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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잉, 그로잉 Glowing, Growing감독 호리에 케이출연 료 무라시마, 도다 마사히로일본/ 2001년/ 92분20대 중반의 남자 키미노부가 여자를 목졸라 죽인다. 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의 사랑을 비웃으며 떠나려 한 데 분개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키미노부는 자살을 결심하고서 어릴 때 고향에서 졸개처럼 데리고 다녔던 20대 초반의 준을 찾아가 부추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자살할 권리가 있어. 자살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거야.” 준은 힘센 남자들에게 맞고 다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얼간이 소리를 듣고 채인 유약한 남자다. 어딘가 모자라기까지 해보이는 준은 ‘자유’라는 말에 마음이 끌린다. 둘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안내한 해변가를 자전거를 타고 찾아나선다.24살의 호리에 케이가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글로잉, 그로잉>은 특이한 영화다. 불확실한 동기로 자살하려는 둘의 바보스런 여정을 뜻밖에 진지하고 슬픈 분위기로 끌고 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 판타스틱 장르영화 백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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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단편들은 해마다 많은 관객과 조우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편영화가 단순히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인 것이 아니라, 극의 밀도가 높고 장르적 실험이 왕성한, 젊은 영화임을 관객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다. 한때 호러와 스릴러의 비중이 높던 부천의 단편들은 최근 들어 특정 장르에 편중되거나 한두 마디로 정리할 만한 경향을 보이진 않는다. 다만 다양한 장르 속에서의 기발한 세태 풍자,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는 반전의 묘미 등이 두드러진다.해외부문 - 새로워라 애니메이션최근 단편에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가장 빠른 팽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연코 애니메이션이다. 도무지 시각화하기 힘들던 상상 속 이미지들에날개를 달아줄 만큼 기술력이 발전한 덕이다.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의 빌 플림턴이 내놓은 신작 먹이도그중 하나다. 인간의 사지육신과 오장육부를 떡주무르듯 하는 과격한 상상력의 대가인 빌 플림턴의 <먹이>는 뜻밖에도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에서점잖게 이야기를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 웃음과 반전의 스타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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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on Takashi Miike미이케 다카시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이전에 만났을 때, “당신이 가장 만들고 싶은 영화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이케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영화라고 답하면, 사람들이 ‘아, 미이케 다카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혹은 세상의 틀이나 질서에 가두기 싫다는 것. 아마도 그것이 미이케의 사상이고, 행동양식이고 또 그의 영화가 아닐까?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천개의 얼굴을 가진 불상과도 같다. 데뷔작인 <후도>를 보았을 때는 기발하고 희한한 만화 같은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을 보았을 때는 섬세하고 오랜 세월 숙련된 칼로 뜬 생선회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표류가>에선 모든 것을 초월한 잡동사니로 들끓는 에너지를 보았다. <천연소녀 만>을 보았을 때는 정말 심하게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미이케 다카시 틀별전 - V시네마의 아지테이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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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Jackson Special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으로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과장이 아니다. 엽기적인 상상력과 피가 튀는 코미디로 종횡무진하던 피터 잭슨이, 그 웅장한 신화의 세계를 온전하게 창조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서구사회에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반지의 제왕>은 피터 잭슨의 상상력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피터 잭슨 역시 과거에 오르지 못했던, 새로운 봉우리 등정에 성공했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프라이트너>의 맥빠짐과는 달리,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뉴질랜드에서 만든 <반지의 제왕>은 기운이 넘친다.<반지의 제왕> 이전까지, 피터 잭슨은 ‘컬트’감독이었다. 소녀들의 일탈과 몽상을 그린 <해븐리 크리쳐스>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보통 사람들의 선(線)을 마음대로 뛰어넘는 엽기적인 영화들이었다. 사람을 식용으로 쓰는 외계인이나 좀비와의 구역질나는 식
피터 잭슨 특별전 - `컬트` 감독의 원초적 초기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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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충무로를 전쟁터로 묘사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영화 한편을 구상하고 기획해서 촬영에 들어가고 극장에 붙일 때까지 생산자들은 끝도 없이 나타나는 ‘적’들과 피비린내 물씬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시나리오의 날을 세우고 나면, 바로 제작비 조달과 캐스팅이라는 만만치 않은 적을 상대해야 한다. 온갖 요소와 맞서 싸우며 근근이 촬영을 마치고 나도 극장 확보와 홍보라는 대전을 치러야 한다. 이 전쟁을 치러나가는 데 있어 요즘 들어 가장 위력있는 ‘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스타급 배우다. 수많은 한국영화가 자웅을 겨루는 이 백가쟁명의 환란기에서 믿을 만한 것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관객 동원력을 확보한 스타의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
이름부터 총사령부를 지칭하듯, 매니지먼트 업체 싸이더스 HQ는 이 전장에서도 손꼽히는 명가다. 정우성, 전지현, 설경구, 전도연, 김혜수, 박신양, 김승우, 차태현, 장혁, 손창민, 신민아, 조인성, 최지우, 이은주, 한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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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의 만남, 그리고 긴 기다림
이렇게 축적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훈탁은 오래 전 실패했던 배우 매니지먼트를 재개한다. 소속 배우라곤 EBM 출범 직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났던 정우성뿐이었다. “처음 만나 눈을 바라보는데 바람이 솨-하고 불어오는” 느낌을 받았던 그는 정우성에게 의형제를 제안했고, 정우성도 마음이 통했는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방송사나 영화계에 인맥이 없었던 그로서는 그저 “기다리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 1년 가까이 백수처럼 지냈음에도 정우성은 조급한 내색을 하지 않았고, 다른 매니지먼트로부터의 스카우트 제의도 모두 뿌리쳤다.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뒤, 정훈탁이 가장 먼저 신경쓴 일이 정우성을 키우는 것이었음은 당연했다. 그는 신철 사장을 다시 찾아가 <구미호>에 캐스팅해줄 것을 간곡히 사정했다. 당연하게도 초반 반응은 안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철 사장이 정훈탁을 불러 양주를 따라주며 위로의 말 비스무레한 것을 건넸다. 술에 취한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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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무로의 평판이 안 좋다.
