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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90컷! 남기남식 영화찍기의 진수를 보여주마남기남 감독의 <갈갈이 삼형제와 드라큘라> 촬영현장 하이라이트 지상중계전설의 남기남 감독을 아시는지. 속사(速射)로만 따지면 충무로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다. 1년에 무려 9편을 찍기도 했던 1970년대, 그는 짧게는 3일, 길어야 일주일이면 촬영을 끝마치곤 했다. 1989년에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10일 동안 영화 2편의 촬영을 끝냈다는 믿기 어려운 일화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외화 수입 쿼터를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영화 제작이 이뤄지던 시대이기에 ‘빨리찍기’의 대가인 그는 충무로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평양맨발>(1980), <영구와 땡칠이>(1989) 등의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그의 주가는 한층 치솟았다.하지만 1990년대는 그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이후 10여년 동안 그는 9편의 어린이, 멜로, 코믹액션영화를 제작·연출했지만 번번이 미끄러졌다. 오직 빨리 찍기 위해 터득한 허술한 트릭은
남기남 감독 신작,전설의 현장을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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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칠 아낙들은 어디에 있습니까.영구 이게 바로 남 감독, 특유의 전매특허인 몰아찍기죠. ‘나까누끼’ 라고도 불립니다. 관중이야 저렇게 해서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의심들 합니다만, 남 감독 나중에 아낙들의 인서트 장면을 따로 찍어서 편집에서 이어붙일 것이 분명하거든요. 아니면 ‘끼약’하는 사운드로만 설정을 준다든가. 나중에 보면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진 않은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머릿속에 콘티를 넣어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이런 번개 작전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죠. 남 감독은 실제로 다음날 촬영이 있으면 새벽까지 콘티 들여다보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답니다.땡칠 아, 그렇군요. 그런데 견학온 어린이들이 내는 소음 같은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는 무슨 복안이라도 있는 겁니까.영구 이번 작품은 동시녹음이긴 한데 이 장면은 나중에 후시로 처리할 듯 보입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남 감독 아예 환호성들을 따로 담아놓으라고 시키네요. 그렇군요. NG컷 모
남기남 감독 신작,전설의 현장을 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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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한켠은 음악이 담당한다. 유제하의 <우울한 편지>는 살인의 전주곡이자 관객을 20년 전의 그 공간으로 데려가는 추억의 전주곡이기도 하다. 유제하의 노래는 스산한 살인의 느낌과 함께 추억의 공간에 관한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장치로 작동한다. 감독은 유제하의 노랫소리를 라디오나 녹음기 같은 장치를 통해서만 나오게 하고 있다. 소리도 빵빵한 스테레오 사운드보다는 모노필터를 입힌 코맹맹이 소리가 자주 선택된다. ‘과거’라는 시간대를 위한 사운드 선택이다. 약간의 공간감을 동반하여 어디선가 울리는 유제하의 우울하고 달콤한 멜로디는 그 역시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점까지를 상기시키며 살인의 추억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 추억의 한가운데에, 역시 그 멜로디처럼 우울하면서도 달콤하게 생긴 살인의 주인공이 존재한다. 그 아름다운 청년/변태 살인자가 자기 골방에 모로 누워 있다. 이 영화의 키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스코어를 담당한 사람은 이와시로
텍스트의 섬세한 이해,<살인의 추억>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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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이 영화에 주목하세요촬영 초읽기에 들어간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 보기현상적으로 영화는 관객이 소비자이고 제작자나 감독이 생산자인 시장이다.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고 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만들기도 한다.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은 관객과 제작자의 의도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충무로에서 스타급 배우는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다. 스타급 배우들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많은 영화기획이 배우에게 간택받기 위해 줄을 선다.2003년 초여름의 충무로 풍경도 그렇다.캐스팅이 확정되면 제작자뿐 아니라 감독도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투자위축이 심각했던 올해지만 제작편수가 많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대신 준비하는 작품이 많은 만큼 캐스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 몇 가지 고비를 넘기고 조만간 첫 촬영에 들어갈 영화 11편을 모아봤다.이들 영화의 감독들이 전하는 이야기에서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영화의 모습을 그려보자. 편집자편집 심은하 eunhasoo@hani.c
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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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황당한 놈들이 떴다! 얼빵 자객들의 좌충우돌Director's Story“그땐, 바보였죠.” <두사부일체>의 첫 촬영이 있던 날, 윤제균(34) 감독은 무척이나 버벅거렸다. 적절한 앵글 사이즈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레디 액션’ 하긴 했는데 언제 ‘컷’을 불러야 할지도 헷갈렸다. 광고회사를 다니던 시절 틈틈이 썼다가 “현상금에 눈이 멀어” 제출한 시나리오 <신혼여행>이 당선작으로 뽑힌 것이 그때까지 충무로 이력의 전부. 연출수업은 받은 적도 없던 낙하산(?) 감독을 스탭들은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뭐,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만 하니 스탭들도 황당했겠죠.”광고회사를 나와 네티즌 펀드 사업체인 엔터펀드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투자사였던 필름지쪽에서 “요즘 좋은 시나리오 없냐”고 묻자 슬쩍 자신이 쓴 <두사부일체> 시나리오를 밀어넣었고, 급기야 연출까지 맡게 됐다. “촬영하면서 거짓말은 안 했어요. 궁금한 게 있
