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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5 <저수지의 개들>과 인터뷰 : 영화 뒤에서 생긴 일올해로 <저수지의 개들>(KRCnet 출시)이 발표된 지 딱 10년이 됐다, 는 말은 ‘아니 벌써’와 ‘아직 그것밖에…’라는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갖게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그동안 수많은 추종자 무리와 함께 하나의 도도한 스타일을 형성해냈다. 현대의 클래식 같은 인상마저 풍기는 이 영화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여전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느낌을 준다.이 영화의 10주년을 기념해 2장짜리로 출시된 DVD는 이처럼 당시를 추억하면서도 이 영화의 현재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풍성한 서플먼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1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이뤄진 다종다양한 인터뷰. 첫 번째 장에는 타란티노를 비롯, 프로듀서 로렌스 벤더, 배우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크리스 펜, 커크 발츠 등의 인터뷰가 담겨 있고, 보너스 디스크에는 타란티노의 긴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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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6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과 특수효과를 즐기려면 : 디지털 요다를 어떻게 낳았을까?“한신도 블루스크린 없이 찍은 적이 없었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폭스 출시, 이하 <에피소드2>)은 영화의 제작과정이 곧 특수효과의 실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자막이 지원되면서 전편의 불편함을 완전히 날려버린 <에피소드2>에 담긴 <인형에서 픽셀로>(From Puppets to Pixels)라는 다큐멘터리는 <에피소드2>의 비장의 카드였던 ‘디지털 요다’의 탄생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사 촬영 3개월 전, 격렬한 액션신까지 포함된 <에피소드2>의 요다를 풀디지털로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ILM 애니메이터들은 일주일 뒤 간단한 데모버전을 조지 루카스에게 보여준다. “음… 멋진데 한번 해보자구!” 그러나 고무인형 요다를 완벽히 디지털로 만드는 작업은 꽤 까다로워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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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7 <인랑> 등과 미술 : 위대한 손의 거대한 마술<공각기동대> 등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작업은 항상 경탄을 자아낸다. 그의 후배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연출했고, 오시이 자신은 기획과 시나리오를 맡은 <인랑>(SRE코퍼레이션 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80억원 이상의 제작비와 1천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3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아날로그애니메이션 최후의 대작’은 컴퓨터그래픽 대신 엄청난 수작업을 통해 무시무시할 정도로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영상을 보여준다.아날로그애니메이션의 극한을 보여주는 <인랑> 제작과정의 전모는 2장의 디스크와 500페이지가 넘는 오리지널 스토리북으로 구성된 DVD 박스세트를 통해서 그 일단이 드러난다. 특히 미술과 관련된 내용은 한 장면을 작업공정별로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비롯해 85장에 달하는 캐릭터 그림과 16장의 무기 그림, 37장의 차량 그림, 36장의 배경화면 그림을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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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8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단편들 : 불안한 몽상, 불길한 몽환<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브에나비스타 출시)은 팀 버튼이 쌓아올린 조그만 성(城)처럼 느껴진다. 직접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DVD 첫 화면에 떠오르는 시골길은 팀 버튼이 살고 있는 밤의 세계로 곧바로 이어질 것처럼 음산하다. 부두인형처럼 누덕누덕한 할로윈 마을의 유령들과 핏방울처럼 불길한 연인, 대니 앨프먼의 친숙한 음악이 뒤엉킨 77분도 여전히 팀 버튼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악몽을 통과하면 오랫동안 제목만 들어야 했던 팀 버튼의 초기영화 <빈센트>와 <프랑켄위니>를 만날 수 있다. DVD가 아니었다면 좀처럼 보기 힘들었을 이 두편의 영화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흑백화면으로 관객의 감각을 헝클어뜨린다.애니메이션 <빈센트>는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출발한 팀 버튼의 경력과 공포영화에 빠졌던 그의 감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단편이다.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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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9 <제이 앤 사일런트 밥>과 보너스들 : 한 가지 버전은 가라!<제이 앤 사일런트 밥>은 케빈 스미스와 그 친구들이 일제히 등장하는 영화다. 케빈 스미스의 데뷔작 <점원들>에서 편의점 점원 단테를 연기한 브라이언 오할로란도 물론 빠지지 않지만, 그는 하마터면 친구들의 추억 속에서나 등장할 뻔했다. <점원들> DVD(스펙트럼 출시)에서 케빈 스미스는 단테가 느닷없이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결말도 생각했다면서 실제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작가의 마음속에서만 오락가락할 뿐, 관객은 확인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야기. DVD는 그런 또 다른 버전을 수록해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매체다.<미녀와 야수>도 가장 중요한 노래 한곡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에게 바칠 뻔했다. 주전자 부인과 꼬마 찻잔, 양초 아저씨 등이 처음 성을 찾은 벨을 환영하며 부르는 노래 <Be Our Guest!>는 원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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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지망생들에게 ‘데뷔’만큼 설레게 하는 말이 있을까.영화가 늘어나도 감독의 길은 여전히 좁고, 힘들게 데뷔해도 그게 곧 유작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재능과 의지와 운이라는 세 독립음이 절묘하게 만나 화음을 이루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데뷔란 힘들다.
