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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의 영화 및 영상산업에 대한 입장과 정책을 좀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대선 후보 연쇄 인터뷰를 기획했다. 5년전 대선 때도 <씨네21>은 같은 기획 인터뷰를 실었다. 그후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스크린쿼터, 독립·저예산영화 상영공간 확보, 표현의 자유 신장 등 현안이 많다. 이 문제들이 정부 정책과 문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각 후보의 의사와 사정을 반영해,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하거나 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마다 달리 인터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여의도에서 농민시위가 있었던 11월13일 오후 6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만났다. 몇시간 전 시위현장에서 노 후보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는 경미한 불상사가 있었지만, 노 후보는 편안한 얼굴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일정이 바빠 오랫동안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말을 미리 들어, 정책적인 사안들은 질문지를 먼저 보냈다.
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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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세상에!!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에 대한 소감을 가장 짧게 말하라면 이것이다. 여기서 느낌표는 꼭 두개여야 한다. 이 영화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성 정체성에 대해 나름대로 열린 생각을 가졌다고 믿어온 나를 한참이나 앞서간다. 내 감성과 사고방식은 영화들과 함께 조금씩 새로워지고 확장되었지만,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나의 고정된 이해를 한꺼번에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예에 속한다. 그것도 우울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웃겨가면서.고정관념 깨뜨리기, 누군가에겐 불편하겠지만…물론 모든 사람이 이 영화를 속편하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상당수가 적잖은 두통과 함께 ‘말세로군, 말세야!’ 하는 염세주의 증상이 도지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를 공공연하게 거느리는 것도 모자라, 애인이 나타나자 일 팽개치고 창고로 달려들어갔다가 헝클어진 모양새로 되돌아오는 헬렌을 본다면 ‘저걸 정신병원에 보내거나 최소한 해고라도 해야 해’라고 씩씩거리게 되지 않을까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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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와 헬렌 커플이 새로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봐온 어떤 영화 속 커플들보다 지적이고 감각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사실 내가 아는 현실의 레즈비언 여성들은 가치관이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편이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이 대부분 지식인이라는 사실과 상관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적잖은 영화나 드라마가 지적이고 사회생활에 성공한 여성들을 무언가 결함있는 존재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데 익숙한 나로서는 제시카와 헬렌이 스크린에 나타난 것에 대해 싱그러운 느낌마저 갖게 된다.사실 제시카와 헬렌은 뉴욕 여피에 대한 우리의 상상과 맞아떨어진다. 뉴욕에 사는 모든 여피들이 이들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어떤 캐릭터에 대해 ‘딱이야!’라고 느끼는 것은 전형과 파격을 적당하게 오갈 때이다.이 영화 역시 수많은 전형들을 차용한다. 맨해튼에 늘어선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을 카메라 패닝으로 보여준 다음 빌딩 숲 어딘가에 끼어 있는 공원 오솔길에서 조깅하는 사람들로 컷하는 방식은 얼마나 익숙한지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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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찰스 허먼 윔펠트 인터뷰“금기를 들추고 논쟁을 유도하길 바란다”왜 이 영화였나.→ 감독으로서, 난 아름답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 있는 이 이야기에 매료됐다. 그리고 제니퍼와 헤더를 만났을 때, 직관적으로 그들이 영화에서 아주 멋질 거란 암시를 받았다. 그들은 영혼이 깃든, 지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코미디를 써냈다. 또 내가 연극연출가에서 영화연출가로 변화한 것처럼,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역시 영화의 형태로 탈바꿈한 연극이었다는 점에 매료됐다. 재미있는 대화로 영화 전체를 끌어가며 코미디의 토대를 허물지 않고 비주얼을 살릴 수 있는 이런 각본을 기다려왔다. 영화에서 언어에 대구를 이루는 명확하고 색감이 풍부한 이미지를 상상했다. 난 이 유쾌하고 연극적인 각본을 영상과 감정적인 경험으로 만들고 싶었다.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일단 이 이야기에 완전히 빠졌고, 제작자와 작가도 내가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고민도 많이 됐다. 이런 규모의 35mm영화는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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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겸 공동작가 헤더 예르겐슨 & 제니퍼 웨트펠트 인터뷰“맙소사, 우리가 키스를 하다니!”현대 독신여성과 성에 대한 이 대담한 시도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스크린으로 옮기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제니퍼 웨트펠트(이하 제니퍼): 긴 여정이었다.헤더 예르겐슨(이하 헤더): 뉴욕 웨스트 71번가의 그 작은 아크라이트 극장.제니퍼: 그 작디 작은 공간에서 우리의 첫 연극을 만들었다. 