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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출신의 스즈(노넨 레나)는 18살 되던 해 군항 도시 쿠레의 슈사쿠(호소야 요시마사)에게 시집을 간다. 스즈가 쿠레로 거처를 옮기는 1944년을 시작으로, 패전 이후인 1946년까지 그가 겪는 전쟁사가 드러난다. 이들에게 전쟁은 열강 사이의 세력전이나 제국주의 같은 객관화된 사실로 명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밥상에서 흰 쌀밥이 사라지고, 기모노 대신 천이 적게 들고 활동이 편한 몸빼를 지어 입고, 매일 아침 군함이 즐비한 앞바다를 보며, 폭격이 있을 때마다 방공호로 대피해야 하는 일상의 변화에서 ‘체감’하는 것이다. 수채화의 서정적인 색채, 일기장을 옮긴 것 같은 스즈 시점의 섬세한 대사는 전쟁을 겪은 평범한 이들의 삶에 공감대를 자아낸다. 동시에 영화는 스즈가 미처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관객의 적극적 읽기를 요한다. 스즈는 암시장에 갔다가 길을 잃고 유곽에서 일하는 린의 도움을 받는다. 그에 눈에 비친 유곽은 좋은 향기가 나는 여성들이 모인 곳으로 등장할 뿐
<이 세상의 한구석에> 이 세상의 한구석에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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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며 시리아 시민들이 시위를 시작한 2011년에서 시작해 시리아 내전의 발발, 그리고 7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현재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시민들이 직접 촬영한 여러 영상들을 이어붙이는 한편, 내전 생존자들과 시민 활동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추가해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레이션에 헬렌 미렌, 주제가에 셰어가 참여해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내전’ 혹은 ‘사태’라는 용어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던 시리아의 복잡한 상황들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111분이라는 상영시간에 모든 국면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는 최초 시위의 발생, 시리아 정규군과 자유시리아군 사이의 내전, 헤즈볼라와 IS의 개입, 러시아의 개입, 현재 난민들의 현실까지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며 ‘시리아 사태’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나아가 감독은 정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시리아 사태’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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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테니스 랭킹 1위 빌리 진 킹(에마 스톤)은 남녀 우승자의 상금이 8배나 차이 난다는 사실에 항의하며 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 투어를 시작한다. 한편 은퇴한 남자 테니스 선수 보비 리그스(스티브 카렐)는 무료한 생활을 이어가다 획기적인 이벤트를 기획한다. 남녀 성 대결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되찾겠다는 것. 빌리 진 킹은 처음에는 이를 거절하지만 자신을 대신해 랭킹 1위를 차지한 마거릿 코트가 보비에게 패배하자 대결을 수락한다. 그렇게 1973년, 9천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기의 대결이 열린다.
남녀 테니스 대결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메인으로 하지만 경기 자체의 승패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는다. 발레리 페리스, 조너선 데이턴 감독의 관심을 끈 건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으로서의 정치적인 싸움과 성 정체성에 변화를 느끼는 개인적인 싸움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던 빌리 진 킹의 부담감이었다. 이후 동성애자임을 밝힌 빌리 진 킹은 미용사 마릴린 바넷(앤드리아 라이즈버러)과의 만남을 통해 자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1973년, 9천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기의 대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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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살다가 남편과 이혼하고 고향인 LA로 돌아온 두 아이의 엄마 앨리스(리즈 위더스푼)는 최근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끼던 차다. 아이들의 등·하교에 온 신경을 쏟으랴, 이사한 곳에서 자리잡기 위해 새로 시작한 인테리어 사업에 집중하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밤늦게 술집을 찾는다. 앨리스는 그곳에서 할리우드 진출의 꿈에 부풀어 이제 갓 LA를 찾은 어린 초짜 영화감독 해리(피코 알렉산더), 배우 테디(냇 울프), 시나리오작가 조지(존 루드니츠키), 세 사람과 합석해 한바탕 파티를 벌인다. 만취 상태로 세 사람을 집에 데려온 앨리스는 다음날 숙취에 괴로워하며 조용히 사태 파악에 나선다. 40살 싱글맘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온 세 남자와의 동거가 시작되는 이 순간부터 영화는 말은 안 되지만 한없이 귀엽고 순진한 로맨틱 코미디의 규칙에 맞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사랑의 아픔을 겪은 연상의 여인 앨리스는 청소도 해주고 밥도 차려주고 아이들의 등·하교도 책임져주고 심지어 늦은
<러브, 어게인> 40살 싱글맘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온 세 남자와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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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유력기업인 재철그룹의 실체는 폭력과 협박으로 성장해온 범죄 조직이다. 조직의 2인자 나현정(김혜수)은 재철그룹을 수사 중인 검사 최대식(이희준)에게 성매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함으로써 수사를 무마하려 한다. 발목이 잡힌 대식은 조직 내부의 분열을 이용해 재철그룹을 와해시킬 계획을 세우고, 현정을 위해 무엇이든 하던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을 만난다. 대식은 상훈에게 회장 김재철(최무성)과 현정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상훈은 배신감과 질투심으로 이성을 잃고 재철과 현정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여성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다. 누아르에 순정이라는 이름의 집착이 만들어낸 드라마가 결합되어 영화는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과잉의 감정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은 누아르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캐릭터는 진부하고 전형적이다. 임상훈은 덜 자란 어른처럼 보이고, 최대식은 전형적인 악당으로서 오직 복수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가장 문제는 현정의 캐릭
