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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에 성공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속편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4월17일 국내 개봉한다. 전설적인 고스트버스터즈의 멤버 이곤 스펭글러(해럴드 래이미스)를 할아버지로 둔 피비(매케나 그레이스)는 엄마 캘리(캐리 쿤)와 오빠 트레버(핀 울프하드)와 함께 살다가 엄마가 지질학자 그루버슨 선생님(폴 러드)과 만나면서 4인 가족의 막내딸이 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이들 4인방이 뉴욕의 고대 유물 속에서 깨어난 ‘악’령 ‘가라카’를 퇴치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편의 각본가였던 길 키넌은 이번 편에서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7살 때 극장에서 아빠와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1984)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감독이 되어 이 놀라운 시리즈의 유산을 잇는 것이 감격스럽다.” “클래식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우아하면서도 으스스한 움직임에서 받은 영감을 유령 캐릭터에 심는 작업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도전적인
[인터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길 키넌 감독, 다시, 유령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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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속편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번 편에서 그루버슨 선생님과 어린 남매 트레버와 피비의 엄마 캘리가 연인으로 함께 살면서 폴 러드와 캐리 쿤도 더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됐다. 그루버슨과 캘리는 뉴욕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유령 퇴치 능력과 과학 지식을 뽐내고 다니는 괴짜 막내딸을 보호하느라 전전긍긍한다. 두 배우가 그루버슨 선생님과 캘리처럼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능청스레 상황극을 펼치는 모습에서 유령을 쫓는 그루버슨 패밀리의 화합이 속편에서 남달랐던 이유가 드러났다.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더 강하게 느끼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을 촬영한 두 사람은 “오리지널 멤버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한층 환상적이고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가 완벽히 조성된 세트 덕분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캐리 쿤)며 입을
[인터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배우 폴 러드, 캐리 쿤, 초현실적인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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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미래를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실은 거의 매번 그렇다. 그러나 미래를 아는 게 딱히 좋을 게 없는 경우가 많고, 애초에 그런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욕망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에, 가끔만 그러는 정도로 타협하기로 했다.
방송을 녹화해야 할 때나, 지금처럼 출판용 글을 써야 할 때, 즉 발화 시점과 수용 시점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 때, 그렇다. 특히 그사이 어디에선가 중요한 사건이 도사리고 있을 경우에 더욱 그렇다. 시시껄렁한 농담 같은 걸 잔뜩 쏟아놓았는데, 그 글이 출판되어 읽히거나 그 방송이 화면으로 나가는 시점에 엄청난 재난으로 온 사회가 침울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현재’를 살며 각자의 ‘입장’에서 그걸 받아들인다.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내가 ‘그때’ 왜 그랬고,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따져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밝혀둔다. 이 글은 4·10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에 쓰였다. 소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문어와 달걀 그리고 돗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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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루리아의 무덤에서 훔친 여신상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던 스파르타코(알바 로르바케르)의 배에서 아르투(조시 오코너)는 여신상의 해체된 머리 부분을 갑작스럽게 바다로 던져버린다. “살아 있는 자들이 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탈리아(카롤 두아르트)의 말을 실현시키듯 두상은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멀어지면서 바다로 잠긴다. 밑바닥에 닿은 두상이 흙먼지를 일으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거기에 몽타주되는 것은 베니아미나(일레 야라 비아넬로)의 얼굴 클로즈업이다.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것은 또한 에우리디케의 얼굴이었을까. 하데스로부터 에우리디케를 돌려받기 위한 여행이 끝나갈 무렵 오르페우스는 주어진 규칙을 어기고 뒤를 돌아본다. 로마의 시인들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또는 그를 둘러싼 죽음에 압도되어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시인 체사레 파베세는 이 신화에 대해 다른 견해를
[비평] 전락하는 자의 꿈, <키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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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로 유명한 도시에 살면서 깨달은 의외의 사실 중 하나는 폭염이 사람을 침착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2018년 8월의 어느 날에도 나는 침착했다. 땀으로 미끌거리는 남의 팔뚝에 코를 박아도, 8차선 도로 횡단보도 앞에서 뙤약볕을 정면으로 맞으며 신호를 기다려도 나는 점점 더 침착해질 뿐이었다. 오랜만에 내려간 대구는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습하고 더운 도시였다. 짜증낼 힘을 남겨주는 더위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대구의 더위 앞에서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 신의 이름을 부르거나 기도를 외우는 것만으로 버틸 힘이 생기니까. 그날 나는 정류장에 서서 부처님을 108번 호출하고 3천번 가까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웠다.
