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ory 영수네는 산동네에서 살아간다. 아버지는 연탄배달을 하고 엄마는 봉투를 붙이며, 누나인 영미는 낮에는 버스 안내양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학에 나가는 등 어렵게 하루하루를 꾸려가고 있다. 어느 날 엄마가 아버지 몰래 들었던 계가 깨지면서 어렵게 모았던 돈을 모조리 날리고 만다. 아버지는 빚잔치에서 떼인 돈 대신 냉장고를 집으로 가져온다. 영수는 처음 생긴 냉장고가 신기하고 좋기만 한데 아버지는 냉장고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한동안 서먹했던 가족은 냉장고 덕분에 조금씩 화목함을 되찾는다.■ Review 버스 안내양과 삼천리표 연탄이 있고, 냉장고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냉장고>는 ‘그때를 아십니까’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를 통해 고달픈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산동네 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지금이야 냉장고 안에 온갖 식품을 쟁여두며 살지만, 냉장고가 처음 등장했던 당시, 냉장고의 가장 큰 기능은 한여름 더위를 식
[Review] 냉장고
-
■ Story 전편 <피터팬>으로부터 세월이 흘러,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갔다온 웬디는 결혼해 두 자매, 제인과 대니의 엄마가 됐다. 런던은 2차대전에 휩싸여 수시로 나치군의 공습을 받게 된다. 위태로운 전시상황에서도 웬디는 피터팬을 만났을 때의 동심을 간직하고서 수시로 두딸에게 네버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피터팬을 만났을 때의 웬디처럼 10대 초반인 큰딸 제인은 피터팬과 네버랜드를 꾸며낸 이야기로 여길 뿐 그 존재를 믿지 않으려 한다. 공습이 잦아져 시골 마을로 떠나기로 한 전날 밤, 피터팬 이야기를 두고 엄마와 한바탕 다투고 잠이 든 제인에게 후크 선장이 해적선을 타고 날아와 네버랜드로 납치해간다.■ Review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과 개구쟁이 고아들이, 인어와 인디언과 해적 후크 선장과 함께 살고 있는 네버랜드. 그곳의 흥미진진한 모험에 신이 났지만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 남기가 두려워, 우리는 웬디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왔고 기어코 어른이 됐
[Review] 리턴 투 네버랜드
-
■ Story 무대에서 공연이 끝난 뒤 연주자인 아투로 산도발(앤디 가르시아)은 미국 대사관으로 향한다. 쿠바 출신인 그는 망명을 위해 대사관으로 향한 것. 아투로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마리아넬라(미아 마에스트로)라는 여인을 만난 아투로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결혼에 실패한 경력이 있는 마리아넬라는 아투로와의 만남을 두려워하지만 그의 트럼펫 연주를 들은 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 결혼한 두 사람은 행복한 살림을 꾸리지만 생활이 그리 순탄치 않다. 쿠바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은 음악인 아투로의 삶을 가로막는 것. 아투로는 미국으로 향할 결심을 굳히고 가족들을 설득한다.■ Review “재즈를 듣는 행위에도 철학은 내재되어 있다. 면도칼에도 철학은 있는 것처럼.” 어느 소설가는 이런 문장을 남긴 적 있다. <리빙 하바나>는 온전하게 재즈를 위한 영화다. 쿠바 출신의 연주자는 신들린 듯 음악을 연주하고, 여인과 사랑을 나누며 영원한 자유를 손에 쥐려 한다.
[Review] 리빙 하바나
-
■ Story 고등학교 졸업반인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10대 아이. 그는 어릴 때부터 이웃에서 자랐던 여자친구 MJ(커스틴 던스트)를 짝사랑하지만,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학생인 그녀가 ‘왕따’ 수준인 피터를 눈여겨볼 리는 만무한 일. 어느 날 컬럼비아대학을 견학갔다 슈퍼거미에게 물린 피터는 자신이 거미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저 MJ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슈퍼 파워를 사용하던 피터는 삼촌의 죽음 뒤 ‘큰힘에 대한 큰 책임’을 지기로 마음먹는다.■ Review 날아오는 주먹을 똑바로 보고 몸을 피할 수 있는 놀라운 반사신경, 상대방을 붕 날려버릴 수 있는 파워, 투시력에 가까울 정도로 밝은 눈,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 수 있는 민첩성, 그리고 무엇보다 죽죽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을 이용한 ‘비행’ 능력. 이것이 2002년 여름 시즌 개막을 알리며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스파이더맨의 ‘기본사양’이다.이 영웅의 본색은
[Review] 스파이더 맨
-
-
■ Story 미국과 베트남의 전면전을 눈앞에 둔 1965년 11월, 할 무어 중령(멜 깁슨)은 베트남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신형 헬기를 시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시험지역은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군대가 몰살당했던 아이드랑 계곡. 무어는 395명의 젊은 군인들을 이끌고 험준한 계곡에 들어간 뒤 곧 다섯배나 되는 적군에 둘러싸인다. 종군 기자 갤러웨이(베리 페퍼)는 총탄과 물이 떨어진 채 절망적으로 싸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경악한다.■ Review 이 영화의 원작을 쓴 무어와 갤러웨이는 책 서두에서 자신들이 직접 참가했던 전쟁을 안타깝게 변호했다. 그들은 “할리우드는 우리 형제들의 뼈에 정치적으로 비틀린 칼날을 들이댔고, 죽은 이들은 잊혀졌다”고 탄식했다. 미군이 최초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 전투. 헬기만이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그 참혹한 전투를 직접 겪은 두 사람은 아마 그들을 베트남으로 보낸 사람들보단 그들을 잊은 사람들이 더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미군이든 베트콩이
[Review] 위 워 솔저스
-
■ Story 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박정희는 김대중과의 표 차이가 95만표에 불과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낀다. 1972년 10월,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도쿄로 간 김대중은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망명 아닌 망명생활을 시작한다. 1973년 봄, 김대중이 일본에서 벌이는 정치활동을 막기 위해 한국 중앙정보부(KCIA)는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일명 ‘KT작전’에 들어간다. 한편, 일본 자위대 소령 도미타는 상부로부터 위장된 흥신소를 차려 한국의 작전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외교관으로 신분을 감춘 KCIA 요원들과 도미타는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서 김대중을 납치해 미리 준비해둔 선박 금룡호로 옮기는 데 성공하지만….
