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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길을 걷다 갑자기 떠올라 디스트로이어의 2015년 앨범 《Poison Seasons》를 플레이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과연, 밴드 이름과는 상반된 섬세한 결의 사운드가 울려퍼지자마자 나는 이 음반이 걸작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디스트로이어는 캐나다에서 결성된 록 밴드. 그들에 관한 또 다른 글을 이 지면을 통해 쓴 적 있지만, 이렇게 다시금 호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앨범 《ken》(2017)이 막 발매되었는데, 이 또한 환상적인 음악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ken》의 전체적인 기조는 《Poison Seasons》와는 조금 다르다. 《Poison Seasons》가 서정적이면서도 시네마틱했다면, 《ken》은 몽롱하고, 꿈결 같은 사운드와 록, 그리고 신스 팝 사이를 오고 간다. 광활하고, 다채롭다. 요즘 날씨에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여도 좋겠다. 한곡만 추천해야 한다면 <Tinselton Swimming in Blood>를 선택할 듯
[마감인간의 music] 디스트로이어 《Poison Seasons》, 더욱 선명하게, 디스트로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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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북부의 한 도시에 두달 넘게 머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국의 1년보다 더 많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오해를 살까봐 말하는데, 한국에서 나는 왕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곳의 친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간혹 초대를 받아 모임에 갔다. 이때 대화 상황은 대부분 ‘집’에서 발생했다. 정원의 화초, 반려견, 준비한 요리…. 대화의 소재는 계속 뻗어갔다. 최근 접한 기사와 책, 참여한 지역 행사와 학회, 이 모든 것을 거미줄처럼 엮는 지식과 경험.
나는 생각했다. 자유로운 거주가 가능한 물리적 장소야말로 대화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건이다. 그 장소에서 자아와 타인이 연결되는 빈도와 강도는 높아진다. 이는 분명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들에게는 정원이 딸린 집과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직업이나 세습 재산이 있다.
그러나 집이 있다고 늘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다. 일단 당신
어떤 곳의 어떤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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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큰아이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한결같은 소망은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거였다. 6살 막내 녀석까지 가세해 “개 키우고 싶어~” 노래를 불러댔다. 나는 단호했다. 아빠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못할 짓이라며 설득을 이어갔다. 직업의 이유도 있었다. 피와 땀이 밴 소중한 필름더미들 사이로 개털이 날아다니는 건 아니 될 일이었다. 아이들의 꿈은 기약 없이 유보될 듯 보였다. 그러던 지난겨울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파는 바람에 쫓기듯 이사를 했고, 오래됐지만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집을 간신히 빌렸다. 인연이 닿으려고 한 것일까. 강화도에 사는 선배의 개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았다. 키울 사람을 수소문 한다기에 번쩍 손을 들었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데려오기도 전에 좋아 난리였다.
두어달 어미젖을 먹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기에 기다렸다가 강아지를 받아왔다. 까만 리트리버였다. 녀석의 어미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유기견이었다. 탐지나 맹인안내를 하
[노순택의 사진의 털] 밋밋한 자유 구속된 박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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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 출연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 제작연도 1972년
내 오랜 꿈은 <씨네21>에 ‘내 인생의 영화’를 기고하는 것이었다. ‘영화감독 김민식’이라는 소개를 달고. 1996년 MBC 입사 이래 20년 가까이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며 언젠가 내가 만든 드라마가 대박나면 극장판을 만들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인생이 참 기구하다.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170일간 파업을 했다. 그때 구속영장 청구로 유치장에 함께 간 집행부 동료들이 다 해고되고, 나는 정직 6개월을 받았다. 지난 6년, MBC의 몰락을 지켜봤고, 올해 초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사내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 장면이 최승호 감독의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면서 <씨네21>에 출연자 인터뷰를 하고 ‘내 인생의 영화’ 원고 청탁을 받았다. 연출이 아니라 출연으로 <씨네21>과 인연을 맺을 줄은 꿈에도 몰
김민식의 <대부> 괴물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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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SNS를 뒤적이다가, 한 신조어에 오랫동안 눈이 머물렀다. 미국의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신조어, 클로프닝(clopening). 클로징과 오프닝을 묶어낸 이 말은 상점이나 카페의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다음, 불과 몇 시간 뒤 새벽에 다시 출근해서 매장 문을 여는 것을 가리킨다. tvN의 복지국가 비기닝 프로젝트-<행복난민>이 복지국가의 표본 덴마크로 떠났다. 프로젝트 팀장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국이 싫어서>의 장강명 작가, 박재민 배우가 한팀을 이룬다. 화두는 우리 모두 일상적으로 되뇌는 말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힘들게 일하며 살고 있을까?’ 주 4일, 30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낸 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 4시인 나라. 그냥 듣기엔 마냥 부럽기만 한 나라에 노동 전문가인 심상정 의원이 직접 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공중파 방송의 길어지는 파업에 자괴
