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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실망했다. 어렵게 들어간 모교 도서관에는 일본의 <신건축> 잡지가 1977년부터 있었다. 공교롭게도 1976년 자료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앳된 얼굴의 사서에게 1976년 잡지가 도서관에 있는지 확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1977년부터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공모전 결과를 다음해에 발표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로 1977년 잡지들을 다 펼쳐봤다. 참고 열람실은 더웠고, 외투를 벗고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70년대 일본 건물들의 오래된 사진이 흥미로웠지만 내가 찾는 1976년 공모전 결과는 1977년 잡지들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신건축>에는 공모전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내 기억이 틀린 모양이었다. 혼돈스러운 감정과 함께 서가에 꽂힌 잡지들을 바라보다 나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영어판 <신건축>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에는 1976년도 영어판 <신건축> 잡지 <JA>(The Japan
[영화와 건축]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청춘영화를 청춘영화답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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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서 훨씬 더 유명한 후지와라 히로시는 2017년을 바쁘게 보냈다. 자신의 회사 프래그먼트 디자인과 루이뷔통이 만든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고, 교토와 나고야를 거쳐 도쿄로 돌아오는 라이브 투어를 마쳤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사카와의 협업이나 나이키에서 나오는 후지와라 디자인의 스니커즈 발매 등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를 패션 디자이너, 대학 교수, 현대 미술 수집가이자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로 부른다. 하지만 그의 뿌리는 음악에 있다. 10대 시절, 펑크 문화에 심취해 런던으로 떠난 1980년대를 관통하여 뉴욕에서 힙합 문화를 경험하고 다시 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처음 힙합을 튼 디제이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루이뷔통 컬렉션 역시 가상의 록밴드 ‘Louis V and the Fragments’가 주제였다. 정규 앨범 성격의 음반은 오랜만이다. ‘잠’이란 뜻의 《Slumbers》를 제목으로 썼다. 강아지 인형이 숲속에서 곤히 잠든 표지를 보노라면 1994년, 풋풋
[마감인간의 music] 후지와라 히로시 《Slumbers》, 음악이라는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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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 어디에서나 중국어가 들린다. 중국 유학생, 이들은 대체로 강의실 맨 끝에 앉아 있고, 시험에서는 백지를 낼 때가 많으며,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이 학생들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다. 중국인 유학생을 강력히 유치한 주체는 ‘글로벌화 점수’를 통해 대학 순위를 높이고 싶었던 한국 대학이다. 한국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은 거의 완전히 소외되어 있고, 오직 자신들이 만든 커뮤티니 속에서만 살아가는 듯 보인다. 드디어 최근에는 학교 내 중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발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흥행한 영화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에는 ‘중국 동포’가 모두 악의 축으로 등장한다. 각각 가리봉동과 대림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들에서 악한 역할은 중국 ‘건달’이 맡고 있지만 사실 이 악은 ‘중국적인 것’이다. 이 영화들에서 중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더럽고, 야만적이고, 시끄럽고, 무자비한 모든 것들이다. 도끼를 휘두르며 신체를 훼손하는
‘중국적인 것’의 악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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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마치 흐르는 물처럼 당연했던 일들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갸우뚱한 게 많다. 예컨대 끽연의 풍경. 어린 시절 기억엔 버스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아저씨들의 모습이 또렷하다. 좌석 등받이엔 그들을 위한 재떨이마저 붙어 있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식당과 주점 안은 너구리를 잡는 굴 같지 않았나. 나 또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아무 데서나 담배를 입에 물곤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왜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감각은 인식의 숫돌 위에서 날을 벼린다. 한때 당연했을지라도 오늘은 아닐 수 있다. 오늘 당연한 어떤 것은 내일 부인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시내의 노래방들은 방 안에 CCTV를 달고 손님들이 노래하며 노는 모습을 길가에 설치된 모니터로 중계하곤 했다. 행인들은 신나게 노래 부르는 그 모습에 이끌려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길가에 서서 한참을 구경하곤 했다. 거북했을까. 거북하지 않았다. 왜 거북하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그 풍경은 사라졌다. 사라지
