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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로 시작하여 모자로 끝나는 이야기. 코언 형제는 한 인터뷰 도중 자신들의 영화에서 ‘머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농담 반 진담 반 털어놓은 적이 있다. 아예 이발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만큼은 아니더라도, 1990년작 <밀러스 크로싱> 역시 오프닝에서부터 숲속을 데굴데굴 날아다니는 모자를 클로즈업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을 준비를 한다. 주인공 톰은 “모자를 쫓아다니는 남자만큼 꼴불견인 존재도 없지”라며 내뱉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모자만큼 의리(friendship)와 성격(character), 도리(ethics)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기표는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게다가 코언 형제의 영화 속에서 ‘그냥 놓여 있는’ 사물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그들의 그 질리도록 치밀하고 정교한 미장센!).이 작은 기표는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미혹시킨다.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의 모자를 빼앗으며 그를 유혹한다. 사라진 가발은 라이
배신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밀러스 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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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이충직)는 18일 올해 저예산예술영화제작지원작으로 박광수 감독(사진)의 <방아쇠>(제작 기획시대) 등 다섯편의 영화를 선정해 발표했다. <방아쇠> 외에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제작 미라신코리아, 유니코리아), <달려라 장미>(감독 김응수, 제작 조우필름), <정혜>(감독 이윤기, 제작 필름북), <거미숲>(감독 송일곤, 제작 거미숲필름) 등 다섯 편이 뽑혔다. 선정작에는 약 4억원이 각각 지원된다. (서울=연합뉴스)
영진위, 저예산예술영화지원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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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선수 출신 홍수환(53) 씨가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홍씨가 출연한 영화는 손영국 감독의 <최후의 만찬>. 이 영화는 삼류건달, 전직의사, '명품족' 여성 등 인생 막장에 내몰린 인물들의 만남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휴먼 코미디물이다. 홍씨는 이 영화에서 건달 곤봉으로부터 공격 당하는 상대파 보스 '장독대' 역으로 출연한다. 지난 16일 전북 전주에서 한 차례 촬영을 마쳤으며 21일 전북 부안에서 후속촬영에 들어간다.
지난해 개봉한 '남자 태어나다'에서 권투 장면 연기를 도운 바 있는 홍씨가 연기자로서 영화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감독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는 영화의 내용과 권투선수 시절 홍씨의 4전5기 신화가 잘 맞아 떨어져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전주=연합뉴스)
권투선수 홍수환씨, 영화배우로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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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공포영화 <장화, 홍련>이 한국영화 개봉 첫주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화사 봄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주말까지 사흘 동안 전국 77만4천5백명(서울 21만4144명)을 불러모아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기록을 깼다. 158개관에서 시작한 영화의 개봉관 숫자는 200개로 늘었고 평일에도 퇴근시간 이후엔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장화, 홍련>은 시골의 기이한 분위기의 목조집을 배경으로 수미·수연 자매와 아름다운 새엄마·무심한 아빠를 통해 인간의 죄의식과 가족이라는 관계가 주는 상처를 드러낸 공포영화. 내러티브를 둘러싸고는 “보고 나도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논란이 적지 않지만, 영화가 이뤄낸 아름답고 독특한 스타일이 특히 어린 관객들에게 화제가 된 듯하다. 관객의 20% 정도가 중학생이고 예매율의 70%가 여자관객인 것도 이채로운 점이다.<장화, 홍련>의 기세에 눌리긴 했지만 김
<장화, 홍련>의 기이함‥잇단 기록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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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 MBC 월·화 밤 10시불장난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의 옥탑방은 불붙기 좋은 곳이다. 36.5도의 체온은 옥탑방의 여름밤을 달구기에 충분하다. 후끈한 옥탑방에선 뜨거운 열정이 아니더라도 불장난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MBC 월·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남녀주인공 경민(김래원)과 정은(김다빈)의 ‘하룻밤 실수’도 그렇게 시작됐다. 6월 첫쨋주에 시작한 <옥탑방 고양이>는 벌써 시청률 20%에 가까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마침내 안방 드라마에도 혼전동거가 찾아왔다. 2001년 여름 쿨이 “같이 삽시다∼ 살아 봅시다∼ 과연 우리 서로 잘 맞는지 어떤지를 한번 겪어보면 어떨지”라고 대한민국 청춘남녀를 꼬드긴 지 꼭 2년 만이다. 지난해 <한국대학신문>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등에서 혼전동거에 대한 찬성비율이 절반을 훨씬 넘는 61.9%로 나타났지만, 말 잘 듣는 안방 드라마의 청춘남녀들에게 혼전동거는 지금껏