■ Review <케이티>가 외형상 한·일 합작품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사실상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나카조노 에이스케의 소설 <납치>가 원작이고, 감독·각본·촬영·배우 등 주요 스탭 대부분을
[Review] 케이티
-
■ Story 이발사인 에드는 단지 머리를 깎을 뿐 자신을 이발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낸다. 백화점 경리이며 완벽주의자인 아내 도리스와의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에서 그는 외부인에게는 말없는 평범한 이발사일 뿐이다.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문득 아내 도리스의 외도를 눈치채게 된 에드. 아내의 외도 상대는 다름아닌 그녀의 직장 보스인 빅 데이브였다. 그는 이발소를 벗어나고 싶은 오랜 꿈을 실현시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는 빅 데이브에게 익명의 협박편지를 보내는데….
■ Review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의 작은 마을, 이발사를 직업으로 삼은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심지어 집에 와서도 아내의 다리털을 밀어주는 직업적 수행을 피할 길 없는 사내이다. 그런 주인공의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로 깔리는 영화의 첫 대사는 “이렇게 이발소에서 일하지만, 내가 이발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라는 것. 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자기 부정으로서 내면의 누수현상으로 시
[Review]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 Story 성실한 간호사 섀넌(미니 드라이버)과 단짝친구인 연극배우 프랜시스(메리 매코맥)는 섀넌의 옛 애인 레이의 도청기를 통해 우연히 금고털이들의 범행을 엿듣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그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섀넌과 프랜시스는 계획을 바꿔 금고털이범들에게 경찰에 알릴 거라는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한다. 조직에서는 이들을 찾아내 없애려는 계획을 세우고 경찰에서도 범행의 단서인 두 여인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된다.■ Review 두 여인을 중심으로 내세운 거액의 한탕 작전. 그러나 여기서 <바운드>나 <피도 눈물도 없이>를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여기 등장하는 조직은 그렇게 심각하고 비장하지도 않으며 두 여인 역시 매우 수다스럽고 일상적인 여자친구들이기 때문에 영화의 장르를 액션이나 버디무비라고 칭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평범하고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삶에 찾아든 우연한 기회를 매우 능동적으로 이용한 두 여인은 시나리오가 의도한 행운
[Review] 하이힐 크라임
-
■ Story 1951년 할리우드. 피터 애플턴(짐 캐리)은 첫 시나리오 <사하라의 도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그러나 대학 시절 좌익 클럽에 별 생각없이 가입했던 전력 때문에, 하루 아침에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다. 청문회 출석을 앞둔 그는 상심해 술을 마시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강물에 추락한다. 깨어난 곳은 해변의 작은 마을 로슨. 그는 기억을 상실했다. 마을 사람들은 2차대전 때 전장에서 실종된 마을 청년 루크와 너무 닮았다며 놀란다. ‘마제스틱’이라는 극장을 운영하던 루크의 아버지 해리(마틴 랜도)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루크가 된 피터는 마제스틱 극장을 수리하여 화려하게 문을 열고, 루크의 약혼녀였던 아델과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마제스틱에서 상영하던 <사하라의 도적>을 보던 피터는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 동시에 피터의 행방을 추적하던 FBI가 마을에 나타난다.■ Review 1950년 2월22일, 미 상원의원 매카시는 폭탄선언
[Review] 마제스틱
-
■ Story 서기 2176년 화성은 지구의 식민지가 되었고, 지구법으로 다스려진다. 화성은 여성이 우위에 선 사회이고, 여전히 자연과의 투쟁과 개척이 벌어지는 미개지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는 샤이닝 캐논 구역은 6만여명이 거주하는 광산도시. 화성의 경찰 멜라니(나타샤 헨스트리지)는 샤이닝에서 체포된 악명높은 범죄자 ‘폐허’ 윌리엄스(아이스 큐브)를 이송해 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멜라니는 대장인 헬레나(팸 그리어), 다른 부대에서 전속된 제리코(제이슨 스테이섬), 막 훈련을 마치고 배치된 바쉬라(클레어 듀발)와 함께 샤이닝 지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멜라니 일행이 도착한 샤이닝 지역은 흥청망청한 광산도시가 아니라,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유령의 도시다. 사방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듯 피어싱을 하고 문신을 한 채 살육의 축제를 벌인다.
