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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돈 좀 아끼겠다고 별 치사한 짓 다하는 좀팽이 소설가 선국(김승우)의 집에 다방레지 화정(김정은)이 세들어온다. 방만하고 시끄러운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은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선국의 화만 돋울 뿐이다. 그러던 중 선국은 문하생(김경범)이 정리한 화정의 이야기를 자기 소설에 도용하기 시작한다. 이를 숨기려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선국은 조금씩 화정의 순수함에 마음을 열게 되고 화정도 선국에게 끌린다.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된 화정이 결국 떠나자, 선국은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다.
■ Review
배우들의 개인기와 시트콤적 문법에 기댄 코미디가 최근 한국 주류 영화판을 접수했다면, <불어라 봄바람>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수 있겠다. 장항준 감독의 <라이터를 켜라>에서 ‘어리버리’의 진가를 보여준 김승우는 감독과의 호흡을 연장하여 ‘좀팽이’로 확실하게 거듭난다. 전자는 어리석고 후자는 약았지만, 김승우의 탁월한 만화적 표정과 제스처 덕에 두 캐릭
시트콤같은 웃음이 제공하는 즐거움,<불어라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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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불륜 커플들의 사진을 찍으며 생계를 꾸려가는 흥신소 직원 오상우(이정재)는 거의 연을 끊고 살던 아버지의 부음과 함께 그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때마침 악질 경찰인 정 반장의 뒷돈 독촉으로 궁색해진 상우는 조로증으로 특수학교에 있다는 또 다른 상속인이자 이복동생인 봉구(이범수)를 찾아나선다.
■ Review
이상한 말이지만 <오! 브라더스>는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본격 가족영화다. 가족을 소재로 하고 또 그것이 주제의 위치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결론이기도 한, 가족을 하나의 매직 워드로 사용하는 영화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다른 의미에서는 ‘가족주의 영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장르에 상관없이 가족영화는 분명 갈등의 발생과 진화 그리고 해소를 목표로 하는 드라마이며 가족은 갈등이자 진화 촉매이고 또 해결의 열쇠이자 결론이다. 그래서 모두들 그 결론을 알고 있으며 어디로 향해 가야 할 줄을 안다. 다만 요구되는 것
성공적인 `한국형 가족영화`,<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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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차대전의 막바지, 미군 소속의 스티븐 오록 대위(매트 르 블랑)는 독일군의 비밀 암호기 ‘이니그마’를 성공적으로 훔쳐내지만 영국군의 의심을 받아 기계를 파기당하고 적군 비품 소지를 이유로 감옥에 갇힌다. 얼마 뒤 연합군 사령부는 그를 포함해 네명의 대원들을 지목해 ‘이니그마’를 다시 훔쳐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이번엔 기계를 제작하는 베를린의 공장에 직접 침투하라는 것. 그런데 공장 직원이 여자들뿐이어서 이들은 여장을 해야 할 상황이다.
■ Review
미국의 인기 TV시트콤 <프렌즈>에서 인생 그 자체가 자신의 이름처럼 즐겁기만한 착한 친구 ‘조이’ 매트 르 블랑이 이 영화의 주연이라는 얘기는 일단 제쳐둬야 할 것 같다. ‘조이’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기대하기에 이 영화에서 르 블랑이 연기한 ‘오록’은 너무 심각하고 마초적이다. 작전마다 성공할 ‘뻔’만 했지 성공하지는 못했던 요원이 다른 엉성한 멤버들과 함께 적국 수도에 위장 침투하는 과
독특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코미디,<신이 버린 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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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단짝친구 마리(세실 드 프랑스)와 알렉스(메이벤)는 외딴 시골로 공부하러 떠난다. 알렉스의 가족이 머무는 시골집에서 묵던 밤, 낯선 남자가 침입해 온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다. 남자가 알렉스를 데리고 떠나자, 마리는 긴 추적 끝에 친구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 Review
새벽녘 숲속을 달리는 여자.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친구의 가족은 모두 죽었고, 친구는 끌려갔다. 살인마의 뒤를 쫓아왔지만, 그의 눈에 띄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죽거나 죽이거나. 끔찍한 학살극의 목격자인 주인공의 시선과 심리는, 꼭 그만큼의 공포와 긴장을 객석에 전염시킨다. <엑스텐션>은 그래서 깨어나고 싶은 악몽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어떤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다. 지나친 복습과 외딴집은 위험하다는 것밖에는.” 감독의 농담 같은 고백처럼 <엑스텐션>은 심오하지 않다. 어둠, 밀실(그리고 길), 미지의 살인
비위와 담이 약한 사람들은 피해야 할 영화,<엑스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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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이발사 수(김인권)와 퀵서비스 배달원 원영(조은숙)은 바닷가 이발소에서 동거 중이다. 이들에게 수의 옛 친구 병호(김정현)가 신세 좀 지겠다며 찾아온다. 섬약한 수와 달리 터프한 병호는 수가 성불구임을 알아채고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던 원영을 범한다. 이후 원영은 수를 멀리하고 병호를 따른다.