같이 살면,음‥ 하는 게 순리지 <옥탑방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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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망가질 순 없다!' 망가지는 게 유행이라고 할 정도로 최근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흔한 일이 됐다. 느끼한 모습의 차승원은 기름기를 쪽 뺀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고, 올 최고의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김하늘은 '촌닭'으로 망가졌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 '뽀글이' 파마 머리의 경상도 사나이로 변신한 차태현이나 <똥개>에서 소도시 삼류 건달로 눈에 힘을 뺀 정우성도 '치열하게' 망가지기는 마찬가지.하지만, 아무리 망가졌다 해도 <최후의 만찬>의 이종원(33)만은 못할 것 같다. 그는 1988년 연예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 빵과 소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생 양아치'로 변신한다.빡빡 깎은 깍두기 머리에 '에이 게쉐이~'식의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은 기본.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편의점에서는 야한 잡지나 뒤적이며 깐족이는 모습이 '청춘의 덫', '젊은이의 양지' 등의 TV 드라마나 &
[인터뷰] <최후의 만찬>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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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집불통에 무뚝뚝한 사람은 매력이 있다. 그런 사람은 실상 위태롭다.강해 보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소한 것에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그런 모습은 옆에서 보기 안타깝다. 그리고 이런 인물은 매혹적이다.마치 조르주 상드의 <사랑의 요정>에 나오는 랑드리가 아닌 소심한 실비네처럼 말이다. 내 사촌동생은 결국 군대를 들어갔다(얼굴은 조폭, 마음은 소녀…. <엔젤전설>의 주인공 같음). 그 녀석은 군대 가기 전 친구들이 모여서 환송회한답시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가 같이 서울에 올라와 아직도 어울려 다니는데 사회계열과 공대계열로 갈렸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친구, 다시 시험을 쳐서 지금은 사촌동생과 같은 학교 공대를 다닐 만큼, 짝꿍이 하나 있다. 이들은 서울에 올라온 촌놈들답게 자신들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며(?) 왕십리 시장통에서 만나 술을 마시는 듯하더니 그 둘에 꼭 그 친구의 여학생 친구까지 한명 붙어서 왕십리 삼총사라며 몰려다니는 듯했다
여름의 심장 vs 겨울의 심장,<금지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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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문화관광부가 "가능한 지체없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추가개방의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8일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문화부는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확대한다는 공동성명의 정신을 살려 그동안 묶여 있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로 했다.활발한 문화교류는 한일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인데다가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특정국가의 문화유입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다만 추가개방을 가로막고 있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간 올바른 역사인식이 양국관계 발전의 기초"라는 논리로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 상존하는 개방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문광부는 앞으로 문화예술계와 관련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개방폭과 개방시기 등 추가개방 계획을 최종 확정, 발표할
문화부 “일본대중문화 개방 적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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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제) 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초여름 햇살처럼 뜨겁다. 초점은 스크린쿼터의 유지와 축소에 맞춰지고 있다. 연간 146일로 돼 있는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줄일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것이다. 스크린쿼터는 한미투자협정(BIT)과 맞물려 논란을 증폭시킨다. 논란은 지난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스크린쿼터 문제를 관계장관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보라고 지시하면서 본격화했다. 묵은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보라는 주문이다.그러나 관계부처는 스크린쿼터 양보를 놓고 입장이 서로 엇갈렸다. 문화관광부가 양보 반대입장을 밝히자 재정경제부는 불가피론을 내세웠다. 청와대는 스크린쿼터 축소 필요성을 제기해 일정 부분 재경부의 손을 들어준 형국이다.직접 이해당사자인 영화인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축소는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내한한 프랑스 영화인들까지 가세해 양보 후 겪을 후유증을 걱정했다. 주미대사는 스크린쿼터 축소의 피해가 BIT의 이익보다 훨씬 적다며 현실적 대처를 당부했다. 네
‘럭비공’ 스크린쿼터,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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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사람이었다. 아, 물론 그전에도 좋아했던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의 감정을 가지고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발육이 늦었으면 늦었지, 조숙한 아이는 아니었으니까.