직접 사운드 큐를 주고, 우리 엄마가 소품들 사서 나르셨다. 연극은 좀더 느슨했는데, 원래는 몇 개의 끔찍한 데이트에 대한 촌극들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중에서도 영화내용처럼 어떤 틀을 뛰어넘는 두 여자의 촌극에 흥미를 느끼면서 단선적인 연극이 됐다.헤더: 연극은 6일 밤 동안 상연됐을 뿐이지만, 그 이야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손질이 필요했을 뿐. 생각을 하면 할수록, 해학적인 요소를 줄이고 이야기의 바탕에 깔린 더 깊숙한 진실을 조사하게 됐다. 설문조사를 더 많이 하고, 다양한 층의 여성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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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 펠톨라는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네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며, 전세계 영화제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텐 미니츠 트럼펫>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가, 카우리스마키의 신작 <과거가 없는 남자>의 주연배우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강도들에게 맞아 기억을 잃은 뒤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며 삶을 되찾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무표정한 얼굴, 무심하게 허를 찌르는 대사,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동작… 펠톨라의 ‘연기같지 않은 연기’는 말도 정서도 풍경도 낯선 핀란드 영화의 매력에 흠씬 젖게한다. 그는 <과거가…>가 “휴머니티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이런 휴머니즘은 지금과 같은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다. 어찌 보면 더 정치적인 시각이다.” 영화에 나타나는 보헤미안풍의 정서에 대해 그는 “미국화로 획일화 되는 유럽 사회에 이런 영화들이 뭔가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웬만한 국제영화제엔 잘 나타나지 않는 괴짜로 소문난 카
낯선 핀란드 정서·풍경에 매력 흩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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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엔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디이터 코슬릭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모리츠 드 하델른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이른바 ‘3대 영화제’의 수뇌들이 모두 찾아와, 부산이 명실공히 ‘아시아 영화의 창’으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했다. 세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를 사냥하러 부산에 왔다고 밝히며, 한국영화가 세계영화를 대표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호평까지 내놓았다. 이들은 또 젊은 감독들의 프로젝트를 제작자와 연결짓는 창구인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이 훌륭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영화계 최고의 권력자들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 세 위원장들에게 한국과 아시아영화, 최근 세계 영화계의 흐름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티에리 프레모(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치적 현안 담아내되 상업영화 배격 말아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부산을 찾은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만
영화엔 ‘금기’ 없고 영화인에 ‘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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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행사(22일)
9:30 넷팩 총회/부산호텔
13:00 <사랑해> 비공식 기자회견-장 위엔/시애틀스 베스트 4층
16:30 폐막작 <돌스> 기자시사/메가박스 4관
19:00 폐막작 기자회견/파라다이스 시드니룸
내일의 행사(23일)
10:00 폐막 기자회견/서라벌 가야홀
18:30 폐막식과 폐막작 상영/부산 시민회관
오늘과 내일의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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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야외무대21일 오후 <로드무비>의 야외무대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 주연 대식 역의 황정민과 일주 역의 서린이 참여해 관객들의 환호에 답했다.사진/씨네21 손홍주<밀애> 베를린영화제 초청변영주 감독의 <밀애>가 내년 2월에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다. <밀애>는 이전의 다큐멘터리 작업들로 해외에 널리 알려진 변영주 감독의 첫번째 극영화라는 점에서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의 눈길을 모았었다. 베를린영화제 쪽은 “다큐멘터리 출신 감독이 만든 극영화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변 감독의 신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스크린 데일리> 한국영화 언급<스크린 데일리>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중간 평가하는 기사에서, 영화제 기간에 화제가 됐던 영화들로 <해안선>을 비롯, 몇몇 한국 영화들을 언급했다. 기사는 <해안선>이 김기덕 감독의 여
부산, 오늘의 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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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작 비디오 이용 현황, <해안선> <로드 무비> 뒤이어영화제 전 기간(15-23일)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피닉스 호텔 15층의 비디오룸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 영화가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25건), 그 뒤를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20건), 김인식 감독의 <로드 무비>(13건)가 이었다. 그 밖에 <낫씽 투 루즈>(12건), <화장실 어디예요?>(12건), <I love you>(11건) 순으로 대여가 됐다. 한국 영화 가운데 <쓰리>(10건), <영매>(10건), <밀애>(9건)도 10위안에 들었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 마련된 비디오룸의 경우도 <해안선>이 1위를 차지했으며, <욕망>, <질투는 나의 힘>, <깃발> 등이 순위를
