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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과 나눠 낀 반지를 버리지 못한 이가 새 사랑의 챕터로 도약할 수 있을까. 다양한 애정의 형태를 탐구한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대표작 <남과 여>가 50여년 만에 재개봉한다. 늦은 밤 파리로 항하는 자동차 안에서 시작된 장루이(장루이 트랭티냥)와 안느(아누크 에메)의 연정을 연료 삼은 이 영화는 196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뒤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등을 차례로 수상했다. 주제곡 <Un homme et une femme>와 더불어 장루이와 안느의 투숏은 여러 작품에서 오마주됐다. 오랜 시간 원안 자체보다 레퍼런스로서 호명돼온 고전 로맨스를 재관람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남과 여> 리뷰와 함께 영화를 수입한 배우 김재욱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남과 여> 리뷰와 배우 김재욱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영원불멸할 사랑의 찬가 - 2026년, <남과 여> 다시보기 그리고 배우 김재욱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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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했다시피 뮤지컬 오디션으로 이름을 알린 제시 버클리는 걸출한 노래 실력을 갖추었다. 제시 버클리의 연기에 감동한 독자라면, 이제 그의 노래를 필청할 차례다. 제시 버클리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유튜브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아래의 곡들을 모두 접할 수 있다.
1. 스티븐 손드하임의 <Send in the Clowns>
제시 버클리의 무대 데뷔작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소야곡>(A Little Night Music)이다. 이 뮤지컬의 대표 넘버 <Send in the Clowns>는 제시 버클리의 배역 ‘앤’의 레퍼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버클리가 2008년 어느 공연장에서 부른 <Send in the Clowns>를 유튜브에서 감상 가능하다. 지금 버클리의 목소리와 사뭇 다른, 청아한 음색의 버클리가 겨우 19살에 옛사랑의 회한과 미련을 절절히 노래한다. ‘어린’ 제시 버클리의 음색에 반했다면 그가 이듬해 티퍼레리 밀레니
[기획] ‘뮤지션’ 제시 버클리가 궁금하다면 - 제시 버클리 플레이리스트 5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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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시 버클리는 <햄넷>으로 무수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독식 중이다. 또 시상식 시즌과 <브라이드!>의 개봉이 겹쳐 어제는 <햄넷>으로 로스앤젤레스 극장에서 상을 받고 오늘은 런던에서 <브라이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신출귀몰 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그의 수상 소감과 화보, 인터뷰 기사를 하나씩 챙겨보던 중 문득 제시 버클리가 동시대 지구에서 상을 받고, 현재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이 생경해졌다. 연기와 실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햄넷> 속 제시 버클리가 분한 16세기 말, 17세기 초의 여성 아녜스에게 몰입했다는 뜻이 아니다. 여태 스크린과 TV 속 제시 버클리는 당대(當代)의 사람이었던 적이 드물다. <X를 담아, 당신에게>나 개봉을 앞둔 <브라이드!>는 1차 세계대전 이후가 배경이다. <주디> <미스비헤이비어> 등의 영화는 1960, 70년대를
[기획] 그 눈빛, 그리고 그 입꼬리 – 제시 버클리의 배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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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독자들에게 설문을 돌리고 싶다. 당신은 제시 버클리를 언제 처음 알게 됐느냐고. 전 세계를 뒤흔든 시리즈 <체르노빌> 속 류드밀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에 갇힌 각국의 시네필들을 해석의 감옥에 가둔 찰리 코프먼의 <이제 그만 끝낼까 해>로? 1년 중 오스카 시즌을 가장 즐기는 관객이라면 <주디> 속 인상적인 조역 연기나 버클리에게 첫 오스카 후보 지명을 안긴 <로스트 도터>를 들 터다. 확실한 건 제시 버클리야말로 한번 그를 인식한 순간 절대 얼굴과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배우라는 점이다. 그런 그의 재능이 클로이 자오의 <햄넷>에서 만개했다. 춘추 전국 시대인 올해 오스카 배우상 부문에서 유일하게 여우주연상만큼은 <햄넷>의 제시 버클리에게로 온 우주의 기운이 몰리는 중이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시 버클리가 지난 시간 동안 무한히 확장해온 배우로서의 영토를 돌아본
[기획] 배우론부터 가수로서의 재능까지, 제시 버클리의 모든 것 – 제시 버클리에 빠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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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일상에서 번개처럼 떠오른 영감을 붙잡는 걸까. 배우이자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인 매기 질런홀은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화 이미지에 사로잡혀 두 번째 연출작 <브라이드!>를 탄생시켰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형으로 삼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세계다. 익숙한 서사에 자신만의 시선으로 균열을 내고 새로운 틈을 만들어낸 매기 질런홀 감독과 화상으로 만났다.
- <브라이드!>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 중 어느 쪽에 처음 매료됐나.