덥거나 추운 날엔 도로도 버스도 똑같이 날씨를 겪는다. 그날 정말이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불심으로 봉인한 내 성질머리도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내 이름을 반갑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힘겹게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모두 변한다 해도 난 변하지 않겠어, (신화,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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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서른일곱의 마은은 “먹고살게 없어” 장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여자 혼자 가게를 한다는 게 어떤 위험을 동반하는지 엄마의 선례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마은의 마음을 돌릴 이유가 되진 않는다. 본인의 이름을 따 ‘마은의 가게’라고 지은 카페에 별다른 특색은 없다. 그럼에도 손수 내린 커피와 구운 디저트를 내놓으며 마은은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어떻게 손님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주변의 자영업자들과 가까워지면서 그들이 가게를 지키는 마음과 태도를 살피는 한편, 마은은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며 영역을 침범하려 드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마은의 가게 단골인 보영은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던 동료 직원 현수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던 중 마은을 돕기 위해 가게에 달아준 감시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애인이 마은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장편소설
씨네21 추천도서 - <마은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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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황인찬 엮음 / 창비 펴냄
“세계의 가능성을 개진하는 것이야말로 시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창비시선 500번 기념 시선에 실린 엮은이의 말은, 희망과 전망이 부재하는 시기에 읽는 시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안희연, 황인찬 시인이 엮은 이번 기념 시선은 401번으로 1948년생 시인 김용택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2016)부터, 499번으로 2000년생 시인 한재범의 <웃긴 게 뭔지 아세요>(2024)까지를 다시 읽게 한다. 좋아하는 시인의 이름부터 찾아 읽는 일도 가능할 테고, 아무 페이지를 펼쳐 운명처럼 마주하는 시를 읽어내는 시도도 좋을 것이다. 나는 엮은이가 골라 뽑은 본인의 시부터 읽어보았다. 황인찬 시인은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안하다고 하더라>를 골라 실었다. “공원에 떨어져 있던 사랑의 시체를/ 나뭇가지로 밀었는데 너무 가벼웠다// 어쩌자고 사랑은 여기서 죽나/ 땅에 묻을 수는 없다 개나 고양이가 파헤쳐버릴 테니
씨네21 추천도서 -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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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사토시 지음 / 권영주 옮김 / 비채 펴냄
오가와 사토시의 소설집. SF와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해 기발하고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술사> <한 줄기 빛>부터 <마지막 불량배> <거짓과 정전>까지 총 6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가족사부터 세계사까지, 시간과 역사를 넘나드는 작품들의 매력이 특히나 눈에 들어온다. 표제작인 <거짓과 정전>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바꾸어놓은 세계사의 지형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시도를 다루는 이야기다. 1844년 1월9일 영국 맨체스터의 법정 풍경을 보여준 뒤 수십년 뒤 냉전시대의 소련에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한 소련인 과학자가 CIA에 협력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넘기려고 하는데, 우연히 놀라운 발견을 한다. 전자를 이용해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미래에서 온 메시지를 받기도 한 그는, 이 사실을 CIA쪽에 알린다. 도입부의 법정,
씨네21 추천도서 - <거짓과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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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 디아스 지음 /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에르난 디아스의 데뷔작 <먼 곳에서>가 출간됐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었던 <먼 곳에서>는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트러스트>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책이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책 톱10, <릿허브>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톱2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바다에서 시작하는 <먼 곳에서>는 온갖 전설로 치장된 호크라는 남자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살인자, 사자를 맨손으로 잡는 자, 인디언 추장이었지만, 소설은 이내 그가 아직 어린아이이던 시절의 고향, 스웨덴으로 시계를 돌린다. 호칸 쇠데르스트룀은 찢어지게 가난한 스웨덴의 농가 출신으로, 형 리누스와 함께 아메리카로 가는 배를 탄다. 문제는 배에 타기 직전 형을 놓친 데다 그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 뉴욕
