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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여행 Journey of the Gray Men▶ 아시아영화의 창/ 이란·일본/ 아미르 사합 라자비안/ 101분▶ 11월21일 오전 11시 대영6, 11월20일 오후 5시 메가박스9옛 사랑의 그림자를 따라서 이란의 세 노인은 채 매듭을 짓지 못한 젊은 날의 사랑을 찾기 위해 먼 여행길에 오른다. 노인들은 그들만큼 나이를 먹은 자동차를 타고 추억이 서린 곳을 향한다. 하지만 세상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 아이들은 노인네를 조롱하고 경찰은 그들의 여행 목적을 의심한다. 가까스로 닿은 그곳에서 주인공 에스판디아르는 여전히 수줍은 모습의 옛 사랑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도망친다. 그토록 그리던 옛 님과의 재회를 포기한 이유를 묻는 두명의 동료에게 에스판디아르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사랑이 두개의 짦은 기억으로 포장될 수 있도록….” <황혼의 여행>은 다큐와 극영화의 중간쯤에 서 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면 감독이 나와 이 영화를 만들게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멜로영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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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상영작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감독의 이름을 보는 사람. 시네마테크의 크고 작은 행사가 늘 모자란 듯 아쉬운 사람. 영화제에서 일년치 영양 보충을 해야 한다고 덤벼드는 취미가 있는 사람. 동서양의 거장과 예비 거장들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올 부산영화제는 다종다양한 ‘성지순례’ 코스를 제공할 것이다.문석 / 박은영 / 김현정 / 유운성(영화평론가)임소요 Unknown Pleasures▶ 아시아 영화의 창/ 일본·한국·프랑스/ 지아 장커/ 2002년/ 113분▶ 11월 16일 오후 5시 대영1, 11월 20일 오후 8시 대영1중국 탄광촌 아이들의 ‘청춘잔혹이야기’. <소무>와 <플랫폼>에 이은 지아 장커의 세번째 장편 <임소요>는 그가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했던 단편 <공공장소>와 <개들의 처지>의 무대가 되었던 바로 그곳, 샨시성(山西省) 따퉁(大同)에 거주하는 19살 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서로 동갑내기인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작가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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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 월드 시네마/ 핀란드/ 아키 카우리스마키/ 2002년/ 97분▶ 11월 16일 오후 5시 부산1, 11월 20일 오후2시 부산 1실직당한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무뚝뚝한 그러나 진심어린 응원.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따뜻해졌다. 그는 예의 그 뚱한 얼굴로 “현실이 너무 비극적이기 때문에 영화는 해피엔딩이길 바랐다”고 말한다.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불경기의 한파 속에서 직장을 잃고 자꾸만 더 낮은 계급으로 추락하는 이들에겐 위무가 필요하다. 카우리스마키는 헬싱키 실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낀 서릿발을 녹여낼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구상하기로 했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과거가 없는 남자>다.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헬싱키에 온 남자는 밤길에 불량배를 만나 돈을 빼앗기고 죽도록 얻어 맞는다. 의사들마저 죽은 줄 알았던 그 남자는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이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작가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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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주 Russian Ark▶ 월드 시네마/ 러시아/ 알렉산더 소쿠로프/ 2002년/ 96분▶ 11월20일 오후 5시 부산2, 11월22일 오후 8시 메가박스9유럽문화의 박물관을 거니는 유령의 시선으로 본 러시아 300년 소쿠로프의 신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자꾸 불편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일단 영화의 무대가 되는 에르미타쥐(Hermitage)는 1050개의 방, 2천여개의 창문, 120개의 계단, 대략 250만점의 전시물, 그리고 지붕 위에 176개의 조각상이 있다고 하는 그야말로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로마노프 왕조의 여러 인물들, 즉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대제, 그리고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등은 물론이고 수많은 귀족들이 러시아 300년의 역사 속에 유럽문화를 아우른 광대한 프레임 속으로 차례로 등장했다 사라진다. 소쿠로프는 단 하나의 길게 이어진 시점샷으로만 구성된 영화를 기획하고 HD 디지털카메라와 유려한 스테디 캠 촬영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작가영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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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Monday Morning ▶ 월드시네마/ 프랑스·이탈리아/ 오타르 요셀리아니/ 120분▶ 11월19일 오후 8시 부산1, 11월22일 오후 8시 대영1삶은 쳇바퀴, 그래도 괜찮을까? 뱅상의 삶에 탈출구는 없어보인다. 거대한 공장의 용접공 뱅상은 매일같이 꼭두새벽에 일어나 엄청난 시간을 들여 출근한 뒤 공장의 부품처럼 일하다가 무미건조한 가정으로 ‘홈인’한다. 하지만 아내와 두 아이에게 그는 돈을 찍어내는 공장일 뿐이고, 가족에게서 삶의 위안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어느 날 아침, ‘공장 내 금연’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는 공장문 앞에서 단호하게 발길을 돌린 뱅상은 무작정 베니스로 향한다. 그곳도 탈출구는 아니었다. 