■ Review USC에서 영화공부를 하며 단편영화를 만들던 존 카펜터는, 스티븐 스필버
[Review] 화성의 유령들
-
■ Story 서울의 한 위성도시에 ‘라라클럽’과 ‘네모클럽’이 마주보고 들어서서 3대째 경쟁을 벌인다. 2대가 운영하던 70년대 초에 네모클럽이 망했다. 라라클럽 2대 사장 조만기는 네모클럽 2대 사장 김일동(박인환)을 꿇어 앉혀놓고 네모클럽 제반 권리의 양도를 약속하는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네모클럽 자체를 뺏거나 없애지는 않았다.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어느 날 조만기가 급사하고 부인이 입원해 딸 조은자(이미숙)가 운영을 넘겨받은 뒤로 전세가 역전됐다. 네모클럽 3대 경영자 김거만(김보성)은 아예 라라클럽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백화점을 짓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한다. 궁지에 몰린 조은자는 주먹 센 미옥(김원희), 가수지망생 혜영(김민), 제일 어린 경애(김현수) 등 여종업원 셋과 함께 직접 노래하고 춤도 추는 ‘울랄라 시스터즈’를 만들어 라라클럽 무대에 선다.
■ Review 조은자 사장을 비롯한 라라클럽의 네 여자가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에 놓이자, 미옥이 &
[Review] 울랄라 시스터즈
-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은 시인 유하를 일러 ‘키치중독자’이며 ‘키치반성자’라고 했다. 영화, 만화, 포르노, 무협지, 유행가 등 온갖 대중문화가 유하에겐 시의 육체요 영혼이었다. 감독 유하에게도 시인 유하와 같은 호칭을 붙일 수 있을까? 첫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3)에서 그는 시인 유하의 현실을 드러냈지만 영화의 언어로 표현할 순 없었다. <바람부는 날이면…>은 쏟아지는 키치적 이미지를 감당못해 쩔쩔매는 감독의 자화상이었다. 그러나 거의 10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다르다. 충분히 노련해지기로 작정한 감독 유하는 시의 언어와 결별한다. 매끈한 멜로드라마와 날렵한 코미디는 망설임없이 몸을 섞지만, 감독은 어느 것에도 ‘중독’되지 않는다. 그 적당한 거리두기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되씹게 만든다.
감독은 이만교의 동명소설에서 “불온한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끌렸다”고 말한다
[Review] 결혼은, 미친 짓이다
-
■ Story 마드리드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훌리아(카르멘 마우라)는 낡은 아파트의 매매를 책임져야 한다. 근사한 홈바와 물침대가 갖춰진 그곳에 남자친구를 끌어들여 달콤한 일탈을 즐기려는데, 천장에서 오물과 바퀴벌레가 쏟아져내린다. 위층에 혼자 살던 노인이 오래 전에 죽어 있었던 것이다. 훌리아는 우연히 노인의 집에서 거액의 돈다발을 발견하게 되자, 이를 몰래 빼돌리려 한다. 하지만 이 돈은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나눠 가지려던 것. 훌리아와 주민들의 돈가방 쟁탈전은 유혹과 회유, 인질극과 구타, 살인방조와 살인으로,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간다.
■ Review 오프닝 타이틀. 원색의 회오리 속에 겁에 질린 여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자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토해내더니,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내리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뭔가를 열심히 뜯어먹고 있는데,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부패한 시체의 손가락이다. 이 영화의 갈 길이 스릴러거나 호러라고
[Review] 커먼웰스
-
■ Story 고등학교 2학년인 승진과 지선, 밤이면 몰래 집을 나와 육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지나가는 차에 담배꽁초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10대 소녀들.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승진은 사진 전시회를 보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지만, 지선은 과외수업을 하던 사촌오빠를 유혹할 만큼 과감하다. 단짝친구지만 지선은 승진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마음만 내키면 승진을 내버려두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 어느 날 밤 사촌오빠와 섹스를 한 지선이 승진을 찾아온다. 둘의 밤은, 그저 막막하고 뚜렷한 이유없이 힘든 시기를 위로하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Review <둘의 밤>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예고편격인 영화이다.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정재은 감독은 성장기 소녀의 이야기에서 정서적 공감을 끌어오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 성격이나 집안환경은 다르지만 두 소녀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작은 갈등이 있으나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둘은 서로
[Review] 둘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