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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큐멘터리 <김군>을 보기 위해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를 찾은 한 관객이 꼭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고는,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강상우 감독과 양희 작가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독립영화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1만 관객을 돌파한 <김군>은 이날 함께한 관객에게도 위안과 분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강상우 감독은 이날 동석한 양희 작가와의 인연을 들려줬다.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는데 왜 사람들이 무섭고 강렬한 무장을 하고 있지? 당시의 광주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 양희 작가가 새롭게 투입되면서 개봉 버전의 편집 방향을 달리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무현입니다>(2017)의 작가이기도 한 양희 작가는 “영화제 버전에는 없었던 생존자 인터뷰를 덧붙이고 재배열하는 작업”을 거
[6월의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③] <김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김군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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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초여름,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의 첫문을 연 영화는 단짝친구와 함께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성장담 <보희와 녹양>이다.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각자의 어린 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의 풋풋한 발걸음에 동참한 뒤 기분 좋은 얼굴로 안주영 감독을 맞이했다. 5월 29일 개봉 이후 한달여가 지난 시점, “매일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나씩 하면서 많은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안주영 감독은 영화 관련 일정으로는 안양이 처음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보희와 녹양이라는 두 주인공의 이름은 제목으로 채택될만큼 독특하고 생기가 넘친다. 안주영 감독은 작명의 비하인드를 소개하며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이유로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개성이 뚜렷하고, 소년과 소녀의 성역할이 전복된 것 같은 이미지에도 부합하는 이름을 고심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한편 “규정된 것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감독에게 중요한 서사적 동력이긴 했지만, 두 인물의 성역
[6월의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②] <보희와 녹양>, 다름을 받아들이는 시선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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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오붓한 피크닉 같았다. 무대와 관객석이 가까워 일일이 눈 맞추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정다운 시네마 피크닉. 6월의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 행사의 마지막 영화는 <돌아오는 길엔> <대풍감>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이상 세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 <한낮의 피크닉>이었다. 지난해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자 7월 4일 개봉을 앞둔 신작으로, 젊은 감독들을 발굴해 단편영화 제작·배급을 지원하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다. 이날 행사엔 <돌아오는 길엔>의 강동완 감독, 김금순 배우,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의 임오정 감독, 공민정 배우가 참석했다.
프로젝트 시작 당시 세 감독은 공통되게 “여행이나 일탈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고,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길엔>은 가족과의 여행, <대풍감>은 친구와의 여행,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g
[6월의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①] <한낮의 피크닉>,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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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딱 좋은 날씨다. 적당한 더위를 피해 극장에 몸을 맡긴 경기도 관객이 6월 26일 수요일, 롯데시네마 안양일번가에 모였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로 지정된 문화의 날에 열리는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시선, 색다른 발견’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보희와 녹양>(2018), <김군>(2018), <한낮의 피크닉>(2018) 등 총 3편의 영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열렸다. 이번 6월 행사에는 <씨네21>의 이주현·김현수·김소미 기자가 감독 및 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했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에서 관계를 재발견하는 3편의 이야기를 묶은 옴니버스영화 <한낮의 피크닉>, 자기 정체성에 관한 10대의 혼란과 고민을 푸릇하게 그려낸 로드무비 <보희와 녹양>,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군에 관한 다큐멘터리 <김군>까지 제각기 초심의 저력이 또렷하게 묻어
