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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휴양지 베니스 리도섬에서 가을의 초입에 열리는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민물이 섞여 소금기가 덜한 베니스의 상큼한 바다 내음과 함께 축제 본연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올해도 이 영화제 58회 행사가 현지시각으로 29일 저녁 7시 리도섬의 살라 그랑드 극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9월8일까지 11일간의 장정을 시작했다.이번 영화제는 한국영화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 불명>과 송일곤 감독의 <꽃섬> 등 장편 두편이 경쟁부문에 올라, 한국에서도 관심이 각별하다. 이날 행사에서 독특한 건 초청작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가 적은 탓인지, 개막식장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대신 이탈리아 감독으로 올해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난니 모레티가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개막식에서는 프랑스 여배우 잔 발리바가 프랑스 노장 감독인 에릭 로메르에 대한 헌사를 낭독했고, 로메르 영화들의 장면을 모은 짧은 필름도 상영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에릭 로메르 감독
베니스 `영화의 바다` 출렁~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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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라는 광고 문구가 대표하듯 90년대 이후 대두된 문화적 감성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은 개인이었다. 거대 담론의 공백을 개인 스스로 채우라는 듯 `일탈' `질주' 같은 단어가 대중문화계를 수놓았다. 그러나 뚝심없는 위반은 공허하기 쉽다. 이런 점에서 오래전부터 위반의 감성을 체질화한 김지운 감독(37)의 경우는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그가 가꿔온 자기만의 세계가 개성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커밍아웃>은 아웃사이더 캐릭터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재미와 웃음을 안겨주는 작품들이다. “따지고 보면 늘 장르 실험을 해왔다”는 감독의 말처럼, `공포+코미디' `액션+코미디' 등으로 장르와 캐릭터를 자기 취향껏 요리해왔고 흥행에도 성공했다.30일 촬영에 들어간 중편 <메모리스>(김혜수, 정보석 주연) 역시 `김지운표'다. 어둠이 아닌 밝은 대낮을 배경으로 찍는 미스터리 공포물로, 이
내 작품의 룰은 내가 만든다 `김지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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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극장가에서는 액션과 코미디 일색이던 간판을 핑크빛으로 바꿔다느라 한창이다.
지난 24일 김남주 주연의 「아이 러브 유」(감독 문희융)가 가을의 문을 연 데이어 31일에는 「베사메무쵸」가 가슴 시린 중년의 부부애를 선사한다.
신인 전윤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관록의 배우 이미숙과 브라운관 스타 전광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영화는 비슷한 세대의 사랑 이야기에 목말라하던 30∼40대관객을 겨냥하고 있다.
9월 1일에는 코미디란 당의정을 입힌 유쾌한 할리우드 멜로물 「브리짓 존스의 일기」(원제 Bridget Jone's Diary)가 선보인다.
여성감독 새론 맥과이어가 르네 젤웨거를 내세워 30대 초반 독신여성의 심리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휴 그랜트가 상대역을 맡았다.
여기에 8일과 15일부터는 각각 프랑스 멜로와 홍콩 멜로가 가세한다.
파트리스르콩트 감독의 「길로틴 트래지디」(원제 1850 G
가을 극장가에 멜로영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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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가 개봉 33일만에 전국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칠 줄 모르는 폭발적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33일째에 전국 관객 400만 명을 동원하는 기록은 역대 개봉 영화 가운데 <친구>에 이은 2위의 기록으로 <공동경비구역 JSA>의 38일 기록을 넘어섰다.올 여름 그 어떠한 영화도 2주 연속 박스오피스를 차지한 영화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각축장이 벌어졌던 여름 시즌에, 즉 다시 말해 비수기가 아닌 성수기에 5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기록은 한동안 그 어떠한 영화도 넘볼 수 없는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또한 <무사>가 개봉하는 9월 7일까지는 큰 경쟁작이 없어 6주 연속 1위 수성 역시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 전망되고 있다.가을 시즌을 맞아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그 흥행가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의 최종관객 스코어가 어디까지 이를 것인지에 충무로의 관심이
<엽기적인 그녀> 개봉 33일만에 전국 관객 400만 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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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침에 깨어나 ‘나 법대에 가야지’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남색 블레이저로 가득한 하버드 법대에서 핑크빛 프라다백을 들고 다니는 ‘금발’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있다. 금발머리는 멍청하고 사치스럽다는 것이 하나. 하버드 법대생은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처졌다는 것이 또 하나. 리즈 위더스푼의 <금발이 너무해>는 두 가지의 편견을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산산조각을 내버린다. 엘리 우즈는 타고난 금발의 여고생이다. 학교에서는 최고의 인기인이고, 수많은 행사에서 ‘퀸’으로 뽑히고, 대학 캘린더 걸이 되기도 한 유명인사다. 그녀의 서명은 핑크빛이고, 마음은 머리색깔처럼 ‘블론드’다. 졸업을 앞둔 어느날 남자친구 워너가 결별을 선언한다. ‘too blonde’라는 이유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고, 진지하지도 않다는 것. 엘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결심하고 하버드 법대를 지원한다. 그리고 승승장구
내가 좀 금발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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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배우 소피아 로렌(67·사진))이 26일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인 ‘아메리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세르주 로지크는 로렌이 52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며 출연한 “잊지못할 영화들”을 지적하면서 “그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빨간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로렌은 상을 받은 뒤 감격했다고 말했다.