<미옥> 여성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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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하이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는 봄에 열릴 전국 대회를 준비하고 합동 훈련에 들어간다. 고교 배구 강호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연습 경기를 치른 카라스노 고교의 두 주인공, 스파이커 쇼요(무라세 아유무)와 세터 카케야마(이시카와 가이토)는 자신들의 한계를 절감한다. 두 사람이 상대방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했던 ‘괴짜 속공’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에 쇼요는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고 싶다”라며 우카이 전 감독을 찾아가고, 타고난 재능이나 센스에만 기대지 않고 진정으로 강해지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전반부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카라스노 고교를 그린다면 실전 매치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이번 시즌의 메인 매치는 결승전 문턱에서 만난 세이죠 고교와의 대결이다. 두 학교의 만남이 끝까지 승부를 예상하기 힘든 박빙의 승부로 넘어가는 가운데, 영화는 재능과 센스를 이기는 노력의 가치를 다시 한번 역설한다. TV
<하이큐!! 재능과 센스> “재능은 꽃피우는 것, 센스는 갈고 닦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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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로마서 8장37절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종교인이 아니라면 혹은 꽤 성실한 종교인이라도 단번에 이 구절이 의미하는 뜻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동주>의 각본가이자 <러시안소설>(2013), <조류인간>(2015)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은 혼란에 빠진 한 종교인의 모습을 통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로마서 8장37절’의 의미를 성찰해나간다. 성실한 기독교인 기섭(이현호)이 주인공이다. 그는 절친한 형이자 젊은 신도들에게 스타 목사로 존경받는 요섭(서동갑)을 돕기 위해 부순교회의 간사로 들어간다. 마침 요섭은 한국 종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선배 목사에 맞서 싸우는 중이다. 그로부터 요섭을 지키겠다던 기섭의 믿음은 요섭이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했다는 제보에 송두리째 흔들린다.
믿음에 대한 질문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에 앞서, <로마서 8
<로마서 8:37> 최근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본격 종교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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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 두식(신하균)은 이곳에서 DVD방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매일 한두 커플만 찾는 정도라 몇달째 전기세를 못 낸 채 파리만 날리고 있다. 태정(도경수)은 혼자서 음악을 공부하며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식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두식에게 몇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두식은 하루라도 빨리 가게를 넘기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낡은 가게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태정은 어떤 사건에 엮이면서 어떤 물건을 DVD방 7호실에 숨긴다. 두식은 중국 동포 출신인 한욱(김동영)을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어느 날 DVD방에 어떤 사고가 일어나고, 두식은 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7호실에 무언가를 숨긴다. 졸지에 7호실에는 두식과 태정의 각기 다른 비밀이 공존하게 된다.
전작 <10분>(2013)에서 청년세대의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드라마로 풀어냈던 이용승 감독의 신작 <7호실>은 자영업자의 분투기와
<7호실> 닫아야 사는 사장 vs 열어야 사는 알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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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는 단 하루, 그것도 자신의 생일에 갇혀버린 대학생 트리(제시카 로테)가 반복적으로 죽음을 겪는 이야기다. 금발의 여성 인물을 끝없이 쫓아와 무참히 살해하는 복면의 존재는 자연히 <스크림>(1996)을 떠올리게 만들고, 감쪽같이 재생되는 하루는 <사랑의 블랙홀>(1993)을 연상시킨다. 이미 익숙한 하위 장르의 특성을 굳이 공들여 꼼꼼하게 묘사하는 초반부의 밋밋함을 제외하면 몇몇 예측 가능한 지점은 오히려 <해피 데스데이>가 지닌 매력적인 요소다. 스크림의 홀쭉이 가면이 대학교 마스코트인 뚱보 가면으로 변모하고, 피 튀기는 슬래셔 무비의 외피는 팝 음악이 흘러넘치는 10대 영화의 활기로 무장한 상황. 영화는 자연히 날선 공포보다는장르의 변주와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에게 걸맞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초반부에선 전형적으로 행실이 나쁘고 헤픈 여대생으로 트리를 묘사하면서 그에게 앙심을 품은 다양한 인물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둔다. 그러나
<해피 데스데이> “죽을 때까지 놀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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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2006)의 헬싱키나 <안경>(2007)의 가고시마 북단 요론섬은 다른 대륙이지만 같은 채도의 공간이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힐링’ 필터를 통과하는 순간, 세상의 어디든 비슷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감독을 향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작품이다. 그는 이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각각의 자리에 배치하는 대신 하나의 관계로 적극적으로 엮어나간다.
