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작품세계의 문을 연 뒤부터 곽재용 감독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유려한 영상과 인상적인 주제곡”이었다. <비오는 날 수채화>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현식과 권인하, 신형원, 강인원이 함께한 주제곡과 함께 아름다운 화면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강석현과 옥소리가 주연한 영화지만 오히려 동명 타이틀곡과 <커피향 가득한 거리> <오래 전에> 같은 영화음악과 어우러진 맑은 영상이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것.2003년 봄을 미리 만끽하게 하는 따뜻하고 애잔한 멜로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다. 비오는 캠퍼스를 발맞춰 뛰는 남녀 주인공 위로 깔리던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이명을 남겼고, 60, 70년대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수원의 풍경은 고즈넉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이제 멜로는 지겹다”는 미술감독 송윤회(45)씨는, 멜로만
저기선 촬영하고 여기선 못질하고,<클래식> 미술감독 송윤회
-
중력의 법칙에 엿먹으라는 듯 삐쳐오른 번개머리, 주먹 두개를 합해놓은 듯한 얼굴에 대면 족히 10등신은 돼 보이는 큰 키, 한쪽 귀에서만 짓궂게 반짝거리는 귀걸이에 쌍꺼풀 없이도 시원한 눈매, 그리고 날렵한 콧대. 공유(25)를 본 첫인상은, 그에게 “스미마셍” 하고 호객행위를 했다는 나이트 ‘삐끼’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일본 만화에서 숱하게 여주인공을 웃기고 울리던 꽃미남 남자주인공이 살과 피를 얻었다는 것이었다. 성적 평균 8점, 고등학교를 2년 꿇은 주제에 주먹에만 자신있는 문제적 고등학생 지훈(권상우)과 그의 동갑내기 과외선생 수완(김하늘)의 엽기적 러브로망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공유가 맡은 역할도 그 인상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도 ‘나와바리’도 모두 빼앗기고 지훈에게 복수를 꿈꾸는 한때 잘 나갔던 ‘캡짱’ 이종수. 그러나 비장미는커녕 첫 장면부터 우악스럽게 괴성을 지르며 지훈에게 덤벼들기 시작해서 백발백중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는 순간 그의 얼굴에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배우 공유
-
오언 윌슨은 까다로운 배우다. 그는 대가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도 “내 대사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고집하는 작가고,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에디 머피가 부담스럽다며 촬영 전에 한번 만나지도 않은 소심한 코미디언이다. 그가 왜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는지 궁금해하는 평론가가 많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그 많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왜 그를 택했는지.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로 출연한다 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붓질 몇번이면 분장이 끝날 것 같은 윌슨. 미식축구와 험한 영화촬영 때문에 수없이 주저앉아 비뚤어진 콧날을 가진 윌슨은 <샹하이 나이츠>나 <아이 스파이> 같은 영화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예측하기 힘든 배우였다. 그는 잘생기지 않았고, 흔하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일이라고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바틀 로켓>의 디그넌처럼, 윌슨은 정말 미국 남자 같은 외모 뒷면에서 미국적인 가치와는 정확하
˝내 대사는 내가 알아서 한다˝<샹하이 나이츠>의 오언 윌슨
-
장진영과 박해일은 오래 사랑을 기다린 연인답지 않게 웃음이 많았다. 차가 막힐까봐 너무 일찍 출발한 박해일은 뒤늦게 도착한 장진영에게 낮은 웃음기가 머무는 목소리로 설인사를 건넸고, 선배답게 카메라 앞에서 박해일을 잡아끌었던 장진영은 누나 같고 친구 같은 탁 트인 웃음으로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희재와 인하, 처음 맡은 국화꽃 향기와 국화꽃 같다는 고백으로 건넨 첫 키스를 9년 동안 간직한 연인. <국화꽃 향기>는 대학 선배 희재를 사랑하던 인하가 약혼자의 죽음 때문에 스스로를 벌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희재를 다시 빛 속으로 끌어내는 영화다. 그러나 웃음을 되찾은 어느 날, 희재는 자신 몸 속에서 자라나는 아기와 자신을 파먹는 암세포의 존재를 감지한다.