그는 그곳에서 마치 예전의 자신처럼 월요일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공장을 향해 퍽퍽한 발자국을 찍는 카를로를 만나 다시금 비애를 맞이한다. 그럼 탈출구는 어딜까 도대체 그런 게 있기라도 한 걸까 그루지야 출신 미지의 거장 요셀리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작가영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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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다큐멘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자로서 되돌아봐야 할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부터 복장도착자를 아버지로 둔 가족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감히 극영화로 접근하기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주최쪽이 귀띔한 대로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높고 대중적 재미도 만만치 않다. 부산에서 극영화보다 극적인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흠뻑 빠져보시길.남동철 / 문석연안에서 온 딸 Daughter from Yan’an▶ 와이드앵글/ 일본/ 이케야 카오루/ 2001년/ 120분▶ 11월18일 오후 5시30분 부산3, 11월20일 오후 8시 부산3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역사의 격랑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가 <연안에서 온 딸>은 70년대 자신도 모르는 새 문화혁명의 최전선에 섰던 1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다큐멘터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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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알파벳 Afghan Alphabet ▶ 와이드앵글/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46분▶ 11월19일 오전 11시 대영6, 11월21일 오후 8시 대영6아프가니스탄에 희망을! 미래를! 1980년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발발한 이래, 2천만명 중 250만명이 죽었고 700만명이 집을 잃고 다른 나라를 떠돌고 있다. <아프간 알파벳>은 이란과 아프간 국경지대에 사는 아프간 어린이들을 주목한다. 바글거리는 난민의 아이들은 이란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소외돼 있다. <아프간 알파벳>은 UNICEF 등의 도움으로 이곳에 세워진 학교의 첫날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학교를, 아프간의 미래를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기는 평등한 정보의 시대인가.라말라에서의 결혼 A Wedding in Ramallah▶ 와이드앵글/ 호주/ 셰린 살라마/ 2001년/ 90분▶ 11월19일 오후2시30분 대영5, 11월22일 오후 8시 대영5어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다큐멘터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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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슬로건은 서울여성영화제의 것만이 아니다. 내년 봄으로 기약된 여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그린 영화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면, 올 가을 부산영화제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산에도 여성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해지고 있으니 말이다.박은영/김현정막달레나 자매들 The Magdalene Sisters▶ 오픈 시네마/영국/피터 뮬란/2002년/119분▶ 11월19일 오후8시 부산시민회관,11월22일 오후2시 부산시민회관신앙의 이름으로 억압받은 여성의 역사, 그 무덤에 꽃을 바치라. 막이 오르면 강간당한 소녀가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축제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귀엣말로 이 ‘사고’의 전말이 퍼져나가는데,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 소녀에게 꽂히는 시선은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책망과 경멸이다. 졸지에 소녀는 방탕한 죄인으로 몰리고 참회를 위해 수녀원에 보내진다. 너무 어리숙하거나 똑똑해서,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여성 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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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코미디다 Sex is Comedy ▶ 월드 시네마/ 프랑스/ 카트린느 브레야/ 2002년/ 101분▶ 11월19일 오후8시 대영1, 11월21일 오후5시 대영1몸을 벗는 것보다 마음을 벗는 것이 더 힘들다. “말은 거짓이고, 몸은 진실이지. 이제부터 진실을 탐구해야 해.” <로망스> <팻 걸> 등 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영화들을 만들어온 카트린느 브레야는 그 작품들을 만들며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옷을 벗는 것보다 더 힘겹고 중요한 일은 마음을 벗는 것이라는 사실. <섹스는 코미디다>는 섹스에 관한 영화, 그런 영화 찍기에 대한 영화로, <로망스> <팻 걸>의 촬영 후일담이라 할 수 있다.섹스신 촬영을 앞둔 여감독 잔느는 주연배우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새침한 여배우는 옷 벗기를 꺼리고, 냉소적인 남자 배우는 개런티때문에 ‘해준다’는 식이다. 소품 담당자는 커다란 인조 성기를 준비하고, 촬영장은 웃음바다가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여성 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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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가끔 인내의 한계를 요구한다. 한참을 자다 일어났는데도, 잠들기 전과 별로 다를 것 없는 그림이 펼쳐지고 있는 경험. 영화제에 가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거장들의 이름 밑에 묻힌 재미있는 영화도 몇편은 있다. 