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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고편 완전정복 [4] - 헐리우드 예고편 / 국내 예고편 제작진
김혜리 박혜명 2004-03-26

골라보는 재미를 드립니다-할리우드 예고편의 역사와 현황

독특한 형식으로 인물들을 소개하고 자막효과로 임팩트를 준 <트래픽> 예고편

“과연 그녀는 사자굴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요? 다음주 후속편을 기대하세요!” 사상 최초의 영화 예고편은 1912년 뉴욕에서 상영된 <캐슬린의 모험> 말미에 불쑥 등장했다. 뉴욕 광고인들이 세운 내셔널 스크린 서비스사가 독점 제작한 초기 예고편들은 도리어 극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제공됐다. 독점 생산된 초기 트레일러들은 스펙터클과 스타, 최대한 두꺼운 글씨체의 타이틀에 곡마단 사회자풍의 내레이션이 버무려진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몰개성한 예고편의 밀물 속에서도 데이비드 O. 셀즈닉, 세실 B. 드밀, 앨프리드 히치콕 같은 흥행사들의 감각은 빛났다. 특히 <싸이코> 예고편에서 베이츠 모텔 동네의 투어를 행했던 히치콕은, <로프> 예고편을 극중 인물이 영화 속 사건이 터지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는 프롤로그로 연출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 상업적 편집기교를 업그레이드한 할리우드 예고편은 1975년 <죠스>가 TV광고와 전미 대규모 동시개봉 전략으로 유례없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됐다. 한편 TV CF와 뮤직비디오의 양식미도 할리우드 예고편의 미학에 입김을 끼쳤다. 하지만 영화의 예고편이야말로 CF와 MTV의 교사라고 보는 쪽이 이치에 닿는다.

92년의 역사, 작가들도 다수

1990년대 들어 개봉 첫쨋주 성적이 흥행을 결정하는 도가 높아지면서 예고편은 더더욱 가볍지 않은 비즈니스가 됐다. <버라이어티>와 <무비폰>의 통계에 의하면 극장 예고편은 관객의 78%가 영화 선택에 영향을 받는 최고의 광고수단. 같은 상품을 구매할 고객과 정확히 일치하는 소비자를 어둠 속에 붙잡아두고 투사하는 맞춤 타깃 광고라는 점에서 76%의 TV광고를 앞지른다. 이에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평균 마케팅비 3500만달러 중 25만달러에서 50만달러를 예고편 제작에 투자한다. 4∼5개 프로덕션에 따로 하청을 맡긴 뒤 테스트 시사로 한편을 고르는 사치를 부리기도 하고 심지어 후보 예고편 중 반응이 좋은 대목만 짜깁기하는 ‘프랑켄슈타인 트레일러’까지 등장한다. 후자의 가까운 예는 <스파이더 맨>. 이 영화의 예고편은 9·11 사태로 쌍둥이 빌딩을 지우는 추가작업까지 200만달러를 소모하기도 했다. 독립영화 전문지 <필름메이커>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인디영화들이 예고편에 쓰는 돈은 1만달러에서 3만달러. 그러나 TV광고를 꿈꾸기 힘든 사정상 예고편은 독립영화들의 중대한 승부처다. 스타 캐스팅이 드문 만큼 스토리 자체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비평의 상찬, 수상경력을 강조하는 것도 인디영화 예고편의 경향. 외국어영화의 경우 미국 관객에 익숙한 팝송을 예고편 배경음악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막론하고 미국영화의 예고편은 미국영화협회(MPAA)가 정한 까다로운 규율을 지켜야한다. 허가된 예고편 길이는 최장 2분30초. 단, 기원을 알 수 없는 예외규정에 의해 스튜디오들은 한 해 딱 한편 2분30초를 넘기는 예고편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로드 투 퍼디션>의 예고편이 유독 유장했던 까닭이다. 근거리 총격, 마약 묘사도 엄격히 통제돼 <트래픽> 예고편팀은 팥없는 찐빵을 만드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MPAA는 예고편 표현수위에 따라 예고편 라벨을 초록색과 빨강색으로 나눈다. 초록 트레일러는 G등급(전체 관람가)부터 NC-17등급(17살 미만 관람불가)영화에, 빨간 트레일러는 R등급과 NC-17등급 본편 영화에 붙일 수 있다. 예고편 사운드가 갈수록 쩌렁해지자 1999년 창립한 트레일러 음향기준협회는 볼륨 제한을 정하기도 했다.