리나 베르트뮐러 감독의 새 영화 <프란체스카와 눈지아타>의 세계 첫 상영을 위해 몬트리올을 방문중인 그는 이 작품에 언급하면서 “대본을 받아 첫 몇쪽을 읽자마자 감동했다”고 말했다. 로렌은 또 배역과 자신 사이에 몇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에서 한 고아소녀를 입양한 고위관리의 아내역으로 나오는 로렌은 이번 영화로 네번째인 베르트뮐러 감독과의 작업은 “항상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소피아 로렌, 몬트리얼 영화제 특별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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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대목 막바지에 다다른 할리우드의 2001년 성적은 양호하다.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2001년 할리우드가 벌어들인 미국 내 입장 수입은 8월 현재 약 50억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억1천만달러를 3억달러가량 넘어선 수치다.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연말 집계를 더욱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여느 해보다 하반기 흥행 기대작이 많은 올해의 라인업.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휴가를 전후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등 박스오피스를 뒤흔들 것이 확실시되는 대작과 톰 크루즈, 짐 캐리, 러셀 크로 등 스타를 앞세운 영화들이 스케줄을 받아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대작 오락영화들의 퍼레이드가 다시 시작되는 추수감사절까지는, 특수효과가 숨을 죽이고 배우들의 연기가 전경에 나서는 개성파영화가 스크린을 채우는 계절.9월 개봉하는 <트레이닝 데이>는 고참-신참 형사 짝이 파헤치는 LA의 마약 거래를 다룬 영화다. 덴젤 워싱턴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등 할리우드 가을영화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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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파동이다 신사참배다 해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맞은 56번째 광복절. 서울 수색 인근의 한 폐벽돌공장에 차려놓은 세트장에서 막바지 촬영에 여념이 없던 제작진의 분위기는 이날 따라 사뭇 숙연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역사적 상상을 영화의 기본 전제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촬영분이 일본 비밀경찰이 조선인 아지트를 급습해 대학살을 자행하는 장면이었기 때문.
촬영이 시작되면서 한밤중 적막을 찢어놓는 총소리가 터지자 지하 근거지에 은신해 있던 조선인들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아닌 밤중에 총소리’에 놀란 주변 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다음날부턴 총없는 액션장면만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지만, 이날 장면은 광복절이라는 시간적 상황과 맞물려 비장한 느낌을 전해줬다. 이날 장면은 이같은 비영화적 무게 못지않게 영화 내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조선계라는 사실 때문에 일선에서 밀려나,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던 중 비밀경찰과 우
역사의 밤에 쓰는 “만일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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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에로영화의 대부 틴토 브라스가 새 영화 <센소45>의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센소45>는 1945년 베니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데, 독일군 장교를 사랑하는 상류층의 한 부인이 그를 찾아 베니스로 떠나는 여행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부인은 결국 자신의 사랑을 찾지만, 베니스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정부의 배신이다. 정부가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을 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결국 그를 살해한다.<센소45>의 원작은 카밀로 보이토의 소설 <센소>로, 루키노 비스콘티의 1954년작 <센소>의 원작이 되기도 했던 작품. 브라스는 시대적 배경 설정을 1865년에서 1945년으로 바꿨다. 브라스는 “내 영화는 절대로 비스콘티 작품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비스콘티는 원작보다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에 치중했지만, 내 영화는 원작에 충실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번 영화는 내가 사랑하는
이탈리아 에로영화의 대부, 틴토 브라스 신작 <센소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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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0년 전 하룻밤 새 만들어졌던 베를린 장벽은 동서독 주민들을 포함한 평화주의자들뿐 아니라 잘 나가던 한 미국 영화감독에게도 절망감을 안겨줬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선셋대로>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빌리 와일더 감독. 지난 8월13일 베를린 장벽 건설 40주년을 맞은 독일의 언론들은, 이 동서 냉전의 상징적 건축물이 어떻게 와일더의 1961년작 <하나, 둘, 셋>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는가를 상세하게 들려줬다.제임스 캐그니가 베를린에 파견된 코카콜라 지사장 맥나마라로 분해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코크(Coke)로 동구권 정복!”을 외치는 이 정치풍자극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동서 갈등을 코미디적 상황에 담아 보여주려는 와일더의 야심작이었다. 61년 6월 초 케네디와 흐루시초프가 비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만 해도 촬영은 순항중인 것처럼 보였다. 이미 동서 베를린의 경계가 삼엄하게 지켜지고 있었지만 남자 주연 호르스트 부흐홀츠가 자
