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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빠르게, 싸게 - 고슬고슬 돌솥 비빔밥상호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사르르 도는 ‘고슬고슬 돌솥 비빔밥’은 남포동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 사잇길에 있는 건물 지하 1층에 있다. 별로 크지는 않지만, 이곳에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세 가지 매력이 있다.첫째, 무척 빠르다! 영화제의 중심인 PIFF광장 바로 앞에 있어 영화의 바다를 헤매던 관객들이 밥집들 사이를 헤맬 염려가 없다. 더구나 주문한 음식이 5분 안에 나오기 때문에 영화 상영 시간이 촉박할 때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둘째, 진짜 맛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돌솥 비빔밥은 한 술 떠 넣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비빔밥 외에도 돌솥 카레 덮밥, 돌솥 새우 볶음, 돌솥 낙지 덮밥 등 다양한 종류의 돌솥밥들이 준비돼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밥이 부담스럽다면 밀면(부산식 냉면)과 김밥, 만두 등 분식도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길.셋째, 너무 싸다! 돌솥 비빔밥은 2900원. 다른 메뉴도 35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이곳을
맛있게, 빠르게, 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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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보자, 붉은 주단!나도 한번 밟아 보자! 14일 오후 드디어 ‘레드 카펫’이 부산시민회관 앞에 깔렸다. 카펫 한번 밟아 보려는 주변 꼬마들의 장난은 끊이지 않고, 이를 뒤쫓는 경호원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오늘 밤, 내 마음에 빨간 주단을 깔고 그대 오는 길목에 서 있겠으니 아름다운 영화인들, 사뿐히 즈려밟고 가소서.글/ 티티엘 나수현영화관에서 홀로서기알고 계셨어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영화를 보러와도 이곳 부산에서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무슨 얘긴고 하니, 주최측이 철저히 ‘우선 좌석 배정제’를 채택하고 있어 친구 여럿과 옆자리 표를 구하려다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그렇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는 마세용∼. 이번 기회에 홀로 영화 보는 재미도 느껴보고, 못 다한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고 가까운 횟집에 들러 소주 한잔에 녹이면 되죠. ^^글/ 티티엘 나수현앗, 조재현이다영화의 도시 부산에서는 영화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찍는 ‘과정’도
TTL 재잘재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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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The Coast Guard)내 주변에는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많다. 김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을 학대하는 이미지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자이며 영화학도인 나는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지 않는다. 바로 그의 이야기가 ‘진짜’라는 믿음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 쉽게 말하려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가짜’와는 비교되는 그 만의 강렬한 언어가 나를 그의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런 김기덕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해안선>을 내놨다. 해안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이 취한 채 위험한 정사를 벌이던 영길과 미영은 강 상병의 야시경에 잡힌다. 그들을 간첩으로 오인한 강 상병은 영길에게 방아쇠를 당긴a다. 민간인을 쏘아 죽인 강 상병과 애인을 잃은 미영은 점점 미쳐간다.김기덕 감독의 영화에는 언제나 폭력 앞에 주저앉는 극단적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 시제 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
이 영화 봤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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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영화 첫 선… 버스 개조한 모바일 영화관 등 이벤트도 풍성우리는 지금껏 영화관이나 TV, 인터넷을 통해서만 영화를 접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매체를 통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소 촌스럽다는 얘기를 들을지 모른다. 손에 쥐고 다니면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영화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모바일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화제의 공식 스폰서인 SK텔레콤(대표 표문수)이 영화제 기간인 11월14일부터 22일까지 모바일 영화를 볼 수 있는 버스를 마련했다.모바일 영화를 볼 수 있는 이 버스는 테이블과 원형의자까지 준비된 응접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각 좌석의 앞쪽에 강아지 모양의 주머니가 있어 그 속에 휴대폰을 넣어둔 채 영화를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발판까지 마련돼 있어 버스를 운행하는 내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제작된 모바일 영화 <달걀과 건달>, <마이 굿 파트너>
핸드폰속에도 영화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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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L PIFF diary수능을 보름 앞둔 수험생의 비밀나는 20대를 꿈꾸는 19살. 당돌함과 무지함이 가장 큰 무기라 생각하는 10대다. 그러나 그 무서운 10대에게도 취재 첫 날은 만만치가 않았다. 뛰기, 두리번거리기, 다리 품 팔기, 뭐든지 물어보기, 밥 굶지 않기 위해 눈치보기, 사람들 말에 귀 쫑긋 세우기, 그리고 진짜 베테랑인 척 하기까지. 그러나 더 만만치 않았던 것은 내가 부산까지 오게 되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이었다.친구가 오려 준 광고를 본 것이 수능을 보름 앞둔 때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수시 모집’이라는 길을 택한 덕에 나는 수능을 제쳐두고 면접을 준비해야만 대학에 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락을 결정한다는 면접 준비마저 던져두고, 책에다 코를 박고 고개도 들지 않는 친구들 틈에서 영화 감상문을 쓰겠다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고3인 내가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인 <오아시스>를 봤다는 것보다 훨씬 더 괘씸했을 것이다. 동영상 강의