골든 트레일러상도 제정

그러나 일단 만들어 뿌리고 나면 예고편의 노출 빈도는 극장 마음이다. 한회 상영에서 허락된 예고편 시간은 10분 내지 12분. 약 5편의 예고편을 눌러담을 수 있는 시간이다. 개봉 날짜, 본편 영화의 장르와의 조화가 선택 기준이지만, 대형 극장체인일수록 고정 거래처인 메이저 스튜디오를 고루 만족시키는 것이 큰일이다. 급기야 스튜디오들은 극장 비치 인쇄물 홍보비를 분담하거나 예고편 프린트에 일정 수 이상을 모으면 경품을 주는 쿠폰을 부착해 극장의 ‘협조’를 유도하는 한편, 자사 예고편의 상영 횟수와 배치 순서를 감시하는 인력을 파견하기도 한다. 한편 90년대 말부터는 스튜디오들끼리 연관된 장르영화에 타사영화 예고편을 붙여주는 품앗이의 미풍양속(?)까지 등장했다.

아무리 마케팅 도구라고 하지만 예고편 역사가 한 세기에 다다르는 동안 작가들도 등장했다. 지난 오스카 시상식 부음 코너에 소개돼 눈길을 끈 앤드루 J. 킨은 <죠스> 〈E.T.> 등 스필버그 영화로 유명한 트레일러 감독으로 우주를 유영하는 패닝숏과 “우주에서는 아무도 당신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는 카피를 매치시킨 <에이리언>의 예고편을 남겼다. 요람의 실루엣에 히스테리컬한 아기 울음을 얹은 <악마의 씨>의 예고편으로 절제미의 파워를 증명한 감독 스티븐 O. 프랑크푸르트, 현란한 편집으로 토니 스콧과 제리 브룩하이머, 마이클 만을 사로잡은 스킵 체이슨, 팔기 힘든 독립영화 예고편의 대가 제임스 브룩만도 명성을 높였다. 1999년에는 우수 예고편을 기리는 골든 트레일러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예고편 전문 사이트 ‘무비트레일러 트래시 닷컴’에 의하면 최근 미디어 환경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할리우드 예고편의 운명에 새 길을 텄다. 아비드 편집은 며칠씩 걸리던 새 편집 아이디어의 실험 시간을 30분으로 줄였고, 인터넷의 번영과 맞물려 특정 소비층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트레일러를 다운로드용으로 공급하는 시대를 열었다. 극장에 디지털 영사 시스템이 보급될 경우 상상할 수 있는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영사의 빈도와 순서에 대한 배급사의 통제력은 거의 완전해질 것이고, 이미 배포한 예고편에 손댈 수 없는 답답증도 사라질 것이다. 어제 스캔들을 일으킨 스타를, 당장 오늘부터 그의 개봉작 예고편에서 볼 수 없거나 콩알만한 크기로나 보는 날이 머지않았다.

:: 국내영화 예고편-만드는 사람들은 누굴까?

>>튜브픽쳐스 영상제작팀 - 동국대 영화학과 출신들

이곳은 현 튜브픽쳐스 황우현 대표가 이끌었던 영화홍보사 알앤아이에서 시작된 예고편 제작팀이다. 드라마틱한 편집감과 독창적인 자막처리 등이 돋보인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당시로서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예고편. 동국대 영화학과 출신들로 구성된 이곳은 내러티브 구성에 초점을 두고 영화 자체에 충실한 예고편을 주로 제작한다. 외화 예고편을 한국인의 정서에 맞춰 재작업하기도 했다. 지금의 예고편 전성기가 도래하기 직전까지 독보적인 예고편 메이커로 활동했던 최민식 감독이 이곳 출신. 현재 작업 중인 영화로는 <아라한-장풍대작전>이 있다.