이 영화들만 골라본다면 올해 부산영화제에선 단 한순간도 잠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문석/이영진/김현정마이 빅 팻 그릭 웨딩 My Big Fat Greek Wedding ▶ 오픈 시네마/ 미국/ 조엘 즈윅/ 2002년/ 95분▶ 11월17일 오후 2시30분 시민회관, 11월22일 오후 5시 시민회관내 사위가 미국인이라니! 그리스계 미국인 처녀 툴라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 그리스 아이들을 한바구니 낳아야 하는 삶에 염증을 느끼던 그녀는 컴퓨터를 배우고 여행사에 취직하면서 활력을 찾는다. 때마침 찾아온 사랑. 그러나 사위감 이안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당황하고 낙담한다. <마이…>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대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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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된 악당, 한니발 렉터는 누구인가 한니발 렉터가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를 영화화한 <레드 드래곤>으로 돌아왔다. 렉터를 체포한 FBI 수사관 윌 그래엄과 연쇄살인범의 대결을 다루는 <레드 드래건>, FBI 연수생 클라리스 스탈링이 렉터와 교감하면서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양들의 침묵>, 2편에서 탈출한 렉터가 플로렌스에서 위기를 겪은 뒤 스탈링과 재회하는 <한니발>. 18년에 걸쳐 완성된 이 삼부작의 생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광기어린 살인마이자 뛰어난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다. 심장을 먹어치우는 살인마가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독자의 심장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렉터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일은 위험하지만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한니발 렉터’ 시리즈가 원작인 영화 <맨헌터>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래곤>은 모두 소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다를 때는
한니발 렉터를 해부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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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터는 리투아니아 영주 집안의 장남이었다. 하인들은 냉정하고 말수 적은 여섯살 렉터를 두려워했지만, 네살 터울의 여동생 미샤는 목욕하는 주변을 지켜주던 오빠를 무작정 사랑했다. 평화가 깨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외딴 장원까지 밀고들어온 어느 겨울이었다. 렉터 집안은 숲 전체를 폐허로 만든 포격 와중에 몰살당했고, 살아남은 미샤는 굶주린 탈영병들에게 끌려가 도끼에 조각난 고깃덩어리가 됐다. 렉터는 미샤를 돌려달라고 기도하면서도 뼈를 쪼개는 묵직한 도끼소리를 흘려듣지 않았다. 응답받지 못한 기도를 올린 뒤, 렉터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만드는 능력과 엄청난 악의”로만 신을 기억하게 됐다. 고아로 남겨진 아이가 저명한 정신과 의사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죽음과 폭력을 혼자 견뎌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많은 정신분석의들은 연쇄살인범은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환상을 충족하고자 살인을 저지른다고 설명한다. 그
한니발 렉터를 해부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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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어둠과 불안을 건져 영웅은 단 한명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거울 조각으로 영웅의 모습을 비춘다. 네명의 감독은 그 자신만의 렉터를 기억했고 창조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렉터의 심장이다. 정제된 취향은 야만을 용납하지 않고, 그 안에 도사린 야만은 인육을 요리하는 우아한 주방에서 위태로운 줄을 탄다. AP통신 기자 출신인 해리스는 전세계의 테러와 범죄를 목격했다. 그가 6년과 11년 간격을 두고 완성한 세편의 소설은 유리처럼 단단한 인간의 피부 밑에서 어둠과 불안을 건져올린 것이다. 그 세월이 응축된 한니발 렉터. 테드 톨리는 “렉터가 왜 신화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토마스 해리스도 그 답을 모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도 그 답을 알지 못하는 까닭은, 렉터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속에 어떤 악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글 김현정 parady@hani.co.kr 디자인 임정숙 norii@h
한니발 렉터를 해부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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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기로딱 TOKIROTAK: ‘애니메이션은 1초라는 짧은 순간을 위해 15장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중노동이다’라는 의미로, ‘똑딱 사이에 15프레임’을 짧게 줄인 말.처음에 그들의 애니메이션에서 ‘TOKIROTAK’이라고 영어철자로만 된 크레딧을 보았을 때, 왠지 그것이 ‘도끼로탁’으로 읽혀져야만 할 것 같았다. 그들의 작품이, 도무지 청소년영화제 출품작이라고, 그러니까 아직 18세 관람가의 영화는 공식적으로 못 보고 지내는 중인 ‘어린’ 이들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고, 그래서 이건 도깨비 방망이로 탁! 하고 쳐서 만들어낸 것 같다는, 그런 기분에서였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선화예고 컴퓨터실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이들이 어떤 특별한 천재들의 집단일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엷어지게 되었다. 아이들은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여기저기에 자유롭게 걸터앉아 있었는데, 첫눈에 그들은 아주 평범해 보였던 것이다. 여느 길에 걸어다니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 이들이
선화예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팀 `또기로딱`(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