PIFF의 정체를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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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여인들 8 Women프랑스, 2002년, 103분감독 프랑수아 오종, 16일 오후7시 시민회관서동진/ 영화평론가 1950년 프랑스 시골의 어느 저택이 아침, 예정보다 빨리 방학을 맞아 집에 도착한 카트린느가 아버지의 방으로 갔을 때 아버지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숨져있다. 집의 전화선은 모두 끊겨 있고,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탓에 집안의 여자들은 발이 묶인다. 그리고 더욱 끔찍하게도 이 살인의 범죄자는 집안에 있던 여자들의 소행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과연 아버지, 남편, 정부를 죽인 그 여자는 누구인가. 프랑수아 오종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통속 소설에서 빌려온 듯한 저택 살인의 미스테리를 펼쳐 보인다. 물론 이는 빅토리아적인 부르주아 가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로버트 알트만의 <고스파드 파크>와 전연 닮은 데가 없다. 단순화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고스파드 파크>는 반목하고 적대하는 계급(하인과 몰락하는 귀족과 신흥 부르주아)을 재현하
위험한 마드모아젤?<8명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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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산의 축제디렉터”부산영화제 자원봉사자 이복재그저 ‘억!’ 소리만 나온다. 2000년 10월에 군대를 제대했다는 이복재(25)씨가 2년 간 써 내려간 자원봉사 경력은 이력서 두 페이지를 너끈히 넘겨버린다. 거기엔 광주 국제 영화제, 2002 한일 월드컵,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등 타이탄급 축제부터 부천 국제 대학 애니메이션 영화제, 부산 합창 올림픽 등 이름도 생소한 작은 축제들까지 올망졸망 들어서 있다. 부경대학 사진정보학과 4학년 휴학 중인 그는 얼마 전 부산에서 서울 여의도 광장까지 자신의 학과를 알리는 도보 순례를 감행하기도 했다. 남이 알아주건 말건 그의 목표는 국제적인 축제 디렉터 혹은 컨설턴트 매니저가 되는 것. 힘겨운 자원봉사 활동을 이겨내는 활력소란 게 단지 티셔츠 한 벌, 운동화 한 켤레일 뿐일지라도 그는 지금 즐겁다.“베를린? 우리는 경쟁 상대 아니지”베를린영화제 영포럼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테르헥트“베를린영화제 공식부문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이복재/크리스토프 테르헥트/오늘의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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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장 이승진2002년 아시안 게임 개막식 당일에 소요된 예산이 170억, 열흘 동안의 일정으로 국내외 게스트, 관객을 맞는 부산영화제의 올해 예산액은 30억이 조금 넘는다. 스폰서로 나섰던 기업과의 갑작스런 스폰서쉽 결렬 등으로 예산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작년에 비하면 조금 나아진 상황이긴 하지만, 국제 영화제의 위상과 서비스를 요구받는 부산영화제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발상의 전환 덕분에 작은 예산으로 큰 변화를 일궈냈다. 영화제의 달라진 모습 그 하나는 사무국 풍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60평 남짓한 사무실 안에 파티션 몇 개로 엉성한 구획을 지어놓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일렬의 파티션 종대로 편리하게 짜여진 사무실 한 켠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무국 스탭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때아닌 여유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 패닉에 가깝도록 정신 없던 사무국 풍경이야 이미 졸업한 지 오래지만, 이토록 정돈되고 느
“250만원 쓰는데 7년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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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해안선> 첫 상영 반응이젠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른 김기덕 감독의 여덟번째 영화 <해안선>이 월드 프리미어로 14일 공개됐다. <해안선>은 14일 오후1시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국내외 기자, 평론가 등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진데 이어, 오후8시 부산시민회관과 부산극장 1, 2, 3관 등 4개 상영관에서 동시에 개막 상영을 가졌다.<해안선>은 김기덕 감독이 일관되게 추구한 맥락 위에 서 있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작품. 탈출구 없이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과 보이지 않는 구원의 희망을 특유의 독창적인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해안선>은 김기덕의 기존 영화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한반도의 대치 상황과 여기서 비롯되는 어이없는 아이러니를 직설적인 비유로 표현한다는 점에선 <수취인 불명>과 함께 김기덕의 영화 중 가장 ‘정치적’인 영화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신에서 드러나는