<질투는 나의 힘>, 대여순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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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폐막, 뉴 커런츠 부문 성황, 남포동-해운대 연계 부재 아쉬움제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23일 축제의 막을 내린다. 부산시의 다양한 행사에 밀려 11월14일에야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산영화제는 예년에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했다. 11월21일 오후10시 현재 15만6천석이 팔려나가 좌석점유율 75.2%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폐막일인 23일까지 16만여 좌석 정도가 들어차 80% 가까운 좌석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영화제쪽은 예상하고 있다. 21일 오후10시 현재, 완전매진 또는 부분매진된 작품수도 전체 상영작 226편 중 144편에 달해 해가 거듭할수록 더해가는 관객들의 열기를 보여줬다. 뉴 커런츠 부문이 어느해보다 성황을 이뤘다는 점도 이번 영화제의 특징. 지난 18일 중간결산 결과, 뉴 커런츠 부문의 총매표율은 73.1%를 기록, 지난해의 49%에 비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질투는 나의 힘> <죽어도 좋아> <여성 교도소&g
굿바이, PIFF 2002!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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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선데이> Bloody Sunday영국·아일랜드, 2002년, 110분감독 폴 그린그래스, 22일 오후5시 대영1<블러디 선데이>는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 사건을 정면으로 그려내는 영화다.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분노와 폭력의 근원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를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미시적 수준의 구체성을 담아 묘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드문 작품이라 하겠다.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인 <블러디 선데이>는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 사건을 정면으로 그려내는 영화다.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분노와 폭력의 근원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를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미시적 수준의 구체성을 담아 묘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드문 작품이라 하겠다. 1972년 1월30일 북아일랜드의 데리에서 영국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에 항의해 시민권을 요구하는 평화 시위가 열린다. 갈수록 높아지는 북아일랜드의 목소리를 경계하고 있던 영국 정부는 수천명의
<블러디 선데이> <티라나 영년> <불확실성의 원리>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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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스 Dolls폐막작/ 일본/ 2002년/ 113분/ 감독 기타노 다케시/ 23일 오후 6시30분, 10시30분 시민회관<돌스>는 ‘멋지게 죽는 방법’에 관한 기타노식 매뉴얼이다. 그 결과는? 이처럼 탐미적이며 동시에 공허한 기타노의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즉, <돌스>는 기타노가 그의 몇몇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사의 찬미’가 거의 매너리즘에 다다른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기타노의 새 영화 <돌스>에서 인물들의 몸짓은 이미 죽음에 물든 몸짓이다. 이는 물론 기타노의 이전 영화들을 통해 익히 보아온 것이다. 그런데 인물들 간의 사랑 또한 죽음 위에 새겨져 흔적만 남은 사랑처럼 보여지고 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멜로적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진부하고 통속적인 수사학을 채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랑의 시체들을 가지고 벌이는 기타노의 인형놀이가 그다지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와
<돌스> Do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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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조금만 기다리세요!폐막 이틀 전, PIFF광장을 가득 채우던 많은 관객들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건만 아직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징한’ 사람들이 있다. 등에 ‘한 살림’지고 부산을 배회하던 그들은 “영화제를 끝까지 지키기로 한 영화제 수비대, 아니 영화과 학생”들. 최경환(26), 여민정(21), 신종열(26)씨는 대전 영상원에 다니는 감독 지망생들이다. 아이디 카드 발급신청 기간이 지나, 발급이 안 된다는 주최측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생떼‘라는 필살기를 구사하여 당당히 카드를 거머쥐고는 이곳에 왔다. 밤차를 타고 오면서 눈이 벌개질 정도로 영화 스케줄을 세웠건만, 막상 극장에서는 졸음이라는 복병에 ‘전멸’한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교수님이 학과 게시판에 ‘이제 그만 돌아와서 수업 좀 들으라’는 애타는 공지를 올리셨다니까요. 크크.” 그러나 폐막 때까지 볼 영화표가 이들의 손에 두툼하게 들려있는걸 보니 아직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교수도 못말리는 이 학생
오늘의 관객 - 교수님, 조금만 기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