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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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인간애와 평화의 감동을Director's Story만약 영화가 한 감독의 총체적인 인격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묻지마 패밀리> 중 <내 나이키>를 연출했던 박광현 감독을 ‘나쁜 남자’로 보긴 힘들 것이다. 공부 못하는 모범생, 싸움 못하는 깡패, 개인택시 없는 택시기사, 나이키 없는 소년 등 어딘가 삐걱거리는 비영웅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결국 소박한 행복의 의미를 전해주었던 <내 나이키>는 재기보다는 진심이 느껴졌던 데뷔작이다. 그가 기획했던 ‘선영아 사랑해’ 광고나 그가 연출했던 맥도날드 CF(‘신하균 버스’ 편, ‘박해일 수위실’ 편) 의 예까지 든다면 이는 확신으로 변할는지 모른다. “어떤 수준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보다는 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이 ‘69년생 소년’의 방부처리된 순수는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4살 때부터 10살때까지 전라도 두메산골에서 할머니하고 둘이 살
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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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동 감독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초보 순경의 야시시 내사랑 쟁탈전Director's Story90년대 중반 뉴욕대 영화·TV제작과에 들어갔을 때, 이건동(35) 감독의 머릿속에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경영 전공이 아니면 대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부친의 눈을 피하기 위해 1991년 미국에 당도한 이래 한 학교에서 1년 이상 붙어 있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인디애나, 필라델피아의 대학을 돌며 연극, 무용, 스페인어, 아동심리학 등 거듭 전공을 바꿔간 것은 끝없는 여정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만약 그때 그가 뉴욕에서 곽경택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더 많은 대학과 전공을 섭렵했을지도 모른다. 우연한 기회에 곽 감독의 <영창이야기>에서 붐마이크를 들게 된 그는 영화의 맛, 그리고 사람의 맛을 알게 됐다. “경택이 형처럼 인간적인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리고 영화란 게 결국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니
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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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인, 도시와 영화에 관해 읊조리다빔 벤더스 걸작선 서울아트시네마에서 6월13일부터 19일까지 열려홍성남/ 영화평론가 gnosis88@yahoo.com빔 벤더스의 초기작 <도시의 앨리스>(1970)의 마지막 부분에는 주인공 필립이 “잃어버린 세상”이란 헤드라인이 붙은 존 포드의 부고 기사를 읽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은근슬쩍 암시하고 있듯 벤더스는 구로사와 아키라가 그랬듯 존 포드를 흠모하고 존경한 영화감독이었다. 사실 그는 몇몇 평자들이 지적하듯이 과거에 존 포드가 영화를 통해 이뤘던 것을 그보다 이후의 영화로 재창조해낸 시네아스트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포드가 스크린 위에 그려놓은 것이 미국의 과거 세계의 풍경화였다면 벤더스가 자신의 캔버스 위에 펼쳐놓은 것은 현대사회의 씁쓸한 풍경화였다. 뿌리없고 외로운 사람들의 길 떠남을 카메라로 기록함으로써 창조된 황량하면서도 시적인 현대사회의 풍경화.주지하다시피 벤더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현대사회의 풍경화란 현
6월 13일부터 열리는 빔 벤더스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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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존재 해석에 종교적 위험인공지능 컴퓨터가 지배하는 가상세계의 인간과 기계간 싸움을 다룬 영화 <매트릭스>의 속편 <매트릭스 리로디드>가 11일 이집트에서 종교적 문제와 과도한 폭력 장면 등을 이유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집트 영화 검열을 맡고 있는 영화위원회의 마드쿠르 타비트 위원장은 “특정장면들 때문이 아니라 속편이 다루고 있는 주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비평가 작가 심리학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상영금지 이유를 설명한 성명에서 “굉장한 특수효과를 사용하고 있지만 창조와 존재의 문제가 영화의 핵심”이라며 “과거 전편에서도 창조주와 피조물의 문제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야기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위원회는 또 영화의 폭력성도 고려됐다며 “영화가 상영될 경우 사회적 평화가 깨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1999년 1편 상영이 허용됐을 때 일부 이집트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시온주의를 고취시킨다며 상영금지를 촉구한 바 있다.한편 미국 오
