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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에 걸친 스카이워커 가문의 대서사시가 막을 내렸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창조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9편이자 시퀄 3부작의 마지막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이하 <스카이워커>)가 2019년 12월 20일 전세계 동시개봉(한국 개봉은 1월 8일) 이후 열흘 만에 7억 6천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흥행 순항 중이다. 20세기 블록버스터영화의 산업 흐름을 바꿔놓고 시각특수효과(VFX)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냈으며 SF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등 <스타워즈> 시리즈가 전세계 영화 역사에 끼친 영향을 나열하려면 이 지면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1세기 거대한 영화제국을 구축한 디즈니의 지휘 아래 성공적으로 부활한 새 시리즈는 이제 시리즈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엔딩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그 장대한 피날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번 영화는 앞선 두편의 영화가 속시원히 풀어주지 않은 수많은 수수께끼들
5가지 키워드로 짚어보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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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씨네21> 1237호에 <벌새> 김보라 감독의 해외영화제 탐방기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실렸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이스탄불국제영화제, 키프로스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진 일들에 이어 이번에는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홍콩아시안영화제까지, 대륙을 횡단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보라 감독이 <벌새>로 경험한 지난 1년의 시간, 그 마지막 이야기다.
트라이베카영화제
화려한 뉴욕의 영화제 (2019년 4월 22일~5월 6일 체류)
트라이베카영화제는 <벌새>로 다녔던 영화제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제였다. 다른 해외영화제와 달리 경쟁 섹션의 영화뿐 아니라 비경쟁 섹션에 있는 <아폴로> <원 차일드 네이션> <미팅 고르바초프>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들이 화제작이었다.
파티가 정말 많았다. 이스탄불국제영화제처럼 소규모의 파티가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익명적 파티였다. 트라이베카영화제에는 나, 조수아 P
영화제 45관왕 <벌새> 김보라 감독의 해외영화제 순방기 연재 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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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한번 바뀐다고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한국 영화산업은 강산이 적어도 세번 이상 바뀐 듯하다. <씨네21>은 지난 10년 동안 충무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과 변화들을 되돌아보았다.
1. 필름에서 디지털로
2010년이 되기 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디지털카메라 한대가 <국가대표>(2009) 현장에 처음 투입돼 자신의 이름을 알리더니,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나이가 많은 필름카메라를 집어삼킬 기세를 보였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었다. 피사체를 2K 크기로 화면에 담는 기존의 HD카메라와 달리 이 카메라는 디지털이면서도 필름과 유사한 화질을 구현하는 4K 방식이었다. 작고 날렵한 이것의 정체는 ‘레드원’이다. 이 카메라는 촬영 현장에 기동성을 더했고, 비용을 대폭 절감하며 짧은 시간 안에 현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레드원의 등장은 필름의 퇴장을 더욱 앞당겼다. 2012년 이스트만코닥은 파산보호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⑤] 10개의 키워드로 되돌아본 2010년대 한국 영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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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10년 이후 데뷔한 한국 영화감독 중 자신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부터 화산이 분출하듯이 한국에서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2007년 이후 갑자기 활동을 정지했다”고 평했다. 물론 이건 해외 한 평론가의 견해일 뿐 진실은 아니다. 우리는 2010년 이후에도 왕성히 활동한 감독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에 널리 알려질 만큼 도드라진 영화를 만든 데뷔감독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안이하게 받아들였던,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의 한 자락을 외부에서 두드려 깨워주었을 때 새삼 2010년대 한국영화의 어떤 흐름을 자각한다.
