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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무너졌다."는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교실 천장이 폭삭 주저앉아 수십 년 간 쌓인 비둘기 배설물이 쏟아져 내리는 대참사를 경험했기에 교실 붕괴의 위험성을 잘 안다. 문제는 달아나 버린 어른 비둘기들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버둥거리는 새끼 비둘기들이다. 그때는 학급 어린이 회의를 통해 필자가 비둘기의 양육자로 간택이 되었지만, 오늘의 붕괴된 교실에서는 더 큰 양육자가 필요한 것 같다. 무너진 교실에서 아우성치는 것은 선생님보다도 몸집이 큰 아이들이기 때문이다.선생님, 주먹으로 말하다<아홉 개의 빨간 모자>나 <캔디캔디> 같은 고전적인 만화에서는 불쌍한 고아 아이들을 돌보는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많이 등장했다. '선생님의 도리'라는 것이 분명했던 시절이고, 아이들도 그들의 대의명분에 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폭력 써클이 판을 치고, 발랑 까진 중학생이 젊은 여교사에게 "선생님, 남자랑 자보긴 했어요."라고 물어보는 이 시대
학교는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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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억에 남는 특별한 영화라…. 영화와 연극을 전공한 나에게 그것이 어디 하나둘뿐이겠냐만은 굳이 지금 처해 있는 내 상황을 비쳐볼 땐 이거다 싶은 한편의 영화가 있긴 하다. <필라델피아>…, 아는 분은 다 알겠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성애자의 인권을 다룬 영화이다. 그 수많은 영화 중에 왜 하필 이 영화냐, 홍석천씨 당신의 커밍아웃은 이제 모두가 다 알고 있어요, 이젠 동성애라는 말 지겨우니 그만하세요, 이럴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렇지만 어쩌랴. 내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원고 청탁한 용감한 여기자의 의중을 내가 가뿐하게 눈치채버린걸. 사실 내가 커밍아웃하지 않았다면 어찌 감히 이 잘나가는 <씨네21>에 나올 수 있었겠나도 싶다. 솔직히 연기자인 나로선 <씨네21>의 표지를 장식하는 게 꿈이다. 이병헌, 송강호, 한석규…,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들이 표지를 장식할 땐 그저 그런 느낌이었는데 나보
내 인생의 영화, <필라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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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런아침에 알을 낳지 못하면 저녁 식탁에 몸을 올리는 비참한 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씩씩한 암탉 진저는 동료들을 이끌고 쉼없이 탈출을 꾀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닉 파크, 피터 로드 감독, 멜 깁슨, 미란다 리처드슨 목소리 출연,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84분김봉석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너무 단조로워 ★★★박평식 진흙덩이의 힘찬 맥박을 만져보라. 녹슬지 않는 손! ★★★★심영섭 진흙에도 영혼을! 아드만은 미켈란젤로의 손 ★★★☆ 그린치후빌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최고의 축제이지만 그린치만은 축제에서 제외되었다. 신디는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그린치를 마을로 초대한다. 론 하워드 감독, 짐 캐리, 테일러 멈센 출연, UIP코리아 배급, 상영시간 100분김봉석 팀 버튼이 만들었으면 걸작, 론 하워드는 평작 ★★★심영섭 스크루지 대신 그린치. 꿩 대신 닭이군 ★★★컷 런스 딥헝가리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치킨 런 /그린치 /컷 런스 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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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단한 기대를 품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떼시스>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신인감독의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바로 그런 것이지요. 아무런 선입견이나 기대없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말입니다. 영화는 좋았습니다. 영화제가 끝난 뒤 다시 영화관을 찾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영화의 질이나 소재, 주제를 떠나 뭔가 계속 제 머리를 귀찮게 구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메나바르의 처녀작인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무언가가 아주 낯이 익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으니 미칠 일이지요. 아메나바르의 스타일과는 상관없었습니다. 소재와도 별 상관이 없는 게 분명했고요. 웰러의 <무언의 목격자>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노골적이었다면 벌써 기억을 해냈지요.해답은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IMDB)에서 영화 자료를 뒤지다가 나왔습니다. 신인배우의 처녀작이어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던 배우들과 스탭들의 리스트를 읽다가 아는 이름을 발견한 것이지요. ‘아나 토렌트-앙헬라’
죽음을 부르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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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이었어요. 당시 KBS에선 올림픽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상당히 다양한 나라의 영화들을 특집 시리즈로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중 두개가 기억납니다. 하나는 성녀로 추앙받는 소녀에 대한 필리핀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지금 이야기하려는 퀘벡영화 <안느 트리스테>(Anne Trister)였지요. 당시 방영제목은 <안느 트리스터>였을 거예요. 영어에서 중역하다 발생한 실수였겠지요. 이 영화는 1년인가 2년인가 뒤에 EBS 교육방송 일요일 낮 영화시간에 재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재방송을 보았던 모양입니다.<안느 트리스테>는 아버지가 죽은 뒤 고향 몬트리올로 돌아온 유대인 미술학도 안느 트리스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아버지의 친구가 마련해준 창고에 벽화를 그리고 아동심리학자인 친구 알릭스와 사랑에 빠집니다.특별히 기억해야 할 영화 같지는 않죠?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별 생각없이 영화를 보았던
