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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이리나 비요클룬트)는 왜 사람이 따분하게 일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쾌락주의자다. 그녀는 열정이 많다. 그러나 그 열정을 쏟을 대상이 없어 일상이 더 따분하다.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집세도 내지 않고 막연히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던 밀라는, 바에서 만난 남자 아키 모리슨(새뮬리 에델만)과 하룻밤을 보내고 연인이 된다. 아키는 헤로인 중독자였던 아내와 이혼하고 열살 남짓한 아들 요나스(루프 카리스토)와 둘이 사는 남자. 아키는 마약 밀수단의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밀라에게 숨기지만, 뒤늦게 밀라가 눈치챈다.
제법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국내 제명을 가진 영화 <정사3>는 원제가 ‘Me and Morrison’이다. 말하자면 밀라와 아키의 이야기이고, 정말 두 사람만의 이야기다. 세상을 탈출하고 싶다는 건 밀라만의 얘기가 아니라 아키의 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서 나는 상상을 해봐”, “네가 경도를 지정하면 내가 위도를 정할
철딱서니 없는 사랑과 삶, <정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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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무라 류헤이의 <아라가미>에 이은 ‘Duel Project’의 두 번째 작품. 제목인 동시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2LDK’는 원래 ‘2 Living Room, A Dining Room, A Kitchen’ 즉 방 2개, 거실에 부엌이 딸린 아파트나 맨션의 일본식 약어. 그러나 쓰쓰미 유키히코는 이 평범한 공간을 ‘2 women, Love, Die, Kill’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곳으로 바꿔놓는다.
같은 연예 기획사 소속인 라나(노나미 마호)와 노조미(고이케 에이코)는 도쿄의 2LDK 아파트에서 동거 중인 여배우들이다. 선후배 사이인 둘은 성격과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 포르노 배우 출신인 라나는 구찌, 샤넬 등만 걸치는 명품족에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성공에 목숨 건 여자. 반면 섬 출신으로 도쿄에 상경한 노조미는 ‘도시에서는 승자가 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규칙’이라고 믿는 배우 지망생이다. 평소 계란에까지 자기 이름 이니셜을 써둘 정도로 기본 규칙에 철저한 노조미에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죽음을 각오한 대결, <2L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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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상황과 소재를 놓고 두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게 하자.” 이같은 요지의 기획안을 집어든 가와이 신야. 쓰쓰미 유키히코와 기타무라 류헤이 두 감독에게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죽음을 각오한 대결’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과제는 ‘듀얼 프로젝트’(Duel Project)라 명명됐고, 두 감독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주인공들마냥,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기타무라 류헤이는 싸움의 신과 평범한 인간간의 무협 판타지를 골랐다. 이상한 신사에 머물게 된 한 사무라이가, 자신이 사람을 잡아먹는 ‘텐구’이자 싸움의 신 ‘아라가미’라 주장하는 막강한 남자와 서로의 목숨을 놓고 대결하는 것이 줄거리다. ‘아라가미’라는 인물은 인간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이 ‘미야모토 무사시’라 한다. 일본의 ‘검호’라 불리는 ‘미야모토 무사시’는 검으로 세상을 해쳐나가며 검으로 도에 이른 무사의 표상이다.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에서 무사시를
무사시 대 사무라이, <아라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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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 기반한 영화 <코치 카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농구부 감독 켄 카터(새뮤얼 L. 잭슨)가 커다란 자물쇠로 체육관을 폐쇄할 때다. 그는 농구부 아이들이 자신과의 계약과 달리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수업일수를 채울 때까지 농구부 훈련은 물론이고 다른 팀과의 경기마저 포기한다.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지역사회까지 반발하지만 카터의 의지는 굳세다.