<매트릭스2> 이집트선 상영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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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예술가들, 신세기 할리우드 점령하다작가주의 블록버스터 시대 맞은 할리우드, 그 대변신 드라마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샘 레이미, 피터 잭슨, 브라이언 싱어, 리안, 워쇼스키… 이들이 누구인가. 신세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웅적 지휘자 아니던가. 그런데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들은 할리우드 변방의 예술파 혹은 컬트감독 아니었던가. 이건 정말 경악할, 아니 경이로운 일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이제 멍청하고 엉성하긴커녕 블록버스터 시대가 열린 1970년대 중반 이래 가장 심오하고 정교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편집자1998년 10월, 유니버설픽처스는 재정난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개발 중이던 <헐크>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이미 2100만달러가 들어갔던 <헐크>는 <아마겟돈> <쥬만지>의 작가 조너선 헨슬리를 감독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2년 뒤 유니버설은 <헐크>의 봉인을 뜯었고, 리안을 불러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세대교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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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 감독<스파이더 맨>값비싼 실패작들이 휩쓸고 간 폐허 위에 <매트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리한 제작자 조엘 실버는 뭔가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안 가는 시나리오를 들고 온 워쇼스키 형제에게 <바운드>를 먼저 만들어보라고 했다. <바운드>는 4500만달러짜리 소박한 액션영화였지만, 동성간에 흐르는 애정과 적대감, 좁은 공간을 장악하는 스토리의 긴장이 살아 있는 영화였다. 실버는 감독으로서 그들의 능력을 평가했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흐름을 바꾸는 커다란 굽이를 파냈다. 철학과 문학과 종교가 교접하고, 동양의 시선과 동선이 서양의 테크놀로지와 합창한 <매트릭스>는 성공한 한편의 할리우드영화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교류되던 동서양 관객의 취향과 문화가 한곳에서 만나 마침내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낸 기념비였고, 할리우드의 오래된 블록버스터 멘털리티를 한방에 날려보낸 혁명아였다. 그런 면에서 <매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세대교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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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0회째를 맞는 대종상영화제가 12일 오후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인과 영화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 그동안 시상식 중심으로 개최되던 대종상 영화제는 영화음악제, 후보작 상영, 포스터 전시회 등 부대행사를 마련하며 관객과 함께 하는 영화제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 미스 뉴욕진 김윤경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유오성, 차승원, 임창정, 박해일, 손예진 등 영화배우와 영화감독 김성수, 유현목, 안병기씨,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 이승재 LJ필름 대표 등 영화인과 영화팬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개막식은 신우철 집행위원장의 개막선언과 이수성 조직위원장의 개막인사, 영화제 경과와 행사 보고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성 조직위원장은 "대종상영화제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문화계의 거름으로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본 행사 뒤에는 가수 유열과 소프라노 차수정이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축하 영화음악제가 이어졌다.후보작들
마흔번째 대종상영화제 개막 팡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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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사진)에서 오드리 헵번과 열연한 미국 영화 배우 그레고리 펙이 11일 밤 노환으로 타계했다고 그의 대리인이 12일 밝혔다. 향년 87세. 펙의 공보 담당 대리인인 먼로 프리드먼은 "펙이 전날 밤 그가 아끼던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펙은 <케이프 피어>와 <스펠바운드> <신사협정> 등 60여편의 주옥같은 영화에 출연했으며 1962년에는 영화 <앵무새 죽이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1944년 <영광의 나날>(Days of Glory)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딘 펙은 이후 5차례에 걸쳐 아카데미상 후보에 선정되는 등 20세기 후반을 빛낸 최고의 남우로 기록됐다.특히 지난 1953년 제작된 <로마의 휴일>에서 세인의 이목을 피하려는 공주(오드리 헵번)에게 영원의 도시 로마의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눈뜨게해주는 미국인 기자 역할을 맡아 많은 팬들의 뇌
<로마의 휴일> 그레고리 펙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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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 모인 영화인들의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가 넘쳐흘렀다. <실미도>의 촬영에 한창인 `국민배우' 안성기(사진)와 <황산벌>에 출연중인 박중훈도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고, 고희를 바라보는 임권택 감독과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도 자리를 지켰다. 사실상 한국 영화계가 이날 하루 동맹 휴업을 선언한 것이다.1시 50분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영화인 보고대회에 이어 3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에서는 장윤현 감독이 경과보고를 한 뒤 주요 참석자들이 한 문단씩 기자회견문을 차례로 낭독하며 스크린쿼터 수호 결의를 다졌다. 심재권 국회 문화관광위원(민주당),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도 찬조 발언에 나섰다.기자들과 질의응답 순서에서 "몇년째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고 있는데 스크린쿼터가 축소해도 큰 문제가 없지 않느냐"거나 "스크린쿼터를 일부 양
스크린쿼터 축소반대회견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