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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이다.” 박광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피치&캐치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토크 행사를 열며 이런 소개를 덧붙였다. 피치&캐치는 극영화 부문 기획·개발 프로젝트 지원, 다큐멘터리 부문 제작 지원을 통해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제작 성공률을 증명해왔다(극영화 <벌새> <히치하이크> <차이나타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야근 대신 뜨개질> <반짝이는 박수소리> 등). 올해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 지원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이라는 주제로 9월 2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6관에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해 지난날의 성과와 향후 지향점을 모색하는 열띤 교류의 시간을 펼쳤다. 피치&캐치를 통해 제작된 극영화 <해빙>의 이수연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③]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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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상창작집단 바리터가 30주년을 맞았다. 여성주의의 영화적 실천을 표방하며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활동한 바리터는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1990), <우리네 아이들>(1990) 같은 작품을 통해 여성 노동자의 삶을 기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이자 <거류>(2000), <경>(2009),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2017) 등을 만든 김소영 감독, <낮은 목소리> 시리즈와 <밀애>(2002), <화차>(2012) 등을 만든 변영주 감독 등이 주축 멤버였다. 지난 9월 1일,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 상영 이후 ‘바리터 30주년의 의미를 말하다’ 스페셜 토크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를 연출한 김소영 감독, 촬영을 맡은 변영주 감독, 시나리오를 쓴 서선영 작가, 도성희 베이징연예전수학원 교수, 권은선 서울국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②] 여성영상창작집단 바리터, ‘바리터 30주년의 의미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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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동시다발적으로 점화된 ‘장학썬’(고 장자연 배우, 김학의, 버닝썬) 사건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 ‘유흥문화’에 대한 논의를 다시 점화시켰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마련한 쟁점포럼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 역시 이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 자리였다. 8월 31일 오후 1시부터 상암동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 김주희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배주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황유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진행은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황미요조 영화연구자, 이영재 성균관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에 이어 관객이 던진 질문에 세 발표자가 답을 하며 논의를 확장하는 시간도 가졌다. 세 발제자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포럼 현장에서 오간 이슈를 재구성했다.
'버닝썬 게이트'와 ‘테이블’의 성경제
-김주희 서강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①] 쟁점포럼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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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에 의미 있는 토크 행사들이 열렸다. 여성주의의 영화적 실천을 표방했던 여성영상창작집단 바리터의 30주년을 기념한 스페셜 토크 ‘바리터 30주년의 의미를 말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제작 지원 프로그램 피치&캐치의 10주년을 돌아보는 라운드테이블 ‘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 지원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한국 사회의 유흥문화를 돌아본 쟁점포럼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결국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한국에서 여성감독으로 산다는 것, 한국에서 여성영화를 만드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제는 폐막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을 꼼꼼히 전한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페셜 토크 지상중계 - 한국에서 여성으로 영화를 만들고 본다는 것은 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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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역사의 고장인 충남 홍성 하면 한우와 대하부터 떠오르는데 이제는 단편영화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2019 홍성국제단편영화제가 ‘영화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꿈꾸는)’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홍성군 일대에서 열린다.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의 <호수의 사람들>, 권하윤 감독의 <버드 레이디>, 부지영 감독의 <여보세요> 등 세편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올해 영화제는 15개국에서 온 43편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올해 새로 신설된 단편 경쟁 섹션인 ‘크리에이티브 어워드’ 부문은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허남웅 영화평론가, 울리히 지몬스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린 포럼 익스펜디드 프로그래머, 나나코 쓰키다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선정위원 등 네명의 선정위원이 픽션과 논픽션, 실험과 무빙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하고 확장된 국내외 단편영화 17편을 선정했다.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2019 홍성국제단편영화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홍성군 일대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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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같은 한국 멜로에 내린 비랄까.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국내 멜로영화의 수가 점점 줄고 있는 가운데, 정지우 감독의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코미디를 덜어내고 드라마에 집중해 정통 멜로의 결을 유지한 영화다. 부족한 개연성, 진부한 전개 등으로 적잖은 혹평도 받고 있지만 오래간만에 등장한 한국 정통 멜로인 만큼 반가운 마음은 숨길 수 없다.