=나도 알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거나 내가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본 사람이 나를 나쁜 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오케이다. 하지만 소문만 듣거나 한 사람들이 욕을 한다면 별로 인정할 게 없다. 만약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거나 좋은 제작환경이 있다면 내가 쫓아가서 무릎을 꿇고라도 우리 배우를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날 보고 건방지다고 하는데, 얼마 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우리 배우를 넣어달라고 빌었지만, 이미 캐스팅이 됐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강 감독님에게 아쉬운 생각은 없다.
-충무로의 시나리오나 제작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인지.
=우리 회사로 일주일에도 30권 정도의 시나리오가 들어온다. 그중 내게 올라오는 것도 2∼3권 정도다. 나는 배우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 그 다음에 내 배우를 넣으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한 여지를 두고 이렇게 바꾸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3]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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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이 송강호를 만나면?
불륜이네. 현재 나는 오성이랑 잘 살고 있고, 송강호씨도 박찬욱 감독님이랑 잘 살고 있는데. 이런 질문에 답하다간 구설수에 오르는 것 아닌가? (웃음) 사실, 한번 러브콜을 한 적은 있다. 송강호씨를 처음 본 게 <초록물고기>에서였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데뷔작인 <억수탕>의 동네 건달 역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인연이 안 닿아서 성사되진 않았지만. 지금도 그는 여전히 연출자가 원하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배우다. 감독의 입장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앞으로 송강호의 살냄새 나는 멜로영화를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나보고 찍으라고? 오성이한테 일단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웃음)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배경으로 한 멜로영화가 되지 않을까.
곽경택이 송강호를 통해 본 박찬욱
송강호의 연기에는 섬뜩한 게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도 그랬고, <복수는 나의 것>은 더했다. 그
박찬욱·곽경택 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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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예비된 ‘파트너’는 따로 있었다. 그런데 곽경택(36) 감독은 제3자를 통해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전해왔다. 친분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간단했으나, 서글서글하기로 유명한 곽 감독의 답변치곤 의외였다. 심적 부담 때문인가? <챔피언>이 전국에서 8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친구> 이후 내놓는 작품이니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다. 관객과의 대면을 앞두고서 동료와 벌이는 스파링. 대부분의 감독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바랄 테니까.
한동네 주민인데다 초등학교 2학년 딸래미들이 같은 학교, 같은 발레학원에 다니는 탓에 2년 전부터 곽경택 감독과 얼굴을 트고 지낸다는 박찬욱(39) 감독을 섭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렇다 해도 ‘덕담만발’ 토크는 곤란했다. “저를 고르셨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그는 알다시피 동종업에 종사하는 ‘이웃사촌’끼리 ‘격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며, “만나보기 전까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잘
박찬욱·곽경택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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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4: 그 음악, 꼭 필요했나?
#67 버스 안
경미가 탄 버스를 따라 뛰는 득구. 그는 창가에 앉은 경미에게 자신의 옷의 이름을 보여주려 애쓰고, 이를 본 경미의 무안함과 달리 버스 안은 환호하는 승객으로 더 북적댄다.
박찬욱 | <친구> 느낌이 묻어나는 장면을 보니 반갑던데.
곽경택 | 달리는 거 말씀하십니까? 버스장면도 그렇고 전 되게 고민했는데. 형님은 안 그렇습니까?
박찬욱 | /나야 남의 영화 보니까 재밌던데. 뭐. (웃음) 근데 이 장면에서 갑자기 그 노래(<로보트 태권V>)는 왜 나와?
