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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동독의 피터(프리드리히 무케) 가족은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의 계획은 다름 아닌 열기구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 피터 가족은 재봉틀을 이용해 열기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엄중한 경계를 피해 겨우 시도한 첫 번째 탈출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구름과 습기 등의 문제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밀경찰은 피터 가족이 남기고 간 탈출 시도의 흔적을 따라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더욱 냉혹해진 국가보안부의 감시 속에서 피터 가족은 같은 목표를 가진 이웃 귄터(다피트 크로스) 가족과 힘을 합쳐 다시 열기구를 제작한다.
<벌룬>은 냉전기 동독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약 3만8천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하려다 실패했으며 그중 462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오프닝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었던 당대 시민들의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벌룬> 냉전기 동독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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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은총으로 프레나 신부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2016년 8월 프랑스 루르드에서 열린 주교회의에서 필리프 대주교는 고위 사제들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여 프랑스 국민의 공분을 샀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의 은총으로>는 이 논란의 발언을 제목으로 하여 신부들의 성범죄에 얽힌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리옹에 거주하는 알렉상드르는 단란한 가족을 꾸린 평범한 남자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성당의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은 아픈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신부가 아무런 문제 없이 여전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렉상드르는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알렉상드르는 다른 피해자들과 힘을 합쳐 ‘라 파롤 리베레’(해방된 말)란 단체를 결성하고 가톨릭 교회를 상대로 투쟁에 나선다.
프레나 신부를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이 영화는 개별 사안의 고발에 그
<신의 은총으로> 신부들의 성범죄에 얽힌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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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 맥스(김기두)와 숲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아기곰 레미(이다은)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냥꾼들에게 납치당한다. 그들을 쫓아 도시로 온 맥스는 우연히 특수요원 강아지 레오를 만난다. 레오는 레미를 납치한 괴한들이 야생동물을 불법 포획·거래하는 애니멀 컴퍼니 소속이며 자신의 주인 역시 그들에게 잡혀 있다고 말한다. 레오와 맥스는 그들을 구출하기로 하고 특수훈련을 시작한다. 한편 애니멀 컴퍼니는 판다수급이라는 본래 목적을 위해 레미를 판다로 분장시켜 창고에 가둔다. 그곳에서 레미는 우리에 갇힌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만난다.
<슈퍼 베어>는 야생동물 불법 포획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귀여운 캐릭터의 힘으로 밝고 가볍게 풀어내는 영화다. 권선징악의 구조 또한 영화에 재미를 더하는 데 톡톡히 한몫한다. 인간과 동물의 대립은 애초 성립 불가능해 보이지만 영화는 동물들의 특성을 최대한 발현시키고 첨단기술장치까지 그들 손에 쥐여주며 균형을 맞춘다. 허술하지만 훈련을 통해 발전하고
<슈퍼 베어> 괴한들이 야생동물을 불법 포획·거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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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서서히 타올랐으나 결코 서로의 마음을 뜨거운 채로 탐하게 놔둘 수 없었던 시대, 자신들을 찾아온 사랑의 형태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어떤 연인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룬 멜로영화다. 1770년, 젊은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밀라노 귀족과 결혼을 앞둔 여인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백작 부인의 의뢰를 받고 엘로이즈가 머무는 외딴섬의 영지에서 며칠간 머물게 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초상화 그리는 걸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에 화가라는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이목구비를 눈에 담기 위해 매일 산책에 동행하면서 그녀가 지닌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친분도 쌓는다. 어쨌든 그녀는 엘로이즈의 결혼을 종용하는 도구로 사용될 초상화 완성에 매진해야 한다. 영화는 화가로서 그저 피사체를 관찰하듯 시작된 마리안느의 냉정한 시선이 점점 엘로이즈라는 인물의 외모만이 아닌 내면으로까지 파고들면서 벌어지는 불가해한 화학작용을 시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어떤 연인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룬 멜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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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수의사 존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다. 이후 세상과 단절한 채 오직 동물들에게만 곁을 내어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리틀은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빅토리아 여왕(제시 버클리)의 상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동물 왕국마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친구들과 함께 낯선 섬의 에덴 나무 열매를 찾아나선다.
