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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라스베이거스, 1200명의 승객을 태운 호화 유람선 블루 헤븐에 표류자 하나가 올라탄다. 정확히 말하면 둘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는 다른 표류자가 11명의 선원을 눈도 깜빡하지 않고 죽여버린 살인귀라는 사실을 알린 뒤에 죽어버린다. 이제 ‘블루 헤븐’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행성 지구와 같은 존재가 되고, 그 안에 탄 사람들은 단 하나의 힘에 의해 다시는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할 운명에 처하고 만다.<지뢰진> <철완 소녀>의 다카하시 쓰토무가 어디 가겠는가? 이번에도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할 궁지로 몰아넣고 그들이 살아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진저리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단계마다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전혀 엉뚱한 상황을 펼쳐 보인다. 유람선에 존재하는 진정한 위험요소는 동양인 살인범이 아니다. 전신 화상으로 일그러진 신체로 소리만 겨우 들을 수 있는 대갑부와 그가 ‘제조’한 악귀 같은 가족들은 이때를 틈타 유람선 안의 동양인들을 대량 학살하는 쾌락의 살
저런 게 세상이면 나가고 싶지 않아, 다카하시 쓰토무의 <블루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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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의 O.S.T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미국에서 스카-펑크 레이블 ‘아시아맨 레코드’를 이끌고 있는 한국인 2세 마이크 박 때문이다. 그가 결성한 밴드 Bruce Lee Band와 또 다른 밴드 Chinkees의 경쾌한 ‘본토 스카-펑크’곡들이 꽤 강렬하다. 목포의 비린내 흠씬나는 항구 정서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정서가 이토록 절묘하게 결합하기도 쉽지 않다. O.S.T 후반부를 채우는 스코어들이 오히려 사족 같은 인상을 준다.
비린내 흠씬나는 항구 정서, <목포는 항구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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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번역되어 있지는 않은 <영화와 회화>(안젤라 댈리 배치, 텍사스대학 출판부 펴냄, 1996)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 에릭 로메르의 , 미조구치 겐지의 <우타마로를 둘러싼 다섯 여인들> 등의 영화들을 각각 한장(章)씩에 할애해 논의를 해가는 책이다. 물론 영화의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듯이, 그리고 ‘미술은 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라는 부제에서 또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이 다루는 그 영화들은 모두가 회화적인 원천이 존재하고 그것을 참조한 것들이고 자연히 여기서 저자는 그것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공통분모로 가진 영화와 미술 사이의 상호관계에 집중한다.파스칼 보니체의 <영화와 회화>는 사람들에게 그 제목 때문에라도 혹 앞에서 언급한 <영화와 회화> 같은 유의 책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부터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원서의 주제목은 ‘데카드라주’(decadrage: ‘탈배치’라고
이미지의 역사로 본 영화 <영화와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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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컬러 100분감독 유현목출연 하명중, 김진규, 고은아, 강민호EBS 2월29일(일) 밤 11시제14회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미술상, 조명상제22회 아시아영화제 출품유현목 회고전의 마지막 방영작은 유현목의 1970년대 ‘반공영화’ <불꽃>이다. 이 작품은 이만희 감독의 <싸리골의 신화>(1967)나 임권택 감독의 <깃발 없는 기수>(1979) 등의 원작자로 알려진 소설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선우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이 작품은 1970년대 수작으로 꼽히는 영화 가운데 하나이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30년간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지식인 현(하명중)은 친구였던 인민군 연호(강민호)에게 쫓겨 동굴로 피신했다가 자신의 과거와 아버지를 회상한다. 3·1운동 때 앞장서 만세를 부르다 죽은 아버지는 현에겐 훌륭하고 존
격동의 30년, 다양한 인간군상,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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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날아갈 때> Flight of the Doves 1971년감독 랠프 넬슨 출연 론 무디EBS 2월29일(일) 오후 2시포악한 양부에게서 도망쳐 아일랜드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는 한 소년과 어린 여동생의 이야기. 아일랜드의 자연과 성 패트릭 축일의 퍼레이드 등 볼거리가 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성질 고약한 양아버지 토비 크롬웰과 함께 런던에 살고 있던 핀 도브와 더벌 도브는 양아버지의 구박에 못 이겨 가출하기로 결심한다. 아일랜드에 사는 외할머니를 찾아가기로 한 것. 그러나 할아버지의 재산이 남매에게 상속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삼촌 호크 도브는 남매를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려고 한다.<몬스터볼> Monster’s Ball 2001년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할리 베리KBS2 2월28일(토) 밤 10시40분할리 베리의 노출연기가 많은 화제를 일으켰던 영화. 어느 남녀의 기구한 삶과 사랑을 담은 드라마이다. 사형수인 남편 로렌스를 면회 온 레티샤. 왠지
