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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수(권상우)의 운명은 가혹하다. 바둑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가족을 잃고, 집을 떠나, 복수를 위해 내기 바둑판의 세계로 뛰어든다. 맹기(바둑판 없이 머릿속으로 좌표를 외워서 두는 방법) 바둑의 고수 허일도(김성균)는 동네 내기 바둑판을 평정하던 소년 귀수가 바둑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를 가르친다. “너한테 세상은 둘 중 하나다. 놀이터가 되든가 생지옥이 되든가”라는 스승의 냉혹한 가르침을 받은 귀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부산잡초(허성태), 장성무당(원현준) 등 바둑고수와 맞붙는다.
귀수는 전편 <신의 한 수>(2014)에서 잠깐 등장한 캐릭터다. 교도소에 수감된 태석(정우성)이 노크를 통해 벽을 두고 바둑을 두던 상대로, 나중에 주님(안성기)으로부터 그가 ‘귀수’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제목대로 <신의 한수: 귀수편>은 귀수의 스핀오프다. 어린 귀수가 성장하면서 스승을 만나고, 그의 밑에서 혹독한 바둑 수련을 받고, 세상에 나가 바둑고수를
<신의 한 수: 귀수편> 여러 바둑고수의 개성과 전략을 효율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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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각색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87년작. 국내에서는 첫 개봉이자, 4K 디지털 마스터링을 거쳤다. 동성에 대한 사랑이 금기로 여겨지던 20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남성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자각한 청년 모리스의 여정을 다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재학 중이던 모리스(제임스 윌비)는 상급생 클라이브(휴 그랜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우정으로 위장해 각자의 집을 오가며 비밀스러운 연애를 즐긴다. 하지만 정치 유망주였던 동급생 리슬리가 남성과 밀회를 나눴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몰락하는 모습을 보며, 클라이브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리스에게 이별을 고한다. 상실감에 빠진 모리스는 클라이브를 잊지 못하고, 그런 그에게 클라이브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 알렉(루퍼트 그레이브스)이 다가온다.
영국 작가 E. M. 포스터의 사후 출간된 자전적 소설이 원작이다. &l
<모리스> 남성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자각한 청년 모리스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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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도우미로 일하는 중년 여성 미정(장혜진). 오래전 사고로 죽은 동생 수완의 환영을 실제처럼 맞닥뜨린 미정은 이번엔 진짜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한다. 그날, 미정의 형제들은 오래전 바람피우고 집을 나간 엄마의 ‘보고 싶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니나 내나>는 그렇게 진주에 사는 미정과 동생 경환(태인호), 작가 동생 재윤(이가섭)을 픽업해 편지가 온 엄마의 연고지 파주로 가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아픈 아버지는 병원에 있고, 파주에서 맞닥뜨린 엄마의 실체 역시 파문을 일으킨다. 대체 이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경상도 사투리로 티격태격, ‘짜증’을 베이스로 서로를 질책하는 이 가족의 응어리는 ‘일상’이 되었고, 영화는 그 상황을 끈질기게 따라잡는다. 다 큰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이라는 말로 엮이는 사이. 그리고 그 테두리 안에서 이제는 부재하는 엄마와 죽은 형제가 이들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다. 부모의 싸움을 가장 근거리에서
<니나 내나> 우리 모두 다 이렇게 가족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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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누미 라파스)는 7년 전 사고로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리지는 자신의 아이와 꼭 닮은 롤라(애니카 화이틀리)를 마주하고 롤라가 자신의 아이라는 믿음에 빠진다. 롤라의 엄마 클레어(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는 서서히 자신들의 삶에 침투해오는 리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그녀의 집착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그렇게 리지의 집착이 심해질수록 리지의 남편 마이크(루크 에반스)와 아들 토마스 등 주변 사람들의 일상이 하나씩 무너져간다.