[노순택의 사진의 털] 당연한 시대의 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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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오우삼 / 출연 존 트래볼타, 니콜라스 케이지 / 제작연도 1997년
1997년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맨 처음 친구와 극장에서 본 영화가 1998년 <타이타닉>이었으니, 내게 영화란 집에서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비디오의 시대였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여가 시간이면 집에서 영화를 보았다. 비디오 플레이어는 필수 가전이었고, 비디오테이프를 손상시키지 않고 감는다는 빨간 자동차 모양의 기계는 덤이었다. 게다가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개념은 매우 혁신적인, 당시 최고의 유희였다. 비디오는 매번 사서 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여점이 성행했다. 단순히 점포를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대여점은 방문해서 빌려주고 받아오는 서비스에 이르렀다. 보고 싶은 영화를 전화로 주문하면 대여점 직원이 찾아와 대여했던 비디오와 주문한 비디오를 교환하는 시스템이었다. 만원에 6편이었던가, 7편이었던가. 집에서도 영화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남궁인의 <페이스 오프> 영화의 진심과 마주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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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스크린의 기억할 만한 듀엣들을 돌아보았다. <옥자> <문라이트> <러빙> 등 피부색, 국적, 생물학적 성, 심지어 종(種)의 벽을 넘어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긴 여정을 거친 커플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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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시인에 관한 영화치고 <조용한 열정>은 뜻밖에도 다량의 위트와 유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이 에밀리 디킨슨의 가족생활을 일부 전기 작가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해석했기에 가능했다. <조용한 열정>에 따르면 하원의원이자 법조인이었던 시인의 아버지 에드워드 디킨슨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가부장이었지만 삼남매를 자유로운 정신으로 키우고자 했고 딸들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독려했다. 일례로 19세기 중반 점잖은 가문 여성의 독신생활은 희귀했는데도 불구하고 디킨슨가 양친은 에밀리의 선택을 이해 못할지언정 용인했다. <조용한 열정>이 재현하는 디킨슨 집안의 대화는 점잖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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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키운 자식, 줄여서 ‘법자’(김성철)로 불리는 이가 구치소 아침 배식을 기다린다. “겨울이라 소고기뭇국 자주 나오겠다. 서부(구치소)는 한식을 잘해서 살쪄서 가겠어요.” 얼마나 자주 옥살이를 했으면 전국 교정시설의 사철 메뉴와 조리 수준을 품평하는 경지에 다다랐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에도 비슷한 대사가 있었다. “거기(구치소) 가면 아침식사는 튀김, 점심식사는 돼지고기, 저녁식사는 이면수(임연수어) 좋다.” 부랑자 최씨(김뢰하)의 뜻모를 소리가 <9시 뉴스> 자막으로 옮겨지니까 대단히 중요한 사실처럼 각인된 장면이었다.
검증할 길 없이 17년이 지난 이즈막,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감옥에서의 삼시세끼를 구경 중이다. 꼬박꼬박 부감으로 잡아주는 재소자들의 식사 장면은 자유가 제한되거나 통제로 인해 증폭되는 갈망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일종의 서비스 컷이다. 법무부가 제공하는 1식 3찬 따위 평생 경험할 일이
[TVIEW] <슬기로운 감빵생활> 감옥에서의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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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옥을 좋아했던 엄마는 급기야 아들 이름을 장만육이라 지었다. 옴니버스영화 <콰트로 홍콩>(2010)에 실려 있는 프루트 챈의 단편 <13분 만에 마스터하는 홍콩영화사>(원제는 ‘노란 슬리퍼’라는 뜻의 ‘黄色拖鞋’)에서 바로 그 주인공 소년 장만육은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거의 극장에서 살다시피했다. 이소룡과 진관태의 영화를 비롯해 <연지구>의 장국영과 매염방, <우견아랑> <정전자> <첩혈속집>의 주윤발, <폴리스 스토리>의 성룡, <황비홍>의 이연걸, <무간도>의 유덕화와 양조위까지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하나둘 등장한다. 무명배우였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영화가 바로 <아비정전>이다. 홍콩의 명물 트램이 지나가는 길 위로 장만옥과 유덕화가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그 유명한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면서, 바로 그 장만옥의 자리에 엄마가 들어가 있다.
[주성철 편집장] 메이드 인 홍콩, 메이드 인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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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은 10대 때 판소리를 공부했다. 해외 인디 포크 느낌 사이로 때로 국악 창법이 묻어난 이유도 그래서다. 새 앨범 《Nomad Syndrome》은 그 뿌리를 더 전면으로 끌어냈다. 타이틀곡 <Highlander> 후반부엔 모던한 창법을 뒤로하고 창을 하는 최고은이 등장한다. 제목부터 한국적인 ‘가야’는 ‘보컬’보다는 ‘소리꾼’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렇다고 판소리를 그대로 가져오진 않았다. 지금 기준으로도 어색하지 않게 현대적으로 풀었다. 예를 들어 <Highlander> 판소리 부분은 공간계 이펙터를 입히고 더빙으로 레이어를 쌓아 환상적으로 연출했다. 전통국악엔 이런 레코딩 테크닉이 없다. 뿌리를 직시하되 머물지 않았다. 밴드 성격이 강해진 것도 변화다.
