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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편집매장 체인 빔스 직원 130명의 집과 옷장, 책장, 가방 속 애장품을 소개한 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직원들이 자기 스타일을 살린 주거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주거환경이 다양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창문 밖 풍경을 인테리어 컨셉으로 쓸 수 있는 집. 더불어, 이 책에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들이 오간다.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테마는? 휴일을 보내는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인테리어에 특별한 규칙이 있다면? 집에서 좋아하는 장소는? 좋아하는 인테리어 브랜드와 가게는?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집에 반영된다. 그리고 읽다보면, 한국 주거문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가진 돈의 액수뿐인 것은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글보다는 압도적으로 사진을 위한 책이지만 글에도 눈이 가는 것은 그래서. 집은 휴식하는 장소이자 여가의 장소다. 집을 꾸미기 전에 휴식의 방법과 여가의 방법을 생각
[도서] 일본 빔스 직원들의 집과 옷장, 책장, 가방 속 애장품을 소개한 책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Beams a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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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말들은 넘쳐나지만 귀기울일 만한 설명은 희귀한 시절이다. 소위 영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미장센, 몽타주, 스토리텔링 등등 여러 전문용어들을 쉬이 꺼내 쓴다. 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한줄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적어도 사전적인 의미라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두루뭉술한 개념들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요즘이다. 이유를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당장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소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공부를 위한 기초서적들이 꽤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를 뭘 ‘공부’씩이냐 하냐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기초를 다룬 책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에서는 아직도 데이비드 보드웰의 <필름 아트>를 붙잡고 있는 형편이니 오죽할까. 그 책은 물론 훌륭한 정전 중 하나지만 지금 시대의 영화를 새롭게 이야기하는 기초서적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아모르문디에서 발간되는 영
[도서] 지금 시대의 영화를 새롭게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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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배신당한 여자는 ‘아이스 퀸’이 되어버린다. ‘이블 퀸’ 라베나(샤를리즈 테론)의 동생 프레야(에밀리 블런트)는 숲의 북쪽에 얼음왕국을 세우고 근방의 아이들을 납치해 전사로 키운다. 가장 충실한 전사였던 에릭(크리스 헴스워스)과 사라(제시카 채스테인)가 연인이 되어 왕국을 떠나려 하자 프레야는 에릭의 눈앞에서 사라를 죽이고 부상당한 에릭도 죽게 내버려두는데, 에릭은 살아남아 헌츠맨이 된다. 7년 뒤 헌츠맨을 찾아온 윌리엄 왕은 스노 화이트를 위해 사라진 거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헌츠맨은 거울이 프레야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길을 나선다. <헌츠맨: 윈터스 워>는 2012년 개봉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3부작으로 만들어지려던 원래의 계획이 감독과 주연배우의 스캔들로 차질이 생기자 방향을 바꿔 기획된 느슨한 프리퀄 또는 스핀오프다. 제목에서 ‘스노우 화이트’가 빠진 것처럼 영화는 헌츠맨의 과거와 현재에 집중한다(전편은 영화 속 과거와 현
[현지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열린 <헌츠맨: 윈터스 워>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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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크로닉>은 무시무시한 충돌 이미지로 끝나는 영화다. 결말을 언급하며 시작하는 것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크로닉>은 결말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결말의 충격적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곧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호스피스 간호사 데이비드(팀 로스)의 조깅 장면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끝맺는다. 데이비드를 마주 본 자리에서 그가 다가오는 만큼 후진하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카메라는 데이비드가 화면 오른쪽에서 나타난 차에 치여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멈춘다. 그와 함께 관객의 사유 역시 그 순간에 붙박인다. 이것은 이제껏 쌓아온 영화의 흐름을 일거에 무너뜨린 뒤 결말 그 자체에 모든 것을 수렴시켜버리는 무책임한 마무리가 아닌가. 그러나 그와 동시에 강렬한 결말이라고 해도 그 강렬함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왜 그런
[김소희의 영화비평] <크로닉> 둔탁한 충돌음이 남기고 간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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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진 감독
1980년생.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 27기로 입학해 연출을 전공했다. 그의 첫 장편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7회 올해의 영화상, 독립영화상, 제3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작사 씨네2000에서 <여고괴담> 리부트를 준비 중이다. 최근 초고를 완성했다.
