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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 어린 애들레이드는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간다. 아버지가 두더지게임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애들레이드는 놀이공원 안에 있는 거울의 방에 갔다가 무언가를 목격한다. 이상한 일을 겪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도통 말을 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성인이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니옹고)는 게이브(윈스턴 듀크)와 결혼해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와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네 가족은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어린 시절 겪은 일이 떠오른 애들레이드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한다. 휴가 첫날 밤, 애들레이드는 숙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창밖을 내다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빨간 옷을 입은 채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들레이드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에게 공격받는다.
시종일관 예측하기 힘든 공포를 보여주며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어스> 자신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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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2014년 4월 16일에 삶의 시계가 멈춰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빠 정일(설경구)은 해외 출장 중에 좋지 못한 일이 생겨 아들 수호(윤찬영)의 사고 소식을 듣고도 귀국하지 못했다. 홀로 아들의 죽음을 감당해야 했던 순남(전도연)은 마트에서 일하며 어린 딸 예솔(김보민)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외면한 채 슬픔을 끌어안고 사는 순남은 너무 늦게 돌아온 정일에게 말없이 이혼 서류를 내민다. 오빠의 부재를 큰 슬픔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린 초등학생 예솔도 물에 대한 트라우마만은 선명히 안고 있다. 엄마에게 따스한 사랑을 받아본 지 오래된 예솔에게 아빠의 존재는 반갑기만 하다. 한편 올해도 어김없이 수호의 생일이 다가온다. 안산의 활동가들은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수호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생일 모임을 제안한다. 생일 모임에선, 수호를 믿고 따랐던 옆집 동생, ‘수호가 구명조끼를 건네줬다’고 용기내 말한 생존자 친구, 고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생일>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수호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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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954)는 프랑스에서 예술적 성취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첫 여성 작가였다. <콜레트>는 남편의 유령작가로 ‘클로딘 시리즈’를 썼던 콜레트의 작가 경력 초창기 이야기에 집중한다. 프랑스 생소뵈르 출신의 콜레트(키라 나이틀리)는 나이 많은 바람둥이 작가 윌리(도미닉 웨스트)와 결혼해 파리 생활을 시작한다. 윌리는 고용 작가들의 재능을 착취해 작가의 명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파리의 유명 인사다. 윌리는 글재주가 있는 콜레트에게도 글쓰기를 권유하고, 콜레트는 자신을 투영한 10대 소녀 캐릭터 클로딘을 창조해 첫소설 <학교에서의 클로딘>을 완성한다. 하지만 윌리는 여성 작가의 글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며 소설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다. 책은 순식간에 독자들을 사로잡고 성공의 대가는 모두 윌리에게 돌아간다. 아내로서의 삶과 유령작가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콜레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로 한다. <콜레트>에는 콜레트뿐만
<콜레트> 프랑스에서 예술적 성취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첫 여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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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티>는 하나의 무대, 한명의 주인공, 한건의 납치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팽팽한 심리 스릴러다. 모종의 사건으로 경질된 채 긴급구조전화센터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야고브 세데르그렌)에게 어느 날 밤 이벤이라는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벤이 남편 미카엘에게 납치된 상황임을 간파하고, 방치된 그들의 딸 마틸데와 죽은 아들 올리베르의 사정까지 알게 된 아스게르는 전화교환원의 본분을 잊고 미카엘을 잡기 위한 위험한 단독행동을 시작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생략과 침묵을 활용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이다. 이에 발맞춰 자기만의 방식대로 사건 현장 곳곳을 꾸며내는 관객의 상상력이 영화를 견인한다. <더 길티>로 데뷔한 덴마크의 신예 감독 구스타브 몰레르는 “관객과 공동 창작하는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한된 정보로 최대치의 상상을 더하는 즐거움은 문학읽기와 비슷하지만, <더 길티>는 결정적으로 관객이 마주하는 유일한 이
<더 길티> 하나의 무대, 한명의 주인공, 한건의 납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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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선희(정다은)가 봉착한 난관은 자신을 드러낸 채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선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해 소외당하고, 집에 오면 무관심한 부모의 태도에 상처받는다. 선희는 그래서, ‘거짓말’을 택한다. 아이돌 기획사에 아는 오빠가 있고, 키 크고 잘생긴 대학생 남자친구가 있는 ‘멋진 아이’로 자신을 포장한다. 거짓으로 쌓아올린 주변의 ‘환대’는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선희의 거짓말로 친구가 자살을 하게 되고, 선희는 끔찍한 현실을 등지고 도피한다. 연고 없는 선희를 돌봐준 보육원,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기숙학교 모두에서 선희는 ‘슬기’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괜찮은 아이’로 자신을 연기한다.