전작 《XXXY》가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에 집중해 심플함을 극대화했다면 신작은 드럼, 베이스, 바이올린이 적극 가세해 화려해졌다. 그저 사운드 덩치만 키우지 않은 수준급 연주도 들을 수 있다. 노이즈 텍스처와 솔로를
[마감인간의 music] 최고은 《Nomad Syndrome》, 소리꾼이 성장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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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연기됐다. 꿈이 아니었다. 사실 꿈에서야말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난 아직도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수능 보는 꿈을 꾼다. 레퍼토리는 한결같다. 다시 학생이 된 나는 들떠서 학교에 간다. 친구들과 신나게 논다. 누군가 갑자기 내일이 수능날이라고 말한다. 가만 보니 다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여기서 1차 멘붕. 발을 동동 구르며 집에 간다. 다급하게 되지도 않는 벼락치기를 시도한다. 이제 덧셈뺄셈도 헷갈리는데 어떻게 미적분을 풀어. 그래도 밤새 문제집을 놓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다 어느새 아침이 밝는다. 가장 피곤하고 우울한 상태로 등교한다. 하필 수학이 첫 교시다. 시험지를 받는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한 시간이 넘도록 두 문제 이상 풀지 못한다. 갑자기 종이 울린다. 그제야 정신없이 몇 문제 찍어보는데 답안지를 걷어간다. 헐~ 망했다. 이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엄마한텐 뭐라고 말하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눈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지켜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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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처드 커티스 / 출연 휴 그랜트, 키라 나이틀리, 콜린 퍼스, 에마 톰슨 / 제작연도 2003년
“주소를 보내주세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2003년 12월, 싸이월드에서 일촌을 맺고 있던 이들에게 쪽지를 보낸 적이 있다. 단 두줄의 메시지에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곧장 주소를 적어 답을 준 사람도 있었지만, 무슨 선물인지, 왜 주는 건지 의심에 차서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 일촌이라고 해도 친분의 깊이는 조금씩 달랐으니 그럴 법도 했다. 개의치 않고 상대를 안심시킨(?) 뒤 주소를 받았다. 그리고 선물 준비에 착수했다. 그건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카드 쓰기’. 그해 겨울에만 40여장의 우표를 썼다.
이런 일화에 근거하면 나는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인간이어야 하겠지만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살면서 친구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정말 친구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이미 충분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부터 몇년 간격으로 적성검사를 몇번씩 받을 때마다 결
최다은의 <러브 액츄얼리> 고백은 멋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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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 주변을 거의 벗어나는 일 없이 평생을 지낸 시인 에밀리 디킨슨에 관한 영화 <조용한 열정>에는 시간의 흐름을 축약하는 ‘간주’가 들어 있다. 디킨슨가의 부모와 삼남매가 한 사람씩 사진관에서 초상을 찍는 시퀀스다. 정물처럼 앉아 있는 인물에게 카메라가 느리게 미끄러져 다가가는 동안, 젊은 배우의 얼굴은 같은 인물의 중년을 연기한 배우의 얼굴로 모핑(morphing)된다. 인물은 완전히 정지해 있는 가운데 우주의 운행이 그를 스치고 간다. 숏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의 얼굴은 한줌의 감정도 내비치지 않지만, 멜랑콜리가 땅거미처럼 스크린에 드리운다. 과연, 바깥세상을 접촉하지 않았던 시인에게 가족의 변화는 곧장 세계의 변화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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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국상 감독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13살에 일찌감치 운명의 상대를 발견한 두 여자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의 이야기다. 교련 수업 중 안생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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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1인 미디어라 불리는 유튜버와 BJ들의 타기팅이 정확한 콘텐츠들이 실질적인 조회 수를 만들어내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방송사들이 특화된 부분은 역시 존재한다. 브로드캐스팅, 즉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잠입 추리 버라이어티’라는 다소 생소한 설명을 앞에 내건 tvN의 <김무명을 찾아라>가 정규편성되었다. 아쿠아리움에 모인 정형돈, 딘딘, 정진운, 이상민, 네명의 MC는 아쿠아리스트로 변장한, 또는 진짜 아쿠아리스트인 9명의 용의자를 만난다. 이들 속에 김무명이 있다. ‘회 뜰 줄 알아요?’ ‘물범이 하루에 몇 킬로그램 먹어요?’ 등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추리 회의를 거쳐 첫 번째 김무명을 지명한다. 그는 7년차 배우인 김민철. 경력을 쌓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지만 배우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선 철저한 김무명씨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거나 관심몰이보다는 오히려
[TVIEW] <김무명을 찾아라> 우리 안의 김무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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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여러분의 사랑 속에서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종세, 이종세 인사드립니다.”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 <개그맨>(1988)에서 스스로 천재라는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삼류 카바레 개그맨 이종세(안성기)는 언제나 그렇게 인사를 시작한다. 이후 영화배우를 꿈꾸는 변두리 이발소 주인 문도석(배창호)과 가수를 꿈꾸는 오선영(황신혜)과 만난 그는 함께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우연히 탈영병에게서 진짜 총을 얻은 종세 일행은 제작비 마련을 위해 은행을 털고, 도피행각 끝에 자신들을 알아보는 자동차 수리공마저 총으로 쏘게 된다. 1974년 M1 카빈 소총을 탈취하여 여러 건의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던 이종대, 문도석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개그맨>에서 안성기는 이종대와 이명세가 결합한 이종세를 연기했다. 혹시나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하여 스포일러를 쓸 수 없지만, 데뷔작에서부터 그에게 영화란 말
[주성철 편집장] 이명세, 영화 없이는 못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