씨네21 추천도서 - <먼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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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 에르난 디아스 지음
<거짓과 정전> - 오가와 사토시 지음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 안희연, 황인찬 엮음
<마은의 가게> - 이서수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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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감 있던 배우의 친근한 이미지부터 이혼 소송과 불륜 등 개인사를 자유롭게 발화할 기회, 시청자 앞에서 사회적 편견을 스스로 무너뜨릴 힘까지, 언뜻 <SNL 코리아>는 배우 황정음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황정음은 내일이 없는 듯한 깡다구를 발휘했다. 자신을 둘러싼 공공연한 소문과 이름표, 추문을 기꺼이 드러내면서도 기죽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와 합리적인 분노는 대중이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프로그램 소개에 명시된 ‘성역 없는 풍자, 거침없는 패러디’라는 말처럼 출연자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SNL 코리아>가 나아가는 ‘쿨한’ 지향점이다. 그렇다면 <SNL 코리아>의 풍자는 정말 황정음에게 사회적 자유와 해방을 선사했을까. 선거철을 앞둔 <SNL 코리아>는 여느 때처럼 정치풍자 코너를 구성했다. 하지만 야당의 “Xiexie”와 여당의 대파 이야기를 단순 반복하는 패턴에는
[이자연의 TVIEW] ‘SNL 코리아’ 시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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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애플티비+ | 8부작 / 연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애덤 아킨 / 출연 콜린 파렐, 에이미 라이언, 커비 하웰뱁티스트, 데니스 부치카리스, 제임스 크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험프리 보가트를 꿈꾸는 하드보일드 나라의 시네필
사립탐정 존 슈거(콜린 패럴)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너선 시겔(제임스 크롬웰)로부터 한통의 의뢰를 받는다. 그가 아끼는 손녀 올리비아(시드니 챈들러)의 실종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 존의 상사 루비(커비 하웰뱁티스트)는 그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며 휴식을 권하지만, 존은 사건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하지만 사건 조사를 시작하자 시겔 가문의 가족들은 존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며 비밀을 숨기기만 한다. 4월5일 첫 에피소드 2편을 공개한 <슈거>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하드보일드 시리즈다. 영화 비평지를 세권이나 구독하는 탐정 존은 폭력은 싫어도 <빅 히트>에서 글렌 포드가 든 총은
[OTT 추천작] ‘슈거’ ‘우리 사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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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8부작 / 연출 스티븐 제일리언 / 출연 앤드루 스콧, 다코타 패닝, 조니 플린, 엘리엇 섬너, 케네스 로너건 / 공개 4월 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육체와 시간의 세공으로 타자를 집어삼킨다
뉴욕에서 자잘한 사기로 생계를 유지하던 톰 리플리(앤드루 스콧)는 한 갑부로부터 유럽에서 자기 아들을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디키라고도 불리는 아들의 이름은 리처드 그린리프(조니 플린). 갑부는 톰을 디키의 친구로 착각하고 제안했지만, 거짓말에 능한 그는 거액의 보수를 노리고 생면부지의 남자를 찾아 유럽으로 떠난다. 부호의 말대로 디키는 이탈리아 아말피의 대저택에서 애인 마지(다코타 패닝)와 함께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지인 행세를 하며 디키에게 접근한 톰은 그의 별장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마지는 톰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디키는 좀처럼 뉴욕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궁지에 몰린 톰은 간계를 꾸민다.
<리플리: 더 시리즈
[OTT 리뷰] ‘리플리: 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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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5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제2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가 개최됐다. 강릉 신영극장, 광주극장 등 총 16개의 예술영화전용관이 속한 한국예술영화관협회에서 주최한 본 시상식은 코로나19 이후 생존을 논하게 된 예술영화관의 연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됐으며 1년간 전국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한 독립예술영화와 독립예술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 국내외 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배급홍보상 등 총 6개 부문에 전국 15개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44편이 후보로 올랐으며 관객상은 관객들의 별도 투표로 진행했다. 행사 초반, 배급홍보상에 디오시네마(<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수입·배급)가, 배우상에 <다음 소희>의 김시은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스크린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얼굴이 뜨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괴물>로 해외작품상을 받은 감독은 영상을 통해 “한국의 많은 영화인과 영화 팬들에게 &l
[씨네스코프] 우리의 영화는 멈추지 않는다 , 제2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열려… 대상엔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