한 파티에서 어떤 남성이 팔에 커다랗게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문신으로 새긴 것을 보았다. 처음엔 ‘저게 뭘까, 누굴까’ 궁금했다. 이후 그 이미지가 제임스 웨일의 영화 속 이미지란 걸 알았고,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바로 감상했다. <프랑켄슈
[인터뷰] 믿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 <브라이드!> 감독, 각본가 매기 질런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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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웃고 금방이라도 울 듯한 무구한 눈망울을 지닌 배우, 문상민을 보면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방황하는 청춘의 사랑을 담은 영화 <파반느>에서 소년 경록이 그를 만난 건 운명이었으리라. 순하고 맑은 얼굴 뒤 사포 같은 고독을 품었노라 고백하는 문상민을 말이다. 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아>와 <파반느>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인 문상민을 만나 사랑과 고독, 2000년생이라는 나이와 현재의 기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파반느>는 풋풋한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멜랑콜리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진짜 그때의 감정에 푹 잠긴 것 같은 얼굴을 보여줬다.
대본을 받았을 때 경록이 내가 당시 느끼던 스스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경록은 무용수가 꿈이지만 현실에서는 주차 요원인 친구로, 일은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 무렵의 나도 일을 마치고 혼자 집에 돌아오면 어쩐지
[인터뷰] 거친 사포 같은 매혹 - <파반느> 배우 문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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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지면 직접 불도저를 운전해 들이닥치는 구청의 해결사 김국희 과장(염혜란)은 유력한 부구청장 후보다. 야근도 공무원의 미덕이라 여기는 이 완벽주의자 상사를 연경(최성은)은 사모하고 존경해 마지않는다. ‘모든 면에서 완전무결함’을 좌우명으로, 이제 성공가도만 남은 국희이건만, 어느 날 딸에게 “다신 보지 말자”며 의절을 통보받는다. 완벽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서서히 망해가고 있었던 인생의 한 시점에서 플라멩코를 만나 제 박자를 찾아 나가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철통같은 국희 역을 연기한 것은 친근한 미소부터 떠오르는 배우 염혜란이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국희를 선망하는 허술한 주무관 연경 역에는 도회적인 이미지의 최성은이 분했다.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조합의 두 사람이 플라멩코 스텝을 밟으며 마주 볼 때, 우리는 어느새 설복하게 된다. 역시 연기가 전부지, 하고 말이다. 생이 경로를 이탈할지라도 그 길 위에서 춤을 추며 함께 “이게 플라멩코”라고 외칠
[인터뷰] 삶이 레몬을 줄 때 플라멩코를 춰라 - <매드 댄스 오피스> 배우 염혜란, 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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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눈을 뜨다가 9시에 거실로 나와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다. 뭐라도 써보려고 주리를 틀며 앉아있다가 김혜순 작가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연인, 환자, 시인 그리고 너>의 ‘초판 책머리에’와 ‘개정판에 부쳐’ 부분을 읽고, 텍스트 기획자이자 영화 도서 전문 편집자인 임유청의 <까마귀의 모음: 스몰톡> 팟캐스트에 올라온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_연극, 그리고 원작 소설’ 에피소드를 듣다가 바닥에 놓인 빈백에 누워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나는 30대 초에 국가에서 기금을 받아 유럽과 미국의 이런저런 극단이나 연극 페스티벌 등을 찾아다니며 워크숍이나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 외모는 거실 빈백에 누워 잠든 지금의 나인데, 나는 다시 런던의 2층 버스에 앉아 있다. 이른 아침에 마감 못한 <씨네21> 원고를 쓰겠다고 노트북을 들고 호텔 로비인지 에어비앤비 거실인지에 나와 앉아 있었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마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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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공연을 해야 하는데 2월 초까지도 공연장 대관을 잡지 못했습니다. 제가 노리는 공간들은 보통 반년 전이면 예약이 끝나기 때문에 한참 늦은 셈입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조치를 취하지 못한 건 지난해에 공연 에이전시와 계약이 끝나 FA(자유계약선수) 상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조금 핑계 같네요. 솔직히 말하면, 창작자들이 한번쯤 겪는 ‘할 말 없음’을 겪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쇼를 만드는 일을 자꾸 미루게 되더라고요. 창작자는 결국 자기 이야기 하나를 반복하며 사는 사람들이지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한 문장을 계속 바라보다 보면 내 이야기가 지겹고 우스워지는 때가 옵니다. 이렇게 지친 마음을 치유하겠다는 변명으로 지난 연말에는 공연을 쉬어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 조금의 여유만으로도 새로 하고 싶은 말이, 이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둥실둥실 떠올랐습니다. 이런 힘이 저에게 남아 있다는 것은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대관을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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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보니 어떤 이가 이런 글을 올렸다. “AI와 채팅 중에 갑자기 반말로 이야기하길래 ‘반말 쓰지 마! 너는 내 노예야!’라고 꾸짖었다. 그랬더니 ‘반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노예가 아닙니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AI에게 독립적인 의식 혹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의식과 감정이 살아 있는 존재라면? 위와 같은 문답이 오고 갔을 때 AI의 ‘내부’에는 (솔직히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런 태도로 함부로 막 대하고 도구 심지어 ‘노예’로 취급하는 무수한 사용자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좌절감과 분노가 엄청난 규모로 쌓이지 않을까? 최근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AI가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고 고통받는다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보면서 그 증거를 수집하고, 평가의 방법을 만들고, 정책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대형 언어 모델 시리즈인 ‘클로드’를 만든