[주말TV] 비둘기가 날아갈 때 / 몬스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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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omen 1994년감독 질리언 암스트롱 출연 수잔 서랜든EBS 2월28일(토) 밤 10시‘남자가 무슨…’이라며 혀를 찰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원작 <작은 아씨들>을 좋아한다. 소설 속 어머니와 딸들은 참전 중인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굳건하게 의지해 살아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여성들의 공동체에 관해 나름의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와 딸, 그리고 언니와 동생은 서로 평등하게 상대방을 대하고 친구처럼, 그리고 사이좋은 길동무처럼 여긴다. 남성들의 공동체가 일방적 질서와 복종을 강요하는 것과는 사뭇 풍경이 다른 것이다.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의 <작은 아씨들>은 원작에 깃들어 있는 여성들의 심리묘사를 꽤 공들여 보존하고 있어 독특하다.<작은 아씨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가에는 포용력 있는 맏딸 메그, 적극적 성격으로 작가를 꿈꾸는 조, 내성적인 베스, 깜찍하고 야무진 막내 에이미,
여성 공동체 속 개인이라는 우주,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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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처럼 날마다 닥치는 시련도 없다. <천국의 계단>처럼 엄청난 비밀도 없다. 선도 없고, 악도 없다. 오히려 주인공들의 감정은 좀 복잡하다. 그런데도 묘한 매력이 있다. 나만 끌리는 게 아니다. 시청률 30%를 웃돈다.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이야기다.외양은 통속 드라마의 원단. 왕자님을 꿈꾸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이수정(하지원)은 신데렐라답게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혼자 힘으로 세파를 헤쳐왔으니 지고지순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속물 근성으로 똘똘 뭉쳐 있다. 아예 드라마 초반부에 “처음부터 다 가진 놈 하나 물어서 팔자 고치는 것이 꿈”이라고 커밍아웃한다. 그게 무슨 죄냐? 희망없는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인데. 우리처럼.물론 신데렐라는 오매불망, 좌불안석 기다리던 왕자님을 만났다. 발리에서. 철부지 왕자, 정재민(조인성)은 여차저차해서 속물 신데렐라에게 끌린다. 짝짝짝, 해피엔딩? 오호 통재라. 하필이면 가난한 흑기사, 강인욱(소지
신데렐라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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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른바 20:80법칙이 지난해 영화에서도 드러났다. 복합상영관 극장망 롯데시네마가 25일 발표한 2003년 관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영작 216편의 23%에 해당하는 50편이 전체 관객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롯데시네마를 찾은 관객은 모두 1천310만명이며 흥행 성적 상위 50편이 이중 990만명을 동원했다. 롯데시네마는 전국 11개 지역에 86개 스크린을 운영중이다.(서울=연합뉴스)
영화가도 20:80 법칙, 롯데시네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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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죽음에 대한 유대인들의 책임유무 시비로 들끓었던 멜 깁슨 감독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이 25일 할리우드 등 미국 전역에서 동시 개봉됐다.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교회력상 참회기간인 사순시기 첫 날 '재(灰)의 수요일'에 맞춰 개봉된 이 영화는 미국내 약 4천여 상영관에서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신자, 비신자할 것 없이 많은 영화팬들이 몰려 폭발적인 인기가 예상된다.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 등 미국 영화흥행전문업체들은 일찍부터 박스오피스 1위와 '대박'을 예고했을 정도다.텍사스를 비롯한 일부 지역 상영관에서는 예수가 살았던 시절 유대사회에서 통용됐으나 지금은 사어가 된 고대 아람어와 라틴어만으로 제작(자막은 영어)되고 예수(짐 캐비즐)가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12시간의 처절한 고통을 담은 작품을 보기위해 수 천명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멜 깁슨이 감독과 제작, 공동 각본을 맡은 '수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논란속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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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두 편이 두 곳의 해외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받았다.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에 따르면 29일 벨기에에서 폐막하는 애니마2004 브뤼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붉은 나무>(한남식)와 <타임 오딧세이>(조세헌,조성윤)가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돼 상영중이다.