<씨네21> 1237호 기획 기사 ‘2019년 한국 상업영화가 놓치고 지나간 것들’ 에서 한국영화의 경향을 진단하며 감독의 영역이 점차 소멸해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④] 감독으로 읽는 2010년대 한국영화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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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영화들을 되짚어보는 건 <씨네21> 기자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동시에 이중 10편을 골라야 한다는 것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린 시간이기도 했다. 10편의 영화는 시대를 읽은 지표와 작품성을 고루 반영한 결과지만 그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도 주류가 되기 힘든, 사각지대의 영화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목받기 힘든 영화들이야말로 영화의 다양성을 풍성하게 해줄, 미학적 가능성을 품은 도전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애초에 이 리스트를 마련한 취지는 순위 선정이 아니라 점검과 재탐색 그리고 발굴에 있다. 이에 리스트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씨네21> 기자들이 각자 ‘제 맘대로’ 선정한 기억해야 할 영화 리스트를 전한다. 부디 이 사사로운 목록에서 당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길 고대한다.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③] 기자들이 놓치기 싫었던 영화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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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무엇이 선택받지 못했느냐가 진실을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때가 있다. 2010년대 한국영화를 정리하면서 10편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모한 짓이다. 이야기할 영화는 너무 많고, 영화는 본래 성적순 줄 세우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 작업이 필요했던 것은 재발견을 위해서다. 어떤 영화들은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지나고 나면 가치가 더욱 깊어지는 것들도 있다. 때문에 비록 10편 안에 들지 못했지만 반드시 기억되고 회자되어야 할 영화들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를 덧붙이려 한다.
그동안 <씨네21>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2010년대에도 해마다 한편씩 거르지 않고 그해의 베스트 목록에 올랐다. 2010년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 2011년 <북촌방향>은 특히 2010년대의 문을 여는 영화로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②] 11위 이후의 영화들 <파수꾼> <철의 꿈> <김군>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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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등 총 6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는 1월 13일(현지시각)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작을 발표했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또한,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 거장들과 감독상을 겨루게 됐다.
이밖에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6개 부문 후보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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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2020년을 맞아 오늘 한국영화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금 정확한 좌표 설정을 시도하고자 한다. 2010년대 우리를 뒤흔든 10편의 영화를 선정함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내적, 그리고 미학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2010년대 한국영화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첫 번째 기준으로 세웠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원칙을 한 가지 두었다. 한명의 감독이 만든 영화는 반드시 한 작품만 꼽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등 가능한 한 다채로운 장르와 특성을 포괄하고 안배해 언급하고자 노력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유독 중요했고 아름다웠던 영화들, 지난 10년을 설명해줄 10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위 <기생충>
감독 봉준호 / 2019년
믿기 힘든 일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씨네21> 연말 결산에서 한번도 1위를 한 적이 없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는 5위권 밖에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에 그쳤고 당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①] <씨네21> 편집부가 선정한 2010년대 한국영화 베스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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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2020년을 맞이해 한국영화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20년이라고 10년을 다시 되돌아보는게 새삼스럽고 구태의연한 일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1년이란 주기를 만들어 한해를 마무리하는 건 자신을 점검하기 위한 일종의 쉼표에 가깝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새삼스러운 일을 굳이 시간을 내어 정리해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의식이자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두드림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은 <씨네21>에도 남다른 한해로 다가온다. 변화하는 영화시장, 잡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씨네21>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자기 점검 중에 있다. 때문에 2020년이란 구태의연한 숫자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이자 기회처럼 느껴진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계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그때마다 소식을 정리하느라 혹여 놓치고 지나갔을지 모를, 거시적인 시야가 필요한 시기
<씨네21> 편집부가 선정한 2010년대 한국영화 베스트 오브 베스트 - 영화 베스트10, 최고의 감독들, 기자 8인의 사적인 리스트 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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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금 대한민국 영화계가 들썩였다. 지난 1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때 봉준호 감독이 남긴 수상소감이 종일 화제였다. 세계 무대에서도 존재감 넘치는 <기생충>의 활약을 축하하며, 그동안 한국 시청자들을 울고 울렸던 레전드 수상소감을 모았다.
"단 하나의 언어는 영화입니다"
봉준호 <기생충>
2020ㅣ골든 글로브 시상식ㅣ외국어영화상
"자막의 장벽을, 장벽도 아니죠.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입니다." 미국의 로컬 영화제 중 하나인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영어 영화가 아닌 영화에 수여되는 '외국어영화상' 수상소감으로 더할 나위 없는 멘트였고, 객석은 감동의 박수 물결로
최근 인상적이었던 국내 배우·감독들의 레전드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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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났던 2019년. 이에 못지않게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 것들이 있다. 바로 드라마다. KBS 연기대상에서 12관왕을 차지한 <동백꽃 필 무렵>, SBS 연기대상에서 8관왕을 거머쥔 <열혈사제> 등 여러 쟁쟁한 드라마들이 사랑을 받았다. 2020년에도 무려 100편이 넘는 드라마들이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1분기(1월~3월) 공개가 확정된 작품들은 점점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올해도 많은 수작들이 탄생하길 기대하며, 2020년 1분기에 방영되는 드라마 기대작 7편을 알아봤다.
