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리사 브륄만 / 스위스 / 2017년 / 97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15살 미아는 전학 간 학교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문제아 친구들을 사귀며 일탈을 즐긴다. 성적 호기심도 왕성해지고 비행도 과감해진다. 그런데 사춘기 소녀의 단순 일탈이라기엔 미아의 내적 요동이 심상치 않다. 미아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미아의 기행을 부추긴다. 수족관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이상행동은 징후적 신체 변화로 이어진다. 첫 생리를 하게 된 날, 미아는 자신의 발가락이 서로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는 동안 미아는 어쩌면 자신이 부모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이 미아에게 절실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아의 몸이 점점 어류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 마이 마인드>는 물고기 인간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②] <블루 마이 마인드> <라이브 하드> 外
-
<리벤지> Revenge
코랄리 파르자 / 프랑스, 영국 / 2017년 / 108분 / 부천 초이스: 장편
아마도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만나게 될 가장 잔혹하고 가장 통쾌한 여성 액션을 볼 수 있는 복수극이지 싶다. 스크린을 핏물로 가득 채우면서도 시대의 정서를 고민하는 장르영화를 기다려왔다면 <리벤지>를 주목하자. 백만장자 리차드의 내연녀인 제니퍼는 사막 한가운데 으리으리하게 세워놓은 별장의 사냥 파티에 초대받는다. 리차드의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한 친구 두명이 리차드가 집을 비운 틈을 타서 제니퍼를 해코지한다. 남자들로부터 능욕을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긴 제니퍼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이들을 한명씩 처단하기 시작한다. <리벤지>의 미덕은 장르영화 안에서의 성별 역학관계를 뒤집는 것을 핑계 삼아 폭력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끔찍한 방식으로 피와 뼈를 다룰지를 고민함과 동시에 자멸하는 남성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①] <리벤지> <공포의 침입자> 外
-
올해 7월의 13일은 금요일이다. 다시 말해 ‘13일의 금요일’에 당신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오싹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부천시청 일대에서 열린다. 액션, 호러, 스릴러, 판타지, 애니메이션 등 53개국 290편의 장르영화가 관객맞이에 한창이다. 관객의 영화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씨네21>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이하고 잔인하고 섬뜩하고 화끈한 영화 20편을 소개한다. 더불어 웨스 크레이븐, 조지 A. 로메로, 토브 후퍼의 작품을 상영하는 특별전 ‘3X3 EYES: 호러 거장, 3인의 시선’과 장르영화에서의 여성 재현을 탐구하는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SF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에서 상영되는 작품들도 소개한다. 올여름 부천에서 함께 장르영화 즐기실래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과 특별전 가이드 ① ~ ⑨
-
상반기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는 <파드마바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바기2>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비롯한 SF 히어로물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타노스를 꺾을 수 있는 건 오직 발리우드 슈퍼히어로 ‘크리쉬‘뿐이라는 얘기가 오갈 정도다(<크리쉬> 시리즈는 인도의 대표적인 슈퍼히어로물이다). 모든 ‘외국산’ 슈퍼히어로가 인도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엔 인도 관객에게 제대로 통했다. 세대가 변하면서 관객의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자국에서 외화의 개봉이 늦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간다. 그러는 한편 발리우드 최신작도 연이어 개봉하고 있으니, 관객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자국영화의 진화도 돋보인다. 최근의 인도영화는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거기에만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6월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살만 칸 주연의 <
[델리] 발리우드에 새로운 성향 보여주는 인도영화들의 등장
-
-
감독 조지 로이 힐 / 출연 로빈 윌리엄스, 글렌 클로스 / 제작연도 1982년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오면서 아버지 몰래 엄마의 예전 일기장을 훔쳐왔다. 집에 들를 때마다 장롱 속 유품상자를 비밀스레 뒤져 한두장씩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았고, 매번 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기분으로 망자를 추억하는 일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냥 조용히 가방에 넣어온 것이다. 당시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가장 낡고 늙고 오래된 그 겨자색 스프링 노트는, 걸어서 극장과 백화점을 오갈 수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 평생을 살던 여자가, 이제 막 결혼해 남편의 직장이 있는 황량한 지방 교외에 내려와 살기 시작하던, 1970년대 후반에 주로 쓰였다. 어떤 이야기들이 그 속에 적혀서 나를 자주 놀라게 하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했는지 이 지면에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과 불가사의한 신호들이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꾸준하게 떠 있던 그 낡은 일기장 속
