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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 출연 에디 레드메인, 캐서린 워터스턴, 앨리슨 수돌
5년 만이다. 어두컴컴한 하늘의 워너브러더스 로고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트레일러에 떴다. <해리 포터> 속에 등장하는 교과서 <신비한 동물사전>을 토대로 한 영화는, 해리가 마법세계에 입문하기 70년 전 이야기로 책의 저자이자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의 모험을 담았다. 꾸준히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를 연출한 데이비드 예이츠가 연출을, 원작자 J. K. 롤링이 각본을 맡았다. 11월17일 개봉예정.
[WHAT'S UP] 해리가 마법세계에 입문하기 70년 전 이야기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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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현대 대중음악의 상당수가 전자음에 빚지고 있지만, 내가 이것에 관해 ‘마감인간’의 또 다른 멤버 이대화 평론가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는 법이다(이대화 짱~). 그럼에도 이런 앨범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이미 그(들)에 의해 내 심장이 한번 폭격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M83이라는 이름의 이 밴드는 안토니 곤잘레스의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M83의 음악을 사람들은 퉁쳐서 일렉트로니카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대화가 지적했듯, 그의 스펙트럼은 일렉트로닉으로 한정하기에는 깊고 광대하다. 예를 들어 그의 대표곡이자 영화 <웜바디스>에 수록된 <Midnight City>를 들어보라. 내 심장을 완전하게 장악했던 이 곡의 후반부에서 M83은 환상적인 색소폰 연주를 도입해 듣는 이들을 환희의 경지로 몰고 갔다. 그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외길로 달리는 것을 거부하고 각종 질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풍성하면서도 다채로운 사
[마감인간의 music] 하나의 낯선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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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일을 업으로 삼은 뒤 몇 가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하나는 내 섣부른 견해가 타인의 감상을 망칠까 하는 걱정이고, 다른 하나는 글을 쓰는 내가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지에 대한 의심이다. 여기서는 설사 오독일지라도 내 감흥을 끝까지 밀어붙여보겠다. 이 글은 ‘닉 주디 결혼해’라는 <주토피아>가 남긴 유행어에 대한 나름의 화답이다. 당신이 이 사진들을 보고도 냉소를 날릴 수 있다면 이 페이지는 살포시 넘겨도 좋다.
살다살다 토끼에게 반할 줄은 몰랐다. 벅스 버니, 센타로의 일기, 심지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의 명탐정 우사미까지 내 인생에 숱한 토끼들이 있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영화가 끝날 즈음엔 여우마저 강동원만큼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다. 이 귀여운 커플(내 마음속 주디와 닉은 이미 맺어졌다)을 향해 샘솟는 사랑을 느끼며 극장을 나섰다. 애정은 안개에 가린 듯 불분명하면서도 매우 정확한 감정이다. 에둘러 꺼낸 모호한 표현마저
[송경원의 덕통사고] 이 커플, 나는 찬성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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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시간이탈자> 시간이탈자들
[정훈이 만화] <시간이탈자> 시간이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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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샹들리에인 줄 알았다. 항상 바쁘게 출렁이던 수영장이 휴식과 정비에 들어간 시간, 경쟁의 코스로 물을 구획짓던 레인 줄을 걷어 둥글게 틀어놓은 오색 똬리는, 영판 다른 물건인 양 찬란하다. 수영을 사랑하는 <4등>의 소년 준호(유재상)는 그것을 쓰다듬는다. 언제나 초시계와 다투고 코치에게 닦달당하지만 소년을 애초에 헤엄치게 만든 마력은 물이 주는 해방감과 아름다움이었다. 준호는 대회에서 몇등을 하건 누구보다 ‘예쁜 영법’을 가진 수영 선수이고, 햇볕을 쬐면 우주의 기운을 몸 안에 들일 수 있다고 아빠에게 설명하는 작은 현자다. 이 예민한 소년은 어느 새벽 훈련 도중 문득 레인을 벗어나 수영장 바닥에 그려진 네모난 빛을 좇아 레인을 가로지른다. 호루라기의 재촉을 잊고, 행복하게 헤엄친다. 그리고 다행히도 <4등>의 정지우 감독에겐 그 감수성을 공유하는 귀한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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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저스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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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대한 묘사가 있는 글임을 밝힌다.