윤성현 감독
1982년생.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로 입학했다. 첫 장편영화 <파수꾼>은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비롯해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제32회 청룡영화상의 신인감독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고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차기작으로 배우 이제훈이 주연을 맡은 액션 서스펜스물 <사냥의 시간>(가제)을 구상 중이다. 주•조연 배우들의 캐스팅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이다.
조성희 감독
1979년생. 서
[스페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안국진, 윤성현, 조성희 감독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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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작가 이성강 감독의 신작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이 8월 개봉을 확정하고 티저포스터를 공개했다.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눈의 여왕의 마법에 걸려 얼어붙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 용감한 소년 ‘카이’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를 연출한 이성강 감독의 신작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의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디지털미디어팀 cine21-digital@cine21.com
이성강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8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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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무주산골영화제의 공식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개최됐다. 황정수 조직위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영화제의 특징 및 주요 프로그램 공개, 그리고 개막작 소개로 이어졌다.
개막작은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이다. 신상옥 감독, 최은희, 김진규 주연의 1961년 영화 <성춘향>과 판소리,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복합영화공연으로 <가족의 탄생>(2006)과 <만추>(2010)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실력파 소리꾼 이소연과 국내 최고의 색소포니스트인 손성제가 참여한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지난 3년간 1회 <청춘의 십자로>(연출: 김태용), 2회 <이국정원>(연출: 전계수), 3회 <어느 여름밤의 꿈, 찰리 채플린>(연출: 김종관)을 통해 과거 영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공연과 결합한 형태의 개막작을 선보여 많은 관객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 무주산골영화제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 김태용 감독 총연출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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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임에도 불구하고>는 필립 그랑드리외의 이례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그의 최신작이다. 그리스계로 프랑스에서 맹활약 중인 여배우 아리엔 라베드(<아텐버그> <더 랍스터>)와 록산느 메스퀴다가 공동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다층적으로 얽히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나 장르의 프레임을 입힌 드라마의 전개가 통념적인 서사영화의 꼴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내러티브의 말미에 다다른 극중 한 장면에서 아리엔 라베드가 연기하는 간호사 헬렌과 그의 연인인 가수 렌스는 범죄세계의 덫에 걸려 스너프필름을 찍게 된다. 검은 가죽 마스크로 얼굴을 통째로 가린 헬렌은 짐승 같은 무뢰한의 가혹한 고문에 절명하고 만다. 범죄조직의 또 다른 일원이 이 살풍경의 현장을 태연하게 카메라로 찍고 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는 전작(全作)을 통해 드러난 필립 그랑드리외 스타일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그랑드리외는 여기서 언어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미지의 리듬에 대한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필립 그랑드리외 회고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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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필자가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을 맡았던 건 평자로서의 개인적인 욕심이 컸다. 2000년대 말에 나름 오지랖을 넓힌다고 독립영화 위주로 평을 쓰고 극장에서 감독과의 행사 진행을 많이 했는데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느낌이 공허해서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제의가 있었을 때 아예 본격적으로 한국의 젊은 영화를 발굴하는 일에 더 나서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본인 주제를 제쳐둔 과욕이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기는 한데, 영화제에서 직접 장편을 제작하는 프로젝트까지 3년째 진행 중이지만 내외부에서 변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고민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신청을 한 120편가량의 영화들을 보면서 자주 좌절했으며 가끔 안심했다. 늘 그렇듯이 출품신청작들 면면은 대학 실습 작품 수준의 의욕 과잉인 영화들로 대다수가 채워지고, 잠재력이 보이거나 야심이 두드러진 영화들로 선정작 목록을 정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특히 극영화들 다수가 완성도와 상관없이 적은 제작
[스페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통해 본 한국영화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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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노바> Eva Nova