영화 <닥터 두리틀>은 휴 로프팅의 아동문학 <둘리틀 박사의 여행> 시리즈를 각색한 판타지영화다.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두리틀의 전사를 요약하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본격적인 모험의 여정을 다루며 관객들을 동화와 같은 세상으로 인도한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팬층을 가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기획 과정에서부터 참여했고, 그의 아내이자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풍부한 상
<닥터 두리틀> 동물과 인간 사이의 연대와 우정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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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지만 수습 신분으로 재벌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바람 잘 날 없는 태수(안재홍)는 어느 날 몸을 던지는 활약으로 황 대표(박혁권)의 눈에 들게 된다. 황 대표는 태수에게 기업에서 관리하는 회사 중 망해가는 동산파크의 운영 전권을 위임하면서 신임 동물원장에 앉힌다. 빚더미에 나앉으며 동물까지 내다팔아 텅텅 비어가는 동산파크를 살려보겠다는 태수의 의지는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재개장을 해야 한다는 괴상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된다. 이제 망해가던 동물원의 직원인 수의사 소원(강소라), 사육사 건욱(김성오)과 해경(전여빈), 그리고 서 원장(박영규)은 태수와 합심해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 기린, 북금곰을 맡아 관람객을 상대로 귀여운 사기극을 꾸미게 된다.
손재곤 감독의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과 <이층의 악당>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세 번째 연출작 <해치지 않아>가 평범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는 아닐 거라는 기대
<해치지 않아> 코미디영화의 모범답안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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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에 걸친 스카이워커 가문의 대서사시가 막을 내렸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창조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9편이자 시퀄 3부작의 마지막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이하 <스카이워커>)가 2019년 12월 20일 전세계 동시개봉(한국 개봉은 1월 8일) 이후 열흘 만에 7억 6천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흥행 순항 중이다. 20세기 블록버스터영화의 산업 흐름을 바꿔놓고 시각특수효과(VFX)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냈으며 SF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등 <스타워즈> 시리즈가 전세계 영화 역사에 끼친 영향을 나열하려면 이 지면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1세기 거대한 영화제국을 구축한 디즈니의 지휘 아래 성공적으로 부활한 새 시리즈는 이제 시리즈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엔딩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그 장대한 피날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번 영화는 앞선 두편의 영화가 속시원히 풀어주지 않은 수많은 수수께끼들
5가지 키워드로 짚어보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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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씨네21> 1237호에 <벌새> 김보라 감독의 해외영화제 탐방기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실렸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이스탄불국제영화제, 키프로스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진 일들에 이어 이번에는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홍콩아시안영화제까지, 대륙을 횡단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보라 감독이 <벌새>로 경험한 지난 1년의 시간, 그 마지막 이야기다.
트라이베카영화제
화려한 뉴욕의 영화제 (2019년 4월 22일~5월 6일 체류)
트라이베카영화제는 <벌새>로 다녔던 영화제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제였다. 다른 해외영화제와 달리 경쟁 섹션의 영화뿐 아니라 비경쟁 섹션에 있는 <아폴로> <원 차일드 네이션> <미팅 고르바초프>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들이 화제작이었다.
파티가 정말 많았다. 이스탄불국제영화제처럼 소규모의 파티가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익명적 파티였다. 트라이베카영화제에는 나, 조수아 P
영화제 45관왕 <벌새> 김보라 감독의 해외영화제 순방기 연재 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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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한번 바뀐다고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한국 영화산업은 강산이 적어도 세번 이상 바뀐 듯하다. <씨네21>은 지난 10년 동안 충무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과 변화들을 되돌아보았다.
