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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우울은 흔히 부정적으로 이해되는데, 그 안에 깃든 창조적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책은 이미 꽤 있었다. 앤서니 스토 역시 그런 책을 쓴 적이 있다. <고독의 위로>라고.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는 <고독의 위로>와 연결지어 읽으면 좋을 텐데, 혼자 살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위로>가 친구가 되어준다면, 관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쪽이 좋을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전혀 비슷하지 않은 책들 같아 보이지만, 둘 다 자기 안의 절망을 알고 직시하는 힘을 말한다.
1980년에 나온 이 책은 윈스턴 처칠의 우울증에 대해 분석해 유명해졌다.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에 ‘검은 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친숙하고 오래된,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감정이라는 뜻이리라. 생애의 대부분을 검은 개와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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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매체들이 2018년 영화들의 연말 결산을 마무리지었다. <인디와이어>는 현지시각으로 12월 17일, 32개국 232명의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올해의 영화·영화인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1위부터 5위까지 <로마> <퍼스트 리폼드> <버닝> <더 페이버릿> <콜드 워>가 이름을 올렸고, 이중 <로마>는 2위 영화와 약 2배 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올해의 감독에 알폰소 쿠아론을 비롯해 외국어영화·촬영부문 역시 <로마> 차지였다. 여자배우는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먼이, 남자배우는 <퍼스트 리폼드>의 에단 호크가, 남녀 조연배우에는 <더 페이버릿>의 레이첼 바이스와 <버닝>의 스티븐 연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필름 코멘트>는 <자마> <버닝> <퍼스트 리폼드> <로마> <베스
해외 매체가 뽑은 2018년 최고의 영화·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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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의 총괄안무는 뮤지컬 안무가 및 연출가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이란영 안무가가 맡았다. 뮤지컬계에선 스타 안무가지만 <스윙키즈> 현장에선 “영화 새내기”이자 “막내”였다. “내 이름이 박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개무량했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뮤지컬 안무를 짤 때도 영화적 앵글을 무대에 적용하곤 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을 보면서도 “뮤지컬영화가 아닌데 영화 자체의 리듬이 너무 좋아 꼭 뮤지컬처럼 느껴졌다”고 평했다. <스윙키즈>는 탭댄스가 영화 전체의 서사를 끌고 가는 작품이다. “크고 작은 댄스 신만 30개쯤 된다. 하지만 강형철 감독의 머릿속에 이미 댄스 신과 관련해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있어서 나는 그 그림을 정확히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란영 안무가는 “<스윙키즈>가 탭댄스를 보여주는 영화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에서 탭댄스는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다. 탭댄스는 발로써 감정을
이란영 <스윙키즈> 총괄안무 - 감독의 그림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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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차기작을 준비하는 한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초고도 적당히 마무리되어가는 가운데 최종 영화 제목을 고민하고 있었다. 애초의 제목도 좋아 보였으나 느닷없이 ‘작명하기 쉬운’ 영화 제목을 새로 짓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수라>의 ‘아수리언’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불한당원’은 말할 것도 없고 올해에도 <독전>의 ‘독종’과 <허스토리>의 ‘허스토리언’에 이어 최근 <미쓰백>의 ‘쓰백러’라는 이름으로까지 이어진 팬덤 현상을 미리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생각에 살짝 어이없기도 했지만,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는 순수하고도 간절한 마음이라 생각하고 동석자들과 함께 마른안주를 뿌리며 격려해준 기억이 난다. 2019년에 찾아올 신작과 그 감독들과의 인터뷰는 다음호부터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주 마감하는 잡지에 ‘신년특별호’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이번호에도 2018년을 돌아보는 기획은 넘
[주성철 편집장] 독종, 허스토리언, 쓰백러를 이을 2019년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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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원작의 영상 콘텐츠가 대거 제작된다. 스튜디오N(대표 권미경)은 웹툰 기반의 영화 및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상 제작 라인업 10편을 발표했다. 먼저 김규삼/CRG 작가의 <비질란테>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웹툰을 기반으로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에 제작될 예정이다. 일란성 세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한(恨) 작가의 <상중하>는 <조작된 도시>(2017), <웰컴 투 동막골>(2005)을 연출한 배종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연제원 작가의 <피에는 피>는 <추격자>의 제작사 비단길과 함께 제작한다. 천재 신인작가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특한 스토리와 꼬리를 무는 반전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범우 작가의 <대작>은 영화사 오스카10스튜디오와 함께 영화로 제작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조현아 작가의 <연의 편지>가 공동 제작사 LICO와 함께 극장용
‘스튜디오N’ 영화와 드라마 라인업 10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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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2년생 김지영>에 캐스팅되며 화제가 됐던 정유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으로 독특한 감각을 선보인 이경미 감독. 두 사람이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호흡을 맞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보건교사처럼 보이지만 귀신을 볼 수 있는 주인공 안은영(정유미)이 새롭게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퇴마를 하는 이야기다.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가 드라마의 각본을 맡았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으로 귀신들을 퇴치하는 등 참신하고 코믹한 퇴마 과정이 그대로 등장할 예정. <보건교사 안은영>는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 <꽃미남 라면가게>, KBS 드라마 <화랑> 등을 만든 오보이 프로젝트가 제작하는 작품이다.