“이름이 뭐니?” 선희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내놓는다. 가짜 이름을 발설하는 순간, 그에 걸맞은 또 다른 거짓말이 증식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집요하게 선희의 표정에 밀착한 카메라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주눅 들어 굳어 있던 소
<선희와 슬기> 사람들의 관심을 갈망하는 사춘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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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식. 위안샹친(임윤)은 서둘러 강당으로 향하다 장즈수(왕대륙)와 부딪친다. 의도치 않은 키스 사고는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운명에 대한 예고편이다. A반부터 F반까지 성적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학급에서, 장즈수는 최고 엘리트만 모인 A반의 에이스다. 아이큐 200, 완벽한 외모,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게 될 재벌 2세의 경제력까지 모든 걸 갖췄다. 반면 위안샹친은 포기를 모르는 긍정의 마인드를 빼곤 내세울 게 별로 없는 F반의 평범한 학생이다. 용감하게 장즈수에게 고백했다 공개적으로 망신만 당한 위안샹친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살던 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홈리스 신세가 된 위안샹친은 성공한 아버지 친구의 집에서 잠시 살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집 아들이 장즈수다. 위안샹친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와 장즈수의 적극적인 방어태세 속에서 차츰 로맨스가 피어난다.
1990년대에 출간된 다다 가오루의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이미 일본과 중국에서 여러 차례 영화와
<장난스런 키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용감한 짝사랑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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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고립된 남자가 있다. 비행기 추락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오버가드(매즈 미켈슨)는 꾸준히 신호를 보내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혹한의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던 남자는 점차 한계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다행히 그를 발견한 헬기가 구조하러 오지만 기쁨도 잠시, 때마침 불어닥친 눈 폭풍에 헬기는 추락하고 헬기 조종사마저 사망하고 만다. 살아남은 구조대원을 구출했지만 이미 심한 부상을 당해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태다. 이대로 구조대원을 방치했다간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오버가드는 구조가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을 세운다. 이윽고 황량한 설원으로의 무모한 여정이 시작된다.
조 페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틱>은 가혹한 환경에서의 분투를 그린 재난영화다. 카메라는 오버가드의 사정 따윈 설명하지 않고 오직 은백색 죽음의 대지 위에 홀로 버티고 선 인간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과 대조되는 남자의
<아틱> 황량한 설원으로의 무모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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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살얼음판 같은 일상 위에 겨우 버티고 선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매일 밤 술과 파티에 절어 흥청망청 지내던 마를렌(마리옹 코티야르)은 어린 딸 엘리(앨라인 악소이 에테익스)가 종종 족쇄처럼 느껴지지만 누군가 자신과 딸의 관계를 위협할 때는 맹렬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마를렌은 술을 끊지 못해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친구가 찾아와 파티 소식을 알리자 마를렌은 또다시 파티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딸 엘리를 클럽에 데리고 들어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곳에서 남자들과 춤을 추고 술을 마시던 마를렌은 어느 순간 엘리가 자신을 따라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섬뜩해한다. 짙은 화장과 현란한 액세서리 속에 진심을 감춰버린 듯 흐느적대는 마리옹 코티야르의 불안한 모습이 영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언제 어린 딸 엘리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 속에서 엘리는 엄마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연기 경험도 얼마
<엔젤페이스> 살얼음판 같은 일상 위에 겨우 버티고 선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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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도 나이도 출신 지역도 제각각이지만 나라가 독립해야 한다는 열망만큼은 강했다. 유관순, 어윤희, 권애라, 김향화, 임명애, 심영식 등 서대문 형무소 8호 감방에 갇힌 이들은 1919년 3·1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온갖 고초를 당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다. 당시 이화학당을 다니던 18살 학생 유관순(이새봄)은 고향인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기생이 된 김향화(박자희)는 동료들과 일제 경찰의 눈을 속이고 만세 운동을 주도했다. 시각장애인 전도사인 심영식과 구세군 사령의 아내인 임명애는 각각 개성과 파주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불렀다.