주요 필모 <접속> <조용한 가족> <퇴마록>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집으로…> <죽어도 좋아> <튜브>

△ 튜브픽쳐스의 신현찬

>> 픽셀 - 독수리 5형제

1999년 2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TV프로그램 프로덕션이나 CF프로덕션 등 동종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뭉쳐 만든 예고편 전문 프로덕션이다. 이창수, 이규홍, 고락중, 박동준, 김종석 등 5명의 감독들로 구성돼 있고 어떤 작품에 대해서도 팀 개념으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낭만자객> 등의 예고편으로 업계 내에서 잘 알려진 픽셀은 예고편의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특히 중시한다. <엽기적인 그녀> 예고편 자막에 사용된 이모티콘, <로드무비>의 메인카피로도 쓰인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는 예고편을 제작한 고락중 감독이 낸 아이디어. 이곳은 현재 <라이어>를 작업 중이다.

주요 필모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라이터를 켜라>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챔피언> <달마야 놀자> <조폭마누라> <목포는 항구다> <어깨동무> <어린 신부>

△ 픽셀의 이규홍

>> 남화정 - 광고 AD 출신

2000년 <킬러들의 수다>로 입봉한 남화정 감독은 본래 광고회사 AD 출신. 영화를 워낙에 좋아해서 “광고와 영화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예고편 감독이 됐다.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영화를 전공한 뒤 예고편에 관한 논문을 써서 석사학위 취득. 광고회사 출신답게 뛰어난 편집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작 <태극기 휘날리며> 예고편은 전쟁영화의 스케일과 여성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드라마에 강조점을 두었고, 영화 속 원빈의 대사를 좀더 서정적으로 바꿔서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입혀 완성했다. 지난해 8월 ‘X-nergy’라는 예고편 전문 제작 프로덕션을 설립했고, 현재 <투 가이즈>를 작업 중이다.

주요 필모 <일단 뛰어> <몽정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맹부삼천지교>

△ 남화정

>> 모팩 - 사운드디자인 겸비 인하우스 프로덕션

1995년 전문CG업체로 시작한 모팩은 2000년 <반칙왕>을 기점으로 예고편 시장에 뛰어들었다. 장성호 실장 후임으로 모팩 예고편팀을 맡은 한동성 실장은 뮤직비디오 컨셉을 도입한 <와니와 준하>가 예고편 입봉작이다. 모팩은 사운드디자인을 포함해 인하우스 프로덕션이 뒷받침되는 스튜디오. <나비>의 3가지 버전 예고편, 사운드 소스를 직접 만들어 제작한 <거미숲>처럼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진행한다.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압축하는 모팩의 감각은 그들이 만든 명필름과 싸이더스의 리더필름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거미숲> <효자동 이발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을 작업 중이다. 주요 필모 <반칙왕> <신라의 달밤> <피도 눈물도 없이> <해안선> <광복절특사> <지구를 지켜라!> <질투는 나의 힘> <바람난 가족> <여섯개의 시선> <빙우> <아홉살 인생>

△ 모팩의 한동성

이외에도 튜브 출신의 이현식, 성우정, 최승원 감독 등은 현재 프리랜서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예고편 메이커들. 이현식 감독은 <집으로…> <동갑내기 과외하기> 〈4인용 식탁> <장화, 홍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제작했고, 성우정 감독은 <여우계단> <청풍명월> <그녀를 믿지 마세요> <바람의 전설> 등을 제작했으며 현재 <돌려차기>와 <범죄의 재구성>을 작업하고 있다. 최승원 감독은 <내츄럴시티> 칸 마켓 프로모션용 예고편을 비롯해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귀여워> 등의 예고편을 만들었고 현재 <가족>과 <>의 예고편을 제작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