소녀들이 길을 떠나는 엔딩을 언제나 좋아했다. 그들 앞에 놓인 철길이 불안과 희망으로 설레게 했다. <저주받은 재산>(1966)과 <천국의 나날들>(1978)이 그랬다. 관습에 저항하고 자유를 갈망하던 자들이 죽거나 희생한 길의 끝에서 소녀들만이 미래로 향한다. ‘아비치’의 노래 <날 깨워줘>(2014)의 뮤직비디오에도 길을 떠나는 자매가 나온다. 자매는 보수적인 마을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산다. 동생이 푸념한다. “그들은 우리를 싫어하나봐.” 어느 날, 소녀는 동생을 깨워 떠나자고 말한다. 동생이 묻는다. “어디로?” 소녀는 답한다. “우리가 속한 곳으로.” 그들은 어디로 갈까? 그들이 속한 곳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어쨌든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성인 남자들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살기에 소녀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소녀들은 맞서는 게 맞다. 피가 너무 뜨거워서, 규칙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에 타
[이용철의 영화비평] 춤추며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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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동명 만화가 원작인 영화 <바쿠만>의 주연배우 사토 다케루는 국내 관객에게는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주연 켄신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작 <바쿠만>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만화가에 도전하는 철부지 오타쿠 고등학생이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아시아캐스팅마켓에서 김우빈, 김고은, 조우정 등과 함께 캐스팅보드 6인에 선정되어 부산 해운대를 찾은 그를 만나 이번 영화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여린 눈망울과 서늘한 눈매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의 인상은 만화 속 켄신과 꽤 닮아 있었다.
-<바람의 검심>의 성공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차기작 <바쿠만> 역시 만화가 원작인 영화다.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만화 원작 영화라는 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작 만화를 잘 몰랐지만 제안을 받고 꼼꼼하게 읽어보니 영화화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십대 만화가 지망생을 주인공으
[people] “노력하는 청춘을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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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릴 것이다. <위대한 소원>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위험한 코미디다. 동시에 자신이 꽂힌 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근래 보기 드문 뚝심과 개성이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5억원이 채 되지 않는 저예산으로 이만큼의 고집을 발휘한 것이 놀랍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입봉한 신인감독은 아직 덜 다듬어진 부분이 더 많지만, 그래서 왠지 기대가 된다. 남대중 감독을 직접 만나보니 한없이 가볍고, 병신 같아서 귀여운 청춘을 그린 영화와는 달리 차분한 답변과 신중한 태도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작가로 꽤 오래 일한 걸로 알고 있는데 감독 데뷔를 먼저 하게 됐다.
=영화전공은 아니다. 경제학과에 입학해 고시를 준비하다가 공부하라고 주신 돈으로 무작정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덕분에 아직 졸업도 못했다. (웃음) 작은 영화사에 제작부로 들어갔는데 막상 업계에 들어오니 내 생각과 달랐다. 2년쯤 지났을 때 혼자 시나리오
[people] ‘워킹 타이틀’ 영화들이 나름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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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19일) 진행된 언론시사 후 기자들이 보내온 짧은 영화평을 전합니다.
이 많은 히어로를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복수와 과거 기억 그리고 갈등을 쥐어짜낸 시리즈.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따라가기가 다소 벅찰 수도 있겠지만,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장관이긴 하다. 축구에 비유하면, 호날두와 메시 그리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모두 최전방에 내세우기 위해 전술을 바꾼 팀이라고나 할까. -김성훈 기자--------------------------------------------------------------
강력한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싸움이 벌어진다. 싸움의 이유에 대한 고민 없이 싸움의 내용에만 치중해 ‘시빌 워’라는 제목이 무색해진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굳이 왜 싸우는지 불만이었던 관객들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싸움을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스파이더맨과 블랙 팬서는 짧게 등장해 뚜렷한 족적을 남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언론시사를 본 <씨네21> 기자들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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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내쉬(앤드루 가필드)는 납득이 안 된다. 데니스는 법원에서 퇴거 명령을 받는다. 평생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통지다. 데니스의 엄마가 작은 가게도 열었던 집이다. 아들이 태어나서 학교에 들어갔던 집이다. 지금까지 내 집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데니스는 아들의 손을 잡고 법정에 서서 하소연한다. 법은 냉정하다.
어느 날 아침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가 찾아온다. 손에는 법원 등기 서류가 들려 있다. 릭의 뒤에는 장전된 총을 찬 보안관이 서 있다. 릭은 데니스 가족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생필품만 챙겨서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한다. 릭은 얄밉게도 예의까지 차린다. “우리도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제 이 집은 은행의 소유입니다.” 데니스는 그렇게 자신의 집에서 내쫓긴다. <라스트 홈>의 첫 장면이다.