지난 10월25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에,자국뿐 아니라 국제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성공리에 데뷔한 신인감독 세명이 게스트로 왔다.미국의 데이비드 고든 그린,아르헨티나의 루크레시아 마르텔, 일본의 만다 구니토시,이들 셋의 데뷔기는 말 그대로 ‘삼인삼색’이었다. 데뷔할 때의 나이가 25살,35살,45살로 10살씩 터울이 졌고,데뷔작 예산도 10만달러,120만달러, 5천만엔으로 제각각이었다.가장 젊은이답게 데이비드 고든 그린은 정자까지 팔아가며 돈을 모아 영화부터 찍고 시작했다.전공이 영화가 아니었던 루크레시아 마르텔은 선댄스영화제 시나리오 공모를 활용하는 슬기를 동원했다.영화평론가로 셋 중 가장 씨네필인 만다 구니토시는 ‘
광주에 온 세 감독,삼색 데뷔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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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고든 그린은 아직까지 몸이 가볍다. 비싸게 굴지 않는다. 광주국제영화제쪽으로부터 한국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로 다음날 가겠다는 대답을 보냈다. 광주 체류 중에도 인터뷰, 대담, 파티 등의 행사가 10∼20분씩 늦어져도 군말없이 앉아 있는다. 27살에 연출작이 한편밖에 없는 신인 감독으로서 당연한 태도라고 여겼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친 뒤,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165cm 남짓한 자그마한 체구의 이 젊은 청년은 1∼2년 뒤면 인터뷰하자고 명함도 내밀기 힘든, 할리우드의 거물 감독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돈을 모아 만든 첫 영화가 호평을 받아, 두 번째 영화가 발표되기도 전에 미라맥스 영화사와 세 번째 영화 계약을 맺었다. 스티븐 소더버그, 드루 배리모어 등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큰 예산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게 성공하면 그는 스티븐 소더보그, 쿠엔틴 타란티노의 뒤를 이어, 미국 인디 출신의 드문 스타감독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광주에 온 세 감독,삼색 데뷔기 [2] - 데이비드 고든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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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길을 열어준 건 마찬가지겠지만, 영화부터 찍고 보자는 데이비드 고든 그린의 방법은 맨땅에 헤딩하기만큼이나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데뷔기는 좀더 신중했고, 프로듀서의 조력도 있었다. 영화전공자가 아닌 그녀는 30대 중반에 데뷔를 마음먹고는, 효율적으로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영화제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선댄스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 →투자자 확보 →영화 완성 →베를린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수상 →유럽 수출로 수지를 맞추고 두 번째 영화를 안정적으로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36살보다 젊어 보이는 이 미인 감독은 서툰 영어를 안타까워하면서 자기 뜻이 제대로 전달됐다 싶을 때까지 수차례 말의 방향을 바꿔가며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다.
-아르헨티나에 살면서 선댄스영화제 시나리오 공모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하면서 곁눈질처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지만, 실력이 안 됐다. 영화를 시작한 동기는 단편 시나리오가 상을 받으면서였다. 95년
광주에 온 세 감독,삼색 데뷔기 [3] - 루크레시아 마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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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 구니코시(46)는 데뷔 경로가 앞의 둘과 달랐다. 리쿄대 법학부 시절부터 전공과 무관하게 영화에 빠져버린 뒤, 영화평론과 강의의 길로 나섰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레미파 소녀 피가 끓는다>, 나가사키 슈니치의 <사국>(死國)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데뷔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40대 중반이 돼, 아오야마 신지와 가와세 나오미 등 30명 가까운 감독을 발굴해낸 프로듀서 센토 다케노리의 권유로 <언러브드>를 찍었다. 이 영화는 2001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음에도 해외수출이 잘 안 됐다. 평단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들의 입질없이 두 번째 영화가 부진한, 잘 안 풀리는 경우다.