■ Review
미용사인 엄마가 딸 잃은 슬픔으로 아들을 계집애처럼 키웠다 치자. 남성성을 거세당한 아들은 거세의 상징인 가위의 운명을 못 벗어나 이발사가 됐다. 이쯤 되면 <가위손>의 에드워드만은 못해도 트라우마 가득한 소심남의 내성적 공격성에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럴섹스에 만족하던 애인까지 ‘남자맛’을 보여주는 옛 친구가 낚아챈다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흉내낸 섹시한 심리극이 될 소지도 없진 않다. 하지만 여기까지. <플라스틱 트리>는 자신의 착상을 유치하게 전락시킨 반면교사로 자족한다. 평면적인 캐릭터나 과거에 결빙된
훤히 보이는 신파,<플라스틱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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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소심하고 섬세하지만 섹스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세브, 5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발기가 되지 않는 마뉴, 그리고 항상 일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풀리는 프랭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젊은이들답게 섹스와 사랑에 관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당돌한 루시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던 세브는, 우연히 저널리즘 수업에서 그녀와 같은 발표조를 하게 되고 그들은 ‘20대의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 Review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코믹터치로 그리기 위해서는 이제 섹스에 관련된 직설적인 농담들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것이 영화적 트렌드가 된 모양이다. <아메리칸 파이>의 파이, <걸스 온 탑>의 자전거, <몽정기>의 컵라면 곽에 이어 프랑스에서는 부엌용 손장갑에 쑤셔넣은 삶은 스파게티 면발을 선보
[Review] <섹시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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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전편에서 부모를 구했던 카르멘과 주니는 지금은 인정받는 OSS의 스파이키드로 활동 중이다. OSS 새 국장 임명이 확실했던 아버지 그레고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 대신 라이벌인 개티와 개리의 아버지 도나곤 기글스가 OSS 국장에 수상쩍게 임명되더니 엄청난 일급 무기 트랜스무커가 임명식 도중 탈취된다. 그 책임을 뒤집어쓰고 스파이키드에서도 해임된 주니. 카르멘과 주니는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트랜스무커를 가져간 악당들의 본거지로 잠입한다.
■ Review
전편에서 위험에 빠진 부모를 구하며 ‘피는 못 속인다’는 것을 증명했던 스파이 가족의 어린 남매는 2편에서 바야흐로 세계를 구하고 스파이로서의 커리어와 명예를 지켜내려 한다. 로켓으로 점화되며 공중을 나는 신발과 화려한 홀로그램을 내뿜는 시계, 넥타이를 매주는 개인용 로봇 등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한 장비들도 여전하다. 게다가 <닥터 모로의 DNA> 아동판처럼 보이는 ‘잃어버린 꿈의 섬’의
[Review] <스파이키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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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면접을 보러가던 의대 졸업생 크리스(데스먼드 해링턴)는 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산속 지름길로 들어간다. 비포장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던 크리스의 차는 길 한복판에 세워진 차와 충돌한다. 제시(엘리자 더시쿠) 일행의 차는 누군가 놓아둔 철조망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다. 크리스와 제시 일행은 전화를 찾으러 산길을 헤매다가 음산한 느낌의 집을 발견한다. 집안에 들어가보니 곳곳에 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에게 뺏은 물건들이 수북하다. 크리스와 제시는 기괴한 모습의 ‘괴물’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 Review
사전 경고! <텍사스 살인마>와 <서바이벌 게임>과 <프레데터> 중에서 어느 한편이라도 싫어하거나 불쾌했다면 <데드 캠프>는 피하는 것이 좋다. <데드 캠프>는 세 영화를 이리저리 뒤섞은 형상이다. <데드 캠프>는 <서바이벌 게임>처럼 친구들이 캠핑을 갔다가 괴한의 공격을
공포영화광들을 위한 피와 살의 향연,<데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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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베스트셀러 범죄소설 ‘도웰 시리즈’의 작가 사라는 점차 젊고 유능한 작가들에게 밀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인관계에 있는 출판사 사장인 존은 사라에게 자신의 프랑스 별장에서 휴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길 권한다.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푹 빠진 사라에겐 새로운 창작의 기운이 솟는 듯하지만 존의 딸 줄리가 별장에 찾아오면서 그 평화는 단숨에 깨진다.
■ Review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이란 <스위밍 풀>의 광고 카피는 프랑수아 오종이 만든 모든 영화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적한 유원지, 이방인의 등장과 함께 막을 여는 그의 전작들과 달리 <스위밍 풀>은 북적거리는 영국의 튜브(지하철)에서 타이틀을 시작한다. 사라는 지하철 승객이 단박에 알아볼 만큼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이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중년 여인에 불과하다.