카터가 리치몬드 고등학교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할 때 아이들과 맺은 계약은 그의 말마따나 ‘단순한 규칙’에 불과해 보인다. 모든 학생이 C+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하고 기본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며 수업 때는 맨 앞줄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조건은 아이들에게 가혹하기 짝이 없다. 실업과 빈곤,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는 슬럼인 리치몬드의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꿈으로부터 차단돼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 학생들을 거의 포기한 상태. 카터는 비록 농구부 감독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
스포츠는 스포츠고 인생은 인생이다, <코치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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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제이 보고서>는 센세이셔널하지 않다. 성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통계내는 킨지 보고서의 본질처럼 영화 역시 성적 욕망에 대한 활화산 같은 시선 대신, 건조하고 지극히 ‘보고서’적인 시선을 택한다. 그것은 영화의 초점이 킨지 보고서의 질문과 답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언어를 수집하여 숫자를 매기는 연구자들에게 맞춰져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대를 너무 앞서 살아 피로했던 인간 킨지가 있다. 성 해방론자, 성 개척자와 부도덕한 연구자, 신을 거스르는 섹스주의자 사이를 오갔던 인물. 이미 반세기 전, 1만2천명의 입을 열게 하여 그들의 ‘낯 뜨거운’ 성행위를 낱낱이 밝혀낸 인물.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럽다고 일컬어지던 영역을 단순한 숫자로, 명료한 문장으로 정리해낸 인물. 영화는 이 희대의 인물을 전혀 모나지 않은 방식, 어찌보면 지극히 전형적인 전기적 구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영화가 택한 킨지 일생의 순간들은 그가 설파했던
건조하고 지극히 ‘보고서’적인 시선, <킨제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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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은 줄의 탄력으로 쏘는 무기다. 줄이 팽팽하지 않으면 화살은 날아가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첫머리에 활처럼 팽팽하게 살고 싶다고 쓴다. 영화는 팽팽하게 살고(활: 活) 싶은 사람의 이야기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잘못 읽으면 앳된 소녀를 사랑하는 노인의 엇나간 도착적 사랑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정욕은 인같이 우리 몸에 따라붙는 게 아닌가” 하는 노인 역 전성환의 소회는 영화를 이해하는 좋은 실마리가 된다. 나이가 들어도 떨쳐지지 않는 정욕이 인생이라는 현을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활(活)은 사전에 따르면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물결이 합치고 하여 소리를 내면서 힘차게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김기덕 감독은 물과 물이 부딪치는 애증의 관계가 삶을 만든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표피적인 독해일지 모른다. 활은 화살을 메워서 쏘는 무기란 뜻과 더불어 현악기의 현을 켜는 기구란 뜻이 있다. 두 번째 활의 뜻은 팽팽한 현을 마찰시키고 어루만져 소
<사마리아>의 근심을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내려간 버전,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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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을 꾸는 비다르(트론 에스펜 세임)는 환자 레온(얀 군나 뢰이스)이 앰뷸런스에 치어 죽는 꿈을 꾸자, 이를 막고자 한다. 레온은 어린 시절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의 재회를 앞두고 두려울 때의 버릇대로 밤길을 달린다. 강도죄로 복역 중인 레온의 형 트리그베는 모범수로 외출을 허락받지만, 다른 범죄를 모의한다. 프로데와 밀라는 어렵게 얻은 첫아이가 희귀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수술할 돈을 구하지 못해 절망에 빠진다. 거리를 배회하는 어린 형제, 자살 상습범인 왕년의 여가수, 그녀를 구하는 앰뷸런스 기사, 신문을 배달하는 흑인 소녀. 우리는 이들 모두가 한자리에 있는 것을 첫 장면에서 보게 된다. 그로부터 정확히 24시간 동안 이들은 서로 스쳐 지나가고, 결국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변하지 않은 것보다 변한 것이 많은 채다.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하와이, 오슬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밤, 그 절망과 희망의 변곡점, <하와이, 오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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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쥬케이터>의 주인공들은 분노한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티셔츠에 박혀 팔려나가는 이 시대가 싫다면서 분노한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로 오역되고,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기 위해 못 가진 자들을 더 못살게 구는 것에 분노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이른바 혁명의 도래이다.
