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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연말 한국영화 베스트, 15년 만의 변화
주성철 2016-12-16

어느덧 송년호다. 한해의 베스트영화를 꼽으며 결산하는 시간이다. <씨네21>의 기자와 평론가들이 선정한 2016년 1위 영화는 바로 <아가씨>(한국)와 <자객 섭은낭>(외국)이다. 2011년 <북촌방향>을 시작으로 2012년 <다른나라에서>, 2013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4년 <자유의 언덕>, 그리고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까지 무려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개봉하지 않았던 해를 빼면 그의 영화는 언제나 1위 아니면 2위였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1위,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이 2위를 차지했던 2004년은 예외였지만, 그래도 당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5위에 자리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보다 더한 결과다.

2005년 <극장전>을 시작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주로 1위를 차지했었다. 엎치락뒤치락 가장 센 경쟁자는 바로 이창동 감독이었다. 2000년 <박하사탕>이 1위를 차지했을 때 <오! 수정>은 2위였고, 2002년 <생활의 발견>이 1위를 차지했을 때 <오아시스>는 2위였다. 그의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던 2007년의 1위는 <밀양>이었고, <>가 1위를 차지했던 2010년은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 두편이 개봉하며 각각 2, 3위로 표가 분산됐던 경우다. 2000년대 들어 그 둘이 아닌 감독으로는 앞서 언급한 김동원 감독 외에 2001년 윤종찬 감독의 <소름>, 2003년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2009년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1위를 차지한 적 있다. 그게 전부다. 그만큼 <씨네21> 기자, 평론가들의 홍상수 사랑은 오래됐다. 그래서 실로 충격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랍고도 반가운 결과는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각각 3위, 5위를 차지하며 나란히 5위권 안에 기록됐다는 사실이다. <씨네21> 21년 역사 속에서 여성감독 영화 두편이 5위권 안에 자리한 것은, 2001년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각각 2위, 5위를 차지했던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당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수취인불명>과 공동 5위였다). 돌이켜보면 21년 동안 여성감독의 영화가 베스트5 명단에 들어온 경우 자체가 극히 드물었다. 박찬옥 감독의 두 영화 <질투는 나의 힘>(2003년 3위)과 <파주>(2009년 3위)가 눈에 띄고 그외에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2010년 4위)와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2014년 5위)가 있다. 슬프지만 역시 그뿐이다. 그래서 더 반갑다.

올해 초부터 <씨네21> 칼럼 ‘디스토피아로부터’ 필자로 가세한 노덕 감독은 지난해에 <특종: 량첸살인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그해 충무로에서 여성감독이 만든 유일한 상업장편영화였다. 연말 한국영화감독조합 송년회에서 방은진 감독은 그런 그를 ‘올해 유일한 여성감독’이라고 소개하며 무대로 불러내 선물을 줬는데, 그날의 기억에 대해 첫 번째 칼럼을 보내왔던 노덕 감독은 “때론 존재만으로도 응원을 받는다”고 썼다. 2015년에는 그처럼 만들어진 작품 수 자체가 아예 한편이었는데 올해는 무려 두편이나 베스트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외에도 지난 1084호에서 나란히 인터뷰를 진행한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홍지영 감독도 있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 <나를 잊지 말아요>의 이윤정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무척 의미 있는 변화라 여겨진다. 2017년에는 더 많은 여성감독의 영화가 보고 싶다.

PS. 이번 1085호 <마스터> 커버 송년호는 총 4종으로 제작됐음을 알려드린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세 남자가 함께 있는 표지와 각각 따로 있는 표지가 있다. 속은 같으니 혼동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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