세상의 모든 왼손에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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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는 아무나 하나 절대로 아는 사람이 없을, 외국의 낯선 거리를 걷는 일을 나는 즐긴다. 거리의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구도 나에게 말걸지 않고,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완전한 소외. 그곳에서 나는 완전한 이방인,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다. 지금 여기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제3자가 된다. 지금 이곳의 경제가 파탄나든, 정치가 엉망진창이든, 온갖 범죄가 일어난다 해도 죄의 희생양이라도 되지 않는 한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상황은 그렇게 자유롭다. 그것이 일시적인 여행이라든가, 혹은 의도하지 않은 망명이라면.하지만 이방인이나 아웃사이더가 그리 쉽게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얼마 전 출간된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는 재일동포 작가가 쓴 성장소설이다. 조총련계의 민족학교에서 성장한 스기하라라는 소년이 일본
아웃사이더는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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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의 신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이미 TTL소녀 임은경의 캐스팅을 공론화한 <성냥팔이…>는 지난 1월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영화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게임 ‘성.소’에 빠져들 두명의 게이머, 김진표와 김현성을 대동했다. 그룹 패닉으로 데뷔한 래퍼이자 노바소닉의 보컬인 김진표에게 <성냥팔이…>는 배우로서는 첫 도전작. 영화에서 김진표는 프로게이머 ‘이’ 역으로 게임 속에서 친구인 ‘주’를 사살하기 위해 성냥팔이 소녀를 납치, 감금하는 시스템 친위대로 분한다.
임순례 감독의 <세친구>에서 만화가 지망생 ‘무소속’으로 소심한 사회부적응자 역할을 잘 소화해낸 김현성은 게임방 죽돌이지만 성냥팔이 소녀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게이머 ‘주’ 역으로 게임 속에서 이와 대결구도를 이루며 사이버 미로를 헤매게 된다. 임은경은 현실에서는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희미’로, 가상세계에서는 성냥팔이 소녀로 각기 다
성냥팔이 소녀의 이중생활, 임은경과 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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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공법과 음화제조법으로 약 1년 반 동안 검찰에 끌려다니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1965년 이만희 감독이 의 반공법 위반으로 형무소에 투옥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 나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세계문화자유회의’의 한국지부 회원이었는데 예술 각 분야의 회원이 한 사람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감독의 구속사건에 대한 세미나에서 발제자가 되어 ‘은막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글이 각 신문에 요약문으로 크게 발표되자 검찰은 즉각 나를 소환했다.이 작품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했다. 북한 인민군에게 국군 간호장교 7인이 포로가 되었는데 인민군 장교의 인솔로 목적지로 호송되는 도중 중공군이 나타나 여포로들을 겁탈하려고 덤벼든다. 이를 지켜본 인민군 장교는 불현듯 적군과 아군이라는 관계를 넘어서서 여포로들이 같은 핏줄의 한겨레라는 생각이 끓어올라 참다 못해 부하사병과 함께 총을 들이대고 맞서 싸워 모조리 해치워버린다. 이처럼 동족의 피끓는 마음으로 중공군을 전멸시켰으나
우리의 국시가 자유민주주의임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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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평범한 30대 은행원인 봉수는 어느 날 문득 전화 한통 걸 이성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가 일하는 은행 맞은편에서 일하는 원주는 봉수에 대한 연정을 키우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하고 있다. 박흥식 감독, 전도연, 설경구 출연, 싸이더스 제작, 시네마서비스 배급, 상영시간 104분김봉석 비오는 날의 “맑은” 수채화 ★★★☆심영섭 이 영화다 이 영화다 이 영화다 이 영화다(보시면 알아요) ★★★☆ 유지나 썰렁한 유머도 살려내는 재치, 그런데 본론이 각주에 밀린다 ★★★ 왓 위민 원트울트라 마초 남성 우월주의자에다 속물 바람둥이인 닉 마샬은 어느 날 헤어 드라이어에 감전된 뒤 여성의 생각을 귀로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내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 멜 깁슨, 헬렌 헌트 출연, 튜브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26분김봉석 때로는 무지가 힘이다 ★★☆심영섭 어떤 대사는 꼭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 ★★★☆유지나 여자 생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왓 위민 원트/쥬브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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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결혼한 지 6년된 부부 석윤과 진원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들의 유일한 문제는 아이를 못 갖는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인공수정에 성공하자 태어날 아이를 맞을 준비를 서두르지만 무뇌아라는 진단을 받는다. 한지승 감독, 이성재, 고소영 출연, 제작·원안 구본한, 시네마서비스 배급, 상영시간 112분박평식 감독은 하루, 배우는 열달, 관객은 십년 ★★☆ 눈물가출 소년 한은 양아치 친구 창과 단란주점 삐끼로 취직하고, 한의 여자친구 새리는 창에게 몸과 돈을 바치는 란과 함께 접대부로 일한다. 그리고 어느 날, 넷은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바다로 떠난다. 임상수 감독, 한준, 봉태규, 박근영 출연, 오정완 제작,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03분박평식 출구는 보여주지 않지만 진실하게 추적했다 ★★★심영섭 뒤집어엎어! 한국영화, 한국사회 모두를! ★★★★ 프루프 오브 라이프남편이 테러리스트들에 납치되자 앨리스는 필사적으로 구명에 나서고 인질 협상 전문가
