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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판타지 호러만화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양경일(그림), 윤인완(글) 콤비의 <아일랜드>(북박스)가 소설로 나왔다. <아일랜드>는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빼어난 그림체로 청소년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 소설 <아일랜드>는 1, 2권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을 지니지만 그걸 하나로 묶는 복선이 계속 깔려 있어 두권 역시 하나의 스토리로 완결성을 갖는다. 그러나 만화가 원작이라고 해서 허황된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록 현실에는 없는 귀신들이 나오지만 정작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일본의 메이저 출판사인 쇼카쿠칸(小學館)의 월간지 <선데이GX>에 장편 <신암행어사>의 프롤로그 부분을 선보였던 양ㆍ윤 콤비는 올 3월부터 본격 연재를 시작함으로써 일본시장 정복에 나설 계획이다.<동아총통특무대> 발간초
소설 <아일랜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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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서울을 하얗게 뒤덮은 폭설로 박승배(63)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은 자꾸 더뎌지고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뵙기 힘든 요즘 영화판에서 예순을 훌쩍 넘긴 노장과의 인터뷰는 사실 긴장되는 자리였다. 게다가 나이보다 많은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촬영부의 ‘살아있는 전설’로 알려진 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약속시간 10분 전, 드디어 ‘무비캠’이라고 쓰인 자그마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옷 매무새를 다시 한번 추스르고 사진기자를 앞세워 사무실로 들어선다.얼핏 복덕방을 연상시키는 그곳에는 같은 연배의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는 건 은백의 머리 위에 얹힌 멋진 카우보이 모자 때문. 이미 현장에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하는 모자다. 좀더 근엄한 모습을 기대한 탓일까. 모자 밑에 숨겨진 개구쟁이 같은 표정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나온다.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틈을 타 주위를 둘러보니 촬영감독 사무실답게 카메라 모델 사진과 코닥에
카메라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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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설 비디오 가이드해마다 최소한 3∼4일씩 놀 수 있는 설 연휴는 작심하고 비디오 가게를 섭렵하기 좋은 시기이다. 올해는 한번 애니메이션으로 설 연휴를 즐기면 어떨까? 애니메이션 비디오라고 하면 흔히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는데 살펴보면 그외에도 볼 만한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평소 극장에서 접하기 힘든 단편이나 유럽 애니메이션 비디오들을 골랐다. 모두 국내에 출시된 작품들. 그동안 지면으로만 소개된 단편들이 궁금했던 팬들이나,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한번 아래 작품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장인의 손길, 작가의 숨결<위대한 강> (Le Fleuve aux Grandes Euex)(2000년 출시, 24분, 라바필름(02-765-8312))현존하는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중 한명인 캐나다 프레데릭 벡의 93년 작품. 캐나다 퀘벡 지방을 흐르는 센트로렌스 강을 중심으로 그곳의 역사와 자연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계, 그 미지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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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처음 복제양 돌리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이 놀라운 기술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공포감은 대단했다. 히틀러의 복제물들이 떼지어 거리를 활보하는 그림이 주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물론 복제대상에 아인슈타인과 마돈나가 오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피 한 방울을 가지고 또다른 자기가 만들어질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는 데 아연했다.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역설적이게도 복제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복제인간에 대한 심리적 공포는 많이 수그러든 것처럼 보인다. 양에 이어 소, 염소, 쥐, 원숭이가 복제되면서 복제기술은 그렇고 그런 별로 어렵지 않은 기술의 하나가 됐다. 반면에 사람의 복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외계인이 인간을 복제했다고 믿는 종교집단을 빼면 어느 누구도 공공연히 사람을 복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동물은 되고 사람은 안 되는’ 선에서 복제 문제는 일단락된 것일까.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복제는 복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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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 모습하고 옷입은 모습하고 어느 게 더 보기 좋아요?” 조금 머뭇하더니 진희가 인기에게 묻는다. 진희는 답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한번 심중을 떠보고 싶은 거다. 욕망은 종종 타인에게 향한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진희는 자신의 처지가 딱하다. 매번 문고리를 붙잡고 헉헉대야 하는 에로배우 진희는 인기 앞에서 “심중에 있는” 고백을, “끝끝내 못하고” 떠나간다. <불후의 명작>의 진희는 그런 인물이다. 김여랑(24)은 진희를 “매번 옷을 벗고 가성을 내지만, 머리로는 클래식을 듣는” 인물이라고 추측한다. 그게 진희의 삶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희만 그럴까. 에로감독 인기와 대필 작가 여경은 어떤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김여랑과 진희의 공통점은 거기에 있다.