<이태원 클라쓰>
연출: 김성윤 / 각본: 광진 / 출연: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 권나라 / 방영: 1월31일 JTBC
일본에는 소년만화, 미국에는 히어로 장르 코믹스가 최고의 영상화 소재가 됐다면, 이제 국내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웹툰인 듯하다. 첫 번째로 소개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올해는 어떤 띵작이? 2020년 1분기 드라마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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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중국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웠다.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는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2018년 607억위안(약 10조원)보다 성장해 631억위안(약 10조5천억원)을 돌파했고 극장 개봉작도 전년에 비해 100여편이 늘어나 관객은 지난해 700여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자국 SF영화인 <유랑지구>의 작품성과 상업적 흥행으로 그동안 시도되지 않던 SF영화들이 줄지어 관객을 만났다. 2019년 중국영화사에 남을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나타>를 빼놓을 수 없다. <나타>는 50억위안(약 8300억원)을 돌파했고 역대 박스오피스 2위(1위는 <특수부대 전랑>)에 올랐다. 2019년에 개봉한 작품 중에서 애니메이션이 약 10%를 차지했고, 춘절 연휴가 낀 2월 초까지의 개봉예정 영화 가운데 애니메이션만 총 16편인데, <강자아>를 비롯해 자국 애니메이션이 14편이나 된다.
한편 장이머우 감독의 <
[베이징] 2019년 중국영화계의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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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짐 셰리던 / 출연 대니얼 데이 루이스,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 제작연도 1993년
‘아버지’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따뜻함, 불편함, 엄격함, 허전함, 미안함…. 나에게 아버지는 애증의 존재다. 한국전쟁 때 함경남도 단천에서 내려온 실향민인 아버지는 거친 성격만큼 욕도 잘하신다. 그의 첫째 아들, 그러니까 큰형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으로 살았다. 뭣도 모르던 나도 아버지와 큰형의 권유로 1994년에 육사에 입학해 2학년 1학기까지 다녔다. 하지만 진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기말고사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 나와버렸다. 이후 한국 현대사에 비판적 시각을 갖기 시작한 나와, 박정희·전두환 등 군사정권 문화에 관대한 아버지, 두 인간 종자의 냉전은 상당히 오래갔다. 2001년 내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 <나의 아버지>라는 사적 다큐멘터리였던 것은 그만큼 내 안에 그 냉전으로 인한 응어리가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짐 셰리던 감
[내 인생의 영화] 김희철 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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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또 검사 드라마야?” 소파에 늘어져 맥주를 까먹던 검사들이 국회의원에게 USB메모리를 바치는 드라마 속 검사를 보고 피식 웃는다. 이들은 검찰총장도 수년간 찾지 않은 지방 지청의 형사부 소속이다. 점심 메뉴가 중요한 회의 안건이고, 굿값이나 곗돈에 얽힌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하고 피의자와 피해자를 만나는 일과에 충실하다. 그냥, 직장인 같다.
JTBC <검사내전>은 ‘생활형 검사’ 김웅의 에세이가 원작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대다수 검사들은 권력의 하수인이나 정의의 사도로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 속 검사와 거리가 멀다던 책이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검사 앞에 드러누워 강한 코어 근육으로 가짜 경련을 연기하던 ‘연쇄 사기범’ 할머니를 비롯해 사기꾼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한편, 검사들의 인간적인 성정과 실수를 왜 자꾸 보여주는지 궁금했다. 검사도 사기꾼의 눈물에 속는다. 도박장에 잠입했다가 화투패에 이성을 놓기도 한다. 이선웅(이선균), 차명주(정려원)
<검사내전>, 검사 이야기, 다른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