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제작 휠므빠말 / 배급 시너지 / 감독 임상수 출연 김강우, 김효진, 백윤식, 윤여정, 온주완 / 개봉 5월
주영작(김강우)은 백 회장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백금옥(윤여정)의 비서다. 원하는 것은 손에 넣고야 마는 백금옥은 주영작의 젊은 육체를 탐하는데, 모욕과도 다름없는 유혹 앞에서 주영작은 자존을 포기한 지 오래다. 주영작과 백금옥의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하는 건 백금옥의 딸 나미(김효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정략결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미는 영작에게 관심을 보이고, 영작은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다고 믿는 부모와 다른 면모를 지닌 나미에게 조금씩 이끌린다. 임상수 감독의 7번째 작품 <돈의 맛>을 ‘재벌가에서 일어나는 욕망과 애증의 에로틱드라마’라고 정리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충분치는 않다. “<돈의 맛>은 <하녀>보다 더 많은 인물, 더 많은 애증, 더 많은 섹스, 더 많은 음모, 더 많은 현금이 나온다.” 한국사회의 폐부를 주저하지 않고 날카로운 송곳으로 쑤셔왔던 임상수 감독의 기질을 감안할 때, <돈의 맛> 역시 금기를 전복하려는 전작들과 같은 궤에 있되 그 충격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돈의 맛>이 이전 작품들, 특히 <하녀>보다 표현과 묘사의 수위만 끌어올렸다는 뜻은 아니다. “전엔 개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답답한 사회를 그렸다면 이번엔 암울한 사회에서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은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져보고 싶다.”(<씨네21> 786호 ‘임상수 감독 인터뷰’ 중) <하녀>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가. 계급 역전의 불가능성을 역설했던 <하녀>와 달리 <돈의 맛>의 러브스토리는 불가능하다고 판명된 질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관점에서 또다시 던져보는 진지한 행위라고 예상할 수 있다. 뒤늦게 모욕의 삶을 깨닫는 윤 회장 역으로 백윤식이, 돈의 맛에 취해 속물이 되어가는 백금옥의 아들 철 역할에는 온주완이 출연한다. 임상수 감독이 뽑아낸 자극적인 대사들을 곱절로 소화해 토해내는 윤여정과 백윤식, 더블 포스트로 선 노련한 두 배우의 연륜은 물론이고 아직 확인하지 못한 젊은 배우들의 끼가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도 설렘의 요소다. 1월20일 촬영을 끝내고 늦봄에 개봉한다.
<시체가 돌아왔다>
제작 씨네2000 / 배급 CJ E&M / 감독 우선호 출연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 고창석 / 개봉 미정
제목만 놓고 보면 좀비물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시체를 사이에 두고 쫓고 쫓기게 된 다양한 인물들이” 주인공인 범죄사기극이다.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인 백현철(이범수)은 투기세력이 연구소를 사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해고된다. 백현철은 연구소가 폐업된 뒤 자신의 선배 또한 의문의 죽음을 맞자 투기세력이 개입한 심상치 않은 음모를 감지한다. 그러나 투기세력의 우두머리 격인 김택수 회장(남경읍) 역시 얼마 뒤 죽음을 맞이하고, 백현철은 일단 선배의 딸 동화(김옥빈)와 함께 김 회장의 사체를 빼돌리는 계획을 세우지만 이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생각할 틈 없이 사건이 펼쳐지는 요란한 장르영화다. 골때리는 캐릭터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 동안 이야기는 뒤틀리고, 풀리고, 다시 꼬인다. 제작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 전개가 관객의 구미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귀띔한다.
모든 사안을 정연한 인과의 틀로 바라보는 백현철, 임기응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진오(류승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한동화. 각기 다른 유전자를 지닌 캐릭터를 맡은 개성 강한 배우들이 어떤 모양의 삼각편대 비행을 보여줄 지도 궁금하다. 평범함 안에 다름을 각인할 줄 아는 이범수, 순발력에서만큼은 국내 최고 배우인 류승범, 실제로도 럭비공 같은 성격의 김옥빈 등 세 배우의 면면을 곱씹다 보니 캐스팅에 있어 최적의 조합이라는 제작진의 말이 괜한 자랑은 아닌 듯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2005년 4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정말 큰 내 마이크>)을 수상한 우선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현재 음악작업 중이다.
+issue
작다고 말하지 마라! 2012 독립스타는 누구?
<씨네21> 필자들이 선정한 2011년 베스트 무비 목록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장률 감독의 <두만강>,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 각각 2, 3, 4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에선 5위 안에 들지 못했으나 일부 필자들은 <보라> <돼지의 왕> <혜화,동> <짐승의 끝> <애니멀 타운> 등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그렇다면 2012년에는 어떤 독립영화가 우리를 흥분케 할 것인가. 시네마 달은 동거 끝에 임신과 출산 문제에 부딪힌 젊은이들의 고민을 담은 지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두개의 선>(2월 개봉예정)으로 2012년을 시작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상반기 개봉예정인 다큐멘터리는 <두개의 선>을 포함해 모두 4편이다.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피프메세나상을 수상한 박배일 감독의 <나비와 바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제작지원한 경순 감독의 <레드 마리아> 등이 상반기에 관객과 만난다. 인디스토리는 2011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밍크코트>(1월12일)를 포함해 2011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에서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한 공귀현 감독의 SF미스터리 <U.F.O.>(2월), 베니스,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3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의 마지막 삶을 찍은 태준식 감독의 <어머니>(3월 말 혹은 4월 초) 등을 배급한다. 조성희와 윤성현이라는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제작연구과정 장편들도 놓쳐선 안된다. 경제적 곤궁을 사실적으로 담은 김중현 감독의 <가시>, 시네마디지털서울에서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한 양정호 감독의 <밀월도 가는 길>을 비롯해 최영석 감독의 <태어나서 미안해>, 김선아, 박세희 감독의 <은실이> 등이 3월8일 CJ CGV 무비꼴라쥬를 통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