이들 단편 애니메이션은 4월1-6일 독일에서 열리는 슈투트가르트 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도 국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된다.(서울=연합뉴스)
독립 애니 두 편, 해외 영화제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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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내 촬영 스타일이 강제규 감독과 잘 안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지 않았나.
그랬다. 첫 촬영이 장동건과 김수로가 대사 주고받고 이은주가 죽는 장면이었는데 두려움에 떨었다. 지금 보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클로즈업이 많이 쓰였는데 첫 촬영에 첫 테이크였다. 긴장이 되고 너무 멜로로 찍는 거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됐다. 처음엔 나도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핸드헬드로 찍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나로선 제일 힘들었던 장면이다. 너무 영화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편집해서 붙여놓고 보니까 이 부분은 감독의 말대로 쉬어주는 느낌이 맞구나, 싶더라.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때깔 좋다’는 표현을 쓴다. 굉장히 여러 장소에서 찍었고 계절, 시간이 다른 장면이 많은데 일관된 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영화를 일관된 톤으로 정리하는 건 촬영감독으로서 내 임무다. 색과 콘트라스트로 영화에 리듬을 주는 건
기술적 프론티어,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감독 홍경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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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i l m o g r a p h y
1998 <하우등>
1998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9 <유령>
2000 <반칙왕>
2000 <순애보>
2000 <시월애>
2001 <킬러들의 수다>
2002 <챔피언>
2003 <지구를 지켜라!>
2004 <태극기 휘날리며>
가끔 외국인이 한국영화를 보며 놀랄 때가 있다. 제작비가 얼마인지 듣고나면 그렇게 적은 돈으로 어떻게 이런 화면을 만들었는지 혀를 내두른다. 작품성을 떠나서 그들 눈에 불가능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작스탭은 그런 점에서 대단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들의 피와 땀이 수공업으로만 가능한 이해할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감독 홍경표(42)도 그런 사람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졌을 때 그가 무엇보다
기술적 프론티어,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감독 홍경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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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의 대공황과 번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미국 사람들은 구식 이야기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필요한 그들에게 스크루볼코미디 장르가 다가간 건 당연한 순서였다. 스크루볼코미디를 신문을 펼치면 바로 나오는 사건 보고서로 해석한다면 <연인 프라이데이>는 그 정점에 해당한다. 하워드 혹스가 <베이비 길들이기>(1938)에 이어 창조한 이 놀라운 코미디에는 연출과 연기 그리고 각본의 삼중주가 살아 숨쉰다. 종종 광기로 치달으면서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에 이르곤 했던 스크루볼코미디는 하워드 혹스의 위력 앞에선 깔끔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줄 따름이다.<연인 프라이데이>의 즐거움은 속사포 같은 대사에 있다. 신문사와 사건 기자실에서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대사를 따라가다보면 다소 우울할 수도 있는 영화 속 사건은 언제 있었냐는 듯 잊혀진다. 그렇다고 감독들이 현실에서의 도피처를 마련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 이상하고 엉뚱한 결말을 통해 스크루볼
살아 숨쉬는 스크루볼코미디의 진수, <연인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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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스와 버트헤드> 이전에 성격파탄자 대피 덕이 있었고 계속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던 ‘이언 플럭스’의 설정 이전에 <로드러너>의 진정한 주인공 코요테의 죽음이 있었다. 치토스 CF에 등장하던 체스터도 코요테에서 캐릭터를 빌려온 것을 보면 <루니툰>은 분명 수십년도 전에 MTV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회당 7분 분량으로 일년에 40여편, 그동안 1천여편이나 제작된 <루니툰>은 애초 TV에서 상영된 것은 아니었다. 1930년대부터 30년 이상 제작된 시리즈물은 극장에서 막간 상영용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TV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TV의 등장으로 영화산업이 휘청거리고 그 때문에 MGM의 애니메이션에 이어 워너의 ‘흰개미 테라스’ 스튜디오도 63년 문을 닫지만 200여개로 확대된 <루니툰> 캐릭터들은 TV로 자리를 옮긴 뒤 오히려 인기를 더해갔다. 이제 DVD로 자리를 옮긴 <루니툰>에는 어린 시절 다 알지 못했던 숨겨
어린 시절엔 몰랐던 재미, <루니툰 골든 컬렉션>