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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345번. 야반도주한 사장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죄’로 벌금 140만원을 선고받고, 부당한 돈을 납부할 수 없어 감옥으로 들어갔던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유흥희. 그녀는 보름 동안 “345번!”으로 불렸다.
그녀를 배웅하고 돌아서던 친구들의 얼굴에 드리웠던 허망한 웃음과 그늘을 기억한다. “오랜만에 휴식을 준 셈 치자”며 서로 위로하던 이들은 이틀 뒤 끔찍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감 과정에서 ‘알몸 검신’이 자행됐고, 항의하는 그녀를 교도관들이 달려들어 강제 굴복시켰다는 얘기였다. 인권침해에 항의하는 유흥희에게 누군가 내뱉었다는 비아냥은 비수가 되어 꽂혔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나보네. 하지만 세상이 변했어!”
친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빼올 수도 없었다. 벌금을 대납하면 그녀는 나온다. 허나 그것은 그의 신념을 거스르는 일이다. 인권유린을 폭로하고,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지만 감수성을 잃어버린 이 사회의
[노순택의 사진의 털] 초인종을 마구 누른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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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마션>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건 화성의 적막함도, 데이비드 보위의 <Starman>도, 그 사이를 맴도는 기묘한 낙천성도 아니었다.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어디선가 날아온 파편에 부상을 입고 화성에 홀로 남겨졌을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라면 저 상황에서 며칠 못 버티고 죽었겠지,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와트니는 훌륭한 과학자였다. 해서 나사(NASA)와 연락을 취하는 데 성공하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티게 해줄 작물도 길러낸다. 줄이면 이렇게 간단하지만 영화를 보았든 보지 않았든 간에 화성에서 생존하기가 녹록지 않은 일이라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하나의 물 입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산소 둘에 수소 하나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애초에 화성 탐사대원이 될 수도 없겠지만, 여차해서 화성에 간다 하더라도 <마션>의 주인공처럼 물을 만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구에서 생존하기 - 가습기 살균제 관련 뉴스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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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만화와는 점점 멀어졌다. 그 당시 내가 살았던 동네에는 헌책방은커녕 만홧가게도 없었다. 집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면 여자 고등학교 앞에 서점이 하나 있기는 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레코드 가게가 있기는 했지만, 서점을 가느라 길을 걸으면 왼쪽에는 한없이 이어진 담벼락이었고, 오른쪽에는 차가 달리는 차도. 그것밖에는 없었다. 두리번거리며 구경할 것도 없었고,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도 없었다. 길을 걸으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나를 붙잡아 헤드록을 걸거나 간지럼을 태워 나에게 애정표현을 하던 구두닦이 소년도 없었고, 휴가 나와 대낮부터 술에 떡이 되어 거품을 물고 쓰러진 이등병 따위는 절대 볼 수 없었다. 신촌 목마 레코드의 고색창연한 나무 미닫이문의 낭만적인 분위기나, 홍익서점의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책들이 뿜어내는 코를 찌르는 종이 냄새에 비해 이사 간 동네의 서점과 레코드 가게는 뭔가 비어 있고 급조된 듯한 엉성한 곳이었다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닥터 슬럼프> 도리야마 아키라, 웃긴 만화를 울면서 마감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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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캐릭터를 저렇게 잡았을까 그냥 편하게 살지. 매력 있어 그게? 못생긴 게 만만하게 보이진 말자 그런 거야?”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이 동료를 모아놓고 마흔네살의 직장상사 박수경(예지원)의 험담을 하는 중이다. 다소 치우치고 못된 말을 동원해 상사를 씹고 스트레스를 푸는 게 흔한 일이긴 한데, 타인을 재단하는 기준이 유독 가혹한 경우엔 평가하는 사람의 자부심이나 콤플렉스도 투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해영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의 ‘이쁜 오해영’(전혜빈)의 들러리인 ‘그냥 오해영’ 취급을 당했다. “미워하면 지는 거다. 질투하면 지는 거다. 난 이런 걸로 상처받지 않는 꿋꿋한 여자애다. 그렇게 세뇌시키며 어금니 꽉 깨물고 버텼다”는 회고 속에는 주변의 기대와 인정에서 벗어나 있는 십대가 스스로 자아상을 만들고, 매일같이 극기하듯 자신의 가치를 구하던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존재감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익숙한 자기방어술이다. 당연하게
[유선주의 TVIEW] <또! 오해영> 나도 오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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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은 자신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자에게 꽤 오랫동안 시달린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믿어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큰 벌을 내리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곡성>은 믿음에 관한 영화다.
