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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착각하지 말자. 미래 소년 코난이 아니라 잔혹 소년 코난이다. 영화는 코난이 태어난 전장에서 시작한다. 아직 엄마의 뱃속에서 꼬무락거리고 있던 그를 향해 쑥 들어오는 적군의 칼. 젖비린내보다 피비린내를 먼저 배운 키메르족 족장의 아들은 괴력의 전사로 성장해 어느 날 숲에서 만난 침입자들을 박살내버린다. 알고 보니 그들은 멸망한 아케론 제국이 남긴 유물의 마지막 조각을 찾고 있는 카라짐의 군사들이었다. 곧 마을로 쳐들어온 카라짐은 목적을 달성하자 코난의 아버지를 죽인 뒤 마을을 불태워버린다. 이후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코난의 복수혈전이다. 다만 코난과 카라짐의 대결이 물불 가리지 않는 야만인들간의 혈투임을 기억할 것.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한 하이보리아 대륙에서는 사원을 지키던 성녀도 피비린내가 주는 흥분을 깨닫게 된다.
<코난: 암흑의 시대>는 로버트 E. 하워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82년작 <코난: 바바리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20년간 할리우드를 떠돌던 프로젝트 <코난: 암흑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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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격투게임 <철권> 시리즈를 경험한 적이 있는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철권> 시리즈의 개발자인 하라다 가쓰히로가 제작 총괄을 맡은 <철권: 블러드 벤전스>가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미시마 재벌과 G.코퍼레이션은 데빌의 힘을 각성시킬 수 있는 M세포를 손에 넣기 위해 서로 싸운다. G.코퍼레이션에서는 무술에 능한 린샤오유(사카모토 마아야)를 교토의 국제학교에 잠입시켜 M세포가 이식된 카미야 신(미야노 마모루)에 대해 조사하게 한다. 린은 카미야를 추적하던 중 알리사(마쓰오카 유키)라는 이름의 미녀 로봇과 가까워진다. 학교 축제 중에 카미야가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린은 알리사와 함께 카미야를 찾다가 탐욕스러운 미시마 일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방대한 스토리를 짧은 러닝타임에 쪼개넣다보니 <철권> 시리즈의 세계관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숨이 가쁠지 모른다. 작품 자체의 이야기는 그래픽만큼 정교하지 않
실사영화 이상으로 사실감넘치는 격투 신 <철권: 블러드 벤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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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사기극의 전형에 충실하다. 사기를 친 사람이 있고,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으며 또 그걸 쫓는 집단이 얽혀든다. 그런데 이 사기의 품목이 기상천외하다. 바로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시체가 대상이다. 시체를 훔쳐서 달아나는 사람과 그 시체를 찾아야 하는 사람, 그리고 졸지에 뒤바뀐 시체가 여기 개입한다. 도대체 시체가 무슨 돈이 되냐고?
시체를 사이에 둔 기묘한 쫓고 쫓기기가 시작된 배경은 이렇다. 연구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가로챈 회사 경영자 김택수 회장. 자신의 몸에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칩을 숨긴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을 감행한다. 연구에 모든 걸 걸었던 한진수와 현철(이범수) 일행은 졸지에 해고자가 되자 분을 못 이긴 채 회장의 출국을 방해하려 한다. 그러던 중 한진수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연이어 김택수 회장은 같이 음모를 꾸민 스티브 정(정만식)의 계략으로 사망한다. 한진수의 사고로 뭉치게 된 그의 딸 동화(김옥빈)와 현철은 회
통쾌하고도 씁쓸한 해프닝 <시체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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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의 절망과 구원. 이 주제를 지구상에서 가장 잘 다루는 나라는 영국이다. 우리는 켄 로치와 마이크 리의 영화들을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이라는 말로 표현해왔다. 세계화의 지옥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 단어는 ‘노동계급 리얼리즘’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배우 출신인 패디 컨시딘 감독의 <디어 한나> 역시 켄 로치, 마이크 리 같은 선배들의 전통을 잇는 영화다.
