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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학생들은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한자로 ‘선생’은 ‘먼저 태어났다’는 뜻이지만, 대개 학생을 ‘가르치는’ 이를 일컫는다. ‘교수’는 아예 ‘가르쳐준다’는 뜻을 일차적으로 품고 있는 말이다. 선생과 교수는 공히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이를 가리키므로, 이 반대편에는 학생, 제자, 후학, 곧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지식을 배우는 이들이 위치해 있다. 이항대립으로서의 언어는 언제나 이 두 존재를 명확히 가른다.
과연 그럴까? 문창용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는 앙뚜와 우르갼이라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9살 난 앙뚜는 1400년 전 티베트 캄의 수도승이 환생한 ‘린포체’, 곧 살아 있는 부처이고, 70이 넘은 우르갼은 린포체인 앙뚜의 스승이자 그를 수발하는 노승이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앙뚜와 우르갼의 인도 생활을 그리다가, 후
‘우리’라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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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는 어떤 언론사의 사진기자다.
11년 전엔 사진을 공부하는 새내기 학생이었다. 2006년 5월 4일, 초대형 미군기지를 짓기 위해 먹구름처럼 몰려든 공권력이 평범한 농촌마을 대추리를 에워싸고 중장비를 동원해 학교와 집들을 부수며 진격해오던 ‘행정대집행의 날’, 그는 거기에 있었다. 사진 전공생이었지만 사진을 찍는 대신 친구들과 스크럼을 짠 채 어두운 교실 구석을 지켰다.
대추분교 정문이 박살나고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전쟁터가 되었다. 경찰이 진압봉을 휘두르며 교실 안까지 진입하는 건 삽시간이었다. 불 꺼진 교실 안은 비명과 울음의 도가니였다. 학생들은 하나둘 팔이 꺾이고 목덜미를 붙들린 채 연행되었다. 나는 그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이동했다. 학교 안과 밖, 마을 곳곳에서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서 어느 곳을 지켜(봐)야 할지 혼란스러운 하루였다. 그날, 내가 가족과 잠시 살며 마을사진관을 꾸렸던 ‘우리집’도 바스라졌다. 대추리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노순택의 사진의 털] 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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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왕가위 / 출연 임청하, 양조위, 금성무 / 제작연도 1994년
나의 20대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도 잡을 수 없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순탄하지 않았다. 계속 도망만 다녔던것 같다. 처음엔 무작정 휴학을 했고, 그다음엔 영장을 받자마자 군대를 갔다. 그리고 고시공부를 핑계로 또다시 휴학을 하고,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는 어학연수를 핑계로 아예 한국을 떠나버렸었다. 세상은 내게 너무도 혼란스러웠고 난 언제나 도망치고 있었다. 실은 도망다닌 것이 아니라 답을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쯤 영화 <중경삼림>을 만났다.
유통기한이 다 된 통조림을 꾸역꾸역 먹어치우던 금성무. 마릴린 먼로 스타일의 금발 가발에 레인코트 그리고 까만 선글라스를 쓴 임청하. 그녀가 가발을 벗어던지던 순간 화면을 정지시킬 듯 빛나던 그녀의 날카로운 검은 머리. 양조위의 새하얀 러닝과 팬티 그리고 끊임없이 피워대던 담배. 양조위를 짝사랑하던
장경익의 <중경삼림> 계속 울기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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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의 ‘착한’ 소년 코너는 누군가가 자신을 벌주길 남몰래 소망한다. 엄마의 투병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기 바라는 본인의 잠재의식이 죄스러워서다. 피학적 욕구를 냄새맡은 권력 있는 급우는 코너를 괴롭히다가 진정한 사디스트답게 “오늘부터 널 못 본 척하겠다”고 잘난 척한다. 이에 학교식당에서 코너가 폭발하는 장면은 <문라이트>의 샤이론이 소년원에 가는 계기가 된 사건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몬스터 콜>이 주인공 소년의 파괴와 폭행을 묘사하는 데에 있어 특기할 만한 것은 수위다. 코너는 손톱이 부러질 때까지 할머니의 거실 전체를 완전히 부수는가 하면 상대의 뼈를 부러뜨려 응급실에 실려가게 한다. 귀여운 일탈로 치부될 규모를 넘는 폭력이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극단적 스트레스에 처한 아이는 어른이 선선히 수용할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한다는 현실을 강조한다.
09/30
<몬스터 콜>은 난치병으로 천천히 죽음에 다가가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스위트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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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는 동양에서는 그 날갯짓이 신선을 닮았다 하여 하늘을 믿는 새, 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 하는 바닷새이다. 2m에서 3m에 이르는 긴 날개를 가지고 한번 날아오르면 바람과 조화를 이뤄 가장 높이, 그리고 오랜 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눈앞의 비루한 현실과 대비되는 강인한 미래를 가진 존재인 셈이다.