이경미 감독은 2017년 여러 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기를 다룬 JTBC 예능 <전
정유미X이경미 감독,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호흡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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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명화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가 12월13일 재개봉했다. <러빙 빈센트>는 125명의 화가들이 참여, 10년이라는 제작기간이 소요된 작품이다. 보통 애니메이션 영화가 실사영화보다 오랜 제작기간이 걸리지만, <러빙 빈센트>는 가히 제작진의 ‘피땀눈물’이 서린 노고의 결과물. 이런 <러빙 빈센트>처럼 제작에 오랜 시간이 들었던 영화들을 모아봤다. 저작권 문제, 감독 교체 등으로 제작이 지연됐던 작품들은 제품들은 제외했다.
<소중한 날의 꿈>
앞서 말했듯,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2011년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소중한 날의 꿈>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약 10만 장의 작화가 소요됐으며 1차 파일럿 영상이 혹평을 받고, 수정을 거치는 등 수
제작진의 ‘피땀눈물’! 10년 이상의 제작기간을 자랑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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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영화. 마치 등급을 매겨 질이 낮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처럼 들린다. 그러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데드풀> 시리즈 등 최근 ‘B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들은 오히려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B급 영화’라는 단어는 과연 어떤 영화들을 부르는 수식어일까. 그 유래와 의미에 대해 파헤쳐 봤다.
B급 영화의 유래
B급 영화의 유래는 1920년대 할리우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영화 제작사들은 자체적인 인력 개발을 목적으로 저예산 영화들을 제작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감독들을 중심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해 연습용 영화를 찍도록 한 것. 이러한 연습용 영화 제작은 B급 영화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그리고 1929년 미국에는 대공황이 찾아온다. 할리우드는 이런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저예산 영화들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저예산 영화를 일반 상업영화 전후에 함께 상영, 같은 요금으로 두 편의 영화를 관
대체 B급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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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기도하는 남자>(2018)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아내 정인(류현경)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신은 더 큰 시련을 주신다’는 종교적인 화두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태욱의 가족.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인 가치로 통용되는 돈의 문제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이 현실을 방불케 하는 리얼한 상황 속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기도하는 남자>를 개봉 전 미리 만나는 행사가 열렸다. 12월 12일 경기도 부천 CGV소풍에서 열린 경기영상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상영회 이벤트 ‘우리 영화, 오늘 만나’를 통해 2018년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작인 <기도하는 남자>가 선정됐다. 상영 후 이화정 <씨네21> 기자의 진행으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는 강동헌 감독과 태욱의 아내이자 아픈 어머니의 병
<기도하는 남자> GV -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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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시 존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퀸시 존스의 음악과 삶>을 봤다. TV용 사운드 바를 하나 장만한 기념이었다. 퀸시 존스가 누군가.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높은 성취를 거둔, 속된 말로 ‘말도 안 되는 전설’이 바로 그다. 퀸시 존스의 출발은 재즈였다. 트럼페터로 당대 일류였던 그는 프랑스에서 클래식을 배운 뒤 영화음악가로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흑인 뮤지션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뮤지션/밴드와의 작업을 통해 퀸시 존스는 쉴 새 없이 히트곡을 쏘아올렸다. 그중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일궈낸 업적은 뭐,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딱 세 장면을 언급하고 싶다. 케네디 센터 아너스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뒤 열린 축하 공연에서 평생 친구였던 레이 찰스가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며 노래했을 때 눈시울을 붉히던 장면, 2016년 개관한 흑인 역사문화박물관의 총감독을 맡아 성공적으로 개관을 이끌어낸 장면,