[TVIEW] <행복난민>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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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얘기했던 ‘남배우A 성폭력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후, 이번 사건의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0월 24일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번호 18쪽 포커스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싸움은 계속된다’ 참조). 예상대로 피해자 여배우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편지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내용 중 “연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나의 방식”이라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역시 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언급했던 그 여배우가 곽현화와 만난 자리에서도 그랬다. “여성 영화인들이 제보하고 폭로할 때는, 사실 업계를 떠날 각오까지 하고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활동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날 모두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 다음날, 인터넷 언론 <디스패치>에서 마치 남배우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은 기사를 썼다. 입수한 메이킹 필름의 캡처 화면을 써가며, 심지어 법영상분석연
[주성철 편집장] 다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유죄판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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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청년이 책장 앞에 서 있다. 전쟁에 패망한 직후 일본 작가들이 소년, 소녀들을 위해 쓴 소설부터 동서양의 소년, 소녀 소설들이 총망라된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장이다. 아마도 애니메이션 기획 자료로 구입한 모양인데, 아무도 읽은 흔적이 없는, 구입해서 처음 꽂아놓은 그대로의 책들이었다. 마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태업을 하는 분위기여서 별일이 없었던 청년은 책장 담당 여직원이 귀찮아할 정도로 매일 그녀에게 열쇠를 받아 책장을 열어 닥치는 대로 책들을 읽는다. 몇 페이지 보다가 재미없으면 집어치우고 또 다른 책을 집어들고 읽는다. 청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이다.
청년 하야오는 책장의 소년, 소녀 문고를 읽으면서 ‘이 작가의 번역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런 아름다운 외국 소설을 읽게 되었구나’ 감탄도 하고, ‘어릴 적 좋아했던 책 속의 그림들을 이런 작가가 그린 것이구나’ 하면서 새삼스럽게 소년, 소녀 소설을 다시 발견하
[뒷골목 만화방] 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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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로직의 싱글 <1-800-273-8255>는 발매된 지 6개월이 지난 노래다. 하지만 최근 ‘역주행’하며 빌보드 싱글 차트 3위까지 올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의 퍼포먼스다. 일단 이 노래의 제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800-273-8255’는 미국의 ‘자살 방지 핫라인’이다. 로직은 이 노래에서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삶에 희망을 다시 걸어보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퍼포먼스에는 여기에 두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1)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난 사람 50여명이 무대 위에서 로직과 함께했다. 그들의 티셔츠에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2) 로직이 노래 후반부에 음원에는 없는 ‘연설’을 했다. “주류매체가 외면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건강, 불안, 자살, 우울증 그리고 인종차별, 성차별, 가정폭력, 성
[마감인간의 music] 로직 <1-800-273-8255>, 이 엄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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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몇달째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회용 생리대는 안전하다고 발표하자 관련 기사의 댓글과 페이스북 등에서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단체를 고소고발해야 한다는 위협이 난무했다. 기업의 주가를 걱정하고 전문가의 권위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한껏 고양되었다. 수많은 여성들은 물러서지 않고 “내 몸이 증거다”라고 외쳤지만, 과학을 불신하는 반지성주의적 태도라면서 특정 기업과의 연결을 조사해야 한다며 음모론을 펼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며칠 후 해당 수치는 입력 오류였고 제품 전부에서 1개 이상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치가 잘못 발표된 걸 시인하면서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는 대부분 안전하다며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번 위해평가에 적용한 VOCs 독성참고치 기준은 국제표준에도 외부전문가기준에도 부족함이 없다며, 해당 물질의 잔류로 인해 나오는 문제는 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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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완정 / 출연 주윤발, 종초홍 / 제작연도 1987년
어릴 적엔 극장 가는 게 꽤나 큰 나들이였다. 비교적 변두리였던 우리 동네엔 내가 군대에 다녀올 때까지도 개봉관이 없었다. 동네에 있는 극장이라고 해봐야 미성년자 관람 영화와 불가 영화를 번갈아 틀어주던 동시상영관이 전부였고, 신문 광고에 ‘개봉박두’라고 박힌 신작 영화를 보려면 종로나 강남역으로 원정을 떠나야 했던 시절이다.