참 이름 잘 짓는다. tvN의 ‘알바청춘 응원기’ <알바트로스>는 아르바이트로 지친 우리 청춘들의 상황을 살피고, 보듬고, 위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알바트로스가 될 알바들을 위한. 추성훈과 안정환이 한조가 되고, 청춘들의 멘토로 아주 적절한 방송인이자 작가 유병재가 게스트와 함께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투입된다. 그날의 아르바이트생 대신 이들이 하루의 일을 책임진다. 일을 마치고 청춘과 만난 이들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직면하고, 잠시나마 그들의 꿈을 함께 꾼다.
우리네 20대들의 삶은 매일매일이 척박하다. 날로 올라가는 자취 비용과 등록금을 마련하
[TVIEW] <알바트로스> 오늘은 알바 내일은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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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왜?’라는 질문이 늘어납니다”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세상은 왜 계속 나빠져가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그는 심지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왜 내려가지 않는가”라는 질문까지 던지며,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정반대로 되어가기에, 그런 변화가 그의 작품 세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처럼 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예고했듯, 허지웅 평론가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기행문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인터뷰를 이번 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에서 ‘동쪽의 교토’라 불리는 가마쿠라 지역과 에노시마섬의 정취를 근사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이기도 한데, 하필이면 허지웅과 <씨네21>이 함께 찾았던 날이 9월 셋쨋주 월요일인 일본의 ‘노인의 날’이어서
[주성철 편집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오우삼, <세 번째 살인>과 <맨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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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펠리니는 리미니(Rimini) 출신이다. 피렌체에서 아드리아해 방향인 동쪽으로 계속 가면 닿는 중부 해변도시다. 리미니 바닷가의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백사장, 특히 황금빛 모래는 언제 봐도 장관이다. 아마 인기 있는 해변으로는 여전히 리미니가 이탈리아에서 (어쩌면 유럽에서) 최고로 꼽힐 것이다. 마치 우리의 해운대 같다. 명성이 오래됐고, 여름이면 전 유럽에서 몰려온 관광객으로 넘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아 밀라노 같은 북쪽 도시에서 리미니로 향하는 기차는 여러 나라의 청춘들, 그리고 이들의 열기에 동참하려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빈다. 펠리니는 관광지 리미니 특유의 흥분된 환경에서 자랐다. 청년 펠리니가 백수나 다름없는 고향 친구들과 시간을 죽치는 일상을 다룬 자전적 영화가 초기작 <비텔로니>(1953)다. 펠리니는 20년이 지나 스타 감독이 된 뒤, 한번 더 고향을 찾는다. 이번에는 10대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 작품이 <
[트립 투 이탈리아] 리미니와 라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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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잠실에서.’ 국내 EDM 페스티벌의 흥행 공식이 된 듯하다. 9월 22일부터 3일 동안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월드 클럽 돔 코리아 2017은 역대급의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도 예상 밖으로 흥행이 부진했다. 가장 사람이 적었던 첫째 날은 피크 타임을 제외하곤 행사장 전체가 한산했다. 무려 6개 스테이지가 동시에 운영됐으나 어떤 곳은 민망할 정도로 휑했다.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월드 클럽 돔은 현지에선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 중이다. 본사 섭외력 덕분에 카이고, 아민 반 뷰렌, 마틴 개릭스, 올리버 헬덴스 등 ‘모시기 힘든’ 대형 헤드라이너를 잔뜩 데려왔으나 인천이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 UMF, 하이네켄 스타디움 등 메이저급 EDM 행사가 다 마친 뒤여서 ‘그래도 또 가는’ 관객도 적었다.
EDM 팬도 적고 그마저도 서울 관객 위주로 공략해야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페스티벌은 엄청난 돈이 드는 사업이다.
[마감인간의 music] 월드 클럽 돔 코리아 2017, 페스티벌에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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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의 동아리 후배들이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정기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실 ‘후배’라고 친근하게 부르긴 좀 머쓱한 게, 난 그저 동문명단 몇장 넘기면 나오는 일면식도 없는 까마득한 졸업생 선배일 뿐이라. 그럼에도 그 연락이 진심으로 기쁘고 반가웠다. 20대 여성 기획자와 연출자가 대한민국 30대 여성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베스트셀러로 여배우들이 가득한 공연을 올리겠다는 말이었으니깐. 그녀들이 느낄 온갖 흥분과 부담과 두려움이 마치 내 것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실로 오랜만에 바쁜 동기들을 설득해 다 같이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연극을 제일 보고 싶어 했던 한 친구만 올 수 없게 되었다. 최근 어쩔 수 없이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뛰어든 81년생 그녀는, 자기 몫까지 즐겁게 공연을 보고 오라며 우리에게 연신 아쉬운 인사를 전해왔다.