2008년 프랑스영화 <마크 오브 엔젤>을 리메이크한 <엔젤 오브 마인>은 2004년 <CNN>을 통해 보도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한 여성이 아이의 사망을 믿지 않고 닮은 아이를 자신의 자식이라 주장했던 사건을 감독은 스릴러와 심리 드라마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애틋함과 광기를 넘나드는 모성이나 사건 자체는 새로울 게 없지만 누미 라파스의 섬세한 연기 덕분에 다소 모순적인 캐
<엔젤 오브 마인> 한 여성이 아이의 사망을 믿지 않고 닮은 아이를 자신의 자식이라 주장했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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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 내털리 포트먼, 지나 데이비스, 케이트 블란쳇, 리즈 위더스푼…. 출연자 이름만 보면 이런 블록버스터가 없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급 배우, 감독, 제작자의 입을 통해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다. “신인 때 여자친구 역을 맡으며 생각했죠. 거머리처럼 살아남아서 이 판을 뒤집어버리겠어.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겠어.”(케이트 블란쳇) “세상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내 몸을 더 중요시한다는 걸 알게 됐다 상상해보세요. 어릴 때부터 객체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내털리 포트먼) “디렉팅을 줄 테니 무릎에 앉으라는 감독도 있어요. 톰 행크스도 감독 무릎에 앉나요?”(샤론 스톤)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는 고발에서 나아가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와 행동이 어떻게 현실을 바꿔놓았는지에도 주목한다. <델마와 루이스>(1991)의 지나 데이비스는 미디어젠더 연구소를 설립해 각종 유의미한 통계 자료로 할리우드의 차별적
<우먼 인 할리우드>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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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새로운 왕이 되어 대관식을 앞두고 있던 빅(서반석)은 뉴욕에 사는 친구 올림피아(이다은)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올림피아는 뉴욕시에서 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이는 영화의 전편인 <빅>(2016)에서 보여준 그의 공로를 기리는 자리다. 행사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모든 문을 자유롭게 열 수 있다는 황금열쇠를 선물받고 아들 퀸(김보나)과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던 빅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온다. 은행 금고가 털린 연쇄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것. 은행 CCTV에 빅의 행색을 한 이가 은행을 털고 도주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기 때문이다. 다행히 퀸과 올림피아의 도움으로 손쉽게 진범을 잡고, 누명을 벗은 빅은 다시 북극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북극에 도착하자마자 또 한번 위기가 닥치고, 이번에는 북극이라는 그의 터전 전체가 위협받는 일로 번진다. 정의로운 데다 귀엽기까지 한 북극곰 캐릭터 빅을 앞세워 북극과 뉴욕을 넘나드는
<빅2: 황금열쇠 대소동> 정의로운 데다 귀엽기까지 한 북극곰 캐릭터 빅을 앞세워 북극과 뉴욕을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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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배급사 필름다빈의 장편 프로젝트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은 단편 네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2박 3일>은 2주년을 보내기 위해 찾아간 남자친구의 집에서 이별 통보를 받는 지은(정수지)의 3일을 그린다. 배우 조은지의 연출작으로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개성 있게 풀어내는 연출과 각본,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정수지의 연기가 돋보인다. 5월14일, 민정(이상희)의 생일이자 동생의 결혼식날이다. <5월 14일>은 생일 축하는커녕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민정의 하루를 따르는데, 다채로운 감정의 결을 그리며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이상희라는 배우의 힘을 확인하게 만든다. 일방적인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수진(조민경)은 첫 출근을 위해 구매한 정장을 환불하려 한다. 캐리어 한가득 짐을 싣고 거리를 배회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의 걸음은 꽤 당차다. 핸드헬드 기법만으로 촬영한 <환불>은 수진 역을 소화한 조민경의 호연을
<오늘, 우리>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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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쿠엔틴 타란티노 8>는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부터 <헤이트풀 8>(2015)까지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장편 영화 8편에 얽힌 사연과 열정을 그와 함께한 동료 13명의 입을 빌려 펼쳐놓은 다큐멘터리다. 비디오가게 점원이던 ‘영화광’ 타란티노 감독은혜성처럼 등장해 할리우드에 새 바람을 일으켰고(1장 혁명(<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못된 남자들을 혼내주는 강인한 여성들을 그려 시대를 앞서나갔으며(2장 센 여자들&장르 연출(<재키 브라운> <킬 빌> <데쓰 프루프>)), 역사와 세상의 부조리를 자신의 언어로 비판했다(3장 정의(<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장고: 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 8>)). 이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를 찍을 때
<쿠엔틴 타란티노 8>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장편 영화 8편에 얽힌 사연과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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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나팟 시앙솜분)과 깅(핌차녹 류위셋파이분)은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돈독한 친구 사이다. 10년 전 깅의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고 바람피우는 현장을 쫓는 순간에도 팜은 깅 옆에 있었다. 두 사람은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라는 의미에서의 사랑이다. 팜은 처음부터 깅을 이성으로서 좋아했지만 계속 친구로 지내면 서로 소유하려고 하지 않고 헤어질 일도 없지 않느냐며 먼저 선을 그어버린 탓이다. 그리고 10년 후, 팜은 여전히 깅을 사랑한다. 그나마 팜을 덜 애잔하게 하는 건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연애를 꾸준히 해왔다는 점. 아버지의 외도에 트라우마가 있고 연애를 하며 상처도 많이 받았던 깅은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 테드가 젊고 예쁜 여자 가수와 바람이 난 것 같아 초조하다. 그런 깅을 지켜보기가 안타까운 팜은 정작 자신의 애인에게 소홀하며 애인의 바람을 증명하려는 깅의 고군분투에 부지런히 함께한다. 애써 친구로 지내느라 속내를 숨기
<프렌드존> 친구로 지내느라 속내를 숨기는 남녀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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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와 유랑자들의 계관시인, 클레르 드니가 SF영화로 돌아왔다. <하이 라이프>는 광활한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몬테(로버트 패틴슨)와 딸 윌로의 고독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선에서 몬테는 홀로 남아 아이를 돌본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으나 함께 우주선에 탑승했던 이들은 지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들로, 인류의 미래를 건 실험대상이 되어 우주로 떠났다. 실험의 목표는 블랙홀의 회전에너지를 추출하는 것. 그러나 아기에 집착하는 또 다른 탑승자 딥스 박사(줄리엣 비노쉬)로 인해 죄수들은 우주에서 출산과 양육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또 다른 실험의 대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보이스(미아 고스)는 딥스 박사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새 몬테의 아이를 임신한다. 우여곡절 끝에 동료들은 모두 사망하고, 몬테와 그의 딸 윌로만이 남는다.
