 음식에 넣든 국물의 맛을 책임 지는 식재료. 끓
[LIST] 이자람이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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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일>
쿠팡플레이 /감독 제니퍼 폭스 / 출연 로라 던, 이자벨 넬리스, 엘리자베스 데비키, 제이슨 리터, 로라 앨런 / 공개 6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사랑이자 섹스였던 어떤 학대에 관하여
베테랑 다큐멘터리 감독 제니(로라 던)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썼던 일기와 편지 뭉치를 발견했다는 어머니의 연락을 받는다. 그 안에는 어린 제니의 첫 성경험에 대한 기억이 적혀 있다. 충격적인 서술을 마주한 모녀는 그해 여름, 승마 캠프에서 만났던 두 성인 남녀의 실체를 되짚는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제니퍼 폭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한 첫 극영화이자 오토픽션인 은 2018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배우 로라 던에게 주요 시상식의 연기상 후보 지명을 안겼다. 다수의 시점과 시간대를 뛰어넘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40대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자신에 대한 조사관이자 변호인이 되어 자신에게 가해졌던 학대의 외형과 그 감정적 맥
[OTT리뷰] <더 테일> <에코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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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드라마는 시작된다. 엔딩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간 인생을 위로하듯. 엔딩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어떤 인생처럼. <우리영화> (SBS)는 인생의 끝과 또 다른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시한부 삶을 사는 배우 지망생 이다음(전여빈). 다음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대신 살 수 있는 직업인 배우를 동경한다. 그리고 ‘시한부 이다음’이 아닌 ‘배우 이다음’에 도전한다. 영화감독 이제 하(남궁민)는 첫 작품 이후 다음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영화계를 배회하다가 자신이 증오하는 아버지의 영화 <하얀 사랑>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한다. 다음과 제하는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된다. 이 드라마는 영화를 향한 찬사이기도 하다. 다음에게 영화는 “항암이고 방사선 치료”다. ‘신파’로 취급되는 이야기를 보며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견딜 만한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렇게 대단
[오수경의 TVIEW] 우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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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 근처 자주 가던 극장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부터 퇴근 후 아이를 재우고 마지막 상영 회차를 챙겨보는 게 하루의 소소한 행복이었지만 이젠 어렵게 됐다. 심야영화는 사람이 적을수록 특별해진다. 아무도 없는 극장, 혼자 스크린을 독차지하는 날엔 전세를 낸 기분마저 들었다. 관객이 한명도 없는 날에도 꼭 제일 뒷줄에 앉아서 영화를 봤는데, 내 자리에서 스크린까지 객석이 모두 비어 있는 사치스러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더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광경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극장에 사람이 하나둘 없어지더니 텅 빈 극장에서 혼자 영화 보는 날이 많아진 탓이다. 넓은 극장에 사람이라곤 직원 한명과 나뿐일 때, 쾌적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동전의 뒷면처럼 황량하게 다가왔다. 점점 불안해졌다. 이러다 극장이 망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이내 기우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6개월을 못 채우고 우려가 현실이 된 후에야 자각한다. 내가 즐겼던 건 적막함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특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침체를 부술 스펙터클에 시동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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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네오의 첫 번째 장편 극영화인 <해피엔드>가 관객수 10만명을 돌파해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관객들만이 아니라, 평단 역시 이 영화의 성취에 고무된 분위기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재난 세대’의 신선한 감각과 정치의식을 고루 갖춘 청춘물로서 최근 주목받는 ‘젊은’ 일본영화 중 하나로 기꺼이 호명될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해피엔드>를 향한 호의적 감상들에 의문을 느끼며, 이견을 적어보려고 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라는 자막이 화면에 선명히 새겨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세계의 배경을 굳이 근미래로 제시한 도입부의 선언에 의아함이 생긴다. AI 시스템 ‘판옵티’가 학생들을 감시, 통제한다는 주요 설정을 근미래의 근거로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화두는 오래된 것일뿐더러 복도 구석구석에 위치한 CCTV 카메라가 학생 각각을 스캔해서 벌점을 매기는 상황, 영화가 그 시스템을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진동 속에 증발한 현재성 <해피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