하여 욕망에 충실한 젊고 싱싱한 육체를 가진 줄리는 사라에게 위
영화를 책임지는 두 여배우의 힘,<스위밍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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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자유분방한 가수 엄마 리비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살아가는 17살의 데프니(아만다바인스)의 마음은 늘 허전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가 영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 생일 때마다 아빠가 찾아와주기를 기도하던 데프니는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철부지 미국 소녀의 좌충우돌 런던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 Review
58년 제작된 샌드라 디, 렉스 해리슨 주연의 <The Reluctant Debutante>를 리메이크한 <왓 어 걸 원츠>는 말괄량이 소녀의 사교계 입문기를 골조로 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웨딩 싱어인 엄마와 함께 예식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할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데프니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결혼식 피로연에 빠지지 않는 전통인 `아버지와 딸의 댄스타임` 에 같이 춤을 춰줄 아빠가 없다는 사실. 그녀의 아버지 헨리(콜린 퍼스)는 영국에서 잘 나가는 귀족가문 출신이자 전도 유망한 정치가로, 17년 전 집안의 반
진화를 멈춘 시대착오적인 코미디,<왓 어 걸 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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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CIA 비밀요원 스티브(마이클 더글러스)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만난 사돈 제리(앨버트 브룩스)에게 복사기 세일즈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미모의 여인과의 수상한 접선 현장을 들켜 제리로부터 매춘 알선업자라는 오해를 산다. 핵 잠수함 밀매 사건을 조사 중인 스티브는 프랑스로 거래인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사돈 제리를 동행하는데, 소심한 제리는 의외의 활약을 펼친다.
■ Review
첩보원 영화에도 ‘실버’ 바람이 부는 걸까. 책임감이나 애국심이 발동해서가 아니라 제 멋에 겨워 뛰어다니던 트리플X와 오스틴 파워 등 엽기적인 첩보원들의 시대에, 난데없이 손자 볼 나이에 특급 미션을 척척 떠맡는 중후한 스파이가 등장했다. 그런데 유행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스파이와 겁쟁이 사돈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위험한 사돈>의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이지만, 20여년 전에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다. 피터 포크와 앨런 아킨이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나름의 아기자기함,<위험한 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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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마약 밀매상 몬티(에드워드 노튼)는 24시간 뒤에 법정에 출두해야 한다. 최소 7년형은 확실하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보석을 받아 잠시 자유의 몸이 됐지만 감옥행을 피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몬티는 남은 시간 동안 아버지를 만나 이별을 예비하고, 연인 내추렐(로자리오 도슨)과 친구들과 함께할 마지막 파티를 기다린다. 그런 몬티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곱상하게 생긴 백인남자가 감옥에 들어가서 겪을 ‘흉악한 고초’도 문제이지만, 믿어 의심치 않던 애인이 경찰에 밀고한 장본인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면도날 위에 선 듯한 시간을 보내는 몬티의 24시간이 숨막히게 전개된다.
■ Review
는 자유로운 상상을 촉발하는 두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유의 여신상 너머로 어둠에 잠긴 뉴욕이 하늘 높이 뿜어내는 두개의 파란 불빛. 이건 9·11의 ‘희생자’ 쌍둥이 빌딩을 가리키는 게 틀림없다. 몬티가 상처투성이로 내버려진 채 하릴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투견 한 마리를
삶이 빚어내는 혼돈의 모자이크,<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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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프랑스혁명 기념일, 나세르(사미 나세리)와 산티노(브누아 마지멜)는 교외의 물류창고를 습격, 성공리에 강탈한다. 같은 시각, 알바니아 출신의 마피아 대부를 호송 중이던 특수부대 요원들은 보스를 구하려는 마피아들의 공격을 받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요원들이 다다른 곳은 나세르 일당이 선점한 그 물류창고. 서로의 존재를 오해했던 이들은 생존을 위해 단합하기로 한다.
■ Review
<네스트>는 매우 단도직입적인 영화다. 화면 하단에 출몰하는 디지털 시계가 급박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싶더니, 인물과 정황 설명을 과감히 뛰어넘어, 곧바로 본론으로 직행한다. 창고에 갇힌 주인공들. 살아남기 위해선 창고 밖의 적들을 겨눠야 한다. 죽거나 죽이거나. 이야기는 그게 다다. <네스트>는 차라리 스토리가 있는, 서바이벌 게임 혹은 비디오 게임이다.
내가 살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적(그조차도 분명치 않은)을 죽여야 한다는 극한 상황을 다룬 &l
프랑스판 액션블록버스터,<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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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연변의 고분발굴 현장, 바람둥이 대학생 김철수(조인성)와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딸 오영희(김사랑)는 남북 합동으로 구성한 발굴단의 일원으로 이곳에 도착한다. 철수는 첫눈에 영희에게 반해 꼬시기 위한 수작에 들어가지만 영희는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결국 철수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다. 먼저 유물을 발굴한 뒤 영희가 발굴한 것처럼 양보하겠다는 철수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 Review
<남남북녀>의 주인공은 철수와 영희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책 첫머리에서 따온 이 상징적인 이름은 영화의 지적 수준에 걸맞은 진정 탁월한 선택이다. <남남북녀>는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관객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얕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코미디라는 이유로 용납되는 한계에 과감히 도전하며 <남남북녀>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의 새로운 전범을 창출한다.
<남남북녀>의 과감함은 철수와 영희가 어떻게 만나는지 설정한
사랑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없는 `사랑`,<남남북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