SF 장르의 클리셰적 프로덕션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이는 클레르 드니의 시선은 여전히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하이 라이프> 광활한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몬테와 딸 윌로의 고독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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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루 드 라주)는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호텔을 새어머니 모드(이자벨 위페르)의 지시대로 관리하는 노동자다. 어느 날 그녀는 갑자기 납치돼 알프스 숲속에서 살해될 위기에 처하고, 근처의 외딴집에 살던 남자 피에르(다미엔 보나드)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스노우 화이트>는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를 패러디해, 현실과는 동떨어진 원작의 동화적 구도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억압된 생활을 벗어난 클레어는 원작의 일곱 난쟁이에 해당하는 7명의 새로운 남성들을 만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기 시작한다.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한 뒤 젊음을 향한 욕망에 신음하는 모드와, 주체적으로 성적 해방을 맛보는 클레어 캐릭터 모두 재치 있게 변주된 모양새다. 고전 동화 속에 숨겨진 섹슈얼리티를 포착해 이를 현대적인 상상력으로 한껏 끌어올린 사례로서 흥미롭다. 하지만 정작 <스노우 화이트>가 지닌 매력은 원작 텍스트를 깊이 있게 파고든 뒤 비틀어낸 효과라기보다, 판
<스노우 화이트> 고전 동화 속에 숨겨진 섹슈얼리티를 포착해 이를 현대적인 상상력으로 한껏 끌어올린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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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자신감 없고 위축되어 있는 아카네(마쓰오카 마유). 그는 생일 전날 선물을 받기 위해 고모네 집에 들른다. 그곳에서 아카네와 그의 사촌 치이(안)는 창고로 쓰던 지하실에서 올라온 연금술사 히포크라테스(이치무라 마사치카)를 만난다. 히포크라테스는 지하실과 이어진 ‘저쪽 세계’에서 왔노라 자신을 소개하며 아카네가 자신들을 구원할 존재라고 주장한다. 갑자기 ‘초록 바람의 여신’으로 불리게 된 아카네는 싫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신비로운 원더랜드에 입성하게 된다. 이 마을은 대대로 양을 키우며 맨드라미로 물들인 스웨터와 목도리를 뜨는 전통을 지닌 곳이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들에게 닥친 위기는 바로 필요한 물이 없어지게 됐다는 것. 물방울 베기 의식에 참여해야 하는 왕자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그를 구할 임무를 부여받은 아카네의 모험이 시작된다. 시공간을 다루는 거미, 철갑 생쥐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동화적 풍경을 구현한 비주얼이 압권이다. 서사는 단순
<버스데이 원더랜드> ‘용기는 어떻게 낼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집중해 짜인 모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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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6번째 영화이자 제작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배우 린다 해밀턴이 28년 만에 복귀한 영화다. <터미네이터2>의 이야기를 잇는 점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와 동일하다. 그러나 스카이넷과 싸워 이긴 사라 코너와 존 코너의 후일담을 다루는 방향은 두 영화가 완전히 다르다. 이번 영화는 사라 코너가 끝내 스카이넷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날 이후 22년이 흐른 어느 날, 다시 터미네이터가 나타난다. 그런데 Rev-9(가브리엘 루나)이라는 진화한 형태의 터미네이터가 추적하는 인물은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예스)라는 평범한 멕시코 여자다. Rev-9이 대니의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 의문의 강화인간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와 사라 코너가 나타나 대니를 구해준다. 영화는 사라 코너가 왜 대니 앞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터미네이터와 슈퍼솔저 두 사람의 존재는 무엇인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그날 이후 22년이 흐른 어느 날, 다시 터미네이터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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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김도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1982년 평범한 가정의 1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지영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보편의 경험과 어려움을 담았다.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독박 육아’ 중인 30대의 김지영은, 종종 자신의 엄마나 외할머니 같은 주변 여성들의 인격에 빙의된 듯한 이상 증세를 보인다. 김지영의 생애 전반을 서술한 원작과 달리 영화는 지영의 현재에 집중하며 일상의 위기를 포착하고 있다. 의도와 별개로 만연한 무관심 속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제도적·문화적 불합리를 겪으며 소진된 김지영.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태의 그녀가 세대를 막론한 주변의 여성들을 떠올리고 정신적으로 깊이 이입한다는 설정은 영화를 통해 한층 더 현실적이고 애절하게 체감된다. 오빠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엄마 미숙(김미경)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영을 지켜보는 남편 대현(공유), 친정과 시댁 그리고 회사 동료들에 이르기까지 김지영과 그물을
<82년생 김지영> 지영의 현재에 집중하며 일상의 위기를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