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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옥이 왔다. <영웅>과 함께, 좁다란 홍콩의 골목에서 빠져나와 중국의 산하를 비상하며 ‘날으는 눈’(飛雪)이 되어. 1984년 데뷔한 뒤 20년간 스쳐간 수많은 영화 속 편린에 비쳐진 장만옥에 대하여, 뜨거운 완탕국수를, 기름묻은 닭고기를, 파인애플이 끼워진 소시지 꼬치를, 무언가를 오물거리며 먹을 때 가장 사랑스럽던 그녀의 입술에 대하여. 그 치명적인 매혹에 대한 보고서.
순수의 수동, 거부할 수 없는 몸짓
주성치가 한 영화에서 “내 소원이 장만옥의 가슴을 보는 것”이라고 농담을 했을 만큼, 영화 속의 장만옥은 늘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존재다. 마른 편이지만 나약해 보이지도 여성적인 선을 잃지도 않는 그녀의 육체는 주물처럼 부어넣은 듯 온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라텍스 의상을 입고 파리의 지붕 위를 달리는 <장만옥의 이마베프>에서 그 ‘고혹한 보석’(慢玉)의 진가를 발휘하지만 좀처럼 검은 코스튬은 그녀의 살갗을 떠나지 않는다. <영웅>에서
아름다운 배우, 양조위와 장만옥 [3] - 장만옥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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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프랑스 감독이 <동방삼협>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장만옥을 캐스팅해 뱀파이어영화를 리메이크하려고 하지만 결국 무산되고 만다는 해프닝을 통해 프랑스 영화판을 풍자한 ‘영화에 대한 영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장만옥의 이마베프>에서 ‘한때는 휼륭했지만 더이상 휼륭하지 않은’ 극중 감독 르네 비달에 대해 장만옥은 그를 부정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끝까지 감독을 옹호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철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과 관련된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그 영화를 선택한 이상 결국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의 의도를 최대한 가깝게 표현해내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상영될 때, ‘내가 저렇게 하자고 해서 저런 식으로 표현된 게 좋았어’라고 스스로 만족하기보다는 감독이 ‘연기를 참 잘했어’ 하고 인정해주는 편이 훨씬 좋다는 거죠.” 그렇게 장만옥은 철저히 감독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려는 배
아름다운 배우, 양조위와 장만옥 [4] - 장만옥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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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평양 김일성 광장, 거대한 인민군의 물결속에서 행진하는 림병호(한석규) 소좌. 숨가쁜 추격을 따돌리며 그가 동베를린을 통해 위장귀순을 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악랄한 고문 앞에서도 ‘자유를 찾아 내려왔다’고 주장하던 림병호는, 일단 이용해보자는 ‘윗쪽’의 판단에 따라 백승철(천호진) 단장의 감시 아래 안기부에 기용된다. 몇년간 매일밤 윤수미(고소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던 림병호는 마침내 기다리던 암호지령을 받는다. ‘콘탁트 데제’(디제이와 접선하라). 림병호는 북으로 건너간 아버지로 인해 고정간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수미를 통해 청천강(송재호)으로부터 지령을 받으며 남쪽 안기부의 대북작전을 수포로 만들게도 하지만, 점차 위험에 처하게 된다.<이중간첩>은 제목부터 직설적이다. 그리고 그 우직함 만큼,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우선 귀순자를 이용하고 버리는 과정이나, 유학생을 끌어들여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는 것
남과 북에 이용당한 비극적인 삶 <이중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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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감독- 마크 포스터/자막- 한국어, 영어/화면비- 아나몰픽 2.35:1/오디오- 돌비디지털 5.1, 2.0/지역 코드- 3/출시사- 스펙트럼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는 검증된 배우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재미가 포함된다. 최근에는 그런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세 편의 디브이디 타이틀이 출시되어 화제다. 그 첫번째는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암스가 대립 구도로 등장하는 <인썸니아>. 강력계 형사로 분한 알 파치노의 섬세하면서도 선이 굵은 연기와,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자기 중심적인 악한을 연기하는 로빈 윌리암스의 변신으로 개봉 당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두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디브이디의 2.35:1의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살아나는 알래스카의 자연경관이 매력적이다.두번째 타이틀은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 휴 그랜트의 최신작 <어바웃 어 보이>다. 모든 인간 관계를 귀찮아하다가 엉뚱하고 고집스러운 12살 소년과 얽히면서 진정한 인생에 발을 들여놓
핼리 베리 연기 다시볼만 <몬스터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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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차 국제문화전문가단체회의(CCD 총회)에서 한국의 스크린쿼터 정책이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모범’사례로 발표된다. 30개국 100개 문화전문단체가 참가하는 이번 회의에는 프랑스 자크 시락 대통령과 프랑스 문화부·외무부 장관 등이 직접 참석한다.스크린쿼터문화연대·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영화진흥위원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KCCD)는 지난 21일 대표단 파견에 앞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간담회(사진)를 열었다. 이들은 “한국정부는 그동안 문화시장개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세계의 흐름을 왜곡해 왔다”며 “이번 회의에 시락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데 보듯이 캐나다·유럽 국가들은 정부가 문화주권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는 문화시장 일괄개방 뒤 어려움을 겪은 칠레, 뉴질랜드의 사례도 발표된다.강내희 중앙대 교수는 “문화단체들이 문화교류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공산품에 적용될 잣대
‘스크린쿼터’ 문화지키기 모범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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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공백 끝에 묵직한 영화 <이중간첩>을 들고 한석규가 돌아왔다. 그가 없는 시기,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자리를 잡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한석규라는 배우가 수많은 영화에서 빚어낸 색깔을 그리워하고, 그만큼 궁금해했다. 남과 북의 권력에 버림받는 운명의 림병호의 건조한 듯 슬픈 얼굴은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만일 배우의 스타일을 배우의 이름을 잊게 만드는 사람과, 배우의 개인적 체취가 드러나는 사람으로 가른다면 한석규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단점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배우가 자신의 ‘아우라’를 갖고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그가 정했다는 고즈넉한 삼청동 길 작은 카페에서 지난 21일 만났다.