곽경택 | 그냥 그 장면을 찍다가 문득 생각나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넣은거죠.
박찬욱 | 여기서 그 노래를 쓴 건 오버 아니야? 전반적으로 음악은 좀 불만이야. 어우러지는 않으니까. 개별적으로 쓰인 노래들은 좋긴 한데, 정서가 하나로 모아지지가 않으니까. 후반부에 경미가 발 씻어주는 장면의 톤이 좀 튀어서 그렇지 그림은 그것 빼면
박찬욱·곽경택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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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지난 6월17일 신작 <해안선>의 촬영을 시작했다. <나쁜 남자>로 또 한번 격한 찬반논란에 휘말렸던 김기덕 감독이 이번에 만들 작품은 어떤 영화일까? 제작발표회를 겸한 해병대 지옥훈련 퇴소식이 열린, 전라북도 위도의 <해안선> 촬영현장을 다녀왔다.편집자----6월17일 오전 8시, 40명이 넘는 영화담당 기자들을 태운 두대의 관광버스가 덕수궁을 출발, 김기덕 감독의 신작 <해안선> 촬영장인 위도를 향했다. 공중파 3사의 방송카메라에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를 망라한 취재진 규모를 보자, 묘한 느낌이 밀려왔다. 96년 데뷔작 <악어>의 첫 시사회가 열린 직후 김기덕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좀 흥분했다. “한강변에서 <악어>를 찍는 동안 아무도 취재하러 오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어떤 경력도 알려진 적 없는 감독이 찍는, 스타가 나오지 않는 데뷔작 촬영현장에 기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건
김기덕-장동건의 <해안선> [1] - 위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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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은 민간인을 사살하고 미쳐버린 어느 해안초소 군인의 이야기다. 해안초소에서 근무하는 강 상병(장동건)은 투철한 군인정신의 소유자다. 바다에서 침투하는 간첩을 잡기 위해 세운 초소, 강 상병은 반드시 간첩을 잡아 훈장을 받겠다고 다짐한다. 미해병 특수부대를 동경하는 강 상병에게 어느 날 기회가 온다. 야간투시경으로 해안을 노려보던 어느 날 밤,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방아쇠를 당긴다.
<해안선>에서 강 상병이 쏜 총탄이 뚫고 지나간 것은 간첩이 아니라 마을 청년 영길의 가슴이다. 초소 근처 마을, 영길은 횟집을 운영하는 철구(유해진)의 여동생 미영(박지아)과 결혼할 참이었다. 어느 날 밤, 미영과 영길은 해안 철조망을 넘어 들어간 위험한 정사에 빠져든다. 절정에 오르는 순간, 총알이 영길의 몸을 파고들고 미영은 애인의 피를 뒤집어쓴다.
그날 이후 강 상병과 미영의 행동은 이상해진다. 간첩을 잡겠다는 강 상병의 집착은 도를 더해가고 눈앞에서 온몸이 산산조
김기덕-장동건의 <해안선> [2] - <해안선>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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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의 기자가 몰린 <해안선> 촬영현장에서 간단한 대답만 하고 자리를 정리한 김기덕 감독에게 이틀 뒤 전화를 걸어 <해안선>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나쁜 남자>가 끝난 뒤 강원도에 <수취인 불명>의 빨간 버스를 갖다놓고 콩과 옥수수를 기르는 등 생활의 변화를 꾀하면서도 창작의 속도를 늦추지 않던 그는 그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해안선> 두편을 준비해왔다. <해안선>을 끝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갈 <봄 여름…>은 동자승이 해탈하기까지를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보여줄 작품. 제작사인 LJ필름은 <해안선>이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반면 <봄 여름…>은 다소 다른 색깔의 작품이라 <봄 여름…>을 먼저 찍길 바랐지만 주왕산에 지을 예정인 세트가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비협조로 미뤄지는 바람에 <해안선>부터 찍게 됐다. 다음은 예정된 야간촬영이 취소
김기덕-장동건의 <해안선> [3] - 김기덕 감독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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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호금전 회고전을 잇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야심작은 베르너 헤어초크 회고전. 70년대 말 국내 영화광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 독일문화원, 거기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던 <아귀레, 신의 분노>가 바로 헤어초크의 대표작이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함께 70년대 독일영화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감독으로 알려진 헤어초크, 그는 과연 어떤 영화로 세계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기인이 됐을까? `광기의 모험가`, `망상가`, `신비주의자` 등 헤어초크를 수식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정작 그의 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던 이들에게 이번 회고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아귀레, 신의분노>가 머지않아 개봉할 예정이지만 스크린에서 그가 만든 스펙터클을 일별한다는 것은 분명 가슴벅찬 일이다. 감독 헤어초크의 작품세계와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될 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편집자-----“이 성은 참으로 이상하오. 때로는 꿈의 일부가 아닌가 하고 생각되기도 하지.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베르너 헤어초크 회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