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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드라이브>(2011)가 나왔을 때, 나는 이 걸출한 ‘운전기사 영화’의 연출자에게 정작 운전면허가 없더라는 이야기에 꽂혔다. 감독이 이후 유럽에서 할리우드로 이사하면서 끝내 면허를 취득했는지, 혹은 처음부터 낭설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면 내게 “한국판 <드라이브> 비슷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설을 풀었다. 대대장 레토나를 몰다 갓 전역한 운전병 출신의 20대 남자가 밤마다 대리기사를 해서 먹고살던 중, 신출귀몰한 운전 솜씨가 알려져 어느 조직보스의 운전기사가 된다. 어느 날 보스는 그에게 한 여자의 출퇴근 에스코트를 맡기는데, 그녀는 허언증이 매우 심하니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믿지 말라는 경고를 기사에게 남긴다…. 이렇게 스토리를 읊다보면, ‘드라이브’에서 초롱초롱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서서히 ‘한국판’과 ‘비슷한’에서 실망한 낯빛으로 옮겨가곤 했다. 게다가 레픈 감독과 나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점
니콜라스 빈딩 레픈 <드라이브>와 월터 힐 <드라이버> 그리고 에드거 라이트 <베이비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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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은 취임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이명박의 장래희망이 사진작가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대통령의 희망도 사진작가일지니 회원들은 자부심을 품고 분발하라’는 취지였다. 이사장이 직접 들은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2009년 3월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명박은 인도네시아 순방 기자간담회에서 “은퇴하면 사진작가나 해볼까”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첫 월급으로 라이카 M3를 샀다고 자랑한 적도 있다. 1965년 무렵 은행원 월급이 1만5천원 정도였는데, 그 명품 카메라의 가격은 1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명박의 ‘장래희망’은 거짓이었다. 그는 ‘이미’ 사진작가였다. 최근 확인된 포토아티스트 이명박의 맹활약을 살펴보면 “사진작가를 꿈꿨다”는 그 말이 겸손이었는지 사기였는지 헷갈린다. 이명박은 왜 자신의 작품활동을 숨겨온 것일까.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은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을 좌
[노순택의 사진의 털] 사진작가를 구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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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애완동물이라고 불렀던 개와 고양이. 애완에서의 완(翫)이 ‘가지고 놀다’의 뜻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장난감’으로서의 애완동물이었다면, 우리는 지금 그들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은 반려(伴侶), 즉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이다. 애완동물이었던 그들은 시대를 거슬러 이제 인생을 같이하는 짝으로서의 반려동물이 된 것이다.
‘반려동물의 마음을 읽’는 프로그램을 표방한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이 스타트라인에 섰다. 스스로를 4천만 비반려동물인의 대표라고 칭하는 김구라가 MC를 맡았다. 배우 이수경의 집으로 간다. 동동이와 부다, 두 형제견의 하루는 마치 이수경이 두 아이의 엄마인 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그리고 알 길이 없는 반려견의 마음을 전문가의 해설로 듣는다. 동동이와 부다가 싸우는 이유도 알고, 어떻게 하면 이들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도 곁들여진다. 패널들은 반려동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기
[TVIEW] <대화가 필요한 개냥> 내 반려동물과 대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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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베넷 밀러 /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 제작연도 2011년
나는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달리기에 몰두했다. 망원 유수지에서 출발해서 한강공원으로 진입한 뒤 마포대교를 돌아 나오는 달리기, 거창하게 말하자면 단거리 마라톤이었다. 일주일 중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달렸으니 주 단위로는 50km, 한달을 기준으로 하면 어림잡아 200km 정도가 된다. 적어놓고 보면 꽤 뿌듯한 수치이지만 사실 이 정도는 준아마추어에도 못 미치는 훈련량이다. 그럼에도 태생적으로 몸이 약한 탓인지 달리는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나는 항상 무릎 통증과 족저근막염으로 괴로워했고, 갑작스런 소나기라도 맞는 날에는 영락없이 감기, 몸살에 걸려 며칠을 앓아 눕곤 했다. 허벅지나 종아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일상생활조차 불편하던 중에도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10km 남짓 되는 거리를 달리던 나날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때때로 기분이 상쾌하다거나 몸이 가볍다거나 하
조현훈의 <머니볼> 달리기를 사랑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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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스틸리 댄쯤 되는 줄 알아?”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2016)에서 주인공 코너(퍼디아 월시 필로)를 위시한 소년들은 디페시 모드 운운하며 ‘미래파’를 지향하는 가운데 ‘싱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한다. 이후 코너가 첫 번째 연습곡을 형 브랜든(잭 레이너)에게 들려주자, 형은 못마땅한 얼굴로 “섹스 피스톨스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알아? 배워서 음악을 하는 거 같아? 너희가 추구하는 건 다 속임수야”라며 “음악은 결코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섹스 피스톨스에 이어 언급되는 스틸리 댄은 ‘연주 기술’의 제왕으로 묘사된다. 음악이란 게 단지 연주 기술만으로 잘할 수 있는 거라면, 스틸리 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 떠들란 얘기다.