[6월의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 젊은 우리 여름밤, 극장에서 기다릴게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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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떠나 슬픔에 빠져 있던 렐에게 길 잃은 새끼 고양이가 찾아온다. 마음 둘 곳 없던 그는 온갖 정성을 다해 고양이를 돌본다. 하와이어로 ‘시원한 바람’을 의미하는 ‘키아누’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키아누를 모델로 예쁜 달력을 만들던 어느 날 집이 털리고 고양이가 사라진다. 빈집털이의 경우 범인을 잡을 확률이 낮다는 말에 렐은 직접 키아누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키아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하필이면 전부 흑인 갱스터 아니면 흑인 마약 딜러들이라는 것. 대충 줄거리만 들어도 <존 윅>(2014)의 패러디임이 빤한 이 영화의 제목은 <키아누>(2016)다. 구미가 당길 정보를 전하자면, 렐 역할을 맡은 배우가 조던 필이다. <겟 아웃>(2017)으로 세상을 흔들기 직전에 제작, 출연, 각본을 도맡은 작품이었다. 그래도 이 재미있는 영화를 안 보겠다면 키아누의 목소리 역할로 키아누 리브스가 깜짝출연한다는 걸 밝혀야겠다. <매트릭스>
<존 윅3: 파라벨룸>으로 돌아온 키아누 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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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2013)에서 커다란 캔버스에 세계를 달리는 종말의 열차로 그림을 그렸다. <옥자>(2017)라는 이야기를 통해서는 우리가 지구와 생태계의 안위에 대해 생각하게끔 유도했다. 그리고 감독은 <기생충>에서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세계 중 가장 좁은 공간인 두 집과 그 주변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러나 <기생충>의 두 집은 지구 하나가 감당해야 충분할 정도로 많은 감정과 혼란을 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주어진 상황에서, 4개의 벽으로 닫힌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극한을 보여줌으로써 두 집의 층과 구석들을 탐험가의 호기심으로 준비해두었다. 4개의 벽은 관객이 <기생충>을 보는 극장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가 가진 힘의 일부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은 뒤 탈출구 없는 확장된 극적 공간에 두 가족과 함께 두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기우의 결정
두 집 중에서 기택(송강호)
[<기생충> 해외 반응③] <필름 코멘트>의 니콜라스 라폴드 - 쉽게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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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는 늘 근사한 작품을 찍었다. 그리고 늘 재미있는 영화를 찍었다. <살인의 추억>(2003),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그의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어떤 의문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삶은 이대로여도 괜찮은 걸까?” 그리고 영화가 끝난 순간에 관객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거대한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우리의 사회는 이대로라도 괜찮은 걸까?” 우리의 ‘삶’과 ‘사회’는 분명 이어져 있을 텐데, 평소에는 그 사실을 간과해버리기 쉽다. 아니, 우리는 언제나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한 척해버린다.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봉준호의 영화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 봉준호가 영화의 주역을 ‘어리석은 우리’ 자신에게 줌으로써 <기생충>은 걸작이 되었다.
지금까지 봉준호 영화에서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무의식적으로나마 조금은 깨닫고 있
[<기생충> 해외 반응②] <기네마준보>의 아야코 이시즈 - 어리석은 우리를 주역으로 한 봉준호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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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지속된 봉준호 감독을 향한 우리의 조건 없는 사랑을 지탱하는 힘은 뭘까? 우선, 그가 추구하는 여정의 위대한 순수성일 것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각각의 작품들 속에서 그가 끊임없이 감수하는 위험, 놀랍도록 다양한 프로젝트, 장르, 다루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솜씨는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그가 손대는 모든 것들은 금으로 변한다. 이제 봉 감독은 한국영화 황금기 세대의 모든 감독 중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가장 당돌하고, 가장 놀라운 천재로 인정받고 있다.
집 강탈자들
그런데 한국인이 아닌 국외의 평론가들과 시네필들의 봉 감독을 향한 사랑은 다분히 주관적인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이건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을 2004년 처음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느낀 절대적 경탄의 감정과 연결해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 그럴 것이라는 거다. 아주 보편적임과 동시에 이국적이고, 상당히 깊이 있으면서도 친숙하게 한국적 정
[<기생충> 해외 반응①] <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사 - 집으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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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지난 6월 5일 프랑스에서 개봉한 지 20여일 만에 역대 프랑스 개봉 한국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2013년 개봉해 67만 관객을 동원했던 <설국열차>의 기록을 6년 만에 깬 것. 심지어 6월 17일에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과 <엑스맨: 다크 피닉스>를 각각 2위와 3위로 두고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시에 프랑스는 물론 해외 평론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사, <필름 코멘트>의 니콜라스 라폴드, <기네마준보>의 아야코 이시즈 평론가가 소중한 원고를 보내왔다. 한국과 프랑스에 이어 스위스(19일), 홍콩(20일), 베트남(21일), 인도네시아(24일)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이제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대만, 러시아, 타이, 독일 등에서 차례로 개봉한다.