하루/눈물/프루프 오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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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시나리오 공모와 발표로 해가 지고 달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만 이러한 현상의 연원은 그다지 길지 않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물에 콩 나듯 이뤄졌으니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아예 진귀한 뉴스거리로 취급받았던 게 당연하다. 최금동은 그 가느다란 물줄기의 발원지에 위치해 있다. 국내 최초로 손꼽히는 1936년의 <동아일보> 시나리오 공모에 <환무곡>이라는 작품으로 당선되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당시 약관 20살의 작가가 최금동이다. 이 작품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이 <애련송>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각색하여 <동아일보>에 연재된 다음 1939년에 김유영 감독에 의하여 영화화됐다. 최금동은 이후 50년에 육박하는 세월 동안 줄기차게 시나리오를 써왔다. 탈고된 시나리오가 100편을 바라보고 그중 영화로 만들어진 것만도 50편에 육박하니 국내 최초의 본격 시나리오작가로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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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성사에서 <겨울여자>를 본 것은 고교진학 이후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 때였다. 물론 고교생 입장불가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볼 놈들은 어떻게든 보게 마련이다. 당시 자유연애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던 <겨울여자>는 내게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자 가슴 설레는 개안이었다. 아하, 저렇게 막 주는 여자도 있단 말이지? 나도 빨리 커서 저런 여자들 품에 안겨야지! 덕분에 나는 <겨울여자>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이화 역을 맡은 장미희와 원작소설을 쓴 조해일, 그리고 감독을 한 김호선의 이름까지도. 그러나 이 빼어난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바로 일찌감치 한국문학사의 신화가 된 단편소설의 귀재 김승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른 다음의 일이다.김승옥은 너무 젊은 나이에 신화가 돼버린 인물이다. 나 역시 까까머리 중·고교 시절 연필심에 침을 묻혀 그의 놀라운 단편소설들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서울대
무진기행, 스크린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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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꿈이라는 뜻의 <춘몽>(1965)의 대강의 줄거리. 치과병원에 치료를 받는 동안 젊은 여자 환자(박수정)는 입술 안으로 의사(박암)의 손이 드나들수록 점점 성적 흥분을 느낀다. 여기서부터 여자는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데, 그 꿈속에서 여자는 스스로 변태성욕자가 되어 피가학적(마조히즘) 역할로 쾌락에 빠지고 의사는 가학적(사디즘)인 인물이 되어 밧줄에 묶인 여자를 무자비하게 채찍질한다. 이런 과정의 어느 한 장면, 텅 빈 백화점에서 두 사람이 쫓고 쫓기는 쾌락적 놀이를 하는 도중 여자의 기다란 가운 뒷자락이 발에 밟혀 찌익 찢어지고, 전라가 된 여자는 저편 계단 밑으로 사라진다.바로 이 장면이 검사가 추궁하는 대목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그 장면의 광고용 스틸사진을 꺼내들고 그는 위세당당하게 나를 코너에 몰아세우려 했다. 과열한 키스 장면조차 검열에 걸리던 시절이라 이 나체 장면은 어림도 없는 일이어서 나는 제작자를 설득해 검열 전에 삭제해버렸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음란과 예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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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과 언더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침이 마르게 칭찬한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빌려봤다. 영화만들기의 실제에 대해선 문외한이기 때문에 주요칭찬 품목 중 하나인 “악전고투 만듦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정통 액션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점이 새로운 시도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것이 왜 그리도 놀라운 작품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떤 한 장면 때문에 영화는 내 머리에 꽤 깊이 자기자리를 만들었다. 형이 눈이 쑤셔진 채 비틀대며 피를 쏟는 장면이었다. 무섭고 섬뜩하고 생경했던 그 장면이, 눈이 후벼파졌다는 엽기성 때문인지 신선한 미장센 때문인지 아님 또 무엇 때문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장면은 기이한 사진으로 박힌 채 맘속에 남아 있다.그 영화를 안 봤다면 절대로 <다찌마와 Lee>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비디오숍에서 절대 안 들르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코믹액션이다. 그 장르를 폄하해서가 아니라 웃기지가 않아서다. 그렇다고 볼
아, 그래서 웃긴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