15년간 우정을 지켜온 얀(다니엘 브륄)과 피터(스티페 에르켁)는 젊은 혁명가들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여 그들은 제도의 불의에 반항하는 못 말리는 행동불사파다. 얀과 피터는 휴양지에서 돌아온 갑부들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몸서리치도록 하기 위해 그들이 없는 틈을 타 빈집에 들어가 집안의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놓고, ‘너희는 너무 많은 돈을 가졌다’ 등의 메시지를 벽에 써놓는다. 그들을 지칭하는 말은 그래서 ‘에쥬케이터’다. 틈입하고 교란하여 공포를 조장하는 자신들의 행위를 성스러운 의식처럼 거행하고,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긴다. 그것이 그들만의 혁명의식 고취법이다.
피터의 여자친구 율(율리아
혁명가를 꿈꾸는 모험가들의 모험, <에쥬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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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용돈을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타이르는 어머니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있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줄 아니?” 영화 <밀리언즈>에서는 그렇다. 아버지의 재테크를 위해 신흥 주택단지로 이사한 데미안과 안소니 커닝햄 형제. 데미안은 먼저 이사 직후 빈 박스로 자신만의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짓는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나이키 가방이 종이로 지은 데미안의 안식처를 덮친다. 지퍼를 열면 100만파운드의 돈다발. 데미안은 하느님이 내리신 돈벼락을 두살 터울 형인 안소니에게 즉시 보고한다. 끙끙거리며 집으로 가방을 끌고 오던 안소니는 어른스럽게 세금문제를 거론하며 데미안에게 비밀로 하자고 설득한다. 졸지에 거액을 거머쥔 두 형제의 삶은 럭비공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갑자기 생긴 거액’은 장르영화에서는 들꽃처럼 흔한 소재, 하나 해마다 재활용이 가능한 매력적인 원재료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두 아이, 시간적 배경은 유로화 통합까지 열흘이라는
강박적으로 포장하지 않은 현실적인 가족영화 <밀리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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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사는 초등학생 세이(히사노 마사히로)는 국어책을 읽다가 정액이 터지면서 성큼 사춘기에 접어들게 된다. 자기 멋대로 커지는 고추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조금쯤 어른이 되어간다는 자부심도 주는, 첫 번째 유정. 몸이 자란 세이는 교토 할머니 댁에 갔다가 만난 중학교 2학년 소녀 나오코(사쿠라타니 유키카)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마음도 함께 자라게 된다. 세이는 틈만 나면 기차를 타고 교토로 달려가서, 냉정하게 쏘아붙이다가도 추운 겨울날 핑크색 머플러를 둘러주는 나오코에게 구애를 한다.
2003년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상을 수상한 <미안해>는 성장을 맞이한 소년의 혼란보다는 세상 전부와도 맞먹을 첫사랑의 추억에 마음을 기울이는 영화다. 20년이 지나서 첫사랑이 희미해진다면 세이는 무엇을 기억에 남겨둘까. 아마도 기찻길과 자전거가 아닐까 싶다. 덜컹거리는 기차 손잡이를 잡고 한 시간만 참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세상 다른 일을 근심하지 않아도 좋은 열세살 세이에
세상 전부와도 맞먹을 첫사랑의 추억,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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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학과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경건한 마음으로 밑줄을 긋는 첫 경구가 있었으니, 바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의 정의다. 여기서 역사란 과거의 삶 자체(history)보다 그것에 관한 기록(historiography)을 의미한다. 12세기 십자군전쟁을 복원한 블록버스터 <킹덤 오브 헤븐>은 사극 장르의 ‘역사’ 역시, 과거와 현재의 협상임을 보인다. 작가 윌리엄 모나한은 <킹덤 오브 헤븐>의 시나리오를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할 무렵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무슬림과 서유럽인의 평화공존을 흙발로 짓밟는 주전파 기독교도의 도발, 학살을 관용으로 갚는 술탄, 사막의 전쟁 끝에 화장터로 변해가는 고대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살고 봐야 할 것 아니냐!”고 외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동시대 관객의 심경은 번잡할 수밖에 없다.
