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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젊은 감독 3인에게 던지는 질문이들 셋이 내세우는 각자의 길은 현재 아시아 영화가 나아가고 있는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노선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영화, 상업영화,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또 다른 독창적인 세계관의 영화, 이들 세명의 젊은 아시아 감독의 영화관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아시아 영화, 세계 영화의 초상을 짐작하게 한다.‘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륙’으로 불리는 아시아. 이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선보일 3명의 젊은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데뷔작 <안양의 고아>로 ‘포스트 천안문 세대의 브레송’이란 찬사를 얻고 있는 중국의 왕차오, 현란한 색채의 유희정신이 돋보이는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의 타이 출신 위시트 사사나티엥, 독특한 호러영화 <디 아이>로 대성공을 거둔 홍콩의 대니 팡이 그들. 다양한 목표와 가치 아래서 자신의 영화세계를 서서히 구축해나가고 있는 이들 젊은 용과 호랑이는 앞날의 아시아영화, 세계영화에
왕차오, 위시트 사사나티엥, 대니 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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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블랙코미디”류빙지엔이 세번째 영화 <크라이 우먼>으로 부산을 찾았다. 동성애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두번째 영화 <남남여여>가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던 그는 “<크라이 우먼>은 지금까지 내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크라이 우먼>은 남편이 감옥에 간 뒤 장례식에서 곡해 주는 일을 하면서 살아남는 여인 귀샹의 이야기. 어제 도착한 류빙지엔은 자신의 블랙코미디를 진지한 어조로 설명했다.<크라이 우먼>에 자주 등장하는 장례식장 풍경은 매우 흥미롭다. 곡해주는 여자를 고용하는 풍습도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중국 사람들은 더이상 생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족이 죽어도 장례비용이 얼마일까, 어떻게 장례를 치르면 체면을 깎이지 않을까, 이런 걱정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여자를 불러 대신 곡을 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점점 의미가 사라져가는 죽음을 블랙 유머로 담아내고 싶었다.귀샹이 상류층
<크라이 우먼>감독 류빙지엔(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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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부산영화제, 대체로 만족해요”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 정도가 이번 영화제에 60∼80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설문조사는 티티엘 기자단이 11월21일 오후 1시경, 대영시네마 1층 로비에서 관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 이 설문 결과 응답자의 76%(152명)가 ‘1∼5편 정도의 영화를 봤다’고 대답했으며, 출품작에 대한 만족도는 45%(90명)의 관객이‘만족한다’고 밝혔다. 그 외 ‘보통이다’는 대답이 33%(66명)에 이르러 대체로 이번 영화제 출품작들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행사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7%(114명)가 ‘관객과의 대화’를 꼽았다. 그러나 7%(14명)에 이르는 응답자가 출품작에 대해 ‘불만족’이라는 평가를 내려 영화제의 출품작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54%(108명)에 이르는 응답자가 이번 영화제의
TTL설문 - 관객 200명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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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온 현주(5)와 현동이(3) 가족은 영화제 기간에 부산에서 모임을 갖게되어 무척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 상영작을 찾아본 현주 아빠는 영화 관람을 포기한 채 부산에 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는 다큐이거나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인 경우가 많아서 12세 미만의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는 단 두 세 편에 지나지 않았다.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지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조차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기자의 눈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젊은이의, 그리고 비장애인의 축제로만 비춰졌다. 상영작 총 226편중에서 전체관람가 등급 영화가 단 11편뿐이라는 점, 영화를 보는 동안 아이를 돌보아 줄만한 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점, 젊은이가 아니라면 오래 머무를 수 없을 만큼 교통과 숙박 여건이 좋지 못했다는 점,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등이 이 영
스무살이 발로 쓰는 이야기 - 영화제, 그들만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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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귀환
- 부산 시민회관으로 가는 길
내 생애 꼭 한번뿐일 특별한 열흘을 접으며, 문득 돌아보았다. 저녁 무렵 먼발치까지 떨어지는 햇살에 부서지는 건 지난 가을이더라.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당연한 듯싶게 흘러가는 건 그리 많지 않더라. 축제의 닻을 내리면서 일상으로부터의 짧은 일탈이 내게 남긴 것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부산의 일곱번째 영화축제는 이제 곧 막을 내리지만, 내 인생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서져가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스물셋을 위무하다.