정치풍자극이 넘지 못한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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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통의 영화아카데미가 21세기 한국에 자랑할 것은 빛바랜 자랑거리인 동문 출신 영화감독들의 머리숫자와 개원 이래 지금까지 우렁차게 돌아가고 있는 독일제 16mm 동시녹음 카메라밖에는 없게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릅니다.”8월30일자로 영화아카데미 주임교수직을 사임하는 황규덕 감독이 그동안 품고 있던 영화진흥위원회와 일부 상임위원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8년부터 영화아카데미 주임교수를 지냈던 황 감독은 지난 9일부터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문화강국의 실체’라는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영진위 자유게시판에 올렸다.그는 이 장문을 통해 영진위의 미진한 지원을 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1984년 출범 당시 12명이었던 학생 수가 36명으로 증가했고 교육연한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지만 “1년 예산액은 개원 당시 수준을 답습하지도 못하였”으며, 촬영분야가 신설됐음에도 교수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98년 부임 당시 집무
영화아카데미를 살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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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에로티시즘의 유령영화를 관람한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베사메무쵸> 보기 운동을 벌이자는 기사를 써야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번쯤 빚 보증에 곤욕을 치렀거나 실직의 공포를 상상해보았음직한 남성기자들이 대부분인데,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오히려 참신한 <베사메무쵸>의 관람 후일담이 업계에 화제다.그런데 이처럼 ‘참신한’ <베사메무쵸>에는 한국영화사를 관통하는 익숙한 코드가 하나 깔려 있다. 바로 사회적 위기를 여성의 성적 위기로 치환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뿌리깊은 비유 체계인데, 그 원형은 나운규의 <아리랑>(1926)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나라를 잃은 민족의 비애는 주인공 영희가 친일파에게 겁탈당하려는 장면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민족의 위기를 여성의 성적 순수성 상실로 비유하고, 그것을 지켜주지 못한 남성의 자존심 상실로 연결하는 것은 이후 주한미군문제를 제기하는 영화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오발탄&g
한국영화사에 나타난 여성의 성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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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역은 연기하기도 보기도 지루해”공명정대한 변호사인 것은 확실하지만 유머와 관련된 신경계에 손상이라도 입은 듯한 남자. 브리짓이 주책을 부릴 때면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에 가까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남자. 그러고도 유사시에는 브리짓이 망친 파티 요리를 대신해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오믈렛을 만들어주는 이상한 남자.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마침내 마크 다아시가 꾹 다문 입매 사이로 빌리 조엘의 발라드 가사 같은 고백을 억지로 끄집어내듯 건넬 때, 브리짓과 여성 관객은 그만 그의 모든 ‘과오’를 용서하고 싶어진다. 루돌프 무늬 스웨터를 입는 그의 범죄적인 패션감각까지도.전혀 매력없는 남자처럼 등장해 결국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어려운 다아시 역을, 힘도 안 들이고 연기한 콜린 퍼스(41)는 적어도 영국인들에게는 다아시 역의 배우가 아니라 미스터 다아시 자체다. 국내 케이블채널에도 방영된 바 있는 1995년 시리즈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역이 그를 스
마크 다아시 역의 콜린 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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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포영화의 명가 해머영화사 작품들이 부활한다. 아트선재센터는 오는 9월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해머에서 제작한 영화 7편을 상영할 예정.
이번에 상영될 작품은 1950년대 작품인 테렌스 피셔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드라큐라> <늑대인간의 저주> 등과 발 게스트 감독의 <쿼터매스 엑스페리먼트>, 70년대 작품인 <뱀파이어 연인들> <버진 뱀파이어> <뱀파이어 서커스> 등이다. 서울 상영이 끝나면 9월12일부터 16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도 상영할 예정(문의: www.artsonje.org, 02-733-8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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