김여랑이 털어놓은 짧은 삶의 이야기에도 그런 흔적이 묻어 있다. 80년대 왕영은이 <
무언의 대사 시절도 있었어요, <불후의 명작>의 김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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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거리. 쏟아지는 비를 뚫고 이제 막 세상에 눈뜬 소년 벤과 사랑에 눈뜬 고급콜걸 미나가 숨이 찰듯 달린다. 그들의 사랑이 처음으로 확인되는 이 장면에 흐르는 사랑의 노래, <러브테마>는 얼핏 잔잔한 피아노곡처럼 들리지만 정원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저분한 발라드”다. 피아노 선율 아래 마치 모스 부호처럼 귀를 불편하게 만드는 규칙적인 기계음들을 숨겨놓은 이유. 그것은 고급스럽고 서정적이기보다는 더럽고 지저분한 “못된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이재한 감독의 요구 때문이었다. 마약에 취한 듯한 인트로 <트립>부터 가장 로맨틱한 순간에 쓰인 <러브테마>까지 정원영은 <컷런스딥>의 모든 음악 속에 조금씩 의도된 흙탕물을 튀겨놓았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장난도 많이 쳤죠.” 지난해 여름, 홍익대 근처 달파란(강기영)의 작업실에서 정원영과 달파란은 “완전히 공동작업”으로 <컷런스딥>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생소함과 익숙함.
지저분하고 못된, 혹은 마약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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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lls 감독 필립 카우프만 주연 제프리 러시, 케이트 윈슬럿, 와킨 피닉스, 마이클 케인 수입·배급 20세기 폭스 코리아 개봉예정 3월‘사디즘’의 어원이 된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키 드 사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꼽힐 만하다. 27년간 감옥생활을 한 사드는 외설적인 소설을 쓴 것은 물론, 직접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이기도 하다. 반면 사드는 왕정에 반대하고 절대적인 자유를 부르짖은 반체적인 무정부주의자였다. 시몬 보봐르의 말처럼 ‘사드 주장의 가장 큰 가치는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며 ‘광기의 작가’라는 낭만적 개념에 딱 맞는 인물이다.사드가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보낸 샤랑트 정신병원을 무대로 벌어지는 <퀼스>의 감독은 <프라하의 봄>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등에서 인간과 성의 관계, 금기의 선을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던 필립 카우프만이다. 필립 카우프만은 자신의 극단적인 욕구를 외설적인 글로 표현하려 했던 말년의
사드백작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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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 파헤쳐진 무덤가에서 영화 <휴머니스트> 촬영이 한창이다. 스탭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쌓여 있는 잔설을 피해 촬영장소가 바뀌어 지연된 촬영을 해떨어지기 전에 마쳐야 하기 때문. 오랜 준비 끝에 카메라가 돌아가자 한 두번 만에 쉽게 오케이 사인이 난다. 4개월여의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촬영동선까지 꼼꼼히 짜놓은 합리적인 제작시스템을 시도해 촬영속도는 빠른 편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기상상황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본인 스스로 ‘염세주의적 낙천주의자’라는 이무영 감독은 사람사는 세상이 돼지우리랑 비슷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영화 <휴머니스트>는 돼지우리에서 시작해서 돼지우리에서 끝난다. 엽기적 내용이 많지만 알고보면 우리 현실 자체가 엽기적인 게 많다. 영화의 영어제목이 인 것에서 짐작하듯이 <휴머니스트>는 돈 때문에 아버지를 납치하는 패륜아에 관한 영화이고 실제로 몇년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박한상 사건이 이 영화의 단초가 되었다
세상은 돼지우리, 우리는 패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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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데, 모하는 데”, “엄마야, 멋지다. 장동건이 아니가? 잘났네. 유오성이도 있네. 실물이 헐 낫네”, “사진기 가져왔나”, “와, 안 찍는데”부산 범일동 굴다리시장에 장동건, 유오성이 등장하는 순간, 시장 안은 ‘시장통’이 됐다. 무료하던 차에 이게 웬 떡이냐 싶었는지 아지매들은 저마다 오리지널 부산 사투리로 왁자지껄. 어릴 적 만난 친구들의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중간중간의 단절과 이음. 이렇게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친구>가 부산을 헤집고 촬영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영화 <친구>는 <억수탕> <닥터K>를 감독했던 부산 사나이 곽경택 감독의 3번째 영화. 부산에서만 촬영을 고집(?)해온 곽 감독은 “내 이야기다. 머릿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친구들의 기억들, 강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부산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한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 여러모로 영화적이라는 곽 감독이
부산 사나이들, 우리 어릴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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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1988년 직배 반대투쟁 시절부터 한국영화계의 투사였다. 지난 10여년 동안 새로운 영화세상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 영화인들에게 뚝심있고 사심없는 그는 든든한 맏형이었고, 그 때문에 돈 안되고 짐만 되는 이런 저런 감투를 써야 했다. 본업 생각이 꿀뚝 같았겠지만, 후배와 동료들의 간청을 매번 거절하지 못해, 촬영 현장 밖에서 많은 날들을 보내야 했다. 속으론 마지막 감투이기를 바라는 영화인회의 이사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면서, 정 감독은 "이제 나처럼 유연성이 없는 사람은 안돼"라며 웃었다. 그의 짐을 떠맡은 신임 이춘연 이사장(씨네2000 대표)도 따지고 보면 정 감독과 같은 종족이다. 96년 정지영 감독과 함께 스크린쿼터감시단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영화인회의 부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정 감독과 함께 궂은 일을 해온 사람이다. <손톱> <지독한 사랑> <여고괴담> <미술관 옆 동물원> <인터뷰&