백승빈 감독의 <가프> 괴상하게 아름답고 별난
-
대중문화 기자로 일하던 시절 가장 좋아한 댓글은 “ㅋㅋㅋㅋㅋ”였다. 한때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좋은 글이나 아름다운 글보다 웃긴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하면서, 웃기는 일은 무척 힘들어졌다. 쓸 수 없는 소재, 쓰면 안 되는 표현, 침범해선 안 될 입장…. 몇개의 필터를 거치고 나면 처음 떠올린 농담은 너무 심심하거나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이제 계속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 한 여성이 지구 반대편에서 답했다. “그래서 제 코미디 경력이 끝장난다면 그러라죠!”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인 해나 개즈비는 동성애를 병이나 죄악으로 취급할 만큼 보수적인 지역에서 성장하며 자신을 혐오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농담으로 쇼를 만들어왔다고 고백하며 선언한다. “저는 자학적 유머로 경력을 쌓아왔어요. 그런데 더는 싫더라고요. 비주류에 속한 사람의 자학이
[TVIEW]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 이제는 끝내야 할 농담들
-
<신과 함께-인과 연>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덱스터스튜디오 / 감독 김용화 / 출연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이정재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8월 1일
<신과 함께-인과 연>은 한국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신과 함께-죄와 벌>의 후속편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전편이 귀인 자홍(차태현)을 환생시키기 위한 일곱 지옥의 재판, 즉 죄와 벌에 관해 다뤘다면 이번 영화는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며 천년 동안 뒤엉켜온 인(因)과 연(緣)을 이야기한다. 1편의 원귀였던 수홍(김동욱)이 저승 삼차사의 환생을 담보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강림(하정우)과 이어나가는 와중에, 이승에서는 염라대왕의 명을 받들어 망자를 데리러 간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이 성주신(마동석)을 만나게 된다.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채로 천년 동안 저승 차사로 살고 있던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신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을
[Coming Soon] <신과 함께-인과 연>, 천년 동안 뒤엉켜온 인(因)과 연(緣)
-
매사에 성실한 사람에게는 종종 ‘재미는 없다’는 편견이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열정과 승부욕으로 유명한 최민호는 재미도 있다. 샤이니 데뷔 때부터 랩메이킹을 해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왜 그동안 티를 안 냈느냐”고 묻자 그는 “유세 떠는 것 같아서”라는 겸손한데 흥미로운 대답을 했다. 또한 편안한 표정으로 내내 상대와 눈을 맞추며 모든 질문에 꼼꼼하게 답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최민호의 새로운 얼굴은 물론 기존 매력과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인랑>으로 돌아온 배우 최민호를 만났다.
-<달콤한 인생>(2005)을 수십번 볼 만큼 김지운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라 <인랑> 오디션이라도 보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고.
=캐스팅보드에 올라갔다는 소식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미팅 연락을 해오셨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나갔는데, 바로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 너무 좋아서 미소를
<인랑> 최민호 -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
유명 걸그룹 2NE1의 멤버이자, 미국으로 진출해 활발히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CL(이채린). 그녀의 할리우드 영화 진출작 <마일 22>가 8월 말 국내 개봉한다. CL은 CIA의 암살조직 ‘오버워치’에 소속된 킬러, 퀸 역할을 맡았으며, 예고편 속에서도 모습을 비췄다. 하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영화 속에서 그녀의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일 22>는 일급 기밀을 쥔 채, 여러 집단의 타깃이 된 인물을 90분 안에 22마일 밖으로 이송해야 하는 작전을 담은 영화다. 마크 월버그가 타깃을 이송하는 미국의 요원을 맡았다. 이외에도 드라마 <워킹 데드>의 로렌 코핸, 존 말코비치, UFC 여성 챔피언 론다 로우지 등이 출연한다. <마일 22>는 개봉 전, 이미 속편 제작도 확정됐다.
<핸콕>, <론 서바이버> 등을 연출한 피터 버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피터 버그 감독은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CL 할리우드 진출작 <마일 22> 8월 말 국내 개봉 확정
-
<인랑>에서 김무열이 연기한 공안부 차장 한상우는 말끔한 외양을 하고 짐승처럼 포효한다. 멜로물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를 비틀면 <은교>(2012)와 <기억의 밤>(2017) 속의 서늘함이 새어나오는 배우에겐 더없이 제격인 역할이다.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이자 공안부가 제거 대상으로 삼는 특기대 출신의 친구 임중경(강동원)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열등감은 한상우를 위력적인 괴물로 만든다. 그런데도 한상우를 악인이라 칭할 수 없는 것은 그에게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인간의 연약함과 애잔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인랑>은 김무열에 의하면 “배우로서 다시 한번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다. 데뷔 14년차, “점점 새로워지기가 어렵다”라고 말하는 김무열에게 파격과 도약의 기회를 준 <인랑>에 관해 물었다.