내 첫사랑의 주인공. 그 사람은 나보다 한살이 많았고, 중학교 선도부(지금도 이런 게 있나 모르겠다. 등교할 때 교문 앞에 학생들이 ‘선도’ 표지를 달고 복장이 불량한 학생을 잡아내는 이상한 제도였다) 선배였다. 선배는 키가 컸고 공부를 잘했으며 활짝 웃을 때 보이는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 가지, 그 나이로는 보기 드문, 상당히 인상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됐을까마는 그 선배 옆에 언제나 애들이 많았던 걸 보면 또래 집단에는 통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그 선배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4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줄곧 좋아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간 뒤 만날 기회가 없었
저,사실은요‥ 안 봤어요, <장미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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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이 떨어져서 화장품가게에 갔더니 점원 아가씨가 로션을 팔고나서는 다른 상품들도 권한다. 이거 한번 써보세요. 요즘은 이렇게 비누도 크림 형태로 나오지요. 아직도 딱딱한 비누로 세수하세요? 어쩌나, 피부가 거칠고 빨리 노화되는데. 집에 자녀는 몇이시죠? 아이들은 특히 피부가 약해서 빨리 비누를 바꿔주셔야 돼요.초등학교 다니는 딸에게 ‘*** 영어교실’을 시키고 있는데, 한 외국어고등학교 교사가 와서 부모들에게 외고 입학과 수능시험에 대비한 특강을 하니까 오라고 한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벌써 그럴 필요 있겠냐고 안 가겠다고 하자 선생님이 놀라서 소리친다. “수능, 그렇게 먼 거 아녜요. 지금부터 준비하셔야죠.”요즘 TV에 나오는 손해보험협회의 공익광고캠페인도 장난이 아니다. “아빠, 일찍 들어와” 하는 어린 딸의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로 깔리면서 희미하게 웃음짓는 중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다음 순간 이것이 교통사고로 길바닥에서 비명횡사하는 남자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공포심의 노예가 될래,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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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교사가 엽기적인 수업자료를 사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소파 개정’의 당위성을 가르친답시고 어린 중학생들에게 어느 여인의 사체 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칼로 난자당한 뒤 국부에 우산대를 꽂고 온몸에 가루비누를 뒤집어쓴 채로 숨진 참혹한 모습. 경찰청 문서철 속에나 있어야 할 이 끔찍한 살인의 추억이 졸지에 중학교 교실에 들어와 교재로 돌변한 것이다. 하필 이 사진이 다른 엽기적 사진들을 제치고 나 홀로 교재(?)로 채택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범죄를 저지른 자가 우연히 미군병사였기 때문이다.윤금이씨 사건. 이미 10년도 더 된 사건인데, 최근 이 사진을 볼 기회가 부쩍 늘어났다. 광화문 교보문고 옆에서는 이 사진의 상설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왜 그럴까?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이 있을 게다. 이른바 ‘NL’에 속하는 이들은 종종 사체 사진을 사용하는 것의 정당성(심지어 효율성)을 강변한다. 장갑차에 깔려 몸 밖으로 시뻘건 살을 드러낸 두 소녀의 참혹한 사진도, 그것
시간(屍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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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일곱 번째 페스티벌 레이디로 박한별을 선정했다. 그동안 광고와 잡지 모델 활동을 통해 얼굴을 알려온 박한별은 부천영화제 폐막작인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예고생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신인배우. 영화제쪽은 “박한별이 영화제의 주관객층과 연령대가 비슷한 배우이며 가능성이 돋보이는 신인의 이미지가 영화제와 잘 맞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중2 때 친구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 덕에 ‘얼짱’(얼굴짱)이란 별칭을 얻으면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박한별. 이젠 ‘부천의 얼짱’으로 영화제의 각종 공식행사를 통해 관객에게 부천영화제를 알리게 된다.
[사람들] `얼짱` 부천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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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에서 단아한 한복을 입고 등장했던 신인배우 황신정이 중국 전통의상 치파우로 갈아입는다.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윤제균 감독의 코믹무협물 <낭만자객>에 캐스팅된 황신정. 그가 맡은 청나라 대사 딸 ‘페이페이’는 자객 ‘요이’ 역의 김민종과 신분차를 넘어선 사랑을 보여줄 따뜻한 여인이다. 윤 감독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애틋한 눈빛”에 반해 그를 낙점했다고. 게다가 중문학 전공자라서 ‘페이페이’의 중국어 대사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모두의 기대다. <낭만자객>은 얼빵한 자객들이 목숨을 걸고 처녀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려고 나서는 코믹무협물이다.
[사람들] 니하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