`NGO 역할은 계속, 투쟁전술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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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진(36) 감독의 입봉작 <불후의 명작>은, 바라보고 있으면 만든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떠오르는 영화다.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화 안에서 인물들은 어떤 경우라도 타인을 다치지 않으며 미욱하게 그렇지만 꾸준히 살아간다. 그처럼 다소 어눌한 필치에 발신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를 이미 받아 읽은 탓인지 심 감독을 인터뷰하기 위해 걸은 눈쌓인 삼청동 길은, 초면의 상대를 만나러 가는 길목답지 않게 푸근했다. 영화 속 여경과 인기가 언제나 고집하던 창가 테이블을 택했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개봉 뒤 훌쩍 떠난 여행길에 들른 변산 내소사의 대웅전 문살이 너무 예쁘더라고 감탄하는 그의 눈빛만큼은 짐작대로였다.<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꽃잎>의 연출부로,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조감독으로 개봉을 겪어봤지만, 감독 데뷔작의 개봉은 기분이 완전히 달랐을 것 같다.사상 최고로 두려운 크리스마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멜로보다는 휴먼드라마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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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여자. 그 사랑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남자는 뉴욕의 펜트하우스와 최고급 페라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첫사랑이었다가 13년 뒤 크리스마스, 마법처럼 그의 아내가 된 <패밀리맨>의 케이트, 테아 레오니(34). 그는 샤워부스 안에서의 코믹한 엉덩이 춤과 단발머리를 흔들며 케이지의 품으로 돌진하는 소년 같은 몸짓만으로, 가슴 팬 드레스로 유혹하는 뭇 여성들을 한방에 KO패시킬 만큼 충분히 귀엽고 섹시하다. “케이트가 단순히 바가지 긁는 마누라로 비쳐지지 않길 바랐어요. 잭에게 13년 전 그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느끼게 만들고, 지금 케이트와의 생활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 당위성은 오로지 내 연기에 달렸으니까.” 2001년에는 <쥬라기 공원3>, 2002년에는 코언형제가 시나리오를 쓴 <참을 수 없는 잔혹함>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에 휴 그랜트와 출연할 계획인 그녀에게 <패밀리맨>은 2년간의 긴 휴식 끝에
오, 나의 불멸의 여신님, <패밀리맨>의 테아 레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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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열렸던 제26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는 4년 넘게 지속돼온 에바다 싸움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1996년 11월27일 청각장애자 교육기관 에바다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은 온갖 추악한 비리를 저지르는 재단에 맞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 싸움을 기록한 영상기록 다큐-인의 다큐멘터리 <끝없는 싸움-에바다>(연출 박종필)를 상영한 집행위원회는 싸움의 주체 ‘해아래집’ 사람들에게 특별상인 ‘연대와 인권상’을 수여했다. 이를 계기로 <씨네21>은 늦었지만 이들의 더운 손에 악수를 청했고, 시사지가 아닌 잡지와의 접촉은 처음이라며 이들 또한 흔쾌히 방문을 허락했다.‘해아래집’은 해 아래,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진위천 강가에 있었다. 해아래집은 에바다 싸움을 해온 이들이 일곱 번째로 자리잡은 농성장소이자 2차선 국도변에 ‘청각장애인들의 보금자리’라는 명패를 내건 이들의 작은 삶터다. 원래 음식점 용도로 지어진 방 세개짜리 단층 건물에서 스무명의 청각장애인과 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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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남자가 스튜디오 앞을 서성거렸다. 남자는 혼자 뒷짐을 진 채, 별 중요해 뵈지 않는 게시판의 글귀들을 꽤나 집중해서 읽고 있는 듯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다시 힐끗 보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뒷모습 이상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 남자의 목, 목도리로 둘둘 감은 목인데도, 참 길구나 했다. 반 시간 뒤, 긴 목의 남자는 우리에게 앞모습을 허락했다. 이성재(31).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잠겨진 스튜디오 앞에서 홀로 30분을 기다린 그는 그 흔한 매니저 한명 대동하지 않은 채, 조금의 원망도 섞이지 않은 선한 눈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그게 그 하루의 시작이었다.
‘누군가를 저렇게 아프게 바라볼 수 있을까’, TV드라마 <거짓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일생 처음 찾아온 사랑 앞에 번민하던 이성재의 눈빛을 차마 잊지 못할 테다. “언제나 영화를 귀착지라고 생각했어요. <거짓말>을 끝내고 나니 시나리오가 제 손에 쥐어지더군요.” <미
그날 하루가 허락되어 행복하였어라, <하루>의 이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