예상과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재미있고 진실된 작품이었다. 공연 내내 객석을 꽉 채운 관
그녀들은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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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팀 버튼 / 목소리 출연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찰리 타한 / 제작연도 2012년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셨다. 고향인 속초에 가면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방이 있는데, 어릴 때는 한참씩 그 안에서 명패나 방송국 이름이 금박으로 박힌 티스푼 세트 같은 것들을 만져보고는 했다. 기자가 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나는 우리 할아버지를 좋아했다. 자주색 베레모와 낡은 가죽점퍼,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나무로 만들었다는 고급스런 바둑판도 있었다. 모두가 할아버지의 것이었고, 이제는 대부분의 물건이 남아 있지 않다. 장례식 이후에 태워지거나 버려졌다.
<프랑켄위니>의 첫 장면에서는 초등학생 빅터가 자신의 개 스파키를 데리고 찍은 영화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관람한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나를 영화관과 공연장에 데리고 다니셨지만, 사실 나에게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 ‘영화 관람’의 기억은 따로 있다. 할아버지와 소파에 나란히
박희아의 <프랑켄위니> 상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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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서 누군가가 “이모님”을 찾으면 왜 하필 이모일까 생각한다. 적당히 먼, 외가의 이모에게서 구하는 막연한 친근함 때문일까? 1979년 대구가 배경인 KBS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도 같은 집에 사는 식모가 이모라고 불린다. 정희(보나)는 자신을 다정하게 살피는 도화(박하나)를 “이모야”라고 부르고, 정희의 엄마(김선영)도 그녀를 이모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친근함과 편리함을 취하는 모두의 이모는 살림도 맡고, 정희네 메리야스 공장에서 미싱도 돌린다. 경계가 흐린 여성 노동을 굳이 감추지 않는 <란제리 소녀시대>는 과거를 향수하면서 불편하게 여길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적극적으로 미화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류로 묶기엔 아까운 지점들이 있다.
빵집에서 미팅하고, 남학생과 교류하는 학교 연합 방송제를 고대하는 70년대 여고생의 생활상 곳곳에도 차별과 군사 문화의 영향을 지우지 않는다. 영화 <친구>(2001)의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이래로
[TVIEW] <란제리 소녀시대> 그녀들의 기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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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목도 잊어버렸지만, 유대인 학살을 그린 어느 극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봤었다.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향해 어떤 남자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하자 유대인이 이런 말로 그 변명을 내친다.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죄가 무겁다.’ 그 장면을 최근 계속해서 떠올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의 ‘책임’이라는 챕터에서 그는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를 그의 도쿄 사무실에서 만날 일이 있어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사람을 속이려는 정부에 대해서,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계속 발언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추석이 되기 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바쁜 추석 합본호 일정으로 후배들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다녀온 터라 각종 선물로 입막음을 했다. 가마쿠라와
[주성철 편집장] 분복(分福),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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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푸 파이터스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Concrete and Gold》라는 타이틀을 내건 음반은 멤버들의 자긍심 섞인 호언장담에 고스란히 부합하는 노래들을 들려준다. 광대하고 야심으로 가득 차 있는 하드 록 사운드가 펼쳐지면서 귓전을 강타한다. 강력하고, 강렬하다.
‘라이브한 질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푸 파이터스의 신보 《Concrete and Gold》는 내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최소 8점이다. 직접 본 푸 파이터스의 화끈한 라이브는 10점 만점. 그런데 여기서 잠깐. 몇가지 풍경들이 떠오른다. 먼저 DJ이자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의 공연에서 관객은 그가 ‘실제로’ 디제잉을 하고 있는 것인지, USB를 꽂은 채 디제잉 흉내만 내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다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또 어떤 대형 공연의 게스트로 초대된 그룹은 MR(반주 테이프)을 틀고 노래‘만’ 불렀다. 무대가 텅 비어 보여 불편했는데, 주위를 둘
[마감인간의 music] 푸 파이터스 《Concrete and Gold》, 음악을 듣는 이유, 음악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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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떠나기 얼마 전 칼럼 연재 요청을 받았다. 망설여졌다. 몸이 한국에서 멀어지니 감각과 생각이 느슨해지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들었다. 하지만 아주 오래 떠나는 것도 아니고 해외 체류가 다른 시선으로 한국을 보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칼럼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낯선 도시의 카페에 앉아 뭘 쓸까 궁리를 하니 난감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예를 들어보자. 이곳에서 나이가 지긋한 이란 사회학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북핵 문제를 거론하게 됐다. 대화 도중 그분의 아들이 나타났다. 갑자기 축구 이야기가 시작됐다. 마침 그날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결정된 것이다.
그날의 대화는 한없이 이어져서 종교와 시와 음악에까지 뻗어나갔다. 어쩌면 이날의 에피소드로 칼럼을 써도 될 것 같다. 문제는 원고 매수다. 8매다. 적당히 자르면 되지 않냐고? 바로 그게 문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어느 날 낯선 타지에서 이란 부자(父子)와
부러진 유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