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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슈미트>는 괴팍한 중년 아저씨 ‘슈미트’가 맞닥뜨린 인생의 전환점을 거쳐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그가 평생을 바쳤던 직장에서 퇴직한 지 얼마 안 돼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하나뿐인 딸마저 결혼날짜를 잡고 그 준비에 한창이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소외되고 쓸쓸한 노년을 보여주겠지만, 홈페이지로 보건대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화창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코믹한 잭 니콜슨의 표정으로 꾸며진 홈페이지의 바탕화면은 영화의 밝음을 나타내고 있다. 방문자의 마우스만 졸졸 따라다니는 ‘근두운을 탄 슈미트’ 아이콘은 딸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슈미트를 형상화한 듯 심술궂다. 일단 ‘Cast’와 ‘Filmmaker’ 코너는 꼼꼼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특히 잭 니콜슨의 솔직한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황혼기를 맞은 배우가 “아마도 나는 다시는 젊어지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가슴이 뭉클해진다. 스틸 컷에서는 캐시 베이츠의 대담한 목욕장면과 단순무식
괴팍한 중년 아저씨의 인생 전환점,<어바웃 슈미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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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속의 개미2>는 성에 민감한 10대 청춘들의 섹시코미디다. 2000년 독일에서 첫개봉해 2백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의 속편. 1편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성기를 뜻하는 ‘개미’는 10대 후반으로 자라난 주인공 플로리언에게 시도때도 없이 예쁜 여자만 보면 말을 건다. 좀 어렸을 땐 ‘보는 것’을 밝히더니, 이번엔 계속 ‘만져보자’고 선동한다.
‘녀석’의 꼬드김에 넘어가 학교 선생님의 가슴을 만지게 되질 않나, 잘 보이고 싶은 여자친구 마야의 할머니를 돌보다가 민망한 꼴을 당하지 않나, 플로리언은 섹스중독자로 몰릴 뿐이다. 영화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손을 비롯해 별별 도구까지 등장시키며 수다스럽게 진행되지만 충동적 섹스와 사랑을 대비시키는 구도를 풀어가는 방식은 도발성도, 재미도 부족하다. 이런 영화 앞에서 ‘성 이야기’를 뻔뻔하고 대담하게 한번 해보자는 섹시코미디의 미덕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8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새 영화] ‘밝힘증’소년의 섹시코미디 <팬티속의 개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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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구했던 삶과 음악에 대한 갈증을 모두 빨아들이기라도 한 듯, 이병우가 선보이는 5번째 독집 음반은 이런 제목을 달고 있다. 95년 <야간비행> 이후 무려 8년. 참 오랜만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병우는 84년 조동익과 듀오 ‘어떤날’을 결성하고, 포크와 재즈, 뉴에이지를 넘나드는 서정적인 선율, 일상의 풍경과 정서를 세밀하게 담은 노래들로 우리 대중음악의 토양에 낯선 발자국을 남겼던 뮤지션. 89년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을 필두로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클래식의 경계를 넘어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영역을 넓혀온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그들만의 세상> <세 친구> <스물넷> 등 틈틈이 영화음악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장편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의 음악으로 뜸했던 소식을 잇기도 했다.어른이 되어버린 바닷가 마을 소년의 추억을 불러내는 음악이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관현악과 컴
서른아홉,생의 은근한 고백 이병우의 5번째 음반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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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설렘을 가지고 평생 영화인으로 남고 싶습니다"'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영화에 데뷔했다. 3일 오후 <대한민국…>의 첫 시사회가 끝난 후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임성민은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영화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며 첫 영화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오는 14일 개봉하는 <대한민국…>은 보궐선거에 출마한 창녀 출신의 여성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물리치고 당선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 임성민은 여주인공 은비(예지원)측 선거본부의 '브레인'으로 활약하는 동료 윤락녀 세영역을 맡아 연기한다.영화로는 데뷔작이지만 사실 '연기자'라는 호칭은 임성민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미 <학교>, <여고시절>, <눈사람> 등에 출연한 바 있으며 뮤지컬이나 연극 등에도 얼굴을 내밀었다.처음 방송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아나운서가 아닌 탤런트. 임성민은 대학교 1학년