-데뷔가 늦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너무 게을러서이다. 사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언젠가 내게 장편영화를 찍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찾아가고 돈을 모으고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광주에 온 세 감독,삼색 데뷔기 [4] - 만다 구니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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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고민 중이십니까. 일곱 번째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이 산해진미, 산진해착, 수륙진미, 진수성찬 앞에서 당신은 혹시 갈등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젓가락만 휘휘 돌리며 뭘 먼저 집을지, 어떤 영화가 맛있을지를 골똘히 생각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11월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열리는 제7회 부산영화제의 모든 상차림을 맛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손오공처럼 엉덩이털을 뽑아 수많은 자신을 만드는 분신술을 쓰지 못하는 한, 여기서 상영되는 228편의 영화를 모두 볼 수 없는 건 현실입니다. 설사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는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이 영화를 다 본다 한들, 도대체 줄거리나 머릿속에 남아 있겠습니까.● 머리가 더 아파지셨다고요. 고민하는 여러분께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천하의 산해진미라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쓸모없는 법. 스스로의 취향에 맞는 영화보기를 권유하는 것입니다. 이 영양과다의 시대에 편식은 부끄러운 일이 아
제 7회 부산국제영화제 취향대로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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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가 그 이전과 다른 점은 전세계가 확연히 둘로 나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정의의 카우보이 대 악의 축의 대립이건, 신의 뜻을 수행하는 자들과 이를 거부하는 자의 대립이건, 이 대립은 자본과 힘의 일방적인 집중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초강자와 절대 약자의 대립에서 눈물 흘리는 건 약자 쪽일 수밖에 없다. 예술은 이 지점에서 개입한다. 9·11 이후 정치와 역사 속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영화예술의 정세를 살펴본다.남동철 / 김혜리 / 문석 / 박은영 / 김현정고향의 노래 A Marooned in Iraq▶ 아시아영화의 창/ 이란/ 바흐만 고바디/ 103분▶ 11월19일 오후 5시 부산2, 11월21일 메가박스5 오후 5시쿠르드족 버전의 <집시의 시간> 또는 <서편제>. 쿠르드족의 서글픈 삶을 에밀 쿠스트리차 풍의 유쾌한 분위기로 녹여내는 영화. 미르자는 쿠르드족의 정서를 담는 음악을 연주하기로 유명한 노인. 그는 전처 하나레로부터 전갈을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정치·역사 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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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라트 Ararat▶ 월드시네마/ 캐나다/ 아톰 에고얀/ 115분▶ 11월15일 오전 11시 대영3, 11월20일 오후 8시 부산187년 전의 나비가 일으킨 폭풍. 1915년 터키는 국경지대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 출신 주민들 100만여명을 학살한다. 그리고 거의 1세기 전 벌어진 이 역사적 사건은 지금의 캐나다로 날갯짓을 보낸다. 이 사건을 영화화하려는 아르메니아 영화감독이 캐나다를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곳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계 청년 라피는 감독의 운전사로 일하며 자신이 몰랐던 과거를 알게 되고, 한 터키계 캐나다인은 가해자로서의 멍에를 안게 된다. 라피의 어머니는 잊고 싶었던 과거의 한 사건과 정면으로 대결해야 하고, 라피의 여자친구는 구원(舊怨)을 쏟아낸다. <아라라트>는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문제와 증오의 대물림을 다룬다. 라피는 이 영화작업을 통해 아르메니아인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이 찍힌 아버지를 용서한다. 물론 전작에서도 그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정치·역사 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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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빠진 식물인간과도, 언어가 안 통하는 타인과도, 친구의 부인과도, 심지어 곰과도. 생명체와 생명체가 만나는 곳에 사랑이 있고 그곳에는 아련한 이야기가 피어나기 마련이다. 어느 해보다 추워진 계절에 찾아온 영화제, 부산의 초겨울 바람을 따뜻하게 덥혀줄 멜로드라마 몇편을 미리 호주머니 속에 챙겨보자.<그녀에게> Talk to Her▶ 오픈시네마/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2002년/ 112분▶ 11월15일 오후 8시 시민회관, 11월22일 오후 8시 시민회관그녀와 함께 살 수 없다면, 그녀와 함께 잠들 수밖에. 기자인 마르코는 정열적인 투우사 리디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리디아는 투우경기 중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남자간호사 베니그노는 아름다운 무용수 알리시아를 흠모하지만 알리시아 역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이 두 남자가 병원에서 만난다. 그러나 리디아가 죽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마르코와는 달리, 베니그노는 시체처럼 누워 있는 알리시아가 여전히 살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멜로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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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 포인트 Grill Point▶ 월드시네마/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105분▶ 11월18일 오후 8시 부산1, 11월20일 오후 8시 메가박스9사랑해도 되니, 네 마누라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30대 부부들의 삶을 유쾌하게 들추는 독일영화. 프랑크푸르트에 살면서 가까이 지내는 두쌍의 부부에겐 각기 문제가 있다. 라디오 진행자인 크리스와 아내 카트린은 함께 침대에 있을 때조차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 서먹한 사이. ‘그릴 포인트’란 이름의 식당을 삶의 전부로 받아들이는 우베와 엘렌의 관계도 좋으려야 좋을 수 없다. 이런 와중, 우연히 만난 크리스와 엘렌은 서로의 눈빛에서 뭔가 뜨거운 것을 발견하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과연 두 부부, 네 남녀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그릴 포인트>는 과장은 됐을지언정,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들의 진실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도 갖고 있는 영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곰의 키스> Bear’s Kiss▶ 월드시네마/ 독
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멜로영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