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前, 여배우를 만난다.
극장傳 _ 영화이야기내 이름은 전상원이다.
수능 시험을 마치고, 형에게 두둑한 용돈을 받아 종로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우연히 어느 안경점 앞에서 중학교 때 첫사랑 영실을 만났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19살의 끝,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극장前 _ 관객이야기
내 이름은 김동수이다.
오늘 종로의 한 극장에서 선배 형이 감독한 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 속 주인공 이야기가 예전 내 모습 같았다.
극장 앞, 거짓말처럼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마주쳤다.
여배우의 이름은 최영실이다.
그녀 역시 영화를 본 것 같다.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영실을 뒤로 하고, 말보로 담배를 한 갑 샀다.
동창회 부회장 녀석이 저녁 때 선배감독을 위한 후원모임에 나오라고 전화를 한다.
사실 선배는 지금 입원 중이다.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무작정 종로 길을 걷는다. 영화 속에 등장한 곳들을 돌아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여배우 영실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 역시 영화순례 중인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보니 의외로 친절하게 대해준다.
오늘, 그녀가 나의 운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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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에 관하여...more
당신은 오늘, 어떤 영화를 보셨습니까?
영화가 있고, 영화를 본 관객이 있다.
영화 속 영화 <극장전> 1부에는 소년도 어른도 아닌 19살의 끝자락, 고등학생 상원이 있다. 그는 난생처음 어느 연극 한 편을 보고 기분이 이상하다. 우연히 첫사랑인 영실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기다리며 분출하고 싶던 상원에게 그녀는 마치 운명 같다. 순진함과 미숙함 사이, 둘은 그렇게 자살을 결심한다.
영화 밖 현실 <극장전> 2부에는 7년째, 어쩌면 10년 가까이 감독 데뷔 준비 중인 삼십대의 동수가 있다.
그는 선배 형이 연출한 단편영화 <극장전>을 보고 기분이 이상했다. 그것이 진실이건 아니건, 동수에게 그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극장 앞에서 영화 속 영실을 연기한 여배우 최영실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다시 동수에게 운명처럼 느껴진다. 처음 본 여배우에게 연락처를 묻고, 집요하게 이상형이라 말하고, 그리고 사랑한다는 고백까지. 이 이상한 관객 동수와 여배우는 끊임없이 마주치며, 정말 오늘 하루만큼은 영화 같은 운명이 된다.
동수는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상원이 일수도, 아니면 영화를 본 오늘만큼은 상원이로 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극장전>에 관하여...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겪었을 하루...
영화와 현실, 그 야릇한 통로. 극장.
2005년 홍상수 감독의 여섯번째 작품 <극장전>은 극장(영화)에 관한 이야기(劇場傳)이자 극장 앞에서 벌어지는 이야기(劇場前)이다. 누구나 한번쯤 어떤 영화를 보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을 영화의 영향 속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행복한 기운일 수도, 우울한 느낌일 수도, 알 수 없는 미세한 감정 변화일 수도 있고, 안 해보던 짓을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영화 <극장전>은 관객 동수가 선배감독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어느 하루, 그런 경험을 쫓는 영화다.
동수가 영화 속 상원을 모방한 것인지, 동수의 선배 감독이 동수를 모방한 영화를 만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선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동수에게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는 다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그게 지금 중요해요?.” 라고 영실은 말한다. 영화가 현실을 모방할 수도, 현실이 영화를 모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영화와 함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영화와 현실, 그 야릇한 통로를 관통하는 영화 <극장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겪었을 하루를 조금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것이 <극장전>이 갖는 가장 싱싱한 영화적 재미이자 탐험이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어떤 하루를 보낼지, 이제 남은 건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