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밀애30대 초반의 주부 미흔은 어느 날 갑자기 집안으로 뛰어든 남편의 애인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미흔의 건강이 여의치 않자 남편이 나서서 남해안의 한 마을로 거주를 옮긴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인규가 미흔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4개월간 조건없는 사랑을 나누되 사랑한다고 발설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탐닉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격렬함을 향해 치닫는다. 변영주 감독, 김윤진, 이종원, 계성용, 김민경 출연, 시네마서비스 배급, 상영시간 112분김봉석 결국은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네… ★★★박평식 새 애마부인이 노라를 흉내내며 지르는 ‘높은 목소리’ ★★심영섭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386 판타지 ★★★★유지나 사랑의 ‘중독’ 을 넘어선 결말이 볼 만하다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제시카는 뉴욕에서 <트리뷴>의 카피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유대인 여성이다. 릴케 애호가인 그녀는 어느 날 신문의 개인광고란에서
밀애/이브의 아름다운 키스/텐 미니츠 트럼펫/레드 드래곤/유아독존/몽정기
-
여러 사람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할 때 성과를 극대화하는 관건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에 맞는 사람을 잘 배치하고, 이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른바 ‘적재적소’가 필수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막상 집행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촬영 때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면서 이것저것 많이 개선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사람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도 비효율적인 요소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영화촬영 현장에 가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부산하게 일을 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은 팽팽한 긴장이 흐르지만, 감독의 ‘컷’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시골 장터의 난전처럼 어수선해진다. 카메라와 조명기를 옮기는 등 다음 촬영을 위해 한바탕 법석이 벌어지고, 다음 장면 리허설이 시작된다. 규모 큰 액션장면이나 출연자가 많은 복잡한 장면일 경우 시간도
[조종국] 해법은,`사람` 에 있다
-
지난해 극장에서 딸아이와 함께 본 <몬스터 주식회사>를 비디오로 빌려 다시 보았다. 극장에서 볼 땐, 한글 자막 처리된 프린트여서 옆에 앉은 젊은 청춘 관객의 눈총을 받으며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 읽어주랴, 영화를 보면서 웃으랴, 소리 지르랴 정신 없었다. 무릎에 앉혀놓은 딸아이는 어떤 장면에선 몸을 부들부들 떨며 놀라기도 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보기도 했다. 그러나 다 보고 나와서는 6살 꼬마여서인지 총체적인 관람평을 한다거나 하는 수준까진 보여주지 못하고, 외눈박이 괴물 마이키가 너무 시끄러워 얄미웠다는 허튼() 소감을 피력하는 정도였다.아이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우리말 더빙판을 빌려 보았는데 영 제 맛이 나지 않았다. 수다쟁이 빌리 크리스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더욱 그랬다. 내가 <몬스터 주식회사>를 비디오로 다시 빌려본 이유는, 아이와 다시 한번 즐거워 보자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설리의 ‘그 푸른 털’의 부드럽고 미세한 움직임을 다시
[심재명] 네 진심을 보여줘
-
전화가 왔다. 시골의 어머니다. 내일모레면 병원에 갈 일 때문에 서울에 오게 되어 있는 어머니. 목소리가 웅웅거려서 어디야 하고 물었다. “무시(무우)밭이다… 서울에 가야 된 게 무시나 한개 뽑아다가 느그 아버지 나 없는 동안 자시라고 청국장이나 끓여놓고 갈라고. 너한티 할말이 있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할라고 걸었다아.”지난 여름에 큰 올케가 핸드폰을 구해다가 어머니 목에 걸어주었다. 거기에는 우리 형제들 전화번호 6개가 입력되어 있다. 아마 어머니는 나와 통화하려고 4번째 것을 눌렀을 것이다. 처음에는 늙은이가 무신 핸드폰이라냐, 하시더니 이제는 생각나면 어디서나 전화를 걸 수 있고 한번만 누르면 되니 간편해서 좋다고 하셨다.“무슨 말”“내가 내일 택배를 부칠 것잉게 집 비우지 말고 받어라.”“뭘 부친다고 그래….”결혼하고 김치 한번 담가본 적이 없다. 김치가 떨어질 만하면 어머니가 시골서 부쳐왔다. 배추김치뿐 아니다. 깍두기, 파김치, 깻잎김치, 갓김치 등등. 늘 말로는 안 부쳐
짠한 이름,어머니
-
-