-공안부 차장을 젊은 배우가 연기해서 놀랐다. 야심가 한상우는 어떤 인물인가.
=한상우
<인랑> 김무열 -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
-
핵전쟁의 위협에서 한반도를 구하더니 이번엔 통일에 반대하는 테러단체와 맞선다. <강철비>(2017)에 이어 <인랑>을 선택한 배우 정우성의 필모그래피 시계는 정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두 작품의 시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우연”은 <인랑>의 출연진 중 오직 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극중 정우성이 연기하는 장진태는 반정부 테러단체 섹트에 맞서는 경찰조직 특기대의 브레인이다. 다른 이들보다 몇수 앞서 판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그의 치밀함은 <인랑>의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인랑>으로 김지운 감독과 11년 만에 재회했다.
=<강철비>를 촬영하기 직전쯤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작은 배역인데 맡겨도 될까 하며 조심스럽게 연락하신 것 같더라. 마침 ‘센’ 작품들을 연달아 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부담 없이 <인랑>을 선택했다. 김지운 감독은 물론 <아수라>(2016)를 함께한 이모
<인랑> 정우성 - 후배들 사이의 작은 역할도 즐겁다
-
동북아 정치 지형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남북한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이 선포된 2029년. 영화 <인랑>이 제시하는 가상의 미래 속에서 배우 한효주가 연기하는 이윤희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홀로 외롭고 처절하게 싸워나갈 인물이다. 임중경으로 대표되는 대통령 직속 경찰기구 특기대와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 그리고 공안부의 대립 속에서 이윤희는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까. 한효주에게 남자들로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홀로 버티고 선 이윤희의 아픔, 삶의 무게에 관해 물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원작 애니메이션은 20대 때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김지운 감독님이 리메이크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나올 즈음이었나? 그땐 이야기가 좀 모호하다고 느꼈고, 캐릭터에는 자꾸만 연민이 생기더라. 다음날에도 영화의 주제가가 귓가에 계속 맴돌고.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는 내가 연기할 윤희가 참 어렵겠다,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윤
<인랑> 한효주 -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거침없이 연기했다
-
강화복을 입은 인간병기.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1999)을 실사로 구현한다고 할 때, 비주얼의 설득력은 절대적인 과제가 된다. 동시에 ‘무리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한국영화에서 위험부담이 큰 대작 SF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꽤 만만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2015)의 사제복을 몸에 맞게 일체화했던 것처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모험을 즐겼던 지금까지의 행보에서처럼, 30kg에 달하는 육중한 강화복을 입고 30 대 1의 액션에 뛰어든다. 강동원이라서 기대되는 그 세계로.
-영화화 발표는 꽤 오래전인데, 인고의 프로젝트가 됐다.
=2013년에 촬영 들어가려고 했으니 소집해제하고 출연한 첫 작품이었다. 5년 동안 준비했다. 마음으로. (웃음) 그동안 시나리오를 몇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시대배경도 50~60년대 설정도 있었고. 80년대는 물론 유신 정권 설정도 있었다. 제작 규모가 커서 들어가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한국 SF 장르
<인랑> 강동원 - 의외의 모험을 즐긴다
-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혼돈의 시대. 테러와 권력기관의 공격이 횡행하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인랑>의 인물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김지운 감독이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 속 전후 혼란을 2029년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의 혼돈기로 옮겨온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 5명의 배우가 그 누구도 선뜻 짐작 가지 않을 그 세계로 들어갔다. 짐승이기를 강요하는 임무와 인간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병기 임중경(강동원), 그런 그에게 인간의 마음을 일깨우는 이윤희(한효주), 반정부 테러단체 섹트에 맞서는 경찰조직 특기대의 훈련소장 장진태(정우성), 친구였던 임중경과 적으로 대립하는 공안부의 한상우(김무열), 임중경을 보좌하는 특기대원 김철진(최민호). 8개월간의 긴 촬영으로 매진한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이들과 <인랑>의 세계를 해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기 2029년을 치열하게
<인랑> 강동원·한효주·정우성·김무열·최민호 - 베일을 벗을수록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