이런 국내 멜로영화가 전성기를 맞이했던 시기가 있으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2000년대다.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성행했지만 담담하거나 묵직하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작품들도 줄줄이 등장했다. 그중 상당수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히는 명작들.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과 함께 2000년대를 주름잡던 한국 멜로 영화 10편을 돌아봤다.
<8월의 크리스마스>
2000년대를
멜로 춘추전국시대! 2000년대를 주름잡던 국내 멜로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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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히어로들은 부지런히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덩달아 히어로 영화 팬들의 눈길도 바빠진다.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을 DC의 기대작 <조커>부터, 2020년까지 팬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줄 슈퍼히어로 영화 라인업을 정리했다. 모든 영화의 개봉일은 북미 기준임을 밝힌다.
조커
Joker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여파, 그리고 <원더 우먼>의 성공으로 인해 워너 브라더스는 플랜을 변경했다. DC코믹스의 독립된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는 노선을 구축하기로 한 것. 이제 다음 타자는 <조커>다.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변신으로 큰 화제를 모은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희대의 빌런 조커의 탄생 비화를 짚어간다. 얼마 전 공개된 트레일러로 기대치를 올린 <조커>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 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급기야
2020년까지 개봉 예정인 슈퍼히어로 영화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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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애당초 어떤 감독들의 머릿속에 구상된 이야기는 영화 한 편으로 끝날 수 없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따른다면 금상첨화다.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 만족스러운 영화라면 자연히 속편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최근 속편 제작 소식을 알려온 <강철비>, 그리고 궁금한 관객이 많을 <신세계>를 포함해 국내 흥행작들의 속편 제작 소식을 모아봤다.
강철비 2
<강철비 2>가 나온다. 2017년 개봉한 양우석 감독의 남북 소재 영화 <강철비>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대담한 상상력과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두 명의 철우가 그리는 일종의 버디무비. 북한의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북의 쿠데타를 기점으로 만나 대립한다. 그러나 결국은 가까워질 수 없는 둘 사이에 느슨하게 형성된 연대로 묵직한 여운을 안기는 작품이다. <강철비
<신세계 2> 볼 수 있나요? 국내 흥행작들의 속편 제작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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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개막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와 더불어 기립박수를 받은 영화 <아메리칸 스킨>은, 성추행 논쟁으로 데뷔작 <국가의 탄생>(2016)과 함께 가라앉았던 네이트 파커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국가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파커가 영화의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아메리칸 스킨>은 경찰의 무작위 차량 검사에서 불거진 사고로 아들을 잃은 퇴역 군인 링컨의 이야기다. 링컨은 방아쇠를 당긴 경찰을 납치, 감금한 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정의를 위한 사적인 재판을 진행한다. <아메리칸 스킨>은 월드프리미어 뒤 7분에 가까운 기립박수을 받았다.
이 영화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린다. “3년 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친 네이트 파커 감독이 못마땅한 <인디와이어>는 <아메리칸 스킨>의 평점으로 별 하나를 주며 “인간
[LA]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아메리칸 스킨>에 대한 미국 언론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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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재편되고 조작된다. 나에게 유리하게. 동일한 사건에 대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정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 사건을 같이 겪은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건’의 팩트까지 서로 다르게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네가 그랬잖아”, “난 그런 적 없어. 그건 네가 그랬지.” 오랜 친구 사이에 이런 말다툼은 매우 비일비재하다. 은희경의 신작 <빛의 과거>는 기억의 재편에 대한 소설이다. 1977년 함께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살았던 나, 김유경은 2017년에 그시절의 친구 김희진이 출간한 소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한다. 친구 김희진의 소설에서 나는 내가 기억하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묘사된다.
