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내가 제대한 게 1983년이니 올해는 군복을 벗은 지 꼭 20년이 된다. 몇년 전부터 군대문제와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이등병의 편지>는 내 애창곡이 되었다. 이 노래에서 내 마음을 제일 울린 부분은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라는 대목이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이 의례를 나는 치르지 못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바로 군대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중간에 영등포서에서였던가 부모님과 짧은 면회를 했을 뿐이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가시다 돌아보는 어머니의 눈가에 번지던 눈물자국은 지금도 선명하게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일까, <이등병의 편지>는 내게는 쉽게 부를 수 없는 애창곡이다.푸른 제복 속에 젊은
이등병의 편지
-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에서 촬영한 영화이니 처음으로 일본에서 상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까? 도쿄의 워너브러더스 시사실에서 만난 <라스트 사무라이>는 모든 일본인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동양을 그린 서구영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지하면서도 경외어린 시선으로 근대 일본의 격동기를 바라본다. 영화 자체의 장점들도 많이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서구인들이 일본 문화에 매혹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였다. 동양을 신비 아니면 야만으로 보는 오리엔탈리즘의 함정에서 서구인들은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지 <라스트 사무라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과 망가는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상태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저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와 함께 일본 문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일본 문화의 어떤 면에 이끌리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시작되었다. 그 논
왜 할리우드는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1]
-
에드워드 즈윅은 중세에서 근대로 들어가는 전환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영광의 깃발>과 <가을의 전설> 등 전작들도 근대의 인물과 사건에 얽힌 것들이다.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전세계에 공통적인 현상이었다고 하지만, 동양에서는 더욱 더 드라마틱했다. 서양 문명은 동양의 내부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침입’해온 것이었다. 서양 문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들이 수백, 수천년 동안 지켜온 전통적인 가치를 버려야 함을 의미했다. 사이고 다카모리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라스트 사무라이>의 카츠모토는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 사무라이의 전통적인 가치인 충성과 용기, 희생과 인내 등은 결코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칼과 총의 차이가 아니다. 익숙하게 총을 사용했던 알그렌 역시, 기존의 숭고한 가치를 몽땅 지워버리는 끔찍한 시대의 변화를 겪고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그들의 가치가 숭고하고 존중받을 것이란
왜 할리우드는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2]
-
“교차하는 역사와 운명에 관한 영화다”
<라스트 사무라이>의 개봉을 앞두고 LA,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사를 방문했다. 전원풍의 가구와 책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사무실에서 <라스타 사무라이>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서사극과 영웅의 스토리라는 점에서 전작들의 연장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별히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방면에 관해 분명 내가 선구자는 아니다. (웃음) 어릴 적부터 항상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특별한 역사적 순간을 살았던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에 끌렸다. 13살 무렵에 <아바리아의 로렌스>를 처음 봤을 때의 감명을 잊을 수 없다. 이후에 1970년대 대학을 다닐 당시, 미국 내에서 막 아시안 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순전히 학문적인 관심에서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수업도 듣고 역사책도 많이 읽었다. 그리고 구로
왜 할리우드는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3]
-
-
●니모를 찾아서 감독 앤드루 스탠튼, 리 언크리치/화면비율 1.85:1 아나모픽/오디오 DTS ES 6.1, DD EX 5.1/아빠를 잃어버리고 어항 속에 들어간 니모와 아빠 물고기가 해후하는 과정을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올해 출시된 디브이디 가운데 최고의 색채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3D 애니메이션의 차가운 질감과 달리 플랑크톤이 부유하는 바다속을 사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화면에 포근한 질감을 담았다. 브에나비스타●불어라 봄바람 감독 장항준/출연 김승우 김정은 성지루/화면비율 1.85:1/오디오 DD 5.1/쫌생이 삼류작가의 집에 대책없이 발랄한 다방 아가씨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둘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감독과 배우들의 코멘터리와 함께 촬영과정의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담은 메이킹 필름 ‘요절복통 촬영일지’가 영화보다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전한다. O.S.T 앨범이 함께 담겨 있으며 출연배우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즐길 수 있다. 비트