그런데 정작 개봉된 영화의 자막에서 스틸리 댄은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이름의 ‘steely’를 ‘steal’로 간주한 것인지 도둑이 어쩌고하는 자막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하여간 그들이 혹시나 유명
[주성철 편집장]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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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미식 장면들
얼마 전 일본에서 <구루메 만화의 역사>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루메는 프랑스 말 ‘Gourmet’의 일본어 발음으로 미식가란 뜻이다. ‘구루메 만화’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요리만화’ 정도가 될 것이다. 아직 한국에 정식발매되지 않았으니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일본 요리만화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흥미진진한 책일 거라 짐작한다.
내가 처음 일본 요리만화를 본 것은 70년대 중반 <소년 점프>에서였다. 초밥요리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는데, 그 당시 초밥은 커녕 생선회도 구경을 못한 나로서는 그 만화를 건성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제목도,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었던 80년대 초. 만홧가게에서 무척 재미있는 만화를 보았는데 무협극화를 주로 그렸던 이재학이 그린, 무림의 고수가 주인공이 아닌 중원의 요리 고수들이 주인공인 만화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주인공이 주방장의 자리
[뒷골목 만화방] <와카코와 술> 신큐 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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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의 힙합 노래’로 <N분의 1>을 꼽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게 들린다. “이 노랜 너무 유명하잖아. 음악 별로 안 들었구나? 뻔한 걸 뽑으면 어떡해.” 물론 이 노래가 유명한 건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쇼미더머니6>에서 가장 인기를 끈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을 가지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진정한 통찰이라는 걸 넌 끝내 모르겠지.
<N분의 1>은 흡사 제이 콜의 <Note To Self>를 연상시킨다. 제이 콜은 이 노래에서 동료 래퍼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15년 전에 우린 형들을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 자리에 올라와 있잖아.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사랑이라는 걸 보여줘야지.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디스하고 싸우길 원해.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우린 계속 같이 갈 거야.” 에이셉 로키의 다큐멘터리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요즘 젊은 래퍼들이
[마감인간의 music] 넉살·한해·조우찬·라이노 <N분의 1>, 2017년 상반기의 힙합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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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2016)이 일본에서 개봉해서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감독의 전작을 단편까지 모두 챙겨본 팬으로서 말하자면, <부산행>은 <서울역>(2016)하고 같이 봐야 하는 영화다. 감독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그가 그려내는 비극적 사건들은 사회구조에 따른 상황의 산물이지만 선을 넘어가는 순간에 생겨난 결정적인 파국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따라서 그의 영화에서는 아무도 쉽게 면죄부를 얻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선악을 분명히 나눈 <부산행>은 무척 의외였고, <서울역>을 보고 난 다음에는 이 사고실험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졌다.
주류질서에서 성공한 성년의 남자주인공과 비주류 하층계급 미성년 여자주인공에게 좀비 바이러스라는 동일한 사회적 조건이 실행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산행>의 남주인공은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내달리는 냉혹한 펀드매니저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피해와 가해의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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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는 심정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그저 ‘통칭’할 수 있는 동일성의 무리가 아니라, 이루 간파하기 어려운 개별자들이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형제자매조차도 다르다. 너무 다르다. 4남매로 클 때는 몰랐는데, 아이들을 18년째 키우면서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부모를 바라보는 심정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부모 또한 그 집단성만으로 호명될 수 없다. 개별자인 자식이 개별자인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의 조합은 삼라만상만큼이나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수십년째 ‘자식노릇’하며, 곁의 친구들을 지켜보며 절감하고 있다.
사람이므로 심성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심성은 부모자식 관계에 형식미를 부여한다. 인내가 있다. 어쩌면 이 관계는 인내로 시작해 인내로 끝나는지 모른다. 허나 심성의 발현도 끈질긴 인내도 물적 토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처한 환경은 이 관계의 낭만을 현실로 끌어 올린다/내린다.
몇년 전이었을까. 해고노
[노순택의 사진의 털] 해고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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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진호 / 출연 유지태, 이영애 / 제작연도 2001년
항상 같았다. ‘좋아하는’으로 시작되는 질문의 말머리만 들어도 싫었다. 그 질문 몇개로 상대를 평가하려는 시선이 늘 불편했고, 경쟁적으로 숨은 명작과 고전을 나열하는 모습 또한 딱히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내 인생의 영화’라니. 물론 ‘좋아하는’도, ‘감명 깊게’도 아니었다. 새삼 그 단어의 차이가 컸다. ‘내 인생의’가 주는 사적 편안함이 마음에 들었다.