조셉(피터 뮬란)은 쓰레기다. 덩치가 커서 ‘티라노사우루스’(원제인 Tyrannosaur)라고 불리던 아내가 죽은 뒤 그는 술과 분노의 힘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도망치듯 자선가게에 숨어든 그는 기독교 신자인 점원 한나(올리비아 콜먼)의 기도로 마음을 달래고,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온기를 찾아간다. 한나의 삶도 완벽하지는 않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일상적으로 구타당하던 그녀는 갑자기 조셉의 집을 찾아온다. 두 영혼은 서로를 치유해가지만 조셉은 한나에게 어두운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의 심장에 전이되는 고통 <디어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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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백 마디의 위로보다 침묵이 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세이지: 육지의 물고기>는 침묵과 실천으로 한 소녀의 삶을 구원한 세이지(니시지마 히데토시)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쳇바퀴 돌듯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40대의 한 남자에게 20년 전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정체불명의 기획서가 도착하고, 남자는 과거의 장소로 향한다. 20년 전 그(모리야마 미라이)는 대학생 여행자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즐기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떠난 여행자는 한 마을에서 트럭과 충돌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HOUSE 475’라는 가게에 들른다. 말수는 적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세이지를 만나는 것도 그때다. 방황하는 청춘을 즐기던 그는 세이지의 과묵한 면모에 감흥을 받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학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방학이 끝날 무렵, 가게 근처 동네에 살던 소녀 리츠코가 연쇄살인범에 의해 부모와 왼쪽 팔을 잃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는다. 세이지, 여행자 등 동네
한 소녀의 삶을 구원한 과묵한 남자 <세이지: 육지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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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과 강한 의지만으로 끊을 수 없는 사슬도 있다. <그녀가 떠날 때>는 독립적인 이스탄불 여성 우마이(시벨 케킬리)를 통해 터키 여성이 직면해 있는 차별과 폭력의 역사가 얼마나 깊고도 헤어나오기 어려운지를 진중하게 조명하는 영화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우마이는 아들 쳄을 데리고 이스탄불을 떠나 독일의 친정집으로 도피한다. 독일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우마이는 일자리도 얻고 학업도 시작하지만 친정 식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딪힌다. 우마이의 가족들도 사정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터에서 딸을 잘못 키웠다는 수군거림을 목격하고, 결혼을 앞둔 여동생은 언니가 시집에서 도망왔다는 이유로 파혼당한다. 클럽에 간 남자 형제들은 친구들에게 “네 여동생은 걸레”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여성 차별이 잘못된 처사라고 비난하기는 얼마나 쉽고, 또 곤경에 처한 여성을 동정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당사자 가족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
터키 여성이 직면해 있는 차별과 폭력의 역사 <그녀가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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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과 <이블 데드>를 동경하며 자란 감독이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데드 앤 곤> 같은 영화가 나올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롤모델이 되었을 걸작들에 많이 못 미치는 작품이지만, 고립된 숲속의 집, 미쳐가는 남편, 그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영락없이 그 두 영화를 연상케 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부인과 외딴 오두막에 사는 남자가 <데드 앤 곤>의 주인공이다. 유명하고 부유한 영화감독이었던 부인 프랭키(캐서린 베이츠)가 지방흡입수술 부작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잭(쿠엔틴 존스)은 인공호흡기에 몸을 의지한 부인과 함께 고립된 집에서 서서히 몰락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잭에게 이상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은 자들이 집을 배회하는가 하면, 혼수상태인 부인이 잭에게 말을 걸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괴이한 환영이 잭을 사로잡으며 그는 부인이 자신을 기만하기 위해 코마상태인 척 연기를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보통의 저예산 공포영화 <데드 앤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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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고작 두번뿐이라니. 산드라(캐롤 브라나)는 남자친구와의 모범적인 섹스 생활이 못내 아쉽다. 인생은 한없이 길고 젊음은 유한한데, 당장의 욕망을 해결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불만스러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 그렉(아농드 비나드)과 충동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그렉의 최면 치료를 통해 생애 최고의 오르가슴을 느낀다. 어느 날, 그렉의 전 여자친구 소피가 그렉과 산드라 커플을 찾아온다. 남편과의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혼한 소피는 새로 만난 한 커플과 가학적인 성관계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경지의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소피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그렉과 산드라는 그 커플을 찾아간다.
영화를 만든 프랑스 출신인 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은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로 200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고, <카이에 뒤 시네마>는 그해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다소
프로이트의 이론을 따라가는 재미 <교수와 여제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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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첫사랑의 신화’를 가장 지독한 성장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열여섯살 소년 블라디미르는 언제나 많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던 5살 연상의 지나이다와 어렵사리 가까워지고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의 아버지와 은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한없이 도도했던 그녀가 아버지에게는 그렇게 연약할 수 없다는 사실에 또다시 괴로워한다. <건축학개론>의 첫사랑이 <첫사랑>만큼이나 고통에 몸서리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의 불가항력적인 힘, 그리고 그 우연과 찰나의 첫 순간이 어떻게 이후 그 사람의 남은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치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은근히 겹친다. <건축학개론> 역시 변치 않는, 아니 사실은 ‘나는 변했지만 너만은 변치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첫사랑의 신화에 대한 영화다.