[스페셜] 봉준호의 <기생충>에 대한 해외 반응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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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는 놀랍고 매혹적인 이탈리아 우화라는 평을 받으며 지난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탈리아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는 이미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 <더 원더스>(2014)로 201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바 있다. 양봉업을 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외따로 살아가던 12살 소녀 젤소미나의 이야기를 그린 <더 원더스> 또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주제와 신비로운 무드를 창조하는 연출이 인상적인 수작이었다. 로르바케르 감독은 세 번째 영화 <행복한 라짜로>에 이르러 이탈리아의 주목받는 신예 여성감독이 아닌 이탈리아영화의 예술적 명맥을 잇는 작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게 된다. 이를 두고 <버라이어티>는 “로르바케르의 영화엔 난니 모레티, 에르마노 올미, 타비아니 형제 등의 정신적 DNA가 흐른다. 하지만 로르바케르는 아무도 모방하지 않는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행복한 라짜로>의
<행복한 라짜로> 당신은 신성함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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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4>를 보기에 앞서 시리즈 전편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객에게는 시리즈 정주행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번 4편은 1편부터 이어져온 시리즈 고유의 특징을 리부트하듯 반복해서 활용함으로써 감동이 배가되는 영화이기 때문. 지난 20여년 넘는 세월을 우리와 함께 성장해왔던 장난감들의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맴도는 몇 장면을 골라봤다.
● “나는 장난감이야” _<토이 스토리>(1995)
1편에서 버즈가 우디와 함께 씨드의 집에 갇혔을 때 버즈는 처음으로 자신이 출연한 TV 광고를 보고는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그제야 팔뚝에 적힌 ‘MADE IN TAIWAN’ 문구도 눈에 띈다. 하지만 버즈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자신을 믿어보겠다며 난간에 올라선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작곡가 랜디 뉴먼의 노래 <I Will Go Sailing No More>의 구슬픈 가락은 스스로 우주 보안관이 아니라 플라스틱 장난감이란 사실을 깨닫는 버
<토이 스토리> 시리즈 명장면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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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4>의 우디(톰 행크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장난감이 아닌 쓰레기라 여기는 포키(토니 헤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보니의 장난감이야. 너는 보니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줄 거야.” 1995년 1편이 등장한 이후 줄곧 이 시리즈가 전세계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이유는 한낱 미물이라 여겼던 장난감에도 각자의 역사가 있다는 걸 일깨웠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기쁨이 곧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은 아닐까, 일상을 재발견하게 만든 힘이 컸다. 그런 면에서 이번 4편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늘 고맙게 받기만 했던 장난감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지난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탄생시킨 아름다운 캐릭터와 4편에서 새로이 활약하게 될 뉴페이스까지, 책장이 덮이면 서로 사이좋게 통성명하라고 한데 모아봤다.
● 우디와 버즈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버림받는 캐릭터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토이 스토리> 캐릭터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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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팀 앨런)를 더 사랑하는 팬들에겐 서운할 수 있는 진실 하나.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내내 우디(톰 행크스)의 성장담이었다. 앤디(존 모리스)의 새로운 선물이 도착할 때마다 자리를 뺏길까 걱정하고 버즈를 질투하던 우디가 진정한 우정을 배우고(<토이 스토리>(1995)), 언젠가 어린이에게 버림받을 것이라 두려워하던 그가 행여 그런 날이 온다 해도 현재에 충실하리라 마음먹으며(<토이 스토리2>(1999)), 비로소 찾아온 이별을 성숙하게 받아들인다(<토이 스토리3>(2010)).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인간에 의지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장난감이 언젠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상시적 두려움에 대처해나가는 우디의 긴 여정이다.
9년 만에 찾아온 후속편은 우디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토이 스토리4>는 시리즈를 아울렀던 ‘잃어버린 장난감’(Lost Toy)의 이미지로 문을 연다. 우디와 그의 친구들이 폭우에 쓸려
<토이 스토리4>가 기존 3부작을 계승하면서 차별화된 재미를 만들어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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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토이 스토리4> 제작이 공식 발표됐을 때 환호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들이 많았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 <토이 스토리3>(2010) 엔딩 이후를 굳이 상상하는 것은 전세계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폭발적인 흥행의 부작용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2017년 6월 17일로 예정된 개봉일이 2018년으로, <인크레더블2>(2018)와 개봉 일정을 맞바꾸며 다시 2019년으로 재조정됐을 때는 좋지 않은 예감이 현실이 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4>는 왜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 이후를 다룰 수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히 설득하는 영화다. <토이 스토리4>가 지금 픽사 스튜디오에 필요한 이유를 짚는 리뷰에 이어, 새로 등장한 캐릭터를 포함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대표 장난감을 정리하는 특집 기사를 마련했다. 지난 24년간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명장면도 정리했다.
<토이 스토리4> 잘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