마르코 슈콥 / 슬로바키아 / 2015년 / 10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에바는 당대 최고 여배우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화려했던 삶을 접게 된다. 어느덧 예순이 넘은 에바는 재활원을 나와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연기 활동을 위해 언니에게 맡겼던 아들 도도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편 돈이 필요한 그녀는 마트에서 일하고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려 한다. 연기 활동도 재개하기로 마음먹지만 상황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화는 ‘한때’ 잘나가던 배우에서 평범한 혹은 그 이하의 삶을 살게 된 에바 노바의 노년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거울과 마주하는 에바의 그늘진 얼굴을 종종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빛을 잃은 그녀의 얼굴에서 들리는 소리 없는 외침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달콤한 말은 에바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요원해 보였던 아들과의 화해는 그녀의 얼굴에 조금씩 생기를 불어넣는다. 2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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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이> If You Were Me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 한국 / 2015년 / 94분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감독의 옴니버스다. 최익환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떡볶이에 빠진 여고생의 유쾌한 학교 탈출기이자 떡볶이 사수 드라마다. 소녀들은 오늘도 교문 앞 떡볶이 가게로 맹렬히 향한다. 학교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등교 후 교문을 폐쇄한다. 선생님은 “여기에 있는 한 너희들을 그냥 좀비라고 생각하라. 대학가면 사람된다”고 한다. 영화는 좀비가 돼 선생님을 물어뜯는 소녀의 꿈, 선생님과 친구들의 저지를 뚫고 교문을 뛰어넘어 떡볶이집으로 향하는 소녀의 상상으로 이어진다.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에서 우민은 자신이 말하지도 않은 속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안다는 데 놀란다. 그러다 독특한 무리와 맞닥뜨린다. 그들은 권력 집단이 독재를 위해 개인의 기억을 파괴하고 전세계를 우민화한다, 인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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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더 대 백스> Schneider vs. Bax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 / 네덜란드 / 2015 / 9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암살자는 둘이요, 타깃은 서로다. 살인청부업자 슈나이더는 의뢰를 받고 목표물인 작가 레이먼 백스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백스 또한 그의 방문을 알고 있던 차. 둘은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슈나이더는 저녁에 열릴 자신의 생일 파티를 위해 서둘러 일을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의뢰인의 말과 달리 백스 곁에는 묘령의 여인이 함께 있다. 설상가상으로 순찰 중이던 토지 관리인에게 발각돼 슈나이더는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가 새롭게 변장하고 차를 갈아타는 사이, 백스의 집에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들이 드나든다.
네덜란드의 시네아스트,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이 빚어낸 정교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늪지대로 둘러싸인 외딴 방갈로를 중심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의 밀도 높은 대결이 벌어진다. 슈나이더가 백스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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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스테이> Short Stay
테드 펜트 / 미국 / 2016년 / 61분 / 국제경쟁
매사에 시큰둥한 마이크는 뉴저지에서 피자 배달로 생계를 꾸려간다. 친구를 대신해 필라델피아에서 도보 여행사 홍보를 맡지만 그의 삶은 그곳에서 더욱 비참해진다. 테드 펜트의 첫 장편영화 <쇼트 스테이>는 단편 작업을 함께해온 배우 마이크 마카로니를 내세워, 한 남자의 적적한 삶을 건조하게 그렸다. 뻣뻣한 걸음과 뚱한 표정의 주인공 마이크는 늘 무뚝뚝한 말투로 사람을 대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지만 대화와 관계는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중단되기 일쑤고, 마이크는 혼자 자기 방으로 돌아와 골똘히 생각에 잠길 따름이다. 건조한 일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번듯한 잠자리도 없는 그가 대도시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무시는 <쇼트 스테이>의 각박한 공기를 한껏 부풀린다.
<잠자는 소녀> Girl Asleep
로즈메리 마이어스 / 오스트레일리아 /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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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영화도시’ 전주에서 4월28일부터 5월7일까지 10일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 <본 투 비 블루>로 문을 열고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문을 닫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총 211편(장편 163편, 단편 48편)의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신선하고 도발적이며 재미와 감동까지 안겨줄 영화들이 그득한 가운데, <씨네21> 기자들이 자신 있게 20여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마련한 영상작가이자 영상이론가인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망해주었다. 나만의 영화를 발견하는 작지만 큰 기쁨을 전주에서 누려보시길. 예매는 이미 시작되었다.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로베르 뷔드로 / 미국, 캐나다, 영국 / 2015년 / 97분 / 개막작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끊임없이 음악적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