[인터뷰]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임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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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세계란 노동이 예술의 차원에 달하는 것이라는 말 말고는 ‘문화운동’에 대해 별로 논하지 않았다. 그의 문체가 문학적 향취를 뿜었을 뿐이다. 엥겔스도 별로 논하지 않았다. 그의 문체가 시적 응축에 달하면서 간혹 논리 비약을 범할 뿐이다.오늘날 문화운동이 정치에 너무 좌지우지되는 현상은 문학이 공무원 자질시험(과거)의 주요 과목이었던 조선시대 유물이기도 하고 가깝게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문화운동에 그대로 적용한 80년대 민중문화 운동의 유산이기도 하다.그렇게, 문화운동의 취약점은 정작 문화정책의 결여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도 나온다. 87년쯤인가, 당시 수배 중이던 임홍배(서울대 교수)에게 특별부탁하여 동독 문화정책 관련 서적을 빌려본 일이있는데, 문화정책(혹은 운동)은 freizeit-gestaltung(자유시간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이 관건이라는 말에, 파업용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는 자유시간에 음미할 거리를 만드는 게 더 어렵고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이론의 높이와 실천의 깊이,심광현의 <문화사회와 문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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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아니스트>로 재기에 성공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경사와 흉사가 겹쳤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한 홀로코스트영화 <피아니스트>는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프랑스 세자르상에서 7개 부문상을, 영국아카데미상에서 주요 부문 2개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피아니스트>를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 수상 후보로 지명한 미국 아카데미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977년 13살 소녀를 강간한 뒤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은둔하고 있는 폴란스키의 개인사가 문제. 일부 아카데미 회원들이 성범죄자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LA 검찰은 폴란스키가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입국한다면 바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이에 당시 피해자인 사만사 가이머가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폴란스키는 작품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의 직업과 능력은 나, 그리고 내가 당한 일과는 무관한 것이다.” 또한 가이머는 폴란스키가 도망자
폴란스키,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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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가 홀대하는 코미디 영화인들이 마련한 ‘그들만의 잔치’가 제정 9년 만에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리는 미국 코미디영화제(United States Comedy Arts Festival)가 바로 그 잔치다. 코미디영화제는 패럴리 형제, 빌리 크리스털, 빌 머레이 등의 코미디 영화인을 주축으로 마련된 행사. 지난 25년간 오스카에서 코미디이거나 코미디적 요소가 있는 작품 중에서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호명된 작품은 <애니홀>과 <셰익스피어 인 러브> 단 두편뿐.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스튜 스마일리는 “오스카는 <에어플레인> <애니멀 하우스> 등 위대한 코미디영화도 간과해왔다”며 오스카의 편파적 선정을 지적한다. 영화제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패럴리 형제도 “가장 뛰어난 배우 중 한 사람인 빌 머레이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데 불만을 표한다.이들은 코미디영화가 스튜디오의 재정과 영화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오스카가 몰라줘도 우리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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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이냐 해운대냐. 10월2일부터 열릴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최 장소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본격적인 발단은 2월20일 영화제 정기총회에서 올 행사가 지난해처럼 남포동과 해운대에서 분산개최되거나 해운대에서 모두 여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였다. 사실 그동안 영화제쪽은 좋은 시설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부산프로모션플랜(PPP) 등 부대행사를 함께 개최하기 힘든 남포동을 떠나 해운대로 행사 장소를 옮길 것을 조심스레 검토해왔다.아직 영화제가 안정화되는 데 필수조건인 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결론은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회 직후 남포동이 속한 중구청을 비롯, 남포동 극장가,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상영관 확보가 어렵다는 영화제쪽의 이야기는 과장이고, 전용관 부지도 확보돼 있기 때문에 행사가 계속 남포동에서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또 해운대로 이전하는 것은 영화제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무시한 행위라고 주장한
남포동에 있을까, 해운대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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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가 경쟁부문에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초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밝혔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2년 연속 진출한 경력이 있는데다 일찍부터 영화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작품이라 아직 촬영이 끝나지 않은 시점인데도 경쟁부문 초청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것. 