<글래디에이터>(2000)로 할리우드의 5월을 서사극 블록버스터의 좌판으로 바꿔놓은
속죄와 생존의 역정, <킹덤 오브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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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문물이 파도처럼 밀려들던 조선 말기 혼돈의 때에 외딴섬 위로 한맺힌 원혼의 저주가 서리처럼 내려앉고 있었다. 그 혼의 주인은 7년 전 죽은 강승률(천호진)이란 객주다. 건강한 닥나무가 많고 물과 볕이 좋은 이 섬에 제지소를 세워 사적인 부와 공적인 덕을 함께 쌓아갔던 그는, 천주교인 황사영에게 재정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몰살당했다. 섬의 토포사(조선시대 도적잡는 일을 맡았던 관리)는 다섯명의 가족을 5일간 다른 방법으로 사형에 처했다. 어린 아들은 죽창에 꽂아, 딸은 끓는 물에 담가, 아내는 얼굴에 종이를 발라, 노모는 벽에 머리를 깨어, 강 객주는 사지를 찢어 죽였다. 그리고 7년 뒤, 임금에게 바칠 공물을 실은 배가 불에 탄 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이원규(차승원)와 최 차사(최종원) 일행은 도착 첫날, 장학수란 사람이 죽창에 꽂힌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방화와 무관해 보인 이 사건을 이원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하고 독기(유해진)란 선원을 범인으로 지목해 가
시대의 위태로움과 그것이 부추긴 인간의 본성, <혈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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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개봉한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의 주인공 아즈미(우에토 아야)는, 에도 막부 시대의 도쿠가와 가문이 도요토미 세력자들의 암살을 목적으로 길러낸 소녀 킬러다. 사명을 받은 아즈미는 아사노 장군과 가토 장군을 죽였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두려워했다는 사나다 마사유키 장군(히라미 기지로)까지 암살하지는 못했다. 구도산에 칩거하며 도쿠가와에 대항한 전쟁을 꾸미는 사나다 장군의 목숨을 끊는 것이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2>(이하 <아즈미2>)에서 아즈미가 부여받은 사명이다.
도쿠가와가 키워낸 5명의 정예 검객들 가운데 살아남은 아즈미와 나가라(이시가키 유마)는 또 다른 소녀 검객 고즈에와 함께 사나다 장군 휘하 부대가 주둔한 구도산으로 향한다. 여정 중에 이들은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의적’을 자청하는 강도단을 만난다. 강도단 두목의 동생 긴카쿠(오구리 슌)은 1편에서 아즈미가 검객 훈련을 받을 때 자신의 손으로 죽인 연
소녀 아즈미의 내적 성숙,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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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케 다카시의 <착신아리>는 무서웠다. 그 무서움의 근간에는 때와 장소를 알고 출몰하는 원귀와 ‘학대가 학대를 낳는다’는 탄탄한 명제가 자리했다. 여기에다 일본 특유의 빛과 공간이 결합했다. 크고 작은 미닫이문과 꺾어진 계단으로 분절된 집. 정원은 빛으로 가득해도 등 뒤 거실에는 시커먼 어둠이 놓여 있다. 밝은 곳에 서 있다고 안심할 수가 없다. 귀신의 손 혹은 머리카락은, 대낮에도, 빛과 맞닿은 어둠 속에서, 미닫이문과 계단 틈에서, 스멀스멀 뻗쳐온다. 도망치는 건 부질없다. 죽음을 피하려면 귀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껴안아야 한다.
<착신아리>의 마리에, 미미코 모녀도 아픔을 이해받은 뒤 좋은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쓰카모토 렌페이 감독은 그 다음 얘기를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한 중국 음식점에 익숙한 벨소리가 울려퍼지고 딸의 휴대폰을 대신 받은 아버지는 상황도 모른 채 죽음을 맞는다. 죽음의 메시지는 또 다른 희생자를 낳고, 희생자들에게선 사
사연은 너무 많고, 귀신도 너무 많고, 사랑도 너무 많다, <착신아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