오랜시간 간직했던 주제, 이중간첩
“이인모씨의 책을 몇해전 읽었어요. 전 서울, 강북토박이이고 가족 중 북에 연고가 있는 사람도 전혀 없어 그런 문제는 고민해본 적도 없었어요. 근데 그 책을 읽고 이런 숨겨진 이야기가 있구나, 충격같은 걸 받
‘이중간첩’ 되어 돌아온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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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중국을 통일하여 최초의 황제가 될 영정의 궁궐, 까마득한 계단에서 내관이 무사 무명(리롄제)을 맞이하려고 종종걸음을 치며 내려온다. 세트의 규모부터 시야를 압도한다. 규모, 이것이 <영웅>의 기초다. 무명은 단신 영정의 앞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한 개의 창과 두 개의 검을 바치게된 경위를 말한다. 7웅이 할거하던 춘추전국시대, 승승장구하는 진나라의 왕 영정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이 출몰했는데 무명은 그 중 가장 위협적인 세 검객을 처치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바로 그 무용담에서 출발한다. 첫째 대목, 장천이란 고수를 어떻게 쓰러뜨렸나. 눈먼 악사의 탄주하는 현악기의 음악이 배경에 깔리며, 무명과 장천의 대결장면이 펼쳐진다. 이건, 서극의 와이어액션이나 <와호장룡>의 검술장면보다 더한 과장이다. 리롄제의 고공체류 시간은 현실적 감각을 아예 벗어나 버린다. 극도의 과장, 이것이 <영웅>의 화법이다. 파검(량챠오웨이)과 비설(장만위)이라는 두 고수가 영
과장·색채 뒤덮은 탐미주의…그 화려한 실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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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의 눈빛이 달라졌다. <장군의 아들>의 하야시,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 <비천무>의 자하랑 등 그동안 비극적 운명을 가진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가 <블루>에서는 눈에 힘을 뺀 것.해양 액션영화 <블루>의 시사회가 열린 22일 오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현준은 황장군이나 하야시보다는 영화 속의 김준과 더 닮아있었다.세계 최강의 잠수부대 SSU를 다룬 <블루>에서 김준 대위는 군인 특유의 카리스마보다는 자유로움으로 가득 찬 인물.이정국 감독이나 공형진 등 동료배우들에 따르면 욕쟁이며 장난기 많은 김준이 신현준의 실재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입에 욕을 붙이는 게 힘들었다”며 너스레다.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어서 해군의 지원을 받는 이 영화의 촬영 도중에도 군인들로부터 유난히 따뜻한 관심을 받았다는 그는 실제로는 군대를 ‘못 갔다‘고.“독자인 데다 시력이 너무 안 좋아서 군대를 못 갔어
강렬한 눈빛, <블루>의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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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부대행사로 2월 10∼14일 마련되는 교육 프로그램 <베를리날레 탤런트 캠퍼스(Berlinale Talent Campus)>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사례가 소개된다.
정태성 부산프로모션플랜(PPP) 수석운영위원은 베를리날레 탤런트 캠퍼스의 두번째 과정인 프리 프로덕션 강좌에 강사로 나서 PPP의 운영성과와 비전을 설명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개설된 베를리날레 탤런트 캠퍼스는 철학(10일), 프리 프로덕션(11일), 프로덕션(12일), 포스트 프로덕션(13일), 프로모션(14일) 순서로 진행되며 전세계 61개국에서 500여명의 젊은 영화인과 영화학도가 참가할 예정이다.
프리 프로덕션 강좌에는 정태성씨와 함께 로테르담영화제의 시네마트, 토론토영화제, 베를린영화제, IFP 뉴욕의 마켓 디렉터가 강사로 초빙됐다.
(서울=연합뉴스)
베를린영화제서 부산영화제 성공사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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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 감독의 무협영화 <영웅>이 국회에서 상영된다.
이 영화의 홍보사 영화인은 “영화의 수입사 코리아픽쳐스가 최근 국회측으로부터 25일 오후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상영회를 갖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아 국회 상영을 결정했다”고 23일 전했다.
<영웅>은 진시황제가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의 이야기를 그린 무협 영화.