[DVD] 니모를 찾아서 외
-
이번 주말 극장가는, 1년에 두세번 밖에 차려지지 않는 보기 드문 성찬이다. 안보면 후회할 영화가 세편 나란히 걸린다.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는 스릴러 형식을 빌린 정통 사회드라마이다. 잘 짜여진 구성에 범상치 않은 주제의식이 녹아들어, 내년 2월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부문 여러상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오해 말길. 이 영화가 주는 감흥은 주류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할리우드식 가족주의를 밟고 뭉개 버린다. 숀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등 화려한 주연진 뿐 아니라 조연을 맡은 마샤 게이 하든, 로라 리니의 연기도 압권이다.연말연시 분위기를 타고 개봉하는 <러브 액츄얼리>는, 우리가 로맨틱코미디에서 바라는 모든 것들을 정수만 추려서 담아놓았다. 로맨틱코미디를 싫어하는 이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설레는 걸 피하기 힘들 것 같다.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주말극장가] 스릴러 코미디 액션, 보기드문 성찬
-
숀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주연의 <미스틱 리버>(Mystic River.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전미(全美) 비평가협회(National Board of Review)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미스틱 리버는 보스턴의 한 동네에서 25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살인과 강간, 우정 등을 다룬 격렬하면서도 우울한 분위기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남우주연상은 미스틱 리버와 (21 Grams)에서 각각 살해된 딸에 대한 복수를 벌이고, 교통사고 후 인생이 바뀐 수학 교수 역할을 한 숀펜이 영예를 안았다. 여우주연상은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Something Gotta Give)에서 딸의 남자친구 잭 니콜슨에게 반한 이혼녀 역할로 열연한 다이안 키튼에게 주어졌다. 또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더 쿨러>(The Cooler)와 (Pieces of April)에 각각 출연한 알렉 볼드윈과 패트리샤 클락슨에게 돌아갔다.NBR은 이밖에 올
<미스틱 리버>, 전미비평가협회 최고 영화
-
“주연 조연 안따져요 강한 캐릭터면 그만이지”〈오구〉를 찍기 위해 사람을 찾던 이윤택 감독이 식당에서 밥먹는데 텔레비전에서 〈명성황후〉가 방영 중이었다. 이재은이 소리하는 장면이었다. “쟈가 누고 … 영화 나온 것 있나” 이재은이 나온 영화를 비디오로 본 이 감독은 여러 다리를 건너 이재은을 찾아냈다. “〈오구〉의 미연이를 내가 하면 잘할 것 같았어요. 부전공이 소리인데 그것도 살릴 수 있고요. 죽음을 축제로 표현하고 거기에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작품 자체도 좋았고.”항상 새로운 면 보이고 싶어〈오구〉에서 이재은(23)은 확실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가 연기한 미연은 무당의 딸로 태어났다가 동네 청년들에게 봉변을 당해 미혼모가 된, 또 그 사건 때문에 애인이 자살해버린 비극적 사연의 소유자다. 처연함이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는 〈내츄럴 시티〉도 마찬가지였다. 디스토피아 같은 미래도시에서 몸을 팔고 사는 소녀를 연기한 이재은은 그 영화에서도 도드라져 보였다. 나이보다 먼저 어른들의 추한 세
[인터뷰] <오구> 무당딸 미연역 이재은
-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을 지우거나 날씨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문명이 발전한 미래사회. 천재 엔지니어 마이클 제닝스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많은 돈을 벌지만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일을 완성한 다음 작업중의 모든 기억을 강제적으로 지우고 살아간다. 친한 친구의 부탁으로 3년 동안 큰 프로젝트를 마친 그는 그동안의 기억을 지우고 1억달러에 가까운 대가를 찾으러 간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건 돈 대신 잡다한 물품만 잔뜩 들어 있는 봉투뿐이고, 그는 총 든 사나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지난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사회를 연 존 우(오우삼) 감독의 신작 〈페이첵〉(한국개봉 2004년 1월20일)은 기술에 의해 미래를 알 수 있게 될 때 인류가 처하게 되는 위험을 경고하는 공상과학 영화다. 같은 원작자(필립 케이 딕)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한 설정이지만 가려진 기억과 드러난 미래의 충돌을 그리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영화에서 옷이 해어져 같은 양복
[인터뷰] <페이첵> 주연 벤 애플렉
-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1987)엔 이런 장면이 있다. 지하철에 있는 승객들은 각기 뭔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슬픔과 분노, 좌절에 빠진 사람도 있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천사는 절망에 빠진 인간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는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영화 <사토라레>의 주인공 사토미 앞에 천사가 나타난다면 천사는 스스로의 능력이 쓸모없음을 알게 된 뒤 개탄할지 모른다. ‘사토라레’는 자신의 생각을 사념파 형태로 전환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존재. 다시 말해서 마음이 타인에게 그대로 읽히는 것이다. 영화 <사토라레> 홍보를 위해 국내를 방문한 모토히로 가즈유키(本廣克之) 감독에게 “혹시 감독 자신이 사토라레 아닙니까?”라며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 등을 만든 곽재용 감독이다. 한국과
곽재용 감독이 만난 <사토라레>의 모토히로 가즈유키 감독 [1]
-
곽 그런데 ‘사토라레’ 는 진짜로 있는 것인가요? 감독이 그러신 건 아닌지.