[마감인간의 music] 다큐멘터리 <퀸시 존스의 음악과 삶>, 시청자의 댄스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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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하나의 장면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에피소드4 ‘황금빛 협곡’에서 한 사내가 노인을 총으로 쏜다. 쓰러진 노인을 보던 사내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새 한 마리가 창공을 비행하고 있다. 왜일까. 사내는 잠시동안 홀린 듯 새를 응시한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나도 홀린듯이 그들을 바라본다. 총구를 겨누던 긴장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를 향한 아득한 시선만이 이 장면을 가득 채운다. 곧이어 사내가 시선을 거두고 노인에게 다가가자 그는 갑자기 죽음을 맞는다. 지극히 코언다운 죽음이다. 다만 그 직전에 등장한 새의 형상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매혹적이다. <카우보이의 노래>에는 이런 순간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누군가의 죽음의 직전에 찾아오는 미혹적인 순간들. 그것은 위기의 상황에 홀연히 등장하여 주인공의 넋을 낚아채고서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버린다. 그 장면들을 회상하며 <카우보이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
코언 형제가 <카우보이의 노래>에 담고 싶었던 삶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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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인 FLY가 7회를 맞이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본다면.
=올해 졸업생들까지 포함하면 총 156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지난 7년간 FLY를 운영하며 졸업생들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했다. FLY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영화에 갓 입문한 듯 보였던 친구들이 졸업한 뒤 칸, 베를린 등의 국제영화제와 부산, 로카르노 등 저명한 국제영화제의 영화 워크숍에 초청되며 자국에서도 주목받는 신진영화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
-FLY가 한-아세안 협력사업의 성공 케이스로 거론된다고 들었다.
=한-아세안 협력사업의 문화부문에서 우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는, FLY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지원자들이 고루 수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FLY 사업은 간접 수혜자의 폭이 굉장히 넓다. 매년 아세안에 속한 국가를 로케이션 삼아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현지의 배우,
한-아세안 영화공동체 프로그램 총괄하는 부산영상위원회 배주형 전략사업팀장, "FLY가 기획 개발한 영화가 나오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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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친구들과 너무 친해져서 향수병을 느낄 새도 없다.”(지오) FLY 2018 프로그램이 열리는 싱가포르 픽셀 스튜디오에서 세명의 참가자를 만났다. 필리핀에서 온 지오, 싱가포르 출신의 주디스, 인도네시아 학생 아위가 그들이다(풀 네임이 있지만 이 지면에서는 편의상 이들을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A팀, B팀으로 나뉘어 제작한 단편영화 두편의 후반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FLY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아시아 각국 친구들과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열띤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지오_ 필리핀에서 온 테렌스 지오르단 곤잘레스다. A팀의 촬영을 맡고 있다.
=주디스_ 싱가포르에서 온 통 쉬 야 주디스다. 나 역시 A팀에서 편집감독을 맡았다.
=아위_ 인도네시아에서 왔다. 내 이름은 카와키비 무타키엔이고, B팀의 조감독을 맡고 있다.
-FLY 2018에 참여한 계기는.
아
FLY 2018 세명의 참가자, 지오·주디스·아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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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1월 30일,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FLY 2018이 열리는 싱가포르 픽셀스튜디오로 향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감독인 에릭 쿠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리고 있었다. 강의는 FLY 교육생들이 에릭 쿠 감독의 영화 <면로>(1996), <내 곁에 있어줘>(2005), <통증>(1994)을 감상한 뒤 감독의 제작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에릭 쿠 감독은 디지털카메라가 없었기에 현장에서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던 1990년대의 단편영화 제작 경험을 떠올리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자원이 부족할 때, 창작자는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며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에릭 쿠는 그러한 사례로 강렬한 사운드트랙으로 영상의 조악함을 보완했던 자신의 단편영화 <통증>의 제작기를 들려줬다.
02. 12월 2일, 교육생들이 쪽잠을 자며 단편영화 편집에 올인하던 이날, 픽셀에서는 FLY 졸업생들의 ‘홈커밍 데이’가 열렸다.
사진으로 보는 FLY 2018 4일간의 동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