건축학과 신입생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
첫사랑의 신화에 대한 영화 <건축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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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는 인신매매조직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성매매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취재한 젊은 프리랜서 기자 더그와 범죄학자 미아가 잡지 <밀레니엄>에 합류한다. 기사가 완성되기 직전 최종 자료 조사를 하던 중 더그와 미아가 살해당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리스베트 살란데르(노미 라파스)가 지목된다. 더군다나 리스베트의 보호감찰을 담당하던 비우르만 변호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해 리스베트는 궁지에 몰린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미카엘 뉘키비스트)는 사건의 배후에 잘라쉥코가 있음을 알게 되고, 리스베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잘라쉥코를 찾아다닌다. 미카엘은 잘라쉥코의 정체를 파헤치면서 리스베트의 복잡한 전사(前事)를 알게 되고, 리스베트 역시 자신을 위기에 빠뜨린 잘라쉥코의 뒤를 추적해 나간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두 번째 장 역시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내용을 옮겨내는 데에 충실하다. 곁가지처럼 뻗은 사소한 사건들은 전부 들어내고,
시리즈를 무난하게 이어주는 이야기 <밀레니엄: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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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프랑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 누적 관객 1800만 돌파로 역대 흥행순위 3위, 유럽 각국의 박스오피스 1위 석권, 도쿄국제영화제 작품상, 뤼미에르영화제 남우주연상에 이어 ‘프랑스의 아카데미’인 세자르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차지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 거둔 성적을 살펴보자면 전대미문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이 영화의 진면목을 전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다. 화려한 간판이 주는 권위보단 눈과 마음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흔치 않은 감동. 전혀 다른 두 남자 사이에 싹튼 특별한 우정은 탁 트인 수평선처럼 가슴 시원한 상쾌함을 전한다. 상위 1%의 부자지만 전신마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24시간 자신을 도와줄 도우미가 필요한 그의 앞에 어느 날 이민자에 무일푼인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나타난다. 장애인인 자신에게 거침없이 농담을 날리는 그에게 흥미를 느낀 필립은 2주간 자신의 손발이 되
웃음과 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언터처블: 1%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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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영웅이 대세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팔 걷어붙인 주인공들이 나오는 건 요즘 액션영화의 추세다. <테이큰>이나 <콜롬비아나> <엣지 오브 다크니스> 같은 변주를 보더라도 아직 얼마든지 이야깃거리는 존재한다. 딸도 부모도 아내도 아니고, 이번에 구해야 할 대상은 무려 처남이다.
크리스(마크 월버그)는 전직 프로 밀수팀 리더였지만 지금은 손 씻고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인 범죄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건 본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가보다. 크리스 몰래 처남 앤디가 마약밀수에 손을 대고, 운반 중이던 마약을 잃어버리자 그 손해배상이 고스란히 크리스에게 넘어간다. 만회하지 않으면 가족 모두 위험에 빠진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크리스는 다시 컨테이너선에 탑승해 목숨을 건 불법이송작전에 뛰어든다.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는 점에서 <콘트라밴드>의 리듬은 시종 숨가쁘다. 변주를 하는
숨가쁜 리듬과 다양한 캐릭터 <콘트라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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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마르 베리만의 영화는 질문이다. 예술을 예술답게 하는 절대적이고 주관적인 질문들. 그 힘겨운 몸짓은 신을 향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할애되었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사람들을 향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질문과 답’이 아닌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색하는 구도자의 길. 의심과 고뇌 끝에 맺힌 질문은 그 자체로 인간에 대한 성찰과 절제된 묘사를 수반한다. 사실 베리만만큼 원초적인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관한 묘사에 탁월했던 감독도 드물다. 그중에서도 1978년작 <가을 소나타>는 생의 마지막을 이 영화와 함께했던 위대한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불꽃 같은 연기가 보태져 영화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올봄, 그 불꽃은 3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스크린 위에 다시금 피어오른다.
어머니와 딸. 따스함과 원망, 미안함의 애달픈 울림이 섞여 있는 특별한 단어. 부자(父子)처럼 딱딱하거나 서먹하지도 않고 세월이 지나면 사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것 <가을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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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날리기 장면으로 시작한다. 초점이 불분명한 남자의 눈은 공중에서 흐느적대는 연을 보는 대신 몸에 부딪히는 바람을 읽으려고 하는 것 같다. 실타래를 쥐고 있는 남자의 옆에는 키 작은 여인이 서 있다. 영찬씨는 시청각장애인이다. 척추장애를 안고 있는 순호씨는 영찬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달팽이의 별>은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전구도 갈고 산책도 하는 이들 부부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사건이 되는, 실로 거대한 이야기가 이 일상에 담겨 있다.
이승준 감독은 2년간 이들 부부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영화가 집중하는 건 “태어나서 한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 없었다”는 영찬씨가 순호씨의 눈과 귀를 빌려 세상을 지각하는 과정이다. 점화(點話)로 대화하는 부부의 손이 지속적으로 클로즈업되는 것도 그래서다. 점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에 이 낯선 행동 자체에 주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 <달팽이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