모토히로 하하하.
곽 영화 <사토라레>는 원작이 따로 있었나요?
모토히로 원작이 만화예요. 많이 알려진 원작은 아니었지요. 지금도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지요. 만화 제목도 <사토라레>.
곽 <사토라레>는 전반부 영화 스케일이 크더라고요.
모토히로 일본 자위대가 촬영에 협력했어요. 그래서 스케일이 커졌죠. 홍보성으로 협력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 중간에 군대적 요소가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요. 자위대 문화가 영화에 반영되었고.
곽 <춤추는 대수사선>도 그렇고 <사토라레>도 그렇고 관료에 대한 풍자가 있는 거 같아요.
모토히로 딱딱한 조직을 비꼬고 풍자하는 걸 좋아해요. <춤추는 대수사선2>엔 그런 장면이 더 사실적으로 많이 나와요. <사토라레> 촬영 당시엔 촬영장 부근 마을 사람들이 협조를 많이 했어요.
곽재용 감독이 만난 <사토라레>의 모토히로 가즈유키 감독 [2]
-
A급과 B급영화 사이의 모호한 욕망, 영화평론가 변성찬이 만난 감독 박찬욱
지난해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에 당선된 영화평론가 변성찬씨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나서부터 영화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연히 극장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할리우드 콤플렉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평론이라는 것이 풍부한 텍스트가 있어야 가능한데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로 새로운 한국 감독들에 주목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박찬욱 감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씨네21>은 변성찬씨에게 박찬욱 영화에 대한 꼼꼼한 질문을 부탁했고 지난 11월25일 박찬욱 감독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마치 정신분석 상담받는 것 같다”는 박찬욱 감독의 표현대로 박찬욱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소개한다.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마음속에 생긴 두 가지 짐
박찬욱이 몰랐던 박찬욱의 모든 것 [1]
-
B무비의 매력
변 | 당신이 느끼는 B무비의 매력은 무엇인가?
박 | B무비의 뛰어난 작품들은 장르 안에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많이 벗어나기도 한다. 돈이나 시간이 부족한 것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커버하고 넘어가는 그런 모습을 보면 즐겁다. B무비의 걸작에서 보이는 그 시대의 통상적 가치관에 역행하려고 하는 태도도 좋아하고.
변 | ‘공식 기록’(<씨네21 영화감독사전>)에 따르면, 당신이 ‘예술영화, 작가영화로 출발해 장르영화를 거쳐 B급영화, 컬트영화 등 다양한 영화에 애정을 표해온’ 감독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 B무비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데뷔작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상황이 어쩔 수 없기도 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래도 뭔가 개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좋은 B무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B무비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그냥 상업영화고, 작가주의나 아
박찬욱이 몰랐던 박찬욱의 모든 것 [2]
-
<노팅 힐>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제작진들이 다시 뭉친 로맨틱코미디 <러브 액츄얼리> 사운드트랙.
노라 존스의 , 조니 미첼의 와 같은 이미 잘 알려진 곡도 있고, 예전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주제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의 크리스마스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등이 수록되어 있다.
<러브 액츄얼리>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음악이다. 리처드 커티스의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음악은 수십명의 캐릭터와 그만큼의 러브스토리를 설명하는 내러티브의 기능을 수행한다.
결혼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대니얼 아내의 장례식에서 나오는 베이 시티 롤러즈의 <Bye Bye Baby>, 총리의 들뜬 마음을 표현하는 포인터 시스터즈의 <Jump (For My Love)>, 칼에 대한 새라의 감정이 드러나는 노라 존스의 등의 음악은 대사와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러브 액츄얼리>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