1. 필름에서 디지털로
2010년이 되기 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디지털카메라 한대가 <국가대표>(2009) 현장에 처음 투입돼 자신의 이름을 알리더니,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나이가 많은 필름카메라를 집어삼킬 기세를 보였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었다. 피사체를 2K 크기로 화면에 담는 기존의 HD카메라와 달리 이 카메라는 디지털이면서도 필름과 유사한 화질을 구현하는 4K 방식이었다. 작고 날렵한 이것의 정체는 ‘레드원’이다. 이 카메라는 촬영 현장에 기동성을 더했고, 비용을 대폭 절감하며 짧은 시간 안에 현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레드원의 등장은 필름의 퇴장을 더욱 앞당겼다. 2012년 이스트만코닥은 파산보호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⑤] 10개의 키워드로 되돌아본 2010년대 한국 영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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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10년 이후 데뷔한 한국 영화감독 중 자신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부터 화산이 분출하듯이 한국에서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2007년 이후 갑자기 활동을 정지했다”고 평했다. 물론 이건 해외 한 평론가의 견해일 뿐 진실은 아니다. 우리는 2010년 이후에도 왕성히 활동한 감독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에 널리 알려질 만큼 도드라진 영화를 만든 데뷔감독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안이하게 받아들였던,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의 한 자락을 외부에서 두드려 깨워주었을 때 새삼 2010년대 한국영화의 어떤 흐름을 자각한다.
<씨네21> 1237호 기획 기사 ‘2019년 한국 상업영화가 놓치고 지나간 것들’ 에서 한국영화의 경향을 진단하며 감독의 영역이 점차 소멸해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④] 감독으로 읽는 2010년대 한국영화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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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영화들을 되짚어보는 건 <씨네21> 기자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동시에 이중 10편을 골라야 한다는 것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린 시간이기도 했다. 10편의 영화는 시대를 읽은 지표와 작품성을 고루 반영한 결과지만 그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도 주류가 되기 힘든, 사각지대의 영화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목받기 힘든 영화들이야말로 영화의 다양성을 풍성하게 해줄, 미학적 가능성을 품은 도전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애초에 이 리스트를 마련한 취지는 순위 선정이 아니라 점검과 재탐색 그리고 발굴에 있다. 이에 리스트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씨네21> 기자들이 각자 ‘제 맘대로’ 선정한 기억해야 할 영화 리스트를 전한다. 부디 이 사사로운 목록에서 당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길 고대한다.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③] 기자들이 놓치기 싫었던 영화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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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무엇이 선택받지 못했느냐가 진실을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때가 있다. 2010년대 한국영화를 정리하면서 10편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모한 짓이다. 이야기할 영화는 너무 많고, 영화는 본래 성적순 줄 세우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 작업이 필요했던 것은 재발견을 위해서다. 어떤 영화들은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지나고 나면 가치가 더욱 깊어지는 것들도 있다. 때문에 비록 10편 안에 들지 못했지만 반드시 기억되고 회자되어야 할 영화들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를 덧붙이려 한다.
그동안 <씨네21>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2010년대에도 해마다 한편씩 거르지 않고 그해의 베스트 목록에 올랐다. 2010년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 2011년 <북촌방향>은 특히 2010년대의 문을 여는 영화로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②] 11위 이후의 영화들 <파수꾼> <철의 꿈> <김군>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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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등 총 6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는 1월 13일(현지시각)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작을 발표했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또한,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 거장들과 감독상을 겨루게 됐다.
이밖에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6개 부문 후보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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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2020년을 맞아 오늘 한국영화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금 정확한 좌표 설정을 시도하고자 한다. 2010년대 우리를 뒤흔든 10편의 영화를 선정함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내적, 그리고 미학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2010년대 한국영화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첫 번째 기준으로 세웠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원칙을 한 가지 두었다. 한명의 감독이 만든 영화는 반드시 한 작품만 꼽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등 가능한 한 다채로운 장르와 특성을 포괄하고 안배해 언급하고자 노력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유독 중요했고 아름다웠던 영화들, 지난 10년을 설명해줄 10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위 <기생충>
감독 봉준호 / 2019년
믿기 힘든 일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씨네21> 연말 결산에서 한번도 1위를 한 적이 없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는 5위권 밖에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에 그쳤고 당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들①] <씨네21> 편집부가 선정한 2010년대 한국영화 베스트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