얼마 전 씨네21 부록으로 나온 <봄날은 간다>의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영화를 봤다.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에도 시나리오를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비디오와 함께 시나리오를 읽으니 색다른 느낌이다. “아! 이 장면들은 생략했구나.”시나리오에는 아버지가 많이 등장하는 데 영화에는 많이 생략되었다. 할머니, 아버지, 상우로 이어지는 대물림이 영화를 찍으면서 할머니와 상우로 압축되었고 시나리오와 영화를 합쳐서 보니 은수의 사랑이 눈에 보인다. “이 장면 생각난다. 다시 보아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영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은수가 상우를 찾아온다. 화사한 벚꽃을 배경으로 그들의 만남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데 상우는 왜 은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일까 은수가 “우리 같이 있을까” 하는 말에“그래”라는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몇번을 뒤돌아보는 은수에게 오라는 손짓만 하면 되는데 상우는 잘 가라는 손짓을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보리밭 한가운데 서서
상우는 은수를 왜 보냈을까, <봄날은 간다>
-
설마 빌이 그럴 줄은 몰랐다. 언제나 친절한 이웃이었고 게다가 건실한 경찰관이었던 빌이 고작 아내의 과소비 때문에 돈이 궁해졌다고해서 셀마의 그 소중한 돈- 아들의 눈 수술을 위해서 중노동으로 푼푼히 모았던 그 돈을 훔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 여기도 또 시작이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고단한 일상만으로도 모자라 또 나쁜 일이 생긴다. 꼬인다. 엎친데 덮친다. 불행은 늘 ‘본의 아니게’찾아오고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닌데’ 결국 그렇게 엉망진창이 돼버리는 것이다.셀마는 점점 멀어가는 눈으로 위험한 기계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일한다. 자칫하면 손이 잘릴 수도 있다. 눈이 멀다- 맹목. 셀마는 아들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일을 했고, 빌은 돈에 눈이 멀어 셀마의 돈을 훔치고, 셀마는 그 돈을 지키기 위해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결국 분별없는 집착에 빌도 죽고 셀마도 죽는다. 아무도 얻은 것은 없다. 모두 잃었다. 이 맹목의 몸부림들이 결국은 ‘어둠 속의 댄서’들이 추는 슬픈 춤이 아니겠는가.
김형태의 오!컬트 <어둠 속의 댄서>
-
지난번에 우리나라를 ‘장수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가 욕을 충분히 얻어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특히 정부 당국자들의 관심과 연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썼는데 정부에서는 물론 사방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남들은 다 알고 이미 실천하고 있는 이야기를 뒤늦게 쓴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었다. 일단 내가 자주 다니는 S교차로의 공사장만 봐도 그렇다.이 교차로는 약 7, 8년 전에 차선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공사를 완공했다. 그 공사에 걸린 시간은 잘 모르지만 규모로 미루어 4, 5년은 족히 걸린 듯하다. 그런데 여섯달도 못 돼 다시 그 교차로의 지하를 파서 남북으로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하더니 아직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내가 그 공사의 개요를 확인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왜, 무슨 공사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7, 8년을 참으며 다닌 나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한 사람
다시,장수 천국을 위하여
-
불과 3년 전인데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1999년 <쉬리>가 일본에서 전국 100만명을 돌파한 사건. 한국영화는 그때 일본에서 뭔가 거대한 시장을 발견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쉬리> 이후 많은 영화들이 100만달러 넘는 가격으로 일본에 팔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한국에서 수많은 일본영화가 극장을 잡지 못해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만이 이름값을 했을 뿐 일본에서 한국영화는 여전히 마이너리티에 머물고 있다. <쉬리>의 성공은 단지 운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영화의 매력이 이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지난 10월29일 ‘한민족 문화공동체대회’ 참가차 방문한 일본의 영화사 씨네콰논 대표 이봉우(43)씨를 만난 것은 그런 궁금증 때문이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배급한 그는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그는
<쉬리> 등 일본 배급한 씨네콰논 대표 이봉우
-
정준호에게는 능글맞은 구석이 있다. 수줍고, 어둡고, 조심스러운 구석은 없다. ‘남자라면 그렇게 시원시원해야지’ 하고 ‘어른’들이 말할 법한, 그런 개의치 않아하는 시원스러움이 그에게는 있다. <하얀 방> 기자시사회에서 정준호는, 그런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배우와 감독의 무대인사 시간. 사회자가 뭐라고뭐라고 얘기를 하려 하는 어느새, 정준호는 마이크를 잡고 능수능란하게 사회를 봐‘버렸다’. ‘뭐, 힘들 게 할 필요 있어’ 정준호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같다.