전형적인 눈물의 러브 스토리다. 그러나 일본 삿포로에서 찍었다는 포스터 사진엔 너무 일찍 이별하는 젊은 연인이 아니라 삶의 처음과 끝을 같이한 듯한 평온한 부부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어른스러운 박해일 덕분이었을까. “해
빛과 어둠의 포옹,<국화꽃 향기>의 장진영+박해일
-
-
지난 96년 설립된 한국영화교육원(www.kfai.co.kr)이 학점은행제 도입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학위과정 신입생을 모집한다.2년제로 운영되는 영상제작 및 연기, 4년제 영화학 등 3가지 전공분야가 개설돼 있으며 각각 전문학사와 학사 학위가 주어진다. 영화 <선물>의 오기환 감독,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전만배 감독, <마들렌>의 설준석 작가, <블루>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성훈 프로듀서, <봄날은 간다>와 <오아시스>의 김용수 편집기사, <복수는 나의 것>의 김병일 촬영기사, <동감>의 김삼진 프로듀서, KBS 드라마 <학교>의 이향희 작가, Q채널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의 임성규 PD 등이 강의를 맡는다.전공 수업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국영화교육원, 교양 수업은 성동구 모진동의 건국대에서 진행된다. ☎(02)422-8977 (서울=연합뉴
한국영화교육원 학위과정 신입생 모집
-
뮤지컬영화 <시카고>(Chicago)가 제75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최우수작품상 등 13개부문 수상 후보로 선정됐다.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1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오스카상 수상 여배우 마리사 토메이의 발표로 화려한 캐스팅과 강렬한 연출로 쇼 비즈니스 세계의 명암을 그린 `시카고'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하서사극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디 아워스>(The Hours),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피아니스트> (The Pianist) 등 5개 작품을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결정했다.롭 마셜 감독의 <시카고>는 남녀주연상(리처드 기어, 르네 젤위거), 남녀조연상(존 레일리, 캐서린 제타 존스),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다시피 지명됐다.<시카고>는 지난 1월 골든 글로브시상식에서 이미 뮤지컬/코미디부문 작품상과 함께 남녀 주연상
뮤지컬영화 <시카고> 오스카상 13개부문 후보
-
지난해 방송사들은 `한국영화 의무 편성비율`(25% 이상)을 모두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미국영화 편중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모든 방송사에서 `1개국가 제작물 편성비율`(60% 이하)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개 지방파방송사의 평균 한국영화편성비율은 36%로 2001년에 비해 1% 포인트 낮아졌다.iTV의 비율이 60%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EBS 47%, KBS 27%, MBC 26%, SBS 25% 순이었다. 채널별로 따지면 KBS1이 12%로 기준에 미달했으나 방송사별로 적용하는 현행 규정에 따라 KBS2와 합쳐 평균 25%를 넘겼다.외국영화 중 미국영화가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전년대비 9% 포인트 낮아진 58%로 나타났다. 그러나 월간 단위로 적용하는 현행 규정을 iTV 8회, SBS가 6회, MBC 5회, KBS 4회, MBC 3회 등 위반한 것으로 집계됐다.한국영화를 주시청시간대에 편성한 사례는 EBS 38편을 제외하고는
`방송사 미국영화 편중 여전`-스크린쿼터연대
-
`관용`을 향하여,그리고 흥행도 좀 향하여유난히 춥고 음습한 겨울날씨를 동정받을 때마다, 독일 사람들이 잘하는 말이 있다. “그 대신 우리한테는 따뜻한 난방기가 있잖아요.” 심리상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우울한 기미가 가득한 바깥의 추운 날씨에도, 난방이 잘된 집안에 들어와 ‘하이중’(Heizung)이라고 부르는, 라디에이터 난방기의 온기를 쬐며 창 밖을 내다보면서, 자기들만의 은밀한 위로감을 맛본다는 이야기다.베를린영화제가 2월에 열리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영화관람이 베를린 사람들에게 ‘실내오락’으로서 솔깃할 뿐더러 절실한 것이리라는 계산 내지 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산영화제를 가본 사람들이라면 깜짝 놀랄 법하게, 베를린영화제가 거리에서는 거의 축제 분위기를 내뿜지 않는 것도 따뜻한 ‘실내’로 파묻히고 싶어하는 독일 사람들 특유의 겨울심리 탓일지 모른다.‘관용을 향하여’(towards tolerance)2월6일 제53회 베를린영화제가 개막했다. 그에 하루
제 53회 베를린영화제 개막리포트 [1]
-
<어댑테이션> <디 아워스>, 예측최고별점 받아세계 변방의 사람들을 다룬 영화들이 ‘관용을 향하여’라는 영화제 모토와 함께 영화제 서두에 거론되는 것과는 별도로, ‘황금곰상을 향하여’ 좀더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들은 따로 있는 것이 사실이다. 22편의 경쟁부문 작품들 가운데서 스파이크 존즈의 <어댑테이션>, 스티븐 달드리의 <디 아워스>는 가장 먼저 경쟁작 예측별점을 매긴 TV영화잡지 <TV무비>에서 최고별점을 받은 작품들. 이 밖에도 앨런 파커의 <데이빗 게일의 생애>, 스티븐 소더버그의 <솔라리스>, 스파이크 리의 , 조지 클루니의 <위험한 마음의 고백> 등 미국영화들은 올해 막강한 라인업을 경쟁부문에 갖추고 있다. 사형제도 반대운동가인 대학교수가 동료 여자 운동가를 살해한 뒤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데이빗 게일의 생애>는 개막작 <시카고>를 제외하고는 일반
제 53회 베를린영화제 개막리포트 [2]