김기덕이 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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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적고사>부터 <비정성시>까지, 정성일의 대만 영화 유랑기 정성일/ 영화평론가 나는 85년 두편의 비디오를 통해서 처음 대만 신랑차오(新波電影)를 만났다. <샌드위치 맨>과 <광음적고사>였다. 이 두편의 옴니버스영화에는 허우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창이, 완젠이 만든 영화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나는 첸카이거의 <황토지>를 보았다. 아직 우리의 시대는 화염병과 거리의 시위와 격문과 걸개그림이 뒤흔들고 있던 ‘위대한’ 80년대였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는 세상을 배우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을 모시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서는 훌륭한 직관을 지닌 친구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 한마디. 영화에 대해서 좀더 깊이 깨닫기 위해서는 동시대 시네아스트들의 성찰을 진심으로 훔쳐야 한다. 나는 여러분들의 명단을 알지 못한다. 이 자리는 나의 명단을 고백하는 자리
나의 영화 국적은 아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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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해안선> 주연배우 장동건 인터뷰장동건은 <해안선>의 공개를 앞두고, 많이 앓고 있었다. 장염과 감기 몸살 때문에 지난 사흘 동안 죽과 링겔 주사액으로 연명하다가, 부산으로 내려 온 터였다. 촬영을 끝낸 건 꽤 오래 전이니, 그것이 순전히 <해안선>의 여독이랄 순 없겠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해안선>은 장동건에겐 일종의 ‘모험’이었다. 화사한 미모의 스타급 배우가 폭력이 화두인 저예산 작가 감독의 영화에 ‘자진해서’ 출연한다는 것은, 요즘 영화계 풍토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상업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에는 일정한 선이 그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선을 한번 넘고 싶었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어떤 감정의 극한을 표출해 보고 싶었죠. <나쁜 남자>를 보고, 바로 저거다, 했어요. ”<해안선>에서 장동건은 민간인을 오인사살하고 미쳐가는 강상병을 연기했다. 간첩을 잡겠
“극한까지 갔더니 발가벗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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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스페인, 2002년,112분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오후 8시 시민회관한 사람이 객석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아들을 잃고 극장에서 하염없이 흐느끼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의 마뉴엘라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런 시작은 익숙하다. 무대는 현실을 닮아있고 현실은 무대처럼 극적이다. 하지만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인터미션 삼아 엮여져 있었다면, <그녀에게>는 고통과 회환을 담은 피나 바우시의 퍼포먼스를 서막과 피날레처럼 영화의 시작과 끝에 둘러 놓는다. 눈물을 흘리는 남자는 마르코다. 마르코는 정열적인 투우사 리디아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투우경기중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간호사 베니그노는 아름다운 무용수 알리시아를 흠모하지만 알리시아 역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이 두 남자가 극장에 이어 병원에서 다시 만난다. 리디아가 죽어있는 상태라고 생각하
<그녀에게>,<크라이 우먼>,<금요일밤>,<여성교도소>,<하폰>,<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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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The Son벨기에, 2002, 103분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오전 11시 대영 1관올리비에는 혼자 살고 있는 서른 살의 남자다. 청소년 재활센터에서 목공을 가르치는 그는 감정을 드러내거나 희미하게라도 웃는 법이 없다. 5년 전 어린 아들이 살해됐을 때, 하나뿐인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도 함께 끝나버렸으므로. 그러나 소년원에서 갓 출소한 열 여섯의 살인자 프란시스가 재활센터에 나타나면서 올리비에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증오인지 체념인지 모를 눈길로 소년을 지켜보는 올리비에. 그는 프란시스를 외딴 벌목장으로 데려가지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자신조차 알지 못한다.<아들>은 끈질긴 인내심으로 지켜봐야 하는 영화다. 재활센터와 좁은 집안에 갇혀있는 올리비에의 일상은 긴장이나 드라마틱한 굴곡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저 흘려버릴 수는 없도록 강요하는 미스터리가 있다. 그는 왜 날마다 고행하는 것처럼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걸
<아들> The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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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게스트들 뜨거운 열기 속 개막식 열려, 개막작 <해안선> 상영제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4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열흘 동안 계속될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의 시작을 선언했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관계자들, 국내외 게스트들이 참석한 개막식은 7시 30분 개막작인 <해안선> 팀의 김기덕 감독과 장동건이 김동호 위원장의 안내로 입장하면서 시작됐다.영화배우 안성기와 방은진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6시경부터 게스트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늦가을의 추위가 무색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작년 개막작인 <흑수선>의 배창호 감독을 비롯해 임은경, 강수연, 이병헌 등 영화배우들과 김수용 감독,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홍상수 감독,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이 참석했고, 해외에서는 프랑스 영화감독 클레어 드니, 도빌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랭 파텔, 일본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집행위원장 에두아르도 퀸틴 등이 부산을 찾았다. 개막식은 “외
축제여 닻을 올려라, 영화여 돛을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