<1919 유관순>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학생, 간호사, 임신부, 기생, 시각 장애인 등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재연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고, 3·1운동의 의미를 살펴보는 의도와 내용은 좋지만, 완성도를
<1919 유관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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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변에 있는 어느 호텔. 시인 영환(기주봉)은 왠지 자신이 곧 죽을 것 같은 생각에 미리 영정 사진도 찍고, 아들 경수(권해효)와 병수(유준상)를 호텔로 부른다. 하지만 부자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쉽게 만나지 못한다. 동거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상희(김민희)는 친한 선배 연주(송선미)를 부른다. 헤어진 남자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잠깐 침대 위에서 잠이 든 사이 밖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호텔 앞에서 잠시 밖으로 나온 상희와 연주를 마주친 영환은 그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이후 죽음을 가장 노골적으로 다룬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 경수와 병수, 상희와 연주가 서 있는 좌표는 이 테마에 진입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다. 상희와 연주가 호텔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며 밖에서 테이크아웃해온 커피를 마시고 바깥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경수와 병수는 별생각 없이 호텔 안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며 눈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영
<강변호텔> 한강 변에 있는 어느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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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슷한 업적을 이루고도 여성 위인은 남성 위인에 비해 훨씬 덜 인정받고 덜 알려질까? 1993년 임명돼 현재까지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새삼 떠오른 생각이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1933년 생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겪은 굴곡진 세월을 비추면서, 젊은 시절부터 변함없이 미국의 불합리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궤적을 차분하고 힘 있게 담아낸다. 미투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성차별 투쟁의 기록이자 활력 넘치는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다.
긴즈버그는 1950년에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는데, 남자들의 자리를 쓸데없이 빼앗은 여자로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교수들은 문답식 수업에서 여학생에게 질문조차 하지 않았고,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할 때도 로펌은 그녀보다 성적이 낮은 남학생을 스카우트했다. 영화는 긴즈버그가 여성을 위축시키는 환경에 결코 굴하지 않고,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 마티 긴즈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평등을 위해 싸운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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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율(말라 엠데)은 포르투갈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캠핑카 여행을 준비한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얀(안톤 스파이커) 역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에서 스페인으로 떠날 계획이다. 카풀로 쾰른까지 이동해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던 얀은 카풀하기로 한 사람에게 바람맞고, 우연히 만난 율의 캠핑카에 동승한다. 단둘이 캠핑카에서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연애, 죽음, 환경 등을 소재로 두서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서로 신상을 모르는 상태로 토론을 이어가던 두 사람. 얀의 무신경함이 율의 상처를 건드리고 율은 감정이 상해 길 한복판에 얀을 내려줘버린다. 그러나 늦은 밤 혼자 캠핑카에 남은 율이 다른 남성으로부터 위협받자 얀이 구해주고, 둘은 다시 여행길에 동행한다.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유럽을 횡단한다. 당연히 둘 사이엔 로맨스의 기운이 싹튼다. 차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는 토론이 이어지고, 차창 밖으로는 독일, 벨기에, 프
<에브리타임 룩 앳 유> 낯선 길 위에서 만난 두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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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 등을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신작. 조필호(이선균)는 경찰 신분으로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악질경찰’이다. 뒷돈을 챙기는 건 물론이고 때로는 범죄까지 사주하는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제 한몸 잘 건사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필호는 전문털이범 기철(정가람)과 공모해 경찰 압수창고를 털려 한다. 그런데 창고에 기철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필호는 기철이 폭발 사고로 사망하기 전 친구 미나(전소니)에게 동영상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미나가 가진 동영상을 찾아 자신의 죄를 덮으려 한다. 한편 대기업 태성그룹의 해결사 태주(박해준) 역시 그룹의 비밀이 담긴 기철의 동영상을 찾아나선다.
<악질경찰>은 ’행복한 도시 안산’이라는 문구가 담긴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2015년,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 1년 뒤의 안산
<악질경찰> 나쁜 놈 위, 더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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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으로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무너지기까지 약 4년간의 투쟁을 재현했다. 때는 루이 16세 재위 시절, 미국 독립전쟁에 거액의 국고를 투자하면서 프랑스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1789년의 어느 여름, 한쪽에서는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가난한 청소부 프랑소아즈(아델 하에넬)의 갓난아이가 갈비뼈가 앙상한 채 숨을 거둔다. 영화는 같은 해 8월에 있었던 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여성들의 베르사유 행진, 궁정 침략과 루이 16세의 파리 소환 등 프랑스 혁명의 굵직한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원 네이션>을 감싸는 특징적인 분위기는 바로 침묵이다. 비를 뚫고 묵묵히 베르사유 궁으로 행진하는 여성들의 끝없는 행렬, 단두대로 향하는 루이 16세의 마차 양옆에 늘어선 시민들의 차가운 눈빛이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국민의 힘으로 왕을 끌어내리되 그를 향해 야유나 조소는 퍼붓지 않겠다는 품위가 <원 네이션>이 바라보는 프랑스
<원 네이션> 배고픔과 절망으로 물든 1789년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