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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 X 최동훈 감독 마스터스 토크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리뷰
류성철 무술감독의 액션 비평과 서윤빈 소설가의 AI 빌런 비평
대부분의 배역은 그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으로 불러도 소통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극소수의 배우만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OOO 영화’, ‘OOO 연기’라 불릴 자격을 누린다. 톰 크루즈가 그렇다. 그가 연기한 매버릭 대위나 제리 맥과이어, 빌 케이지 등은 작중 이름을 톰 크루즈로 불러도 위화감이 없다. 또한 톰 크루즈는 어떤 영화를 제작하고 주연을 맡든 그 작품을 ‘톰 크루즈 영화’로 만들어내는 축복이자 저주를 40년간 독점해왔다. 영화 안팎에서 주목 대상이었던 스타 톰 크루즈의 배우 인생은 물론이고 시네마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심폐소생하는 대표작은 단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다. IMF 요원 에단 헌트가 곧 톰 크루즈다. 영화 밖 관객들은 오로지 톰 크루즈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고, 영화 속
[특집] <미션 임파서블>, 산전수전 공중전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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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 직원이 묻는다. ”필요한 건 다 찾으셨나요?” 여자는 받아친다.“뭐, 인생에서?” 꺾이지 않는 직원은 유모차의 아기한테 찬사를 쏟아낸다.“어머 이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 봐요.” 점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여자가 일축한다. “댁은 생각은 하면서 말하는 거에요? 아니면 그냥 쉬지 않고 입을 나불나불하는 건가?”
이 가시돋힌 여자의 역설적인 이름은 그레이스. 배우는 이런 부류의 대사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제니퍼 로렌스다. 파트너 잭슨(로버트 패틴슨)과 그레이스는 자력으로 장만할 수 없는 넓은 집을 잭슨의 숙부가 물려주자 뉴욕에서 몬태나 외진 시골로 이사하고 곧 아기가 태어난다. 왕성하던 섹스는 드물어지고 작가지망생인 그레이스는 책상에 앉지 못한다. 발산할 곳을 찾지 못한 여자의 욕구불만은 관계를 잠식하고 말 그대로 집을 파괴해간다.
벌레의 웅웅거림과 아기 울음, 개 짖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히스테리가 불꽃놀이를 벌이는 <다이 마이 러브>는 보기
[김혜리의 CANNES 레터 - 2025 경쟁부문] <다이 마이 러브> 최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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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원물에 필요한 질문들
물론 오늘날 학원물이 그리는 절박한 생존 이야기를 아예 근거 없는 과장이나 환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극 중 학생들이 겪는 과열된 입시경쟁, 불평등한 출발선에서 비롯한 심리적 박탈감, 관계 맺기의 어려움은 지금 시대의 10대들이 처한 현실과 분명히 맞닿아 있다. 실제로 청소년 정신 건강은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우울 및 불안장애 현황’(2024년 4월)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아동·청소년은 5년 전인 2018년 대비 75.8% 증가했고, 불안장애의 경우 93.1% 늘었다. 최신 청소년 자살 통계도 비관적이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집계한 2023년 초중고 학생 자살자 수는 214명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09년의202명을 넘어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살의 주요 요인으로는 정신건강 문제, 가정 문제, 대인관계, 학업·진로 문제 순으로 복합적이었다. 문제는 지금의 학원물
지금 한국 학원물에 필요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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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학원물 시리즈가 그리는 혹독한 학교
상업영화 시장에서 중급 코미디와 정통 멜로드라마가 귀해진 지 오래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더 강렬하고 극적인 장르물이다. 살아남기 위한 싸움, 자극적인 서사가 장르물의 중심이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무대가 학교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지난 2년간 화제를 모은 학원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존, 폭력 그리고 계급이다. 생존과 폭력이 서사를 이끄는 중심축이 되고 포식자와 피식자로 나뉘는 학생 캐릭터의 유형화는 어느새 한국 학원물의 공식이 됐다. 달리 표현하자면 한국의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일들이 화면 속에선 당연한 것처럼 취급된다.
<피라미드 게임>(2024)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계급구조를 노골적으로 그린다. 대기업이 세운 백연여고에서는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A등급부터 F등급까지 학생 서열을 매기고 꼴찌는 반 내 합법적인 왕따가 된다. 왕따는 어떤 괴롭힘을 당해도 순
최신 한국 학원물 시리즈가 그리는 혹독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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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원물 시리즈가 그리는 학교의 경향은?