영화는 11살 어린 소녀 토모(가키하라 린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대낮에도 어둡고 어지러운 집,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토모에게 이 쓸쓸함은 별스럽지 않다. 엄마는 어느 날 집을 나갔고, 이 역시 토모에게 낯설지 않은 일이다. 외삼촌 마키오(기리타니 겐타)는 보호를 자처하는데, 그의 집에는 연인이자 트랜스젠더인 린코(이쿠타 도마)가 함께 살고 있다. 토모가 외삼촌이 ‘특이한 사람’으로 언급한 린코를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실제 일본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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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하는 애순(고두심)은 서른살 난 발달장애인 아들 인규(김성균)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 인규의 엉뚱한 말과 행동 때문에 때로 곤란해질 때도 있지만 애순은 인규를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핀다. 그러나 요즘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낀 애순은 병원에서 뇌종양 3기 진단을 받는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애순은 슬픔 속에서 아들을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들 인규 역시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 없이 살아갈 날을 열심히 준비한다.
조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채비>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느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애와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아들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채비>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은 아니다. 특히 전반부에서 계속 반복하는 상황들- 사고를 치는 아들 때문에 마음 졸이는 어머니, 아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진심을 모른 채
<채비> 특별한 모자가 그려낸 분주한 이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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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택가의 한 귀퉁이를 돌면 복층 주택이 나온다. 여기에 사는 가족은 각자가 가진 개성이 또렷하다. 방에서 뒹굴거리는 상훈(박지홍)과 아현(김애진)은 살벌하게 티격태격하는 전 남매이자 현 자매 사이다. 첫째 며느리인 선영(김선영)은 집안일을 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장을 잔뜩 봐온 그녀는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나 누구도 도울 것 같지가 않다. 위층에는 괴물처럼 변해버린 맏아들 승현(김권후)이 누워 있다. 이곳으로 형제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막내 승환(김성민)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칼을 들고 모두를 위협하고, 틱장애를 지닌 성일(이주원)은 애인 정복(장선)과 함께 집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선영의 남편 기태(이재인)까지 등장하자, 홀연히 나타난 삼촌은 한참 궤변을 늘어놓더니 가족 구성원들의 서명을 요구한다.
가족들이 벌이는 꿍꿍이와 모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후에야 서서히 드러난다. 사회 변두리의 인물에 주목해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가족’이라는 범주 안으로 인물들을 욱여넣는다.
<해피뻐스데이> ‘가족’이라는 범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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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적인 인물’이란 표현이 허락된다면 <소통과 거짓말>의 장선(장선)을 이러한 계보의 아랫줄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비천하고 이상하며 괴이하기까지 한 자기파괴적인 그녀의 성향은 첫 장면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한 보습학원에서 실장(김선영)이 장선을 호출한다. 장선이 쭐레쭐레,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가면 벽에 기대선 실장의 정면 얼굴이 보인다. 실장은 다짜고짜 “장선씨 나한테 할 말 없어?”라며 빈정거린다. 장선 또한 만만치 않다.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이죽거리는 투가 예사롭지 않다. 카메라가 장선의 뒤에 위치하기 때문에 관객은 장선의 얼굴이 아닌 뒤통수와 걸음걸이, 그녀의 말투를 먼저 듣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에 관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흥미롭고, 무시무시한 롱테이크가 지난 뒤 영화는 그녀가 사건과 폭로 이후 학원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견디는가를 보여주는 대신, 개인사의 조각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이것은 그녀가 가진 독특한
<소통과 거짓말> 당신은 제 거짓말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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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라>는 순박한 표현주의를 추구했던 독일 화가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다. 정밀성을 요구하는 19세기 말의 독일 화단에서 그의 그림은 투박하고 유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여성은 아이 말고는 그 어떤 창의적인 것도 생산해낼 수 없다”는 괄시가 만연하던 시대, 화가 오토 모데르존(알브레히트 슈흐)과의 결혼 이후 자국 환경에 환멸을 느낀 파울라(카를라 유리)는 시인 릴케의 권유로 파리행을 택한다. 20세기의 도래 앞에서 새로운 예술적 흥분으로 들끓는 파리의 기운은 영화 중반부를 새로운 활력으로 열어젖힌다. 술집에서 로댕을 원망하며 조각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카미유 클로델을 만나거나, 1890년대 후반에 급부상하기 시작한 세잔의 그림을 처음 접하는 순간 등 파울라의 시선으로 마주치는 당대 예술계의 풍경 또한 소소한 재미다. 이처럼 <파울라>는 지나치게 비장하고 낭만적으로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는 대신 파울라의 그림처럼 격의 없는 태도로 인
<파울라> 순박한 표현주의를 추구했던 독일 화가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