80년대생인 여성 독자들에게는 각자의 ‘은희경’이 존재한다. 나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통해 ‘자아’라는 말을 처음 알았고, 나와 나의 자아를 분리해 영혼을 보호하는 것을 배웠다. <새의 선물>의 진희가 냉소적인
씨네21 추천도서 <빛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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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30년 된 빌라에 살고 있다. 옥상은 방수 처리가 미흡해 긴 장마 기간이면 금세 비 샌 자국이 누런 벽지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느 날 문에 ‘같이 돈을 모아 노후화 빌라를 수리하자’는 어느 주민의 글이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었다. 여덟 세대밖에 살지 않는 빌라지만 아무도 그 포스트잇에 답을 하지 않았고, 보수 공수는 흐지부지되었다. 빌라 여덟 세대 중 한 주민을 빼고는 전부 월세 세입자이고, 남의 집을 굳이 내 돈 내고 고쳐줄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나 역시 이 집에 3년째 살고 있지만 내 명의가 아닌 집은 거쳐가는 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이지만 삶을 담는 공간보다는 부동산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더 부각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집이다. 김재관 건축가의 <수리수리 집수리>는 오래된 집과 그 동네의 사람들, 그 집을 수리하는 기술자들의 현장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앞집, 옆집과 다닥다닥 좁은 간격으로 붙어서 햇빛
씨네21 추천도서 <수리수리 집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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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해리 홀레를 그리워해.'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권에 부제를 붙인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전편의 책 말미에 주인공이 떠나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해도, 시리즈 독자라면 다음 권에서 그가 돌아올 일을 의심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떠난 사람의 비장함을 떠올려보라. 그리 쉽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중대한 사건만이, 해리 홀레를 다시 현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10년 전. 산드라 트베텐이라는 이름의 어린아이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 그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 중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 하필이면 그 사건 현장에서. 오슬로 경찰청 경찰들을 노리는 새로운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경찰들은 자신이 수사하던 미제사건 현장에서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해리 홀레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리 홀레가 심리분석 관련한 자문을 구하던 심리학자는 그가 주던 삶의 의미를 그리워한다. “키 크고 무뚝뚝하고 알코올의존증이며 마음은 넉넉한 해리가 어느 날 불쑥
씨네21 추천도서 <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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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추억을 회상하는 목소리로 시작하는 소설 <은주의 영화>는 은주가 아버지와 극장에 갔던 추억을 떠올리는 중이다. 영화보다 중요했던 것은 영화를 보고(제목이 기억나지 않음) 아버지와 찻집에 가 아이스크림을 먹던 추억이나, 또 영화를 보고(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 아버지와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먹던 기억이다.
어머니를 처음 본 순간 반한 일을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라고 추억하거나, 딱히 딸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은주야, 너도 저런 영화 하나 만들어볼래?”라고 말하는 아버지. 그런데 이런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서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그런 어머니를 찾겠다고 무작정 따라나선 아버지는 근무지 무단이탈로 해고되었고, 이모는 어쩌다 다리를 절게 되었고, 그런 것을 영화로 찍을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런 순간들은 영화였다, 영화였어. 그 ‘영화’라는 단어 뒤에 숨은 곡진한 사연이 뒤를 잇
씨네21 추천도서 <은주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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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란 미화되기도 쉽고 잊히기도 쉽다. 아니, 과거는 그대로 거기 있는데 사람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재현된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과거를 미화해 기억하기도 하고, 그것이 없었던 일인 양 잊어버리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탑골가요’라 불리는 90년대 ‘인기가요’의 무대들은 지금에야 웃긴 것으로 재해석되며, 당시에는 그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여기지지만 사실 이정현의 무대는 그때에도 진기한 것이 아니었나. 9월 <씨네21>의 책장에는 과거를 기억하거나 정리하는 사람들의 책을 모았다. 공선옥의 <은주의 영화>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목소리로 시작된다. 아버지와 영화를 봤던 기억은 이내 아버지의 목소리 “(너희 엄마를 만난 건) 영화였어”로 이어진다.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옆에서 엿듣는 것처럼 생생한 문장은 공선옥 소설의 특기다. 건축 에세이 <수리수리 집수리> 역시 건축 현장과 동네 사람들의 목소리를 옆에서 듣는 것처럼 실감나게 옮겨놨다. 건축가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