▲힙합그룹 드렁큰 타이거가 영화 <쇼쇼쇼>(도레미 픽쳐스)의 영화음악에 송대관이 77년 불렀던 노래 ‘해뜰날’의 리메이크곡으로 참여한다. 이 영화의 OST는 따로 발매되지 않고 모바일을 통해서 다운받는 방식으로만 판매될 예정이다.
유준상, 박선영 주연의 <쇼쇼쇼>는 70년대 후반 서울의 변두리를 배경으로 우연히 칵테일바를 차리게된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월 28일 개봉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국회에서 무협영화 <영웅> 상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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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모션헤즈가 23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영화제작사 매버릭 필름(대표 마크 모간)과 지분 참여 형태의 제휴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매버릭 필름의 마크모간 대표, 존 슈와르츠 최고운영책임자 등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모션헤즈의 김석동 회장은 “ 매버릭 필름과 이 회사에 400만 달러(약 52억)까지 투자할 수 있는 권리와 매버릭 필름 제작 영화의 국내 배급 독점권을 획득하는 내용의 ‘지분취득 및 사업제휴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식 계약은 서류작업을 마무리한 후 오는 30일 있을 예정이다.모션헤즈는 정식 계약과 동시에 매버릭 지분 중 10%를 취득한 후 두 달 안에 다시 10%를 인수해 전체 지분의 20%를 인수할 계획이다.또한 모션헤즈는 매버릭 필름이 설립 중인 매버릭 TV와 매버릭 탤런트 매니지먼트의 지분의 20%를 인정받게 되며 김석동 회장은 매버릭 필름의 임원진으로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매버릭
모션헤즈,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매버릭 필름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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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중성적인 이미지를 왜 재현했느냐고 물어보시려고 그러죠?”
영화 <블루>에서 신은경이 맡은 역은 영국 유학을 다녀온 해군 해난구조대 SSU의 교육훈련대장 강수진 소령. 철저하고 빈틈없는 훈련으로 부대원을 이끄는 강한 여성장교지만 과거의 애인 김준(신현준) 앞에서는 여린 속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22일 오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은경은 영화속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당찬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하고 중성적인 이미지더라도 영화마다 보여지는 이미지도 다르고요. 강한 여성의 모습이더라도 어떻게 보면 보통의 여성스러움보다 더 많은 여성스러움이 묻어 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가 <좋은 사람 있으면…> 이후 차기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계기는 ‘시나리오 때문’.
“연기자들에게 영화 고르는 기준은 순전히 시나리오예요. 맡게되는 캐릭터가 어떤가 보다는 책처럼 읽었을 때 쉽고 재미읽게 읽히느냐죠”
중성적 매력의 여전사, <블루>의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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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80년대 중반까지의 중고등학교를 틀지우는 가장 공식적인 문화는 역시 군사문화였다. 당시 청소년의 하위문화는 군사문화의 혹독한 억압을 곳곳에서 틈틈이 피하면서 형성되었다. 꿈속에서는 간첩이 등장하고 학교에서는 화생방 훈련을 받는 이 시절의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군사문화의 억압을 견뎌내면서 택한 갖가지 ‘비행’들은 어쩌면 정신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영화 <품행제로>는 주로 청소년 하위문화의 입장에서 공식적인 문화를 바라보고 그 사이의 관계를 추억하는 영화라는 점이 특이하다. 하위문화의 ‘추억’에 기대는 복고적 성향의 이같은 영화는 우선 복고적 시선에 걸맞은 디테일의 목록을 상세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목록 자체가 문제의식의 내용을 구성한다. 이 영화 역시 다양한 디테일들로 우리의 마음을 옛 시절로 데려가고 있다. 음악의 전반적인 기조는 힙합이다. 물론 1980년대의 한국이 힙합시대는 아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해질 무렵 애
소년 하위문화,<품행제로>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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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을 ‘땜통’으로 시작했다. 시는 김상진 장례식 때 미리 정했던 유명 대학생 ‘문인’이 사양을 하는 바람에 ‘사건 전날’ 취생몽사 중 쓰고 호된 데뷔 신고식을 치렀고, 산문은 한 계간지의 시집 서평 원고를 ‘원로’ 신경림(시인)이 2개월, 그리고 ‘중견’ 정희성이 3주를 써먹고 마감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황급히, 문단 (‘신예’는 아니고) 신참이었던 내게 숙제처럼, 아니 명령조로 떠맡겨졌던 글이 첫 작품이다. 문학이, 글쓰기가 운명이라고 자못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때마다 ‘땜통은 나의 글쓰기의 운명’이라고 속생각할 정도로 그런 처지는 계속 이어졌다. 소설은 유일한 예외지만 그래서 그런지 문학하는 친구들은 나를 소설가로는 특히 별로라고 여기는 눈치다.어쨌거나,그런 운명의 시련()을 견디는 와중에 나는 수필이 정말 대단한 문학 장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필이야말로 뭔가 문학을 ‘땜통’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문학 전체에 내용-미학적 총체를 부여하고 급기야는 총
주연아 수필집 <누구나의 가슴에도 빙하는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