-
개막작 <시카고> 기자회견“관용? 글쎄… 감독이 날 참아줬다”▶ 롭 마셜 감독뮤지컬을 각색하면서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었나.뮤지컬과 영화는 상당히 다른 각자의 방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뮤지컬과 ‘비슷한’ 드라마로 만들었다. 노래를 스토리 중간중간에 나오게 하고, 또 스토리는 노래의 일부로서 서로 분리될 수 없게 하도록. 노래가 나올 때는 관객들이 엔터테인먼트로서 노래를 즐기고, 또 노래가 끝나면 스토리로 돌아가는 걸 무리없게 하는 게 나의 의도였다.영화의 쇼장면들이 마치 진짜 웨스턴 쇼처럼 완성도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나.실제로 쇼공연을 하듯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리허설을 6주 동안 했다. 캐서린이나 르네, 존 모두 잘해주었고, 정말 쇼 같다는 말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서도 될 정도로. (웃음)(왼쪽부터) 존 C. 레일리, 르네 젤위거, 리처드 기어, 캐서린 제타존
제 53회 베를린영화제 개막리포트 [3]
-
21일 개봉을 앞둔 `홍콩느와르` 영화<무간도> (배급 태창엔터테인먼트)의 두 주연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와 류더화(劉德華)가 11일 내한했다. 영화<영웅>홍보차 내한한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은 량차오웨이는 “한국에 다시 오게돼 기쁩니다.<무간도>도 <영웅>처럼 앞으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는 인사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지난해 12월 홍콩 개봉 이후<해리포터…>, <영웅>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무간도」는 오랜만에 국내에 개봉되는 전형적인 홍콩느와르 영화다.영화<풍운>을 연출하고 촬영한 바 있는 류웨이창(劉僞强) 감독은 “흑백의 길 위에서는 옳은 일이든 아니든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런 모습을 영화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제작소감을 밝혔다.10년간 경찰행세를 하고 있는 폭력배 조직원과 같은 기간 조직에
<무간도>의 량차오웨이와 류더화
-
올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스타들은 `스타`라는 명칭 답게 모두 빛이 나지만 조지 클루니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지금까지 베를린 영화제의 경쟁부문 리스트에 각각 주연배우와 감독의 자격으로 두편의 영화를 올린 스타가 얼마나 있었을까.조지 클루니는 주연으로 출연한 <솔라리스>(스티븐 소더버그)와 함께 자신의 감독데뷔작 <위험한 마음의 고백>(Confession of a Dangerous Mind)으로 올해 베를린을 찾았다.10일 오후(현지시각) 프레스 센터가 있는 그랜드 하야트 호텔에서 열린 <위험한 …>의 기자회견에 나타난 그는 이틀전 같은 자리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모두 잊은 듯 밝은 모습이었다.영화제 관객들 모두에게 가십거리와 함께 언짢은 경험을 줬던 이 사건은 <솔라리스>의 기자회견에서 “영화가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했던 한 기자에게 당신이라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보고싶다
<위험한 마음의 고백>의 감독 조지 클루니
-
1월23일 오후 5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주변은 저녁 어스름의 잿빛 구름에 덮인 채, 환하게 불 밝힌 꽃 농장의 온실 불빛들만 반짝거린다. 우리식 대로라면 공항 출구부터 영화제 깃발로 뒤덮여 있고, 당연히 이름이 적힌 피켓이라도 들고 누군가 기다릴 줄 알았는데…. 공항에는 영화제를 알리는 흔한 포스터 한장 붙어 있지 않았다. 물어물어 픽업 서비스 창구에 가서야 여행안내 책자 사이로 영화제 홍보엽서가 조금 놓여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개막 이틀째라 영화제 사무국과 게스트 라운지 등은 한가로운 편이었다. ID카드를 받아들고 호텔에 짐을 풀고 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눈을 떠보니 눈은 어느새 비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공식일정을 확인하려고 일찍 영화제 사무국으로 향하던 중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9시가 다 되어서도 어둑어둑한 하늘에서는 계속 비가 내리는데,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창구 앞에서 티켓을 예매하려는 사람들이 건물 밖까지 길
대상받은 <질투는 나의 힘> 프로듀서가 본 로테르담영화제 참관기
-
3월까지 각종 시상식 몰려, 제작사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은 ‘갈망’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수상에 대한 갈망, 인정에 대한 갈망, 그리고 돈에 대한 갈망. 상영의 그 짧은 순간 외에 영화가 관객의 관심을 끄는 최고의 방식이 바로 시상식일 것이다.바야흐로 시상식 시즌이다. 미국 내 TV채널과 인쇄매체들은 1월부터 3월까지 유명 스타들의 상겨루기 결과를 매주 제공한다. 각종 비평가협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1월의 골든글로브에서 MTV 시상식, 배우협회, 감독협회 등의 시상식을 거쳐, 시즌의 대단원은 3월 오스카로 마감된다.영화사들은 9월 이후를 상을 하나라도 보탤 적기로 판단하여 그때 영화를 개봉한다. <뉴욕 프레스>는 ‘너무 많은 시상식, 너무 적은 고민’이라는 글에서 평론가의 고충을 고백한다. 12월 한달간 새로 개봉되는 40편의 영화를 허둥거리며 보고 있을 때, 이미 시상식들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카고>
관객 몰아라, 상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