요즘 학원물 시리즈를 보면 어쩐지 낯설다. 극 중 학교는 더이상 누구나 다니는 일반적 교육기관이 아니다. 고위층 자녀들만 다니는 상위 1% 명문 사립고이거나 문제아들이 모인 ‘꼴통’ 학교다. 어느 쪽이든 교실에서는 공공연히 난투극이 벌어지고 조직적인 마약 거래까지 행해지며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말 그대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한때 교실은 소소했다. 성적과 가족문제는 여전히 컸으나 졸음과 배고픔을 참아가며 짝사랑에 설레고 친구와 시답잖은 수다로 깔깔대던 10대들이 있었다. 미세하고 예민한 성장통의 시간이 그곳에서 흘러갔다. 미디어 속 학교는 언제, 어떻게 잿빛으로 변했을까. 학생들은 왜 더는 웃지 않을까. 문제의식과 호기심을 가지고 최근 학원물 시리즈의 변화를 분석하고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산업적, 사회문화적 맥락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보통 학교’가 희귀해진 지금, 그 부재 속에서 놓친 것과 앞
[기획] 한국 학원물에는 왜 평범한 학생이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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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뿔을 그리는 선>을 비롯한 네편의 ‘원뿔 영화’를 만들면서 매콜은 지속시간이 관객의 경험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을 깨닫고, 표준적 영화의 상영시간을 더 급진적으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공간, 관람성, 조형성, 순열조합을 탐구했다. 갤러리 설치를 위해 기획된 최초의 작품인 <네대의 영사기를 위한 긴 영화>(Long Film for Four Projectors, 1974)에서 관객은 45분 길이의 필름 릴을 포함한 네개의 영사기가 이루는 부등변 사각형 모양의 광선 공간을 체험했다. 영사기마다 총 8번의 릴 교체를 수반하고 이때마다 영사의 방향이 달라지기에 총 8번의 순열조합이 6시간에 걸쳐 전개되었다. 이 작품에 대한 노트에서 매콜은 이 작품의 관객이 “공통의 경험 시간을 차지하는 하나로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고 “언제 올지, 작품에 어떻게 접근할지,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에 대한 결정은 개인에게 달려 있다”라고 썼다.뉴욕의 아이디어 웨어하우스에서 1975년 6월
21세기 매콜의 귀환 -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 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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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레이번스본대학교에서 사진과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앤서니 매콜은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영화와 미술의 전통적인 경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했고 서로 긴밀히 얽혀 있던 두 가지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1966년 설립된 런던영화인협동조합(London FIlmmakers’ Co-operative)은 피터 지달, 맬컴 르그라이스 등을 중심으로 주류 극영화의 환영주의적 재현을 벗어나 영화의 구성 요소와 제작 과정, 영화와 관객과의 관계를 내용으로 탐구하는 구조주의적, 유물론적 실험들을 전개했고 그 실험들은 영화 이야기의 허구적 시간에 선행하는 상영시간과 사건으로서의 영사 행위에 대한 관객의 참여적 지각을 촉진하는 갤러리 영사와 상영 퍼포먼스를 포함했다. 영화적 활동에 나서기 전부터 영국 전위영화 작가들과 교류했고 상영회에도 참석했던 매콜은 데이비드 커티스의 <실험영화> (Experimental Cinema, 1971)에서 앤디 워홀의 <엠파이어>
영화와 미술의 경계가 와해될 때 -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 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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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부터 9월7일까지 푸투라 서울에선 미디어아트, 복합예술의 거장 앤서니 매콜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이 진행 중이다. 앤서니 매콜은 1970년대 영국 아방가르드 영화 운동의 기수로 꼽히는 인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영상, 조각,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영화와 미술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실천해왔다. 전시를 감상한 김지훈 교수(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학센터 디렉터)가 앤서니 매콜에 대해 밀도 높은 글을 보내왔다.
*이어지는 글에서 김지훈 교수의 앤서니 매콜에 대한 분석이 계속됩니다.
[기획] 빛과 안개, 공간의 시네마 -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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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에 뒤 시네마> 사무실의 서랍을 열어 지폐 몇 장을 몰래 훔치는 청년, 장 뤽 고다르(기욤 마르벡)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4:3 흑백 셀룰로이드 화면에 대고 말한다. “영화를 비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링클레이터가 택한 가장 좋은 방법 역시 그렇다. 1959년 촬영한 고다르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 작업기를 경쾌하게 좇는 신작은, 고다르의 걸작보다 <누벨바그>를 먼저 볼 세대를 위해 앞장서 띄우는 한 통의 러브레터다. 오토 프레밍거 감독과의 악명높은 작업을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온 할리우드 배우 진 셰버그(조이 도이치)가 고다르의 즉흥성과 충돌하며, 프로듀서인 조르주 드 보르가르는 대중을 위한 플롯과 메시지를 역설하는 상황. 넷플릭스 코미디 <히트맨>과 194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로 돌아간 소니 영화 <블루 문> 이후 칸에 입성한 링클레이터는 인디영화와 상업영화를 횡단하는 동안에도 작가성을 유지해
[김소미의 CANNES 레터 - 2025 경쟁부문] <누벨바그> 최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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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는 차원을 뒤바꾼 뒤에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 실사화로 또 다른 모험을 떠나는 <드래곤 길들이기>는 애니메이션 3부작을 이끌어간 딘 데블로이스 감독과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 사람들 틈에 잘 섞이지 못하는 히컵(메이슨 템스)과 혼자이고 싶어 하는 드래건 투슬리스. 완전히 다른 듯 비슷한 둘은 오랜 엇박자 끝에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끝내 용해시키는 이 마법은 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한 움직임과 눈앞에 그려지는 실질적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공허함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딱 한 발짝만큼의 용기를 낸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 뭉클함으로 살아남는다.