마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진다. 가해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에 하나같이 피부병을 앓고 귀신에 들린 것 같은 행동을 했다. 주인공은 경찰이다. 얼마 전부터 마을에 일본에서 왔다는 정체불명의 사내가 출몰하고 있다. 일본인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많다. 주인공은 이 일본인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는다. 그러다 주인공의 딸이 피부병과 귀신들림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다급해진다. 주인공은 일본인을 찾아가 마을을 떠나라고 협박한다. 딸을 구하기 위해 용하기로 소문한 박수무당이 마을에 도착한다.
<곡성>은 다 보고 나서도 꽤 많은 수수께끼를 남기는 영화다. 황정민이 돈벌이를 위해 악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극한의 공포 <곡성>의 악(惡)이 범상치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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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관계로, 개봉관에서는 못 볼지도 모르는 무삭제 상영이라는 것이 예매 시작 20분 만에 매진되도록 만들었다. 3회 이상 개최된 영화제에 한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부여받지 않은 작품도 상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관련 법령에 따른 것이었다. 아예 등급부여 심의 자체를 거부해온 인권영화제를 제외하면, 국내 영화제가 등급보류 조치로 인해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 불허된 작품을 상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영화제쪽의 자체 연령제한 규정에 따라 18세 이상의 관객에게만 관람이 허용됐다.
당시 폐막을 이틀 앞둔 10월21일자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데일리 8호를 보면 “18세 이상 관객만 입장시키기 위해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미처 입장권을 발급받지 못한 100여명의 게스트를 들여보내는 데 시간이 걸려 예정시간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이용관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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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미생>과 <응답하라> 시리즈(‘1997’ 제외)도 안 봤으니 말 다한 건가? <태양의 후예>에도 물론 관심 없다. <태양의 후예>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 함정. 하지만 그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방사수한 드라마가 있다. 2013년에 방영됐던 <직장의 신>이다. 사실 다른 드라마와 비교되는 <직장의 신>만의 뚜렷한 매력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된 것처럼. 3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보다 기억에 남은 건 주제곡 <멀리서 안부>다. 이 노래가 엔딩에 나올 때마다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멀리서 안부>는 확실히 웰메이드 발라드다. 윤하의 목소리, 애절한 멜로디, 그리고 내내 소리를 지르면서도 늘 잃지 않는 묘한 절제미. 모두 좋았다. 나는 몇년 전 ‘한국 발라드의 가장 찌질한 순간 톱10’이라는 글에서 윤종신의 &l
[마감인간의 music] #감성폭발 - 윤하, <멀리서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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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부질없는 걱정에도 시달렸었다. 적어도 아오이 유우에 관해서는 나름의 투명한 틀을 정해놓고 행여 깨질세라, 다칠세라, 노심초사를 했던 것 같다. 처음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의 가슴 아픈 소녀로 다가왔던 여린 배우가, <하나와 앨리스>(2004)에 와서는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사춘기 소녀 앨리스로 인식되어 마음이 짠했다. 앨리스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헤어지며 “워 아이 니”(사랑해)와 “짜이 찌엔”(다시 만나)을 혼동하는 장면에서 울컥해 몇번을 돌려 보았고, 오디션장에서 비상하는 마지막 장면에 와서는, “소녀를 이렇게 엉큼하게 포착하다니. 이와이 슌지는 역시 참 ‘순정변태’군(웃음)” 하며 짐짓 우스개의 걱정을 보탰다.
이 배우의 커리어는 그렇게 얼떨결에 연예계에 막 입문한 신인 앨리스가 어떻게 성장해나갔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맞물려왔다. 어릴 때 슈퍼마켓에서 사먹던 네모 칸이 내 키만큼 붙어 있던 봉지처럼, 그녀의 매력은 절취선으로 한꺼
[이화정의 다른 나라에서] 여기, 소녀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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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동네에는 3개의 버스노선이 있다. 둘은 한강을 건너 강남의 일터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142번 버스다. 이 버스는 이사 전에 살던 동네도 지나간다. 기억이 맞다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몇년간 등•하교 때 타던 버스가 142번이었다. 노선은 현재와 다르다. 나는 시월유신이 있던 1972년 연희동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직후 부모님은 당시 서울의 가장 변두리인 상암동으로 이사했다. 시골과 다름없던 그곳에서 30년 후 월드컵이 열리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님은 좀 더 나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형제를 상암동이 아닌 신촌의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돌이켜보면 신촌에 사는 친구 분의 주소로 위장전입시킨 것 같다(주민등록법 위반). 아버님의 무용담에 따르면, 동사무소 직원을 6천원으로 구워삶아 나를 나이보다 일찍 입학시켰다(뇌물수수). 나는 발육도 늦어서 반에서 가장 작은 편이었는데, 건강기록부에는 ‘신장 100센티미터’라고 기록되었다. 나는 걸을 때 손에 쥔 책가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142번 버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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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관심 있는 부분은 차세대 콘텐츠다. 제작자 중심 콘텐츠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재진행형의 위기감 때문이고,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웬만한 공중파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팟캐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의 기획의도와 정확한 타기팅에 매력을 느낀 마니아들이 그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후가 그(또는 그녀)의 덕력을 직업에서 발휘한다는 뜻의 ‘덕업일치’ 또한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4월에 론칭했지만 이미 네이버 TV캐스트에서 120만뷰를 기록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뷰를 늘려가는 콘텐츠가 있다. 마운틴TV의 <천하무림기행>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거둔 성적이라 더욱 놀랍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 40, 50대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보았음직한 <사조영웅문>의 ‘무림 오절’ 화산논검이라든지 아미파나 화산파 등 무림 대문파의