한편 김기덕 감독 외에 이윤택 감독의 <오구>도 초청 가능성이 있는 걸로 알려졌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부문은 확실치 않지만 <오구>도 올해 칸영화제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칸 경쟁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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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그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고,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황금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 아카데미상 애니메이션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수년간 일본 영화계의 주요 화제가 됐다. 유감스럽게도 2002년을 돌아보면 이 작품에 준하거나 상회하는 흥행 성적을 올리거나 이슈가 된 일본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2002년 일본 전체관객 수는 1억6076명으로 2001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빅히트를 기록한 일본영화가 없었음에도 이런 성적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힘 때문이었다. 2002년 일본 극장가는 할리우드가 휩쓸어버린 것이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은 연초와 연말에 각각 개봉된 두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였다. 11월23일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사진)은 사상 최대인 858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정도였다. 일본영화 개봉편수는 29
[도쿄] 2002년 일본, 할리우드가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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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현재, 중국의 영화 관련 매체는 여전히 장이모의 <영웅> 얘기로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중국 영화시장의 가능성을 일깨워준 산업적 기여도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영웅>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2월을 맞이한 베이징 극장가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칭런지에’(情人節)라 일컫는 밸런타인 데이를 맞이한 베이징의 신동안, 화싱 등 주요 극장들은 ‘식사가 포함된 입장권’, ‘심야 연속 상영권’ 등 각종 이벤트성 티켓을 준비하고 연인 관객을 맞이했다.
이날 개봉된 영화로는 공리의 신작 <쩌우위의 열차>와 <후회하지 않을 사랑>으로 소개된 한국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등 2편의 애정물이다.
특히 <쩌우위의 열차>는 중국 최고 여배우 공리의 연기 변신과 격렬한 애정 묘사로 크게 주목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공리가 분한 젊은 도예공 ‘쩌우위’의 애정사를 다루고 있다. 쩌우위
[베이징] 2월 베이징 극장가, 공리 주연의 멜로 <쩌우위의 열차> 만원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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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국의 영화관객 수는 지난 43년간 최고치인 15억명을 기록했다. <버라이어티> 최신호는 이들의 관람 행태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할리우드의 관객 동원력 신장은 10대 관객과 블록버스터 외에도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영화들의 개발에 힘입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할리우드가 가장 애착하는 타깃은 10대 관객. 테마파크 놀이기구에 줄서듯이 화제작을 기다려서 반복 관람할 뿐 아니라 케이블TV, 인터넷에 밀착돼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마케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보통 틴에이저가 일주일 동안 소비하는 돈은 부모의 돈과 자신의 돈을 합쳐 약 136달러로 집계돼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이들이 영화산업의 새로운 금광으로 떠오른 DVD 시장의 주고객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10대들이 지지한 <트리플X>는 극장에서 1억4120만달러를 벌어들인 데 그치지 않고 DVD 출시 일주일 만에 비슷한 규모의 수입을 올렸다. MPAA의 2001년 통
할리우드 관걕 동원력 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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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랩스타 에미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의 OST 앨범이 선을 보였다. 은 랩의 정서를 이해하거나 노래 가사를 알아듣기는 쉽지 않아도 오래도록 리듬과 운율의 여운이 남는 수작. 타이틀곡 `Lose Yourself'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연속 12주 정상을 유지한 여세를 몰아 아메리칸 뮤직상 4개부문과 그래미상 2개부문을 거머쥔 데 이어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OST의 스페셜 패키지에는 영화 삽입곡을 담은 CD와 함께 에미넴 및 영화 관계자의 인터뷰, 촬영 뒷얘기, 뮤직비디오 등이 실린 DVD를 보너스로 곁들였다.
영화 <8마일> OST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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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탤런트 유민이 영화 <바람의 파이터>(감독 양윤호, 제작 드림써치)에서 최배달 역의 비와 호흡을 맞춘다. <바람의…>는 극진가라데로 전세계 무사들을 물리쳤다는 최배달 선생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유민은 일본으로 건너온 최배달과 사랑을 나누는 게이샤 '요우코'역을 맡는다. TV드라마 <우리집>, <결혼합시다>, <올인>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민은 일본영화 <호타루>, <신설국>에 출연한 바 있지만 한국에서는 <바람의 파이터>가 첫번째 출연 영화다.
<바람의 파이터>는 4월 초 크랭크인해 올 추석께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바람의 파이터>에 유민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