- 애니메이션 버전과 실사화 버전의 연출을 모두 맡았다. 실사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
한 가지는 명확했다. 나는 대체작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창작자로서 <드래곤 길들이기> 애니메이션 3부작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 여정을 함께한 팀원들과
[인터뷰] 새롭게 날아볼까, 더 먼 곳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딘 데블로이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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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세계에 머물며 손에 피를 묻히거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부끄러운 삶을 살면서도 범죄를 추적하는 삶. 모진 풍파와 짙은 어둠이 드리운 남성들은 지난 30년간 줄곧 배우 김뢰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3년 만에 <주차금지>를 통해 스크린으로 복귀한 그는 이번에도 사소한 주차 문제로 직장인 연희(류현경)와 다투다 악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남자 호준을 연기한다. 거칠고 잔혹한 극 중 인물과 달리 스튜디오에 들어선 김뢰하는 누구보다 느긋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카메라를 날카롭게 노려보던 그의 눈은 금세 환한 미소로 변하기도 했다. 때마침 <씨네21>과 <스톤> 이후 1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김뢰하에게 전하자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지어 보인 너털웃음이 그 시간만큼이나 유달리 깊게 다가왔다.
- 시나리오를 읽은 뒤 마주한 호준은 어떤 형상이었나.
처음 마주한 호준은 기존에 많이 다뤘던 사이코패스나 막가파식의 밑도 끝도 없는
[인터뷰] 만나고 싶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주차금지> 배우 김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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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노무진(정경호). 무탈히 승승장구하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자신을 붙잡는 선배의 조언도 아랑곳하지 않은 건 그러니까 비트코인 때문이다. 인생살이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지만 성실한 부모를 구슬려 원하는 것은 대부분 얻으며 지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인생사 새옹지마’. 결국 그는 완전히 망해버렸다. 이제 와서 이직을 하기엔 나이와 연차가 애매하고, 사업을 하기엔 시드머니가 없다. 퇴사의 순간 자신을 붙잡았던 선배가 다시 말한다. “그럼 노무사나 따라. 전망도 괜찮고 요새 회사에서 많이 찾거든. 전문직이잖아!” 법학과 전공을 살려 겨우 합격했지만 사무실은 썰렁하고 월세는 다달이 밀리는 중이다. 그때 동료 콘텐츠 크리에이터 견우(차학연)와 미리 입을 맞춰둔 처제(이자 사무실 살림꾼) 희주가 제안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을 찾아가 협박 조금, 실랑이 적당히, 조율 많이 해서 돈을 받아내자고. 그렇게 떠난 경기도 모처의 공장에서 암행어사 노릇을 하고 있
[인터뷰] 우리의 평범하고 안전한 퇴근길을 꿈꾸며, <노무사 노무진> 임순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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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이 5월14일 개봉했다. 2022년 개봉한 <그대가 조국>의 속편 격이다. 엣나인필름의 대표이자
조국혁신당 홍보위원장을 역임 중인 정상진 감독, <말아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공동 감독을 맡았다.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개
봉한 한 정치인의 다큐멘터리는 어떤 의미일까. 두 감독은 이 영화를 정치다큐가 아닌 휴먼다큐로 설명한다. 정치인 조국, 법학자 조국이 아닌 사람 조국이 과
연 누구인지를 탐구하고자 했던 두 감독의 사적인 욕심이 영화에 깃들어 있었다.
- <그대가 조국>과 비교하면 상영관 수를 좀 확보한 편인지.
정상진 <그대가 조국> 때 200관 정도를 잡았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
정윤철 그게 문제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같이 개봉하니 톰 크루즈랑 싸워야 해. (웃음)
[인터뷰] 정치인 이전에 한 사람의 휴먼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 정윤철, 정상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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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실망은 기대로부터 찾아온다. 실망(失望)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확히 그렇다. 바라던 바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낙심하는 것이니까. 같은 의미의 영어인 ‘disappointment’도 다르지 않다. 예정됐던 것이 실현되지 않았기에 낙담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그런 낙담(落膽)의 다른 영어 표현인 ‘렛다운’(letdown)은 묘하게도 한국어와 발음이 유사하게 들린다. 우리 안의 무언가가 ‘뚝 떨어지는’ 느낌까지 꼭 닮았다. 사람들이 몸과 마음으로 생생하게 경험하는 무언가라서 그런 것 같다. 지난 몇년, 특히 최근 몇 개월간 수없이 많은 좌절과 실망을 맛봤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저런 수준이라고? 그걸 주변에 있는 이들이 그냥 놔두는 것을 넘어 동조하기까지 한다고? 누가 봐도 자명한 내란 범죄자를 잡아 가두는 게 그렇게나 힘든 일이라고? 애써 가두었더니 판사가 나서서 풀어준다고? 높은 법대에 앉으신 고귀한 대법관들이 저리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는 대놓고 선거를 자기 맘대로 결정하
[정준희의 클로징] 정말, 미워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