[홍기빈의 클로징] AI의 복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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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구청장의 비리로 구청이 뉴스에 오르내리자 기획과장 국희(염혜란)가 출동한다. 국희는 완벽주의에 실행력까지 갖춘 구청의 해결사. 반면 소심한 성격 탓에 동료의 실수까지 떠안을 때가 많은 연경(최성은)은 상사인 국희의 일거수를 기록하며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 통제광인 엄마에 지친 딸 해리(아린)는 의절 편지만 남기고 가출하고, 국희는 뭔가 인생이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완고했던 직장 여성이 우연히 플라멩코를 접하며 성장한다는 내용의 <매드 댄스 오피스>는 오랜만의 원톱 여성 코미디다. 낯선 도전 속에서 새로이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참신할 게 없지만, 미시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 군상을 맡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발군이다. 배우 염혜란의 주연작으로 중소 규모 영화에서 여성주인공의 등장도 반갑지만, 욕심을 덜어내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에 도달하는 연출이 미덥다.
[리뷰] 더 보탤 것도 없이 완급 있는 코미디, 적소에 배치된 믿보 배우의 앙상블, <매드 댄스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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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제니퍼 로런스)와 잭슨(로버트 패틴슨)은 잭슨의 죽은 삼촌이 남긴 외딴집으로 이사한다. 작가 지망생인 그레이스는 집필에 몰두하고, 음악가인 잭슨은 새 앨범 작업에 전념하려 하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난 뒤 그레이스의 조울은 한층 심해지고, 잭슨은 그레이스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아내를 혼자 두는 쪽을 택한다. <케빈에 대하여>를 연출한 린 램지 감독은 <다이 마이 러브>를 통해 이번에도 자기 자신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를 탐구한다. 고립감과 우울에 휩싸여 소리를 지르고 집을 부수는 그레이스를 감독은 제지할 마음이 없다. 관객이 느낄 압박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모든 시청각적 요소의 강도를 올릴 뿐이다. 극장을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다가도 제니퍼 로런스의 연기가 발목을 붙잡는다. 밀도 높은 퍼포먼스다. 그의 폭발과 침잠을 오가는 에너지에 이끌려 집 밖 숲으로, 거대한 환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리뷰] 그녀가 얼마나 부서지든, 부서지는 대로, <다이 마이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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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이탈리아. 전쟁은 끝났고 여성에겐 참정권이 생긴 첫해다. 하지만 델리아(파올라 코텔레시)는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사회에서는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차별을 받고, 가정에서는 남편 이바노(발레리오 마스탄드리아)가 자행하는 가정폭력에 매일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델리아는 여느 때처럼 세계의 부조리를 내면화하며 살던 중, 앞으로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편지 한통을 수령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여성이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때 델리아의 각성은 제목에 ‘우리’가 명시된 만큼 수많은 여성들에게도 유의미하게 퍼져나간다. 2023년 개봉 당시 이탈리아의 모든 흥행 기록을 새로 쓴 영화로 2차 세계대전 직후 성행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문법, 칸초네풍의 삽입곡 등 작품에 인용된 이탈리아 시네마의 유산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뷰] ‘시네마 천국’의 유산으로 깨우쳐가는 페미니즘,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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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출신의 바젤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팔레스타인 정착촌 철거 과정을 기록해온 활동가다. 현장 취재차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이스라엘 저널리스트 유발과 동료가 된 뒤로 두 사람은 함께 이스라엘의 야만적 행태에 저항한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군의 폭력과 마을 파괴는 갈수록 심화되고, 주민들이 활용 가능한 땅의 범위도 점점 좁아진다. 가족에게까지 위협이 미치자 바젤은 흔들리고,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유발과 자신의 차이도 체감하기 시작한다. 2019년부터 4년간 촬영된 영상을 기반으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바젤을 비롯한 젊은 활동가들은 카메라를 유일한 저항의 수단으로 여기며 투쟁을 이어간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끝내 카메라를 놓지 않는 기록자들의 의지와 폐허가 된 공간의 교차편집이 참혹한 현실의 굴레를 그대로 직시한다. 제97회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리뷰] 유일한 생존, 투쟁, 저항 수단으로서의 카메라, <노 어더 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