<하얀 방>은 정준호의 여덟번째 영화다. 지난 7월 촬영이 끝났지만 개봉이 늦어져 <가문의 영광>보다 늦게 관객을 만나게 됐다. <가문의 영광>으로 ‘영광’을 본 이후 후속작이 된 <하얀 방>의 개봉에 맞춰, 정준호는 중국 <천년호> 촬영장에서 며칠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어떻게 하다보니 세편이 연달아 나오게 됐네요”, 라고 숨가쁨을 드러냈다. 특
<하얀방> 끝내고 <천년호> 촬영준비 완료 , 정준호
-
‘8마일’은 디트로이트시 경계 도로의 이름이다. 역사나 대중음악에 비쳐진 이 전통적인 공업도시의 이미지는 67년 흑인폭동이나, 이 폭동을 지지했던 전투적 그룹 MC5에서 연상되듯 어딘가 억압적이면서도 강렬하다. 과격한 욕설을 퍼부어대는 백인 래퍼 에미넴(30)도 디트로이트 출신이다. 영화 <8마일>은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한 청년이 래퍼로 성공하는, 달리 말해 랩을 통해 세상과 자신과 싸워가는 이야기이다. 에미넴의 배우 데뷔작인 이 영화는 에미넴의 실제 삶과 공통점이 많은, 반자전적 요소를 지닌 픽션이다.95년의 디트로이트. 공업도시의 성공신화가 무너지면서 인종적, 계층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8마일’은 도시와 교외를 가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흑과 백을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 그건 또한 청년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의 삶을 구획 짓고 가두는 경계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미의 세 친구는 낮에는 밑바닥 일을 전전하면서 밤이면 그룹 ‘3⅓’을 만들어 힙합클럽에 나간다. 스미스
해외신작 <8마일>
-
전남 해남군 황산면의 너른 갈대밭에 카메라를 드리운 <살인의 추억> 찰영현장. 극중 서태윤 형사(김상경)가 80여명의 전경들을 몰고서 갈대밭의 사체를 수색하는 장면이다. 간단한 부감 숏이라 여길 수 있지만 김형구(43) 촬영감독은 다음 장면까지 계산에 넣어두고 있다.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기대어 박두만 형사(송강호)와 그의 수족인 조용구 형사(김뢰하)가 실뜨기 놀이를 하다 서 형사가 사체를 발견한 것을 알아채고 소스라치는 장면의 속도까지 감안해야 하는 것. <플란더스의 개>에서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선보였던 봉준호 감독은 꼼꼼한 콘티를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촬영이 시작되기 전 이미 김 촬영감독과 카메라 앵글, 동선에 대한 협의를 끝낸 상태였지만, 실제 다음 장면 촬영에 들어가자 사체가 자극하는 구토를 앞에 두고 형사들의 먹이를 놓쳤다는 낭패감과 범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훼손하지 않고 한숏 안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고심하는 눈치였다. 유유자적하던 송강
<살인의 추억> 촬영현장
-
이제 봉두라고 불러주세요. 차승원이 <선생 김봉두>에 캐스팅되었다. 좋은영화에서 제작하고 <재밌는 영화>의 장규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선생 김봉두>에서 차승원이 맡은 역은 촌지라면 사죽을 못 쓰던 부패교사 김봉두. 김봉두는 참고서 영업사원들이 와도 참고서의 질을 따지기 전에 책갈피 사이에 흰봉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정도로 돈에 환장한 남자로 참다 못한 학부모의 항의로 강원도 외딴 분교로 쫓겨나게 된다. 그의 개과천선 여부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 <신라의 달밤>의 이성재에서 <광복절 특사>의 설경구까지 늘 짝을 이뤄 연기했던 그에게 <선생 김봉두>는 ‘홀로서기’하는 첫영화가 될 예정이다.
차승원, <선생 김봉두>에 캐스팅
-
2002 광주국제영화제 “마스터 디렉터” 섹션에서 상영된 장 뤽 고다르의 <영화사>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1월 9일 - 10일 (2일간)까지 특별상영한다.
각 4부로 구성된 작품을 두편 으로 나눠 11월 9일(토)과 10일(일) 양일 간에 2회 상영하며 아울러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11월 10일(일) 오후 1시에 ‘고다르 <영화사>를 이해하기 위한 몇가지 단서’라는 제목의 강연 (서울 시네마테크 대표 임재철)도 함께 마련된다.
문 의: 3272-8705(서울시네마테크) www.cinemathequeseoul.org.
720-9782(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www.kotheque.org
cine21@news.hani.co.kr
장뤽고다르 <영화사> 상영
-
“덤블도어 사망하다”. 72살의 베테랑 배우 리처드 해리스의 부음을 알린 10월26일 아침 영국 신문들의 표제는, 거물의 퇴장을 통고하는 묵직한 울림을 냈다. 리처드 해리스는 10월25일 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촬영을 마치고 8월부터 입원 중이던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에서 호지킨병으로 숨을 거뒀다. 신세대 관객에겐 <글래디에이터>의 황제 아우렐리우스와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교장 덤블도어를 통해 현인의 초상으로 친숙한 해리스지만, 기실 젊은 날의 그는 ‘헬레이저’(말썽꾼)로 통한 방탕한 스타였으며 아홉 군데나 부러진 코를 가진 풍운아였다. 굴곡 심한 라이프스타일은 아일랜드의 부유한 제분업자 가정에서 출생해 급격한 몰락을 맛본 유년기부터 해리스에게 숙명이었다. 집을 뛰쳐나온 해리스는 럭비에 발군의 재능을 보여 아일랜드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됐으나 결핵의 병마가 태클을 걸어왔다. 병상생활 중 조이스와 베케트 등을 읽으며 뒤늦게 독학한 해리스는
배우 리처드 해리스의 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