글/김아영
스무살의 시선 - 일상으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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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 자매들> The Magdalene Sisters영국/ 2002년/35mm/119분/컬러/감독:피터뮬란1964년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마을, 막달레나 수녀원이 새 식구를 들인다. 여기서 너희의 죄를 참회하라. 너희의 죄라 함은 너무 예쁜 것, 미혼모인 것, 강간의 희생자라는 것이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그렇다면 알 때까지 회개하라. 수녀원의 강요는 잔인할만치 가혹했다.마음을 열어주는 곳이라 믿었던 수녀원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다. 닫힌 것은 문만이 아니다. 원장 수녀의 비밀금고도, 수녀들의 비인간적 행태도 꼭꼭 숨겨진다. 이른바 수녀원이 규정한 ‘죄’에 대해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이유로, 상처받은 영혼들은 부당한 노동을 강요받는다. 노예같은 생활을 이겨내기엔 종교라는 권력이 너무나 폐쇄적이고 강했다. 피해여성들은 수녀원을 벗어나려고 위험한 꾀를 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위협 뿐. 수녀원 밖으로 나간 그들은 두려움 때문인지 복수를 위해선지 다시 돌아오고야 만다.
이 영화 봤능교? - <막달레나 자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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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생이 중요해요축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영화가 아니라 길에서 사먹는 음식들이다.(아님말고) 국제영화제 특수를 맞은 남포동 주변에는 온갖 노점상들이 있다. 길에서 사먹는 건 불량식품이라고? 천만의 말씀! 건강도 챙기면서 맛도 재미도 함께 건질 수 있는 ‘신상품’들이 개발됐기 때문. 칡즙, 은행구이, 단밤 등 종류도 가지가지, 게다가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라는데. 으흐흐흐. ^^;;글 티티엘 한현미 / 사진 티티엘 백하나PIFF광장에 등장한 붉은악마엇, 저기 서있는 저 다정한 커플. 도대체 뭘 보고 저렇게 좋아하는 거쥐∼이? PIFF광장 대영시네마 근처에 설치된 멀티스크린 앞에는 그 커플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화들짝 놀라 화면을 보니 한국과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화면 안 봐도 다 알겠다. 오라, 저 학생 한숨을 쉬네, 위험한 상황이군. 엇따, 아줌마 박수를 치며 좋아하시네, 우리팀이 제대로 하고 있구만. 20일 밤, P
재잘재잘 - 섭생이 중요해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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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이쁜 짓(?)영화의 축제에 20대만 있을쏘냐. 아기 업은 아줌마 이숙원(31)씨도 영화제의 주인공이다. 공짜 경품을 나눠주는 긴 줄에 끼지 못하고 어물쩡 서있길래 미안하지만, 허락도 안 받고 한 컷 찰칵! “어머! 저 남편 몰래 나와서 찍히면 안돼요.” 그래도 밥은 하고 나왔다며 농담도 던지신다. 아기는 사탕과 과자로 유혹(?)해 놓고 짭실한―부산사투리로 자잘하고 하찮은 느낌을 지칭―것들 받고 싶지만 남편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 일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란다. 그래도 아까 몰래 찍힌 사진이 맘에 걸리는지 아기를 달래보는데, “이쁜 지∼잇!”어머나, 아기는 사탕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줌마의 ‘이쁜 짓’이 아닐까? ^^;글·사진 티티엘 김소연우리가 종종 잊는 사람영화관 안, 항상 스크린만을 주시하다가 어느날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저 뒤 조그만 창에서 작은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필름을 스크린에 풀어내는 영사 기사 문장영(32)씨는 영화가 만들어
TTL 기자단이 뽑은 표정 - 아줌마의 이쁜 짓(?)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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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인공에게 홀딱 반한 20대 우리들영화의 바다에 풍덩 빠지겠다는 굳은 각오로 부산을 찾은 티티엘 기자단. 하지만 영화 기자는 취재하랴, 기사 쓰랴 바빠 영화 한 편도 제대로 못 본다는 선배의 찬물을 끼얹는 발언에 일순간 잔뜩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짬짬이 시간을 내며 틈새 공략에 성공한 이들 가운데는 무려 15편의 영화를 본 실속파가 있는가 하면, ‘꼴랑’ 한 편밖에 못 봤다는 사진기자 조아무개씨도 있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택작은 바로 <과거가 없는 남자>라는데. 우훗, 사뭇 의미심장한 제목의 영화다.그렇다면, 10일간의 긴 항해를 마친 티티엘 기자단이 뽑은 최고의 영화는 뭘까? <지옥 같은 우리집>, <막달레나의 자매들>, 이 이 대열에서 각축전을 벌였으나 영광의 월계관은 <지옥 같은 우리집>이 받았다. 이 영화를 보자마자 열광적으로 입소문을 퍼뜨린 문현진 티티엘 기자는 “콩가루 같은 집을 통해 역설적이게 가족 공동체의 소
PIFF diary - 20대가 뽑은 부산영화제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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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상영관 돌리도∼이제 영화제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예전의 낭만은 퇴색한 듯해 안타깝군요. 다시 야외 상영장을 찾는 행복을 누릴 수는 없을까요? 부산의 거칠면서도 훈훈한 분위기를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고 싶습니다. (Marie)좋지만 속상해4회부터 주욱 영화제를 찾았습니다. 이번엔 가장 준수했습니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도 한 10퍼센트 가량밖에 안되는 것 같고요. 하지만 국제영화제인데, 갈수록 외국인들도 줄어들고 주민축제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부산시민)부산국제영화제는 공사중?홍콩감독 프루트 챈의 영화 <화장실 어디예요>를 보는 중간에 공사소리가 들리더군요. 진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공사를 합니까? (아쉬움)숙소나 영화관이나영화제 때문에 타지에서 와 밖에서 밤을 새는 사람들을 위해, 인기 있었던 영화들을 묶어서 심야상영을 했으면 합니다. ^^;; (부산에서감기걸리다)정리/ 티티엘 송시원 사진/ 티티엘 조병각다시