[김호상의 TVIEW] <천하무림기행> 덕업일치와 핀포인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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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강렬한 감정은 대부분 무지 혹은 미지에서 온다. 대표적으로 공포심이 그렇다. 내 앞에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을 때 공포는 어둠 속에서 숨통을 조이며 다가온다. 반면에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대명천지에서 모든 것을 파악할 때 상대는 내 심정 안에 포섭된다. 설사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다지 무섭지 않다. 그 느낌은 공포보다는 체념에 가까울 것이다. 체념은 공포처럼 강렬하지는 않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를 때 불현듯 찾아온다.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매우 제한적인 단어다. 오랜 세월 동안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쌓인 그런 감정,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을 위하고 싶은 그런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감정은 이해심, 친밀함, 우정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두근거림 혹은 그리움이다. 만나면 가슴이 뛰고 만나지 못하면 하루 종일 그리게 되는 그런 사랑을 의미한다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백야>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등장하는 사랑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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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제임스 딘의 이 이야기를 전주국제영화제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소변기 앞에서 만났다. 차가 많이 막혀서 너무 늦게 휴게소에 들렀던 관계로, 문장 속 ‘살’이 ‘쌀’로 보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기억했다. 이후 서울로 와서 <곡성>을 보고난 뒤 저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나홍진, 이 사람은 매번 진짜 이번 영화 만들고 죽을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구나. <황해>를 준비하며 중국 연변 지역으로 떠난다는 그를 만났을 때(아마도 그때는 <추격자>의 영향 때문인지 <황해>가 ‘살인자’라는 제목을 갖고 있던 때였다) 그는 ‘그냥 간다’고 했다. 한동안 글 쓰고 생활하면서 그쪽 동네의 기운을 느껴보고 돌아오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 특유의 ‘취재’ 방식이라 할 것이다. 장영엽 기자가 인터뷰한 이번호 기사를 봐도, <곡성>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토속신앙을 연구하기 위해 어느 산속 암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곡성>과 <해피 아워>를 동시에 만난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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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21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매년 기억할 것이다. 팝의 황제로 불린 마이클 잭슨에 비견되는 유일한 음악가 프린스가 세상을 등진 날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를 비교하는 건 사실 그들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활동한 시기가 1980년대로 겹치는 데 따른 호사가들의 단골 주제였다. 하나 분명한 것은 프린스가 남긴 광범위한 음악과 철학, 스타일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하다는 점이다. 올해 57살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던 음악가가 별세했다는 비보에 사람들은 지극히 당황하고 안타까워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돈나는 물론 수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16년까지 쉴새 없이 음반을 낸 프린스답게 수많은 음반이 명반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중에는 세간의 혹평을 받은 음반도 있다. 여기서 소개할 음반은 프린스가 1995년 발매한 《더 골드 익스피어리언스》다. 그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지만, 사실 발매 당시 프린스는 ‘예전
[마감인간의 music] 별이 진 곳에 남은 전설 - 《더 골드 익스피어리언스》,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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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윤대녕의 소설 <피에로들의 집>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명우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연극배우이자 극작가다. 명우는 극장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화로 옮긴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을 보다가 ‘마마’라 불리는 노파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호퍼의 그림에 대해 몇 마디 주고받는다. 얼마 후 명우는 그녀의 집 ‘아몬드나무 하우스’에 입주한다. 그 집의 각 방에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은신해 있다. 그런데 어째서 호퍼였을까. 그의 그림 속 인물들, 특히 여성들은 무표정하게 각자의 방에서 창문 너머의 세계를 응시한다. 안팎을 나누는 창이라는 경계. 그 안쪽의 방은 안온하기보다는 창백하다. 여자들은 열린 창 너머로 멀찍이 시선을 던져보지만 그들의 몸은 그 방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자들의 적요했던 또 다른 방들…. 폐가옥에서 홀로 밤을 나야 하는 거리의 소녀, 도시의 난민 <스틸 플라워>(2015)의 하담(정하담)이 생각났다. 열리지 않
[정지혜의 숨은그림찾기] 그 여자의 방 <셜리에 관한 모든 것> <프란시스 하> <스틸 플라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