어딘지 음침하고 위험해 보이던 동시상영관은 그 무렵의 나와 내 친구들에겐 애당초 기피 대상이었다. 그래서 사춘기 때는 대부분의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빌려서 보곤 했다. 학교에 매이고 용돈은 빤한 중고생에겐 개봉관 한번 다녀오는 게 지금처럼 그리 수월한 일상은 아니었다. 그러니 평소보다 하교 시간이 훨씬 빨랐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은, 우리 일당에겐 뜻밖의 영화 감상 주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시험이 끝나면 정답을 맞혀본다는 핑계로 낮에 비는 친구 집에 모여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영화를 틀곤
서형욱의 <가을날의 동화> 완성형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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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해 보이는 남자를 ‘변태’로 오인하는 해프닝. 우연과 오해를 로맨스의 포석으로 삼는 드라마들에서 자주 보았던 상황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다루는 드라마에 놓이니 이물감이 굉장하다. 그리고 KBS2 <마녀의 법정>은 베테랑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의 첫 대면과 재회를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몰리는 심리적 절벽을 분석하고, 어떻게 정보가 누락되고 판단이 왜곡되는지를 설명한다. 검사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중요한 정보를 놓칠 정도인데, 성범죄 피해의 당사자, 또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는 어떨까?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들은 물증이 없고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 성범죄 사건에서 진실을 캐내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만나는 피해자들의 기억과 진술은 불완전할 수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은 충돌한다. 이듬과 진욱의 일은 쉽지도 않고, 쉬워서도 안 된다.
<마녀의 법정>에는 “무죄를 받았으면 무고로 갚는다. 이게 성폭행
[TVIEW] <마녀의 법정> 무엇을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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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하시겠어요.” 지난주 며칠 동안 ‘성추행 남배우’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여배우A 사건’으로 알려진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였다. 15세 관람가의 휴먼 멜로 장르로 노출 신은 없을 것이라는 제안을 받고 모 영화에 출연했으나 촬영현장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까지 일어나면서 여배우A가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좌상 및 찰과상까지 입은 사건이었다. 여배우A는 남배우를 강제추행 치상죄로 고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판결, 무죄를 선고했었다. 여배우A는 항소했고, 결국 남배우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 40시간, 신상정보 등록)의 유죄로 판결됐다.
이후 배우 조덕제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공공연하게 퍼져나가던 그 남배우의 실명 또한 알려지게 됐다.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는 결과로서 성행위 또는 성폭력과 관련된 연기를 할 때, 사전합의의 중요성을 보여준
[주성철 편집장] 영화계 내 성폭력 긴급포럼,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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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표현기법 중에 투시도와 엑소노메트릭이 있다. 투시도가 관찰자의 시점으로 건물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면, 엑소노메트릭은 시점을 벗어난 전체 체계를 보여주는 데 사용된다. 이 두 표현기법은 건축가가 어느 것을 주로 선호하느냐에 따라 설계의 결과물을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엑소노메트릭이 기계처럼 각 요소 사이의 체계를 갖고 있는 건물을 만든다면 투시도는 좀더 개별적인 상황에 반응하는 건축을 나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둘은 표현기법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설계방법론이다.
나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 조금 의아했다. 개인과 역사가 조우하는 방식을 훌륭하게 조율하던 영화가 왜 생경한 자동차 추격장면을 포함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쉽게 상업적인 영화의 관습으로 이해하기에는 <택시운전사>는 지나치게 잘 만든 영화다.
<택시운전사>를 만드는 과정은 투시도보다는 엑소노메트릭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창작 작업은 두
[영화와 건축] <택시운전사>의 자동차 추격 신과 검문소 장면의 표현방식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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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캐나다의 한 인디 밴드가 첫 내한공연을 연다. 디스트로이어라는 이름의 1인 밴드로 본거지 밴쿠버를 넘어 세계 곳곳에 마니아를 양산한 그룹이다. 프런트 맨이자 유일한 고정 구성원 댄 베하르는 내한 1년 전,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 《Poison Season》을 발표했다.
‘파괴자’라는 과격한 이름을 접했을 때는 하드록 아니면 헤비메탈 밴드이겠거니, 멋대로 추측하고서 찾아 듣지 않았다. 그야말로 섣부른 판단이었다. 2012년 언젠가, 우연히 <Chinatown>이란 곡을 들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기타 선율에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이 생각나는 몽환적인 가사와 목소리,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악이 있었다.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성실하게 디스코그래피를 채운 밴드의 가장 최신 음반은 올해 발매한 《Ken》이지만, 오늘 추천할 음반은 위에 언급한 곡이 있는 2011년 앨범《Kaputt》이다. 총 9곡 50분짜리 스튜디오 앨범에는 요즘 잘나가는 음악가들의 결과물처럼, 한 장르
[마감인간의 music] 디스트로이어 《Kaputt》, 빼놓을 곡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