강렬한 기억은 반드시 어딘가에 남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봄날은 간다>를 만난 ‘처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새해가 되면 으레 <봄날은 간다>의 DVD를 틀었고 습관처럼 나는 이 영화와 함께했다. 종종 밤잠 자는 내 머리맡에 놓인 노트북에서 영화는 반복 재생되었고, 그렇게 꿈에서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의 목소리를 들었다. 영화를 반절쯤 보다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깼을 땐 엔딩부터 다시 시작되기도 했다. 그런 순간들이 좋았다.
신준의 <봄날은 간다> 공간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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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이나 정의감 등을 강조하는 전문직 드라마들이 가족의 죽음에 얽힌 비밀 같은, 사적 동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인이 주인공일 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사명감이나 자부심, 사고방식의 일정 부분은 줄곧 해왔던 일의 성과를 통해서 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언론인의 덕목뿐만 아니라 완고함이나 고압적인 태도 같은 부정적인 특질도 마찬가지다. 기자, 작가, 프로듀서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처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가에 따라 각각의 입장이 달라진다. tvN 드라마 <아르곤>은 이 차이들을 꽤 세심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들과 또 다른 미묘한 위치에 있는 기자가 있다. 계약기간을 6개월 남기고 탐사보도 프로그램 <아르곤>팀에 발령받은 이연화(천우희)는 “해고당한 기자들을 대신해 투입된 땜빵 인력”이다. 팀원들의 주변을 쭈뼛거리며 맴도는 모습을 보고 미숙한 기자가 일을 통해 성장하는 전개인가 싶었는데, 뜻밖에도 연화는
[TVIEW] <아르곤> 기회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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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감독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로버트 알드리치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한 꿈이고 샘 페킨파 정도라면, 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난 2007년 구로사와 기요시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학교’라는 이름의 강연을 가졌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감독을 이야기하며 의외로 로버트 알드리치를 가장 선두에 두면서 그보다 익숙한 이름인 샘 페킨파를 뒤에 뒀다. 또한 자신의 영화 <큐어>(1997)에 대해 “조너선 드미의 <양들의 침묵>(1991)을 보고 난 뒤 1시간 만에 써내려간 작품”이라고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올해 초 다시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봉준호 감독과 대담을 가진 그는 <큐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인 리처드 플라이셔의 <보스턴 교살자>(1968)에 대해 긴 시간 얘기했다.
여기서 어떤 영화로부터의 영감이 진짜냐, 라는 걸 따져 물으려는 게 아니라 한편의 영화는
[주성철 편집장] 김기덕 감독 추모, 감독들의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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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이 도시 기능을 구분하는 공식적인 명칭이라면, 부자동네와 달동네 같은 이름은 구성원에 대한 비공식적인 구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들 중에는 노인동네도 있다. 기대수명의 연장과 은퇴라는 제도적 규정은 노인이라는 생물학적 기간을 도시계획의 대상으로 변화시킨다.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노인인 농어촌 지역이 아닌 고령화사회가 만들어낸 ‘노인들을 위한 마을’의 예로는 미국 남부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선시티(Sun City)가 있다. 노인이 되기 전에는 알 수 없겠지만 신진대사 기능이 약화되는 고령자에게 추위는 견디기 힘든 문제다. 선벨트라 불리는 미국 남부지역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나이 든 은퇴자들을 위한 이상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1960년 한 개발회사에 의해서 애리조나주에 건설된 선시티는, 2016년 기준 평균 나이가 73살인 마을이다. 인구 3만7천명의 이 도시는 교회, 쇼핑센터, 레크리에이션센터, 그리고 8
[영화와 건축] 인구 비율이 바꾸는 건축 유형과 <유스>의 리조트, 그리고 건물의 수명이 연장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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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 중 하나를 검정치마가 만들었다. 열심히 공연장을 다녔고, 레코드숍에서 CD를 획득하는 성취감에 뿌듯해했던 시기였다(요즘 다시 부흥기처럼 보인다). 이 1인 밴드의 리더이자 핵심 구성원인 조휴일의 목소리는 흐느적거리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홀렸다. 검정치마라는 이름도 그랬다.
그는 다작하는 음악가는 아니었다. 첫 음반 이후 세장의 정규앨범을 냈지만 공백 혹은 여백이 제법 길었다. 그래서 내게는 어느샌가 좀 잊힌 음악가였다. 올봄 발매한 3집 《Team Baby》를 들은 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인쇄 감리를 볼 일이 있어서 을지로 주변을 서성이던 밤, 일을 마치고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친구에게 커피를 사들고 갔다. 퇴근을 준비하는 꽤 늦은 시각, 스마트폰에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커다란 음량으로 조휴일의 목소리가 나왔다. 1집과 2집 노래를 수없이 들었기에 대번 “새 음악이냐”고 물었다. “맞아요, 형.” 몇곡은 특히 기억이 남았는데, 가사까지
[마감인간의 music] 검정치마 《Team Baby》, 그리움과 강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