거두절미하고 전개되는 <라스트 홈>의 첫 장면을 이해하려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신기주의 영화비평] 승자의 나라에서 내 집을 지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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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독립다큐멘터리에서 몇몇 장소가 주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그 장소에서 소수의 주민이 정부의 국토 개발 사업에 맞서 힘겹게 투쟁했고, 카메라는 그들 편에 있었다. 제주 강정마을은 미군 해군기지 건설로 자연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투쟁해온 장소다. 강정마을의 투쟁은 이에 동조한 타지 주민들이 합세하면서 지역 내부의 투쟁을 넘어섰다는 의미도 지닌다. 비록 투쟁은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작은 영화제 하나를 피워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4월23일(토)부터 26일(화)까지 4일간 열린다. 당초 영화제 장소로 서귀포예술의전당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당국의 비협조와 부당한 탄압으로 사용이 어렵게 됐다. 하지만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모든 논란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일대에서 꼭 성공적으로 치러낼 생각이다. 정부단체나 민간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자발적 시민 모금 형태로 꾸려진 이번 영화제에는 총 34편의 영화가 무료 상영된다. ‘기억 투쟁으로써의 영화’,
[영화제] 되새기고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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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선사한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최종편. 이사 후 짐을 정리하던 라이언(크리스 J. 머레이)과 동생 마이크는 집 안 창고에서 오래된 카메라와 비디오들을 발견한다. 비디오에는 20여년 전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의 기록이 담겨 있다. 독특한 구조의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형상들을 포착한다. 라이언이 그 물건들을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집안에서는 기이한 현상들이 줄지어 일어난다. 딸 레일리는 어디에 홀린 듯 밤마다 홀로 집 주변을 떠돌거나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라이언은 비디오 속 인물들이 라이언 가족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초현실적인 현상과 여기서 비롯되는 음산한 기운을 부각시키는 데에 공포의 방점을 찍는 영화다. 홈비디오 특유의 조악한 만듦새도 사건의 사실성을 더하는 기능을 하며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같은 컨셉의 시리즈가 10여년에 걸쳐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선사한 시리즈의 최종편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고스트 디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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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류덕환), 남준(김동영), 갑덕(안재홍)은 둘도 없는 불알친구다. 서로의 병신 짓을 기꺼워하며 자란 세 사람이지만 고환이 루게릭병에 걸린 후 남준과 갑덕만 학교를 다니는 중이다. 어느 날 고환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한 남준과 갑덕은 마지막으로 섹스를 해보고 죽고 싶다는 고환의 소원을 이뤄주기로 결심한다. 전교 꼴찌를 다투는 두 사람답게 무데뽀로 주변의 도움을 청하지만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고,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전반적으론 심란하다. 기본적으론 웃음을 위한다는 변명 아래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예민할 수 있는 지점들을 깔아뭉갠 채 직진하는 코미디다. 섹스를 해야 진정한 남자가 될 것 같다는 친구를 위해 “정자와 난자의 소개팅”을 주선한다는 발상은 이 영화가 성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둔감한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일차원적이고 유아기적인 반응이라고 해도 좋다. 그만큼 이 영화의 문제를 지적하는 건 쉽다. 하지만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의아하다 싶
일관된 톤으로 직진하는 코미디 <위대한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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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플렌더>(2003), <내니 다이어리>(2007) 등 유쾌한 드라마를 연출해온 샤리 스프링어 버먼, 로버트 풀치니 감독이 다소 어두운 1980년대 이야기로 돌아왔다. 버몬트에서 양어머니와 함께 사는 16살 소년 주드(아사 버터필드)는 친구 테디(에반 조지아)와 함께 본드를 불고 동네를 떠나 뉴욕으로 갈 궁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주드와 떨어져 사는 아버지 레스(에단 호크)가 애인의 딸 일라이자(헤일리 스타인필드)를 버몬트로 보내고, 세 사람은 함께 신년 파티에 참석한다. 괜한 오해를 산 주드가 바깥에서 얻어맞고 있는 사이, 테디와 일라이자는 섹스를 나눈다. 테디는 뉴욕으로 돌아가는 일라이자에게 형 자니(에밀 허시)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주드와 함께 프레온을 흡입하다가 죽고 만다. 자기 때문에 테디가 죽었다고 괴로워하던 주드는 레스를 따라 뉴욕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테디의 아이를 가진 걸 알게 된 일라이자는 주드를 차갑게 대한다.
1980년대 후반 뉴욕의 인디 음악신 <일만명의 성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