PIFF 게시판 베스트 - 끝까지 잘 해 보이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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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영화에, 하나의 우주를”- <물의 여인> 감독 스기모리 히데노리그가 부산에 늦게 도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전 폐막한 그리스 테살로니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바로 부산으로 날아온 참이었다. <그레이> 등의 단편작업을 거쳐 NHK에서 “생계를 위해” 7년간 일했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을 누를수 없어 “빈곤, 매우 빈곤”한 영화감독의 길로 뛰어들었다는 이 붉은 옷의 감독은 언제라도 타오를 준비가 된 ‘불의 남자’ , 그대로 였다.기본적으로 러브스토리지만 그 속에는 상당히 신화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다.=사람과 사람보다는 사람과 자연 또는 우주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우주는 물, 불, 공기, 대지, 이렇게 4가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데 4명의 원소를 4명의 인물들에게 맞추어 보려 한 것이다. UA가 연기한 마찰없이 흐르는 여인은 물을, 아사노 타다노부는 파격적이고 열정적인 불을, 모터사이클을 타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여자는 공기를, 땅
<물의 여인> 감독 스기모리 히데노리(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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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차 평론가, 신인감독 되다- <의례… 열정> 감독 카날라 사스트리<의례… 열정>의 인도 카날라 사스트리 감독(53)은 막 데뷔작을 만든 신인감독의 그것이라 믿기 힘든 인상의 소유자다. 게다가 2000년 부산영화제엔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니 더욱 당황스럽다. 잠깐,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30여년동안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다. 2년 전엔 국제영화평론가협회 심사위원으로 부산에 왔다.” 아하. 그는 고다르와 트뤼포, 그리고 올리비에 아사야스처럼 평론활동을 하다가 감독으로 길을 바꾼 인물이었다. “1년에 800편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인도에서 진지한 영화는 20편 남짓할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인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발리우드 뮤지컬이다. 30년동안 이런 문제를 제기하다가 아예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뉴커런츠 수상결과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신작 준비를 위해 황급히 떠나던 그는 내년 PPP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던졌다.사진/씨네21 손홍주진지한 ‘베
<의례… 열정> 감독 카날라 사스트리/<아름다운 시절> 배우 카오멩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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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무사>를 위해”북경 영화 제편창(Beijing Film Studio)은 중국에서 제일 큰 영화 제편창으로, 49년 10월에 설립된 이래 600여편의 영화와 100여편의 외국 합작 영화를 만든 곳이다. 영화 제편창이란 말을 비슷한 우리말로 대치하기는 힘들지만, 풀이하자면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제편)하는 기관의 집합소(창, group)쯤 된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필름 프린팅까지 영화 제작의 전과정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스튜디오인 셈. 우리말로 대치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에겐 할리우드의 종합 스튜디오에 해당하는 제편창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제작사와 홍보사, 배급사가 각기 나뉘어져 있어, 홍콩, 일본, 중국 등지와는 차별된다. 작년에 이어 개최된 2회 부산 국제 필름 커미션 박람회(BIFCOM)을 방문한 북경 제편창 부청장인 장 시아(45)는 그 중 합작 영화 제작을 책임지고 있으며, 우리에겐 <무사> 합작건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
북경제편창 제1제편 부창장 장 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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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대신 풍경을 봐주세요”영화가 끝나자, 여기 저기서 당혹스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거야”라는 불만 섞인 수근거림도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곧장 극장 밖으로 밀려 나갔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반응은 달랐다. 조금 더 가까이서 감독을 대면하기 위해 객석 앞쪽으로 옮겨 앉기도 했고, “부산영화제에서 당신의 영화를 만난 것을 가장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서슴없이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끝까지 보기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남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타이에서는 드물게 비주류에 머물며 다양한 영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는 그는, 테살로니키 영화제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친애하는 당신>은 타이에 불법 체류 중인 버마인 남자 민과 그를 돌봐 주는 애인 룽, 그리고 중년여성 온의 미묘한 관계를 유장한 롱 